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은 그만 합시다
Skidrow | 2006-06-11 08:45:11
조회 2663 | 추천 17 | 다운로드 0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가급적 눈팅족으로 남으려 했는데 워낙 큰 이슈라 몇 마디 드리게 됐네요.
단도 직입적으로, 이미 많은 고수분들께서 지적하셨다시피, 어떤 결과도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심지어는 그런 추측을 사실로 착각하고는 자신이 내린 결론과 맞지 않는 얘기는 무조건 음모론으로까지 치부해버리는 표현들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공군은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밀리터리 매니아를 포함)들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사고 원인에 누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공군이므로, 공군의 조사 발표를 지켜보는게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이런저런 추론들도 공군의 조사 발표 영역 이내에서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나마도 그저 호기심 차원의 논의로서나 의미가 있을 뿐이지, 밀리터리 포럼의 매니아들이 일반인들은 모르는 어떤 고차원적인 정보를 근거로 전문적인 사고 조사 분석을 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착각 안하고 있다고요? 자신의 단편적 지식으로 예단한 사고원인을 사실로 전제하고 그 가설과 당국의 발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것이 바로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착각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착각은 개인의 것이라도 그 여파는 사회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H일보의 9일자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해봅니다.
"이와 관련, F-15K의 공중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사고원인은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다. 군사 매니아들은 조종사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전투기가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진 데다 이상징후 교신까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폭발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중 폭발설을 주장하는 “군사 매니아” 분들은 이 기사에 책임지실 수 있나요?
군사 매니아들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언론 기사 뿐입니다. 매니아들은 언론 기사를 토대로 예단하고, 언론은 그런 매니아들의 의견을 다시 기사화하고,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기사 쓴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할 분도 계시겠지만, 밀리터리 포럼이란 곳이 포탈 사이트 게시판과 다른 것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다는 점에서입니다. 내용이나 수준 면에서 본다면야 적어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만큼은 밀리터리 포럼이나 포털 게시판이나 별다른 차별화가 안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만약 공중 폭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진다면 이 기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될까요? 군사매니아들의 전문성에 빌붙은 기자? 아니면 근거 없는 사실을 예단해서 유포한 군사매니아? (사실 위 기사는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발표가 있었고 군당국에서 공중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에 무대포로 지어낸 어처구니 없는 기사입니다.)
무어라고 발표가 나든지간에, 당국의 발표를 부정하는 것은 당국이 가진 정보를 부정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개인의 추측은 당연히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설령 초고수 밀리터리 매니아가 지어낸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군에 대한 걱정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원인을 추론해보려는 것은 물론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려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사고원인 맞히기 전국 퀴즈대회가 열리기라도 한 듯한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우승자는 매니아 레벨 업 상품이라도 얻는다는 양 말이지요. 대선때만 되면 너도나도 나서는 무당들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후보 몇 명 안되니 1/3 확률로 찍어서 운 좋게 맞히면 영험함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서서 찍기하는 무당들 말입니다. 가능한 사고 원인이라봤자 대선 후보마냥 어차피 몇 가지 되지도 않는 마당에 그 중 하나 적당히 찍어놓고 말을 만들어내자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보고 서로 다른 사고 원인을 주장하는 글을 하루에 한 개씩 바꿔가면서 쓰라고 하면 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현재 알려진 정보들로부터 구체적인 결론을 유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이든 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A4로 몇 장 되지도 않는 주몽 설화로 60부작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실제로는 역사물이 아니라 판타지물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밀리터리 포럼이 판타지 소설 창작 동호회가 되어서야 안될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밀리터리 매니아 수준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단편적인 지식들은 드러난 사건이나 기사들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사고 원인 분석이라는 구체적인 용도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세계를 “이해”하는데에는 단편적인 지식들뿐만 아니라 상식과 합리성도 매우 중요한 바탕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단편적인 지식에 스스로 얽매인 사람들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 것도 자주 봅니다. 그런 모습이 밀리터리 포럼의 평균적인 모습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때로는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것이 더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가급적 눈팅족으로 남으려 했는데 워낙 큰 이슈라 몇 마디 드리게 됐네요.
