[Re]전투력 평가와 인사 관리 문제에 대해

야랑 | 2007-02-07 17: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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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 전투력과 유형 전투력의 평가와 개선 방향에 대해


1. 들어가면서

그 동안 여러 밀리터리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참 많이 들었고, 또 가슴 아팠던 이야기가 있다면

아마도 '사고날까 두려워서 훈련까지 널럴하게 시키는 육군'에 대한 토론, 그리고 썩어빠진 육군

장교들과 장성들에 대한 질타일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육군 예비역 병장으로 장교, 장성들과 하등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여기에서 논하고 싶은 주제는 '전투력'을 어떻게 정량화시켜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것과 때

문에 육군 인사제도가 왜곡되고 있는 점, 마지막으로 국방부 고위 장성들이 머리가 비어서 모르

기 때문에 안 한다라고 오해하시는 부분에 대한 이의제기입니다.


2. 전투력의 일반적인 정의


우리나라 육군 교범에 보면 공통적으로 전투력은 '유형 전투력'과 '무형 전투력'으로 구분됩니다.

여기에서 유형 전투력은 쉽게 감이 오실 겁니다. 각종 병기와 무기, 장병들의 태권도 단증의 유무

, 병력 숫자, 기타 물리적으로 쉽게 측정이 가능한 정량적 기준에 의해서 판단되는 전투력 지수입

니다.

문제는 무형 전투력인데... 군기 유무, 훈련 상태, 정신적으로 동기 부여가 되었는가, 전우에 대

한 동질 의식, 지휘관의 지휘 능력, 군사학적 지식, 심지어 식사의 질 같은 기타 잡다한 요소들이

전부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이죠.


3. 지휘관의 딜레마

여기에서 이제 지휘관들의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우선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인간은 무기

처럼 기계나 도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육군 장교들은 순수한 애국심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출세

하고픈 욕망 또한 가지고 있고 이러한 건전한 욕망이 있을 때 향상심이 발휘됩니다.

해병대나 특전사 같이 소위 '명예'가 있는 부대에 같은 월급을 받으며 굳이 지원하는 이유에 '남

과 다른 명예'를 얻으며 '남보다 더 우월해지는 사내다운 사내'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소위에서 중위, 중위에서 대위, 마지막에 장성이 되고자 하는 진급 욕심이 없다면

굳이 남보다 열심히 생활하고 군복무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육군 준장이 육군 고참 대령보다 월급이 작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정년은 짧

아집니다. 명예와 의전이 아니라면 굳이 진급에 목숨 걸 필요가 없습니다. 떨어지는 떡고물? 상

대적으로 대한민국 장교단은 다른 공무원 집단이나 고위층에 비해 깨끗하고 깨끗해질 수밖에 없

습니다. 이권이 걸린 문제에 마주칠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물론 미꾸라지는 항상 몇 마리 존재

합니다만...

이렇게 길게 진급에 대한 욕심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진급 문제에 있어 '누구나 공정하게 인정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무엇인

가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일까요?


부대의 전투력 지수?

좋습니다. 그런데 무기는 제식 병기라 모두 똑같군요. 훈련 정도? GOP 부대와 예비 사단의 훈련

횟수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횟수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쌍방 훈련의 승패로

따지면 좋겠군요. 아차차, 그렇다면 사단급 훈련에선 사단 소속 장교, 부사관 모두가 한 번에

결정되어버리겠습니다. 그럼 억울하지요. 프리 라이더들도 생길 수 있구요.

한 가지 공정하면서도 지휘관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지표 중에 하나가 바로 태권도 단증 보유 %

입니다. 그래서 별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 열심히 시킬 수밖에 없겠지요. 달리기 같은 체력단련도

열심히 시켜야 합니다. 사격의 합격률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진급하기 위해 몇 년씩 정보

를 쌓아올리다보면 이런 지표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 대동소이해집니다. 한국군 장병들의 능력이

부대에 따라 아주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지휘관의 지휘 능력?

