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제주도민 해군기지 대토론회 관람기

5thsun | 2007-01-31 02: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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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대토론회 관람기

무기에 대한 이야기도 약간 있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올리오니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 대해 사전에 유용원 기자님에게 보고(^^)를 드리고 내려 갔다 왔던 사안으로 무기토론방에 뒷 얘기를 올리겠다고 부탁 말씀 전하고 양해를 받았습니다.

본론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의 B737-400기를 타고 제주도로 갔습니다. 조기경보기용 기종인 E-737의 베이스인 B737-700기와 같은 기종은 아니지만 737기 계열기 였습니다. 내부에는 좌우 3석씩 총 6석이 횡렬로 연결되어 있는데, 확실히 여기에 각종 컴퓨터들을 병렬로 늘어놓으면 상당히 비좁은 공간이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하물며 이보다 더 작은 엘타사의 G-550이되었다면 어느정도로 비좁았을 지...

제주에 도착해보니 날씨는 상당히 흐리고 추웠습니다. 제주공항에서는 CN-235가 이동하고 있더군요.
(사진은 자유사진자료실 안승범님 사진참고)
현재의 공군 탐색구조부대가 아닌 제주 전략기지사업에서는 제주도에 조기경보기 등을 배치한다는 내용도 알려져 있고, P-3 초계기가 제주공항에서 운용된다는 것 역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요. 때문에 제주 공군기지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제주도에서도 제주 제2국제공항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니, 제주도와 함께 공항을 건설한 다음 제주공항과 같이 공동사용을 하는 방식으로 나가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우선 제주학생회관에 들어가다 보니 제주 해군기지에 찬성하는 제주 해병대 전우회 전단이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문 아래에는 유비무환이나 21세기의 전라좌수영이라고 하는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작은 입간판이 걸려있었고요. 제주일보 등에서 우려하는 것과 같은 찬반 시민단체의 충돌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토론이 진행되는 대강당에 들어가보니 좌석이 만원일 수준의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방송국 카메라와 수많은 기자들도 참여하여서 제주 도민의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해군기지에 대한 해군측의 홍보가 있었습니다.

1부 토론은 찬성 2 반대 2 의 패널 토론으로 이뤄졌습니다. 토론은 좀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찬성측 패널 2명은 자주국방네트워크와 파워코리아라고 명시하여 2개의 단체인 것처럼 표현하기는 하였으나, 사실상 두 패널은 같은 단체에서 나온 사람으로 사전에 의견 교환이 잘 이뤄져 있었으며, 발언기회를 교환하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대측 패널 2명은 정말로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듯한 사람들처럼, 토론 와중에도 반대측에서 공군기지의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리고, 왜 나는 발언 기회를 안주느냐? 그럴거면 왜 부른 것이냐? 는등의 내분이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1부 토론의 주제가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전략적 측면이었습니다만, 다른 3명과 달리 참여연대의 이태호 사무처장은 군사 전략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하였습니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1부 토론이 아닌 2부 토론에 참석하는 것이 더 낳을 듯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이태호님은 이후 토론에서도 거의 발언기회가 배제되었기 때문에, 이에 반발하여 이 토론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하거나 공문을 보내준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와보십시오! 이런 식으로 진행할 것이면 나를 왜 부른 것입니까?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할 정도로 강력하게 반발하였습니다. 그의 주장이 매니아들의 견해와 다른 것이기는 했지만 이번 토론은 절차상으로는 확실하게 잘못되었었습니다.

1부에서 방청객의 발언도 상당히 재미있었는데요.

백두산 연구회인가에서 나온 해군기지 반대측의 한 방청객은 현재의 해군 기지는 17세기식 고정 해군 기지이니, 22세기식 이동식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대공 미사일 사이트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분은 지난번 토론회에서 마치 용궁과도 같은 해저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시기도 하셨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찬성측 고성혁님은 그게 바로 항공모함이며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찬성측의 범도민 유치위원회에서 나온 방청객은 자기 소개와 앞서 이야기한 방청객의 말을 반박하느라고 결국 자기주장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리기도 하였습니다.

토론의 내용면에서는 찬성측의 우세로 보였고, 반대측은 서로 의견이 맞지 않고, 발언기회를 가지고 반발을 하는 등 반대측의 입장은 상당히 위축되어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은 찬성측의 의견이 실제 당사자인 도민들에게 이 문제를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매니아들이 알아듣고 좋아 할 방식으로 진행 된 것입니다. 때문에 찬성측이 토론에서 우위에 서기는 했으나 방청객들의 호응은 거의 이끌어내지 못했고 여러가지 비난과 욕을 하였으며, 오히려 토론에서는 밀리던 반대측에 훨씬 더 많은 호응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저도 그 중 여러가지 비난과 욕을 듣기는 하였으나, 게시판에 그대로 적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이니 그런일이 있었다고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또 신인균님이 김성전님에게 지금 당장 공군본부에 전화해서 공개적으로 알아볼 수 있느냐? 하는 발언은 좀 부적절했다고 보여집니다.

