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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페이퍼 4호]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 출범 100일의 평가와 시사점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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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4-27 09:22:08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 

출범 100일의 평가와 시사점



경상국립대학교
교 수
김 영 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수많은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100일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30여년의 연방상원 재직 기간 동안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외교현안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외교·안보 문제를 다룰 주요 직책에 실무경험이 많고 자신과 손발을 오래 맞춰 온 인사들을 중용하여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주요 외교정책 사안에 대한 자신의 정책 방향에 대해 차근차근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여기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 동안 보여준 외교정책 행보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성과 연속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향후를 전망하고자 한다.

Ⅰ.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특징 :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성과 연속성

1.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성

1) 국제사회와 연대

바이든 행정부가 보여준 트럼프 행정부와의 가장 큰 차별성은 국제연대(Network) 복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트럼프 행정부 시기 손상된 국제기구들과 다른 국가들과 관계 회복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의 연대정책은 세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포괄적 연대이다. 포괄적 연대는 대부분의 국가가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고, 한 국가 또는 특정 성격의 국가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으며, 참여를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연대정책이다. 포괄적 연대의 대표 사례로 기후변화 연대를 들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결정하였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40여 개국의 정상을 초청하여 온라인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하였다. 또한 존 케리 기후특사도 중국을 방문하여 두 나라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또 다른 사례로 감염병 관련 국제공조 노력을 들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세워진 국제기구인 COVAX에 미화 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고 이후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더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인류 공통의 당면 과제인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하였던 미국의 유엔 인구기금(UNFPA)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정책 지원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두 번째 유형은 선택적 연대이다. 이는 연대를 구축하려는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가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국가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건으로 인한 입장 차이가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참여를 강제하기는 어려운 연대이다. 따라서 국가별로 참여에 대한 선택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글로벌 최저 법인세’(global minimum corporate tax)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옐런 재무장관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제정을 위해 G20 국가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가 도입된다면 필요불가결한 공공재 마련과 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의 조세부담이 공평해질 것이라 주장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의 회복과 더욱 심각해진 빈부격차 해결이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과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제안에 공감은 할 수 있으나 국가별로 입장이 달라 모두에게 참여를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사안으로 여성·성소수자 인권문제를 들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내외에서 성평등, LGBTQI+, 여권 신장(Women Empowerment) 문제에 미국 정부가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평등과 차별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들도 취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이뤄질 수 있으나 국가별로 입장 차이가 커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연대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경쟁적 연대이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과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에 대한 배제와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하며 미국의 동맹국들과 협력국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연대 유형이다. 지난 3월 개최되었던 쿼드 정상회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일·인·호 4개국은 첫 정상회의를 갖고 인도·태평양의 안보 증진과 위협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다짐하였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과 견제는 트럼프 행정부도 적극 추진하였다. 그러나 두 행정부의 차이점은 트럼프 행정부는 연대를 통한 압박보다는 미국의 재량권을 활용한 압박을 시행하였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핵안보정상회의를 모델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밝힌 민주주의정상회의 역시 권위주의체제 국가들에 대해 압력을 가하기 위한 연대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결정하였던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도 이러한 형태의 연대정책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민주주의, 인권, 평등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먼저 유엔 인권이사회에 옵저버로 참여하고 이후 정식회원의 지위를 회복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인권이사회가 의제, 구성, 초점 등에 결함이 있는 조직이지만 미국의 부재로 인한 지도력 공백으로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유리해졌으며, 인권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 인권 최악의 국가들을 조명하고 부당함과 압제에 맞서는 이들을 위한 중요한 토론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뜻을 비췄다. 기술산업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영역의 미국 공급망 복원 문제를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다. 중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스스로 반도체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이를 위해 EU, 일본, 한국, 대만 등과 협력체제 구축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2) 외교와 협상의 가동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되는 두 번째 특성은 외교와 협상의 복원인데 군비통제 분야를 사례로 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거리핵전력 조약’(INF)를 파기하고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마저 파기할 뜻을 비췄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2026년 2월 5일까지 5년간 연장하는 데 러시아와 합의하였다. 역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복원을 위한 협상도 시작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와 협상을 통한 국제분쟁 해결 노력도 시작하였다. 국무부는 예멘내전 종식을 위해 팀 린더킹(Tim Linderking)을 예멘 특사로 임명하는 한편, 예멘에서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멘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채널을 재가동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에 2억 3,500만 달러 지원 계획을 내놓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친이스라엘 정책에서 벗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균형을 회복하려 시도하고 있다.

