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의 차밀, 2022년 5월 16일>

미국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하여 과거 구소련 위성국가의 군사력을 러시아 무기체계를 서구식 무기체계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목표가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라는데 이견이 없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1) 미군의 직접 파병은 없고, 2) 유럽전쟁으로의 확전을 방지하며, 3) 필요시 군사지원을 한다는 3원칙을 제시하였다. 

이에 러시아는 이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대리전(proxy war)’이라고 비난하였고, 서구는 미국이 직접 개입없이 무기만 제공하는 ‘간접 전쟁(indirect war)’을 하고 있다며 방관자(sideliner)라고 비난하였다. 

하지만 지난 5월 6일 『뉴욕타임스(NYT)』 국제판은 이제 미국의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군에 대한 군사정보 제공 수준에 추가하여, 나토식 표준화(NATO Standard)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러시아 위협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지 않도록 반작용적(reactive)이 아닌, 선제적(preactive)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도하였다. 

특히 지난 5월 9일 『NYT』 국제판에서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 컬럼니스트는 “이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 전쟁 수준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정할 시기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위협에 공동대응할 수 있도록 나토식 표준화 무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력과 능력에 있어 전혀 게임이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이유가 있다면, 나토의 회원국 가입 개방정책,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신청, 러시아의 주변 영향력 쇠퇴 우려, 우크라이나 내 2개 인민자치구의 독립 선언에 대한 러시아의 평화유지작전 투입 등을 들 수 있었으며, 실제 상대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도발은 없었다. 

이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war)’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특수군사작전(spacial military operation)’을 사용한 이유였으며, 친러시아 성향 국가들이 전쟁으로 표기하지 않고 ‘분쟁(conflict)’ 용어를 사용하였던 주된 이유였다. 

이런 가운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현행작전용 무기와 장비를 나토식 표준화 무기체계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군 러시아산 무기와 장비 소진이었다. 지난 5월 6일 『NYT』 국제판은 우크라이나군의 구형 무기와 장비들이 탄약과 수리 부속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 유럽연합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과거 아프간 전쟁에서 아프간군의 러시아 무기와 장비에 탄약과 부품을 공급하던 중소형 기업들과 임시계약을 통해 공급하고 있으나, 이로는 역부족이라고 보도하였다. 

주요 대상은 Antonov사 AN 계열 수송기, Mi 계열 헬기, BM-21형 Grad 다연장 로켓 등이었다. 또한, 지난 3월 6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전략 공중수송 국제대응 프로그램(NATO’s Strategic Air Lift International Solution(SALIS) programme)』과 계약하여 제공하던 세계 유일하게 있던 우크라이나 An-225형 미리야(Mriya) 초대형 수송기를 파괴시켰다. 

비록 설계는 러시아가 했지만 Antonov사가 생산하였고 Motor Sich사의 D-18T 6개를 탑재한 An-225형 미리야 초대형 수송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 640톤을 탑재하며, 날개 크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으며, 나토 SALIS와 계약에 의해 세계 격오지에 일시에 대량의 군수물자를 이송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둘째,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의 무력화였다. 지난 3월 9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JDW)』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을 거의 초토화시켰다고 보도하였다. 

예를 들면 AN 계열 항공기 엔진 생산과 수리, 중무기 및 고폭탄 생산을 담당하던 우크라이나 국영 UkrOboronProm, 각종 항공기와 전차 등의 엔진 보수, 수리와 정기정비(MRO)와 업그레이드(upgrade)를 담당하는 Motor Sich사, 그외 각종 러시아식 무기를 개보수하던 Kontop-based Aviakon, AvtoKraz, KharKiv Morozov Machine Building Design Bureau사들이 영업을 중지한 사례였다. 

또한, 2017년 11월 우크라이나 KharKiv State Aircraft Manufacturing Company가 미국 Oriole Capital Group으로부터 약 1억5천만 불의 투자금을 받아 AN-124형과 Be-12형 수송기, MiG-29형과 Su-24형 전투기, Mi-17형 헬기의 MRO를 수주하였으나, 홈페이지 서비스 내용 자체가 삭제되었다.  

실제 1998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2007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의 투자금을 받아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의 민영화와 첨단화를 추진하였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이후 유럽 주요 방위산업과의 협업으로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을 ‘탈러시아(de-Russify)’시키기 위한 장기 계획을 추진하였다. 예를 들면, 영국 Babcock, 프랑스 Thales, 유럽연합의 MBDA, 네덜란드 Royal Haskoning DHV 등과의 방위산업 협력이었다.

하지만 개전 이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에 대한 사이버 해킹을 통해 우크라이나 독자적 지적 재산권을 불법으로 홈쳐가고 전쟁 중에는 일부 우크라이나 내 유수 방위산업 전문인력을 러시아로 이주시키는 등을 취하여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을 무력화시켰으며, 전쟁 중에는 동부에 집중된 이들 생산 시설을 모두 파괴시켰다.

