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차밀, 2023년 3월 20일>

지난 3월 14일에 흑해 공역에서 정례적 ISR 활동을 하던 나토 소속 미군 MQ-9형 리퍼 무인기가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 소속 Su-27 전투기와 충돌하여 흑해 공해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친공 이후 미국과 러시아 간 최초 물리적 군사 충돌이었고, Su-27형 유인 전투기와 MQ-9형 리퍼 무인기 간 처음으로 충돌한 사건이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지난 3월 14일에 러시아 Su-27형 전투기 2대가 약 30∼40분 간 미군 MQ-9형 러퍼 무인기의 ISR 비행에 지장을 주기 위해 기름을 MQ-9형 러퍼 무인기 전후방에 뿌리는 등의 항공비행 안전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고(unsafe), 안전거리를 유지한 않는 비전문적(unprofessional)인 행위를 무모하게(reckless) 전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Su-27형 전투기 날개와 MQ-9형 러퍼 무인기 프로펠러가 접촉(clip)하여 MQ-9형 리퍼 무인기 추락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MQ-9형 리퍼 무인기 추락 원인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하였다. 우선 미 국가안보회의, 국무부, 국방부 나토 유럽사령부는 기자 보도자료를 통해 3월 14일 오전 7시경에 흑해 공역에서 나토 MQ-9형 리퍼 무인기의 정상적 비행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건전하지 않고(unsound), 비전문적 비행 방해(disrupt) 행위를 한 Su-27형 전투기 조종사의 무모함으로 러시아 전투기와 MQ-9형 러퍼 무인기 후방 프로펠러와 접촉되어 흑해 공해에 추락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미 국방부와 나토 유럽사령부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그동안 MQ-9형 리퍼 무인기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위해 선포한 전시 공중작전 공역(zone of special military operation)에 진입한 것이 수차례였다며, 당시 러시아 Su-27형 전투기가 정상적인 요격(intercept) 작전을 수행하자 MQ-9형 리퍼 무인기가 급격한 기동(sharp maneuvering)을 하면서 고도 유지(uncontrol)를 못하며 갑자기 흑해 공해상으로 추락하였고 요격 임무를 수행한 Su-27형 전투기는 이상없이 기지로 복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미군 MQ-9형 리퍼 무인기의 흑해 공해상 추락 사건은 제3국 중국에게 과거 미국과의 공중 조우 사건 처리에 대한 서운함과 회한을 되갚는 계기가 되었다. 

2001년 4월 1일 남중국해 공역에서 ISR 작전을 수행하던 미 해군 EP-3형 정찰기와 EP-3형 정찰기를 요격하던 중국 해군 J-8형 전투기가 공중 충돌하여 EP-3 정찰기가 중국 하이난성 해군기지에 긴급 불시착하였다. 당시 미국은 EP-3형 정찰기의 중국 영공 침입에 대한 ‘사과 편지(a letter of apology)’를 약속으로 승조원과 EP-3형 정찰기 동체를 반환받았으나, 이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애매모호한 ‘언어(very sorry)’로 된 사과문을 접수해 미국과 외교적 합의에 대한 불신을 갖었다. 

또한, 지난 2월 4일 미 공군 F-22형 스텔스 전투기가 미 본토 영공에 진입한 중국 정찰 풍선을 ‘스파이(spy)’ 행위로 정의하고, 사우스 캘리포니아 연안 영공에서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하였으며,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동원되어 격추된 정찰 풍선을 수거하였다. 