2. 트럼프 행정부와의 연속성

1) 우선주의(Firstism)의 계승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계승한 연속성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우선주의’(Firstism)의 계승을 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걸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중산층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기간 중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3대 대외정책 기조를 밝혔는데,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과거 민주당 정권이 국내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무역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반성한다며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과 일자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방침을 수 차례 천명하였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내 일자리의 질과 양을 향상시키고, 중산층의 성장에 기여하며,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한 방향의 무역정책을 펼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2) 자국중심주의

자국중심주의 외교행태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계승하였다. 그 예로 오바마 행정부의 중단시켰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되살린 캐나다와 미국의 Keystone XL 파이프라인 사업을 들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사업을 다시 중단시켰다. 그런데 상대국인 캐나다와 사전 상의 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 미국내에서도 일방적 외교행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또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 정부가 자국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러시아와 추진 중인 NordStreame Ⅱ 파이프라인 사업에 대해 일방적으로 중단을 강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인데, 미국 내에서는 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산 천연가스보다 값이 비싼 미국산 천연가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 선택적 계승과 차별화 : ‘탈중입중’(脫中入中) 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선별적으로 계승하는 영역도 있는데, 그것은 중남미, 중동, 아시아 지역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은 중국에 강력한 압박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중남미와 중동지역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외교·안보 역량을 분산시켰다. 반면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남미와 중동에서는 발을 빼는 대신 중국 문제에는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선택적으로 계승하는 ‘탈중입중’(脫中入中) 정책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1) ‘탈중’(脫中) 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중남미 지역 개입정책의 대표 사례로 베네수엘라 정책을 들 수 있다. 당시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친미성향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으로 교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압력을 가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공세적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제재를 유지하고 미국 내에 거주 중인 베네수엘라인들에 대한 임시 보호조치를 명하는 등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임기 초반이라 판단하기 이를 수는 있으나 앞으로도 베네수엘라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개입 축소 정책으로는 최근 발표된 아프가니스탄 주둔미군 철군 방침을 들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주둔 미군 철군시한을 올해 9월 11일로 확정하고 유엔이 주도하는 평화 회의 개최를 제시하는 등 종전을 위한 근본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였다. 아프가니스탄 주둔미군 철군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내려진 것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아프가니스탄 내부가 혼란한 상황에서 대안 없이 미군의 철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은 터라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오히려 철군 시한을 확정지으며 유엔에 뒷일을 떠넘기고 빠져나오기로 결정하였다. 예멘내전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예멘내전을 끝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미국의 예멘개입을 줄이며 유엔에게 평화협상의 책임을 지우려는 속셈이 더 크다.

2) ‘입중’(脫中入中) 정책

이처럼 중동과 중남미에 대한 개입은 축소하는 반면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시기보다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안보 역량을 중국과 중국 관련 사안에 집중하며 경쟁과 협력을 입체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케리 기후특사의 방중에서 보듯이 기후변화 관련 소통과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양국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고 이란핵합의 협상 재개를 위해 중국과 협력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주요 안보·국익 관련 사안에서는 쿼드와 같은 반중연대를 구축하고 대만과 협력의 폭을 넓히는 등의 전략을 통해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Ⅱ.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도전과제 : 4대 모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0일 동안 큰 틀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려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대외정책 구상이 실현하는 데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도전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하고 추구하는 대외정책은 네 가지 모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모순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보편 가치관과 미국 가치관 사이의 모순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 외교를 표방한다. 가치 외교의 한 축은 기후변화, 감염병과 보건, 인구문제, 군축과 (핵)군비통제 등 인류 보편공통의 문제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이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에는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가치 외교의 또 다른 축인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는 미국 중심의 가치관이며,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대립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케리 기후특사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의 조율에 실패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미국이 동시에 추구하려는 두 대외정책 가치관 사이의 모순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두 번째는 국제주의와 고립주의 사이의 모순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에 다시 관여하겠다며 미국의 국제무대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역할 회복을 대외정책 목표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현재까지 보여준 바이든 행정부는 정작 리더의 역할과 영향이 필요한 곳에는 관여를 줄이고 있다. 단지 미국의 이익에 맞는 곳에 선별적으로 관여하고 있을 뿐이다. 무역정책에서는 오히려 트럼프의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대외정책과 대내정책의 경계가 사라졌다며 미국 중산층의 일자리와 가계의 안정성을 앞장세운 보호무역주의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리더의 역할을 할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리더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울 뿐이다.