이건 좀 간단히 해결 볼 수 있습니다. 교육 시설인 교육사나 군단급 간부 교육때 시험 봐서 점수

로 주르륵 줄 세우면 될 수 있겠군요. 그렇지만 물론 이 점수는 실제 전투와는 그다지 관련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실제 전쟁이 나기 전까지 지휘 능력의 유무를 정확

히 판단해내기는 정말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객관적 지표는 인적 자원 관리에 대한 각종 자료들입니다.

후송당하는 병사들의 %는 얼마나 되는가. 혹은 탈영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는가. 개인적으로 불

미스러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이런 요소들이 진급심사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문제는

한 해 적어도 5천여 명 가까이 임관하는 각군 소위들 중에 대령이 되는 숫자는 30여 명이 넘기 힘

들고 그 중 10명도 장성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진급을 못하면 30대에서 40대에 전역을 해야

하죠. 전역을 하게 되면 이제부턴 생계 유지의 문제가 됩니다. 진급을 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무

능력자로 취급당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장교들 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그 숫자가 늘어나는 부사관들의 경우, 하사에서 중사 달기는 힘들

어지고 중사에서 상사, 원사까지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겠지요. 아니면 한 10년 하사로 지내다

가 전역해야하는 케이스도 생길 겁니다. 결국 줄어든 장교 보직 숫자만큼 장기 부사관 보직 숫자

가 늘어나야 합니다. 장기 근무자는 호봉 수가 높기에 월급도 많아지지요. 이처럼 장교 숫자를 줄

이고 부사관 숫자를 늘인다고 해서 모든 인사 적체 문제나 인건비 절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

대 아닙니다.

하여간 직업군인들은 진급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두고 보니까 진급에 결정적인 요소는 훈련이나 전투력이 아니라 병사들 관리나 상급 지휘

관들의 평가입니다.

자,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4. 대한민국 국방부만 어리석은 것이 아닙니다.


일반 기업체, 심지어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미국의 기업체들에서도 저러한 평가 기준의 미

흡으로 분식회계를 벌이고 단기간 내에 수익을 만들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까지 희생시키는 일

이 비일비재합니다. 지금 당장 투자를 줄이면 현금 보유량이 늘어나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배

당할 수 있으니 지금 당장은 주주도 행복, CEO도 행복. 하지만 곧 CEO는 엄청난 보너스를 받고

다른 회사로 옮겨가고 한때 호전되었던 회사는 곧 몰락해버리는 일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똥별이라 말씀하시는 장성들 중에 몇몇 분들은 이러한 한계와 고민 속에서도 어떻

게든 성과를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방부만 어리석은 게 아닙니다.



5. 그렇다면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가.


1)평가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병사들이 탈영하고 사고치는 것에 대해 지휘관

에게 무한 책임을 묻는 건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시스템 뿐만이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국방의 의

무를 다하는 것에 필요 이상의 피해의식을 이제는 놓아버려야 합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될 때 지휘관

들은 자신들의 책임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전쟁에 대비한 군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2)국방과 안보에 대해서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력 강화와 국방 정책 결

정만큼은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이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정치인들에겐 투표로써 강력한 의

지를 표명해야 합니다. 이런 의견 취합에 바로 '비밀'과 같은 여론 선도 집단이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흔들림이 없어야 국방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정치가들 입김

에 좌우되지 않고 소신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3)어쩔 수 없이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 유형 전투력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불확실하고 정성적인

변수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무기 개발과 시스템 개발에 자원을 들여야 합니다. 좀더 정량적으

로 안정된 전투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전투력은 항상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6. 맺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전한 비판은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국방부를

타박하는 것은 논의의 촛점이 벗어난 것이 아닐까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육군이 잘 못 되는 것은 장교들과 장성들이 무능하고 욕심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해군과 공군이 잘 못 되는 것은 육군의 무관심과 이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너무나 쉽게 '적'을 상정하고 비난을 퍼붓는 방식은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는 있을

지 몰라도 문제 해결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세상이 어긋나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여도 악인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을 악인으로 몰

아 가는 시스템과 게임의 방식의 책임이 더 큽니다.

적어도 우린 이런 시스템과 게임의 방식을 바꿔야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논의해야하지 않을까

요?

부족한 생각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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