셋째, 작전 양상 변화이다. 초기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은 주요 도로에서의 전차-대-대전차 대결, 산발적 저격전 위주의 속전속결전이었으나, 점차 우크라이나 동부와 서남부를 연결하는 돈바스 중심의 전선에서 화력전과 진지전 위주의 장기전(prolonged war)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6일 『NYT』 국제판은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러시아군의 군사정보 제공과 탄약과 부품공급 등 소극적 역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나토식 표준화 무기체계를 갖도록 지원하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향후 장기전 대비가 가능하다고 보도하였다. 

최근 미국, 나토, 유럽연합과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파격적이다. 

우선 지난 2월 27일 유럽연합은 유럽내 분쟁 국가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타부(taboo)’를 깨고 파격적으로 약 560억 불의 유럽연합 평화 기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의결하였으며 주요 분야는 전차, 곡사포, 다연장 로켓, 박격포, 탄약과 사이버전 대비 등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지난 4월 6일 미 의회는 1941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무기대여법안(Lend-Leas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5월 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서명함으로써 미국은 약 4,660억 불의 군사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지난 5월 8일 미 백악관은 G7이 우크라이나의 전력 열세 극복을 위해 대폭적 지원을 약속하기로 약속하였다는 공동성명문을 발표하면서, 전후 우크라이나의 『안보 메카니즘』 구축을 위해 유엔, 국제금융기구, 글로벌 구호기구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경제 재건과 나토식 표준화 무기체계 정착을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미국, 나토와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금액 규모는 러시아 공식 국방비의 2/3 수준으로서, 그 범위도 초기 미국의 FGM-148 재블린과 영국의 NLAM(next-generation light anti-tank missile) 대전차 미사일, 스팅거 대공 미사일 등에서 전차, 전투차량, 곡사포, 박격포와 전술 통신장비, 헬멧, 병사 개인장구, 의약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 나토와 유럽연합 등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식 표준화 무기 제공은 일부 유럽 내 방위산업들이 활기를 되찾도록 하는 효과를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 5월 10일 『NYT』 국제판은 그동안 독일군 ‘소요’에만 의존하던 독일 방위산업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나토로부터 각종 무기와 군수장비 주문이 증가하자, 전면적 생산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Rheinmetail, Rohde & Schwarz, Krauss-Maffei Wegmann, Heckler & Koch, Diehl Defense 등이 생산하는 BOXER형 전투차량(IFV), Gepard 35㎜ 대공방어 자주포 차량, AeroVironment Switchblade 자살용 무인기와 전술 통신기 등이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나토식 표준화 무기체계를 그대로 받아 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지난 3월 9일 영국 『JDW』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 내 유수의 방위산업과 협업을 통해 탈러시아(de-russify)를 하고자 하나, 여전히 유럽연합 방위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을 위한 라이센스 허용에 있어 소극적이며, 심지어 러시아로의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 Lozovsky Forging and Mechnical 조립공장이 생산하는 Practika 군사안보차량(ASV), Kozak 보병이송차량(APC), Varta 4X4 IFV를 나토식 표준화에 맞추기 위해 이탈리아 Iveco 자동차 개발사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지원하기로 하였으나, 여전히 이루어지 않고 있는 현상이었다. 그러면 당분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식 무기에 의존해야 한다는 가정이 나온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가 미국, 나토, 유럽연합 등이 제공하는 나토식 표준화 무기를 일시에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다. 첫째, 유럽 방위산업의 생산공정이 빠르지 않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소요를 일시에 충족시킬 수 없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 방위산업의 생산 공정은 미국과 아시아 보다 많이 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이다. 2008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독트린』은 경쟁국의 핵무기만이 아닌, 재래식 무기 위협도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지난 5월 6일 『NYT』 국제판은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브 외무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무기 지원이 러시아가 설정한 핵무기 사용 레드라인을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였다. 

셋째,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핵심부품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An 계열 수송기는 Antonov사가 생산하지만 설계는 러시아가 하였으며, An 계열 수송기에 탑재되는 Motor Sich사 엔진의 헥심부품은 러시아로부터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미 공군 C-130과 C-17 수송기들이 대거 유입되어 An 계열 수송기를 대체하기 이전까지는 러시아 핵심부품에 의존해야 한다는 가정으로서 향후 미국, 나토와 유럽연합이 제공한 나토식 표준화 무기들이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고 있는 러시아식 무기와의 혼합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초기 미국과 영국 등이 지원한 일부 무기와 러시아군 무기 간 대결 양상에서 점차 미국, 나토와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나토식 표준화 무기체계와 러시아 무기체계 간 성능 대결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나토,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에 나토식 표준화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선제 조건일 것이나, 향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안보 메카니즘』을 제공하기 이전까지는 여러 기술적이며, 구조적 문제들이 상존할 것으로 전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