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남한에 뒤처지는 경제·군사력을 극복하기 위해 비대칭무기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등을 개발해왔다. 비대칭무기란 적대 국가 중 한쪽만 보유함으로써 정상적인 상황에선 극복할 수 없는 무력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무기이다.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무기는 핵·미사일이며, 핵심기술은 러시아(구 소련)에서 도입했다. 그중 비교적 기술 성숙도가 높은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은 발사 플랫폼이 차륜형 이동식 발사대, 철도, 잠수함, 저수지 바지선, 고정식 반지하 사일로 등으로 다양하고, 공격 시 하강 단계에서 다시 상승하는 변칙적 궤도로 비행해 탐지 및 요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보다 훨씬 더 요격하기 어려운 무기가 이번에는 '해일'이란 이름을 가진 '핵 무인 수중 공격정'으로 개발되고 있다. 말이 잠수정이지 실상은 수중 어디서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공포의 핵어뢰다.

북한은 지난 3월 24일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맞춰 '핵 무인 수중 공격정 수중 폭발시험 성공'을 전격 발표했다. 마치 2019년 러시아의 포세이돈 시험발사 성공 발표의 데자뷔 같았다. 당시 러시아는 "포세이돈은 길이 24m, 유효사거리 1만㎞이며, 탑재된 핵탄두의 직경과 길이는 각각 1.5m, 4m인 핵어뢰로 폭발 시 500m 이상의 쓰나미를 일으켜 반경 1500㎞까지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 항모전단을 물론, 수천㎞ 떨어진 전략 핵무기 전략 핵잠수함(SSBN) 기지를 공격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해일'의 사명(mission)은 작전 수역에서 수중 폭발로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소멸하는 것이며, 발사 플랫폼은 해안·항구 또는 수상 선박 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핵 추진 어뢰라는 것만 제외하면 앞서 말한 포세이돈 운용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

2019년 러시아의 포세이돈 시험발사 성공에 대해 미국 국립 공공정책연구소(NIPP) 소속 마크 슈나이더 연구원은 "핵 동력추진 수중 드론은 푸틴 정권이 추진하는 가장 무책임한 핵무기 계획이며 대규모 살상과 방사능 오염을 초래해 전쟁법에도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두려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런 위협적인 무기에 대해 우리 합참은 "북한이 공개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의 성능이 과장됐으며, 초보 단계이기 때문에 위협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 마치 2015년 5월 북한이 SLBM 초기 시험 발사시험을 했을 때 우리 합참은 실전배치까지 최소 4~5년 걸린다고 평가절하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개발에 성공했던 때와 비슷해 보인다. 러시아가 시험발사 성공 3년 만에 포세이돈을 실전 배치했고, 북한이 이를 본떠 성공단계에 이르렀는데 위협적이지 않다는 말은 매우 안일해 보인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능력에 우리의 대응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먼저 북한 핵어뢰는 한·미를 동시에 겨냥한 무기이므로 한·미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 대응하는 동시에 우리 독자적인 대응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미 정찰자산에 의한 발사 플랫폼 조기식별과 발사 전 사전봉쇄체계구축, 최종목표지점 및 예상 이동경로(Choke Point) 근처의 수중음향탐지체계 강화, 향후 실전배치 완료에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수정 등이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초기 단계라 하여 북한 '해일'의 능력을 폄훼하지 말고 러시아 '포세이돈' 급으로 간주하고 대응함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