지난 2월 3일 오전까지 중국은 사과성 발표와 함께 외교적 타결을 희망하였으나, 2월 4일 미국이 격추한 이후부터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과도한 대응을 비난하는 강경입장으로 선회하였으며, 2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 의회 유니언 연설에서 중국 정찰 풍선 격추를 미국 주권 보호로 규정하면서 강력 대응을 강조하여 국내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기회로 활용하자 중국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들은 2001년 4월 1일 미 해군 EP-3형 정찰기 조우사건과 지난 2월 4일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에서 미국에 대한 회한과 서운함을 포함시킨 기사들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첫째, 감정적 용어 사용이다. 지난 3월 15일 『環球時報(Global Times)』는 이번 MQ-9형 리퍼 무인기 활동을 지난 2월 4일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에 적용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기사를 보도하였다. 예를 들면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을 스파이 풍선(spy baloon)으로 지목한 것과 같이 MQ-9형 리퍼 무인기를 ‘스파이 드론(spy drone)’으로 기술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 3월 14일 해외매체들은 MQ-9형 리퍼 무인를 정찰작전(reconnaissance activities)라고 표현한 기사와 다른 용어로서 중국 매체들은 MQ-9형 리퍼 무인기를 스파이 드론으로 기술하면서, 2월 4일시 중국 정찰 풍선은 ‘민간 기구(civil airship)’로 기술하였다. 

둘째, 조우 상황과 책임소재 평가이다. 중국은 ① 이번 흑해 공역에서의 공중 조우사건이 평시도 아니고, 전시도 아닌, 애매모한 회색지대 상황에서 발생하여 책임소재가 애매하다며, ② 사고 지역이 러시아 크림반도로부터 약 75마일 떨어진 공역으로 MQ-9형 리퍼 무인기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공해 상공 공역에서의 상공비행의 자유 권리를 행사한 합법적 비행을 하였고 ③ MQ-9형 리퍼 무인기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위해 선포한 전시 공중작전 공역에 진입하며 러시아 국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잘못되었으며, ④ 러시아 Su-27형 전투기가 MQ-9형 리퍼 무인기의 상공비행 자유 권리를 저지한 것은 국제법을 잘못 이해한 과도한 대응이었다며 ‘쌍방과실’로 평가하였다. 즉 지난 2월 4일 미국이 격추한 중국 정찰 풍선은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이 과도한 대응을 하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의도였다.

셋째, 비무장 MQ-9형 리퍼 무인기의 ISR에 대해 러시아 Su-27형 전투기 조종사가 모무한 대응을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중국 매체들은 러시아 공군이 전자전 장비와 체계를 활용하여 MQ-9형 리퍼 무인기의 ISR을 교란시킬 수 있었으나, Su-27형 조종사가 무모한 근접비행을 하여 물리적 조우 사고가 난 것으로 평가한 기사를 보도하였다. 하지만 중국 공군과 해군 조종사들은 사전 비행 안전성 교육을 받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그럴 상황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 조종사들이 러시아 조종사보다 우수하다고 은근히 자랑하였다. 

넷째, 미국의 과도한 ISR 활동이 공중 조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지난 3월 15일 『環球時報』는 미국이 아프칸,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 정치적으로 민간한 국가의 공역에서 마구잡이식 ISR 활동을 자행한다며, 해당 국가가 MQ-9형 리퍼 무인기를 대공 미사일로 격추시키는 사례들이 다수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중국은 지난 3월 14일 미 『디펜스 포스트(Defense Post)』가 미 국방부 대변인 패트 라이더 공군준장이 “그동안 미 공군 MQ-9형 리퍼 무인기가 중동, 아프칸과 아프리카 등에서의 대테러작전에 투입되었으며 2019년 예만 후디스 반군과 2022년 리바아 반군에 의해 격추되었다”고 언급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미국이 세계의 민감한 공역에서 ISR을 너무 많이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중국 베이징 소재 『남중국해 전략 상황 검증 연구소(South China Sea Strategic Situation Probing Initiative)』는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 MQ-4C형 트리톤(Triton)을 해상 ISR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해양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이 세계 민감한 공역에서 무인기를 투입하여 마구잡이식 ISR 작전을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안보우려와 공포이자, 세계 안보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섯째, 이번 사건을 대하는 미국이 태도가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하였다. 지난 3월 16일 『環球時報』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대화 조정관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세계 어느 공역이든 지속적 ISR작전을 지속할 것이다”라고 기자 질문에 답을 한 것을 인용하면서 미국은 이번 MQ-9형 리퍼 무인기 추락에 따른 미군의 체면손상(humiliation)을 상쇄하기 위해 ISR 작전을 자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특히 중국 매체들은 미국이 MQ-9형 리퍼와 MQ-4C형 트리톤 무인기를 통해 수집한 비밀 정보(secret information) 수준이 매우 낮다며, 특히 남중국해에 대한 ISR 작전을 중단해야 한다며, ISR 작전을 통해 군사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주장하였다. 