세 번째 모순은 미국의 동맹국들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 사이의 모순이다. 동맹 중시 정책의 요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벗어나 동맹국들의 입장과 이해를 존중하고 타협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앞선 독일과 캐나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들의 정책방향과 동맹국의 이익이 배치될 때에는 주저없이 일방적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경쟁적 연대정책이 구체화될수록 동맹국들의 국익과 미국의 국익 사이에 모순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주의를 선택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 시기 못지않은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추구하는 포괄적 연대, 선택적 연대도 함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마지막 모순은 미국 사회의 모순이다. 앞선 세 모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비롯된 모순이라면 마지막 모순의 뿌리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의 모순이다. 지난 수년간 국제사회는 미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의 내부에서 비롯된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해왔다. 정치 지도자들은 혐오를 부추겨왔고 관용과 타협의 공간은 사라졌다. 코로나19가 미국의 일상을 위협한 보건병리 현상이라면 혐오와 차별은 미국의 일상을 위협하는 사회병리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차이라면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은 개발되었으나 혐오와 차별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확산 중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회병리 현상에 크게 기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 보여주고 있으며 공화당은 그런 그와 단호히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과거 경험이 되풀이된다면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의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트럼프식 정치는 여전히 미국사회를 뒤흔들 것이다. 이 경우 민주주의의 위기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펼치겠다고 하는 가치외교는 결국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말 것이다. 

Ⅲ. 바이든 행정부 백일의 시사점

지난 100일동안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의 외교행태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미국우선주의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체계적이고 더 포괄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치와 명분으로 포장된 바이든 의 우선주의는 노골적이고 거칠었던 트럼프의 우선주의보다 더 어려운 외교·안보 정책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트럼프의 우선주의는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실패하였다. 따라서 트럼프의 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공조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협력만을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으로 비춰졌다. 바이든의 미국은 포괄적이며 보편적 가치를 매개로 국제사회의 최대공약수 연대를 구축하고, 그 안의 세부 영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취하려 할 것이다.        

둘째, 미중 관계의 성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미중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 사이의 경쟁과 협력은 입체적이고 동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의 국제정세를 경쟁과 협력을 동전의 양면에 빗대는 것은 정확한 비유가 아니다. 동전의 양면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 지금 국가들 사이의 경쟁과 협력은 한 공간, 한 영역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미중 사이의 반도체를 둘러싼 동학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중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분야 중 하나로 꼽는 반도체 분야에서 두 나라의 반도체 업계가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정기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들이 논의하기로 한 관심사에는 수출제한 문제, 공급망 안정성 문제, 보안 문제 등이 포함되었다. 미국 정계와 정책 써클에서 반도체 산업의 디커플링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현장에서는 협력과 소통의 체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선택론이다. 주변 강대국들은 우리에게 디커플링의 위기와 신냉전의 공포를 들이밀며 선택을 강요하고 우리 외교정책의 자율성을 제한하려 들 것이다. 디커플링과 신냉전은 현재 국제정세의 한 단면을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과장한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택론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한 공간, 한 영역에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이뤄낼 입체적 외교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김영준(youngjoonkim@gnu.ac.kr)은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한반도 외교안보문제를 연구하였다. 현재는 국립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국제정치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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