만약 김성전님이 그때 실제로 전화를 해서 어떤 답변이 나온다면 방송에 나가는 것도 모르고 그냥 예전 친분 때문에 전화를 받고 말했다가, 군의 내부 기밀을 공개 석상에 노출시킨 것이 될 것이고, 그 자리에서 가부를 대답해 준다면 검토단계에 있던 사안이 확정된 사안으로 확산되어 버릴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제주 해군기지만이 아니라 제주 공군 기지도 국가안보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토론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 공군기지의 건설과 그와 관련된 일들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여졌습니다.

그냥 군에서는 정확히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자기 연줄을 이용해서 군내부에서 논의중인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확정된 사실인양 유포하는 것은 특정인에 대한 친분이나 경력을 과시하여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 까 합니다.

물론 반대측에서도 무조건 MD나 미국 하수인으로 밀어 붙인다던가하는 막나가는 말들을 하기는 했지만 이는 따로 평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지지리도 못난 소리니 역시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부 토론에서는 찬성측 5명 반대측 5명이 패널로 구성되었습니다. 찬성측은 해군측 해군기지 추진단장과 제주지역 교수 2명 재향군인회 안보부장 1명 학생 1명으로 구성되었으나, 반대측은 주민 대표 4명에 제주대 평화연구소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토론이든 2부 토론이든 찬성측에 무게추가 상당히 기울어진 패널 구성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주최측에서 찬성측에 유리하도록 패널을 구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2부 토론에서는 제주 해군기지가 제주지역에 미칠 경제적 효과등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매니아들 입장에서는 보다 덜 관심이 가는 분야일태지만 실제 제주도민들에게는 사실 전반부의 토론보다는 후반부의 실제 영향이 더 관심이 가는 영역일 것입니다.

찬성과 반대측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찬성측에서는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되고, 제주도에 일자리 창출도 되는 좋은 기회다. 이를 놓치지 말자. 라는 것이고, 반대쪽에서는 들어와 봐야 실질적으로 도민들에게 돌아가는 효과는 미미하며, 또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어느정도 경제적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개발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 지역에 다른 개발을 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저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면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지방세 수입이 2470억밖에 안되고, 기타 세입과 국고 보조금 3600억, 차입금 370억까지 동원해서 간신히 84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어떻게 2년만에 4000억을 쓰는 사업이라던가, 6조 4조 씩 사용하는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현재 제주도에 8000억짜리 사업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투자와 관광객들의 증가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토론의 내용에 있어서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찬성측은 반대측의 반론들을 손쉽게 반박해 갔으나, 위와 마찬가지로 방청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반대측의 의견도 몇가지 참고할만한 것들이 있었는데, [해마다 발표되는 자료의 내용이 다르니 해군이 발표하는 자료를 어떻게 믿겠느냐? 2001년에는 이지스함이 들어온다, 2002년에는 중간 기항지 수준으로 인원 1000명급 소규모 기지이다. 이런식으로 나가다가 왜 지금은 이지스함은 물론이고 항공모함까지 들어올 수 있는 초대형 기지가 되는 것이냐?] 라던가 [왜 책임을 도민들에게 떠 넘기느냐? 설문조사 같은건 전문성이 전혀 없이 당시 개인의 호불호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 등의 이야기들은 참고해서 정책에 반영할 만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매우 이상적인 이야기나, 공개적으로 신문지상에 광고를 싫은 내용을 가지고 물밑작업이라고 한다던가, 도시 산업구조의 변화나, 낙후된 강원도 지역의 특성, 기타 도시 전분야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폄하 등은 비판할 가치조차도 없는 수준의 것들이었습니다.

토론 외적으로는 자주국방네트워크의 팜플렛을 나눠주었는데, 이것이 예전에 찍은 것을 그대로 다시 나눠주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미 흘러간 이야기들을 마치 확정되어 있는 것 처럼 적는다던가(제주해군기지에 2020년까지 3개 기동전단이 배치된다.) 불분명한 근거에 의한 주장을 한다던가(왜 그렇다는 설명 없이 그냥 주변국의 위협에 KD-2 구축함이 12척은 있어야 한다.) 제주도민의 73%가 해군기지에 찬성을 한다고 하면서 불분명한 근거를 댄다던가(제민일보 설문조사라고만 적어놓았지만, 해군기지 설문조사는 조사기관/조사일등에 따라서 찬반 %가 상당히 차이가 남) 하는 것들은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돌아올때는 제주항공의 터보프롭기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내부는 2좌석씩 총 4좌석이 1행으로 되어있었는데, 제트여객기와 비교해서 창가 쪽은 역시 떨림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또 옆 좌석과의 거리는 약간 좁고, 음료수는 물만주더군요.--;

하지만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터보프롭기이기 때문에 제트여객기보다 훨씬 더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홍콩의 100만$의 야경이라고 일컫어지는 것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멋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전남의 광주, 군산,전주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멋진 항공기이니 꼭 한번 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주에어는 한성항공 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아님 사진은 자유사진자료실 안승범님 사진참고)

토론회에서 어떤 분이 이렇게 외치시더군요. “해군기지 찬성하면 애국자고 해군기지 반대하면 매국노냐?!” 라고 말이지요. 물론 저는 제주도에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둘다 들어와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들마다 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애국은 다른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이 애국일 수도 있지요. 저는 그 의견에 반대하고 그에 대한 반대 이론을 펼 것이지만 그 사람은 매국노고 나는 애국자다 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밀 회원여러분들도 토론과 국가 정책등에 있어서도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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