여섯째, MQ-9형 리퍼 무인기 반환이다. 지난 2월 4일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영해에서 추락한 중국 정찰 풍선 잔해를 수거하여 연방수사국(FBI)에 인계하였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중국의 잔해 반환 요청을 거절하였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MQ-9형 리퍼 무인기 수거에 있어 러시아가 미국보다 먼저 수거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유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풀에 흑해 함대 사령부를 두고 있어 수거에 유리한 반면, 미국은 1936년에 “흑해와 해안을 접하지 않은 국가는 자국 군함의 흑해 진입을 위해서는 15일 이전에 투르키에 정부에 통보하고 흑해 체류 기간을 21일 이내로 한정한다”는 몽트퇴 협약에 따라 수거작전을 수행할 함정을 흑해에 진입하는데 장기간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만일 러시아가 먼저 수거하는 경우, 미국이 반환을 요청할 것이며, 이에 미러 간 논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지난 3월 14일 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예비역 미 공군 장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MQ-9형 리퍼가 2019년과 2022년에 수차례 추락되어 러시아가 이미 MQ-9형 리퍼에 대한 상세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수거로 러시아가 특별하게 획득할 첨단 장비와 정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러시아의 수거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였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2월 4일에 수거한 중국 정찰 풍선을 되돌려 주지 않는 이유를 FBI가 수거 잔해에서 스파이용이라는 증거를 아직까지 식별하지 못한 것이라며, 당시 미국의 과도한 대응을 비난하였다. 이러한 중국 군사 전문가의 논평은 만일 러시아가 MQ-9형 리퍼 무인기를 먼저 수거하면, 아마도 미국이 지난 2월 4일 중국이 경험한 것과 같은 유사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을 꼬집는 것이었다. 

일곱째, 우발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위기 관리 및 통제 메카니즘(crisis management and control mechanism) 구축을 제안하였다. 우선 지난 3월 16일 『環球時報』는 3월 15일에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간 외교적 해결 방안과 향후 공역에서의 상호 충돌을 방지에 대한 전화통화가 있었다면서 MQ-9형 리퍼 무인기 추락 사건으로 미러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미국은 이번 MQ-9형 리퍼 무인기와 러시아 Su-27형 전투기 간 조우사건이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으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러시아는 MQ-9형 리퍼 무인기 추락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부추키는 미국 국내 여론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여 잔해수거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이번에 위기 관리 및 통제 메카니즘을 구축하여 과거 쿠바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되는 신냉전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약 15㎞ 고도에서 순항 시속 313㎞로 약 1,900㎞를 약 14시간 동안 ISR 작전을 하는 MQ-9형 리퍼 무인기와 이보다 더 크고 약 19㎞ 고도에서 마하2 속력으로 120〬 코부라 공중기동이 가능하고 중무장한 Su-27형 전투기 간 공중전(dogfighting)은 불가능하다며, 이들 간 전술적 교전규칙을 정할 수도 없고, 안전거리를 규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각국이 해당 기종 조종사 또는 통제사에게 요격 임무에서 안정을 먼저 고려하고 국제통신망을 이용하여 상호 오해(miscalculation)를 방지하도록 하는 방안외는 별도 충돌 방지 메카니즘이 구축될 수 없다고 전망하였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이번 MQ-9형 리퍼 무인기 추락을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3월 달(月)이 미국이 이라크 대테러전쟁을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달이라며, 미군의 ISR 작전이 자제되어야 한다고 몰아 부치는 속폴이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