단도 직입적으로, 이미 많은 고수분들께서 지적하셨다시피, 어떤 결과도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심지어는 그런 추측을 사실로 착각하고는 자신이 내린 결론과 맞지 않는 얘기는 무조건 음모론으로까지 치부해버리는 표현들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공군은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밀리터리 매니아를 포함)들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사고 원인에 누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공군이므로, 공군의 조사 발표를 지켜보는게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이런저런 추론들도 공군의 조사 발표 영역 이내에서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나마도 그저 호기심 차원의 논의로서나 의미가 있을 뿐이지, 밀리터리 포럼의 매니아들이 일반인들은 모르는 어떤 고차원적인 정보를 근거로 전문적인 사고 조사 분석을 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착각 안하고 있다고요? 자신의 단편적 지식으로 예단한 사고원인을 사실로 전제하고 그 가설과 당국의 발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것이 바로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착각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착각은 개인의 것이라도 그 여파는 사회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H일보의 9일자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해봅니다.
"이와 관련, F-15K의 공중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사고원인은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다. 군사 매니아들은 조종사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전투기가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진 데다 이상징후 교신까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폭발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중 폭발설을 주장하는 “군사 매니아” 분들은 이 기사에 책임지실 수 있나요?
군사 매니아들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언론 기사 뿐입니다. 매니아들은 언론 기사를 토대로 예단하고, 언론은 그런 매니아들의 의견을 다시 기사화하고,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기사 쓴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할 분도 계시겠지만, 밀리터리 포럼이란 곳이 포탈 사이트 게시판과 다른 것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다는 점에서입니다. 내용이나 수준 면에서 본다면야 적어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만큼은 밀리터리 포럼이나 포털 게시판이나 별다른 차별화가 안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만약 공중 폭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진다면 이 기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될까요? 군사매니아들의 전문성에 빌붙은 기자? 아니면 근거 없는 사실을 예단해서 유포한 군사매니아? (사실 위 기사는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발표가 있었고 군당국에서 공중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에 무대포로 지어낸 어처구니 없는 기사입니다.)
무어라고 발표가 나든지간에, 당국의 발표를 부정하는 것은 당국이 가진 정보를 부정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개인의 추측은 당연히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설령 초고수 밀리터리 매니아가 지어낸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군에 대한 걱정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원인을 추론해보려는 것은 물론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려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사고원인 맞히기 전국 퀴즈대회가 열리기라도 한 듯한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우승자는 매니아 레벨 업 상품이라도 얻는다는 양 말이지요. 대선때만 되면 너도나도 나서는 무당들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후보 몇 명 안되니 1/3 확률로 찍어서 운 좋게 맞히면 영험함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서서 찍기하는 무당들 말입니다. 가능한 사고 원인이라봤자 대선 후보마냥 어차피 몇 가지 되지도 않는 마당에 그 중 하나 적당히 찍어놓고 말을 만들어내자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보고 서로 다른 사고 원인을 주장하는 글을 하루에 한 개씩 바꿔가면서 쓰라고 하면 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현재 알려진 정보들로부터 구체적인 결론을 유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이든 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A4로 몇 장 되지도 않는 주몽 설화로 60부작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실제로는 역사물이 아니라 판타지물이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밀리터리 포럼이 판타지 소설 창작 동호회가 되어서야 안될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밀리터리 매니아 수준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단편적인 지식들은 드러난 사건이나 기사들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사고 원인 분석이라는 구체적인 용도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세계를 “이해”하는데에는 단편적인 지식들뿐만 아니라 상식과 합리성도 매우 중요한 바탕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단편적인 지식에 스스로 얽매인 사람들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 것도 자주 봅니다. 그런 모습이 밀리터리 포럼의 평균적인 모습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때로는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것이 더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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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seawolf21k | 2006-06-12 | 추천 0
Skidrow | 2006-06-11 | 추천 0
김상우 | 2006-06-11 | 추천 0
김상우 | 2006-06-11 | 추천 0
rextiger | 2006-06-11 | 추천 0
hejaz | 2006-06-11 | 추천 0
참고로 제가 공군에 있을때는 32개월 동안 한대도 추락 없었습니다. 게다가 추락했다고 할때마다 조종사들이 사망하니 공군이나 밀리를 사랑하는 매니아들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뭐 소설을 쓰는거야 문제가 있지만 사고에대한 안타까운마음에서 쓰는 글들이니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無名人 | 2006-06-11 | 추천 0
... | 2006-06-11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