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차밀, 2020년 11월 30일>

지난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당선인으로 확정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들이 축하 서한을 보내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중국, 이란과 북한만은 매우 신중해 하면서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였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25일에 중국 시진핑 주석이 늦은 축하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냈다. 왜 이리 늦었을까?

중국 전문가들은 늦은 이유를 첫째, 민주당 바이든 후보 당선에 대한 중국 국내 반응을 살폈으며, 둘째, 11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가 보도된 이후 이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관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인정을 기다렸고, 셋째, 4년 담임(單任)에 머물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신임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중국에 대한 추가 강경책을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였으며, 넷째,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 막가파식 대만 카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였고, 다섯째,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로운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 강구 등을 들었다.

우선 지난 4년간 주로 강성 행동과 언행(coercive narratives)으로 중국을 집중적으로 괴롭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은 중국 인민에게 애국주의에 집중하게 하였으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역사적 사실, 인권 강조,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장점 부각, 세계 문제에 대한 다자간 접근 등을 주장하자 이는 중국 지도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대두되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중국 내 진보 성향 인사와 홍콩 민주화 인사 그리고 대만 국민의 반응을 살피면서,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반발한 중국 인민의 애국주의, ‘대만 카드(Taiwan Card)’ 활용에 따른 중국군 현대화 필요성, 중국식 정치 및 경제 체계의 홍콩과 신장 자치구에 접목 등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망되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29일 폐막한 19기 5차 중전회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5년까지의 중국 경제의 자주성, 서구에 의존하던 부품공급 방식 개선 및 중국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인공지능(AI) 등 첨단 군사 과학기술을 통한 중국군의 정예화 추진 계획을 공식화하였는바, 중국 내부와 홍콩과 대만으로부터의 혼란은 부담이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이 와중에 바이든 후보가 당선인 자격을 갖게 되고 차기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역사적 진실성,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인권 강조, 민주주의 국가 단합, 첨단 과학기술 우위 등의 소프트 파위(soft power)를 강조하자, 이에 따라 중국 국내와 홍콩과 대만으로부터 시진핑 주석의 정책과 전략에 역행하는 흐름이 제기될 가능성을 살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대부분 중국 인민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식 정치경제 제도에 반하는 ‘서구식 제도와 체제’ 우수성을 바탕으로 대(對)중국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자, 중국 인민들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2049년 중국의 위대한 부활에 다시 몰입하면서, 서구식 제도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별로 다름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홍콩과 대만에서도 큰 반향이 없자,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결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11일 『China Daily』는 11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유엔인권위원회 회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미국 내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가혹한 행위를 들어 미국은 아직도 인권을 거론할 ‘자격이 없는(not godfather of human rights) 국가’라면서, 미국이 진정한 인권을 우려한다면 탈퇴한 세계보건기구(WHO)부터 다시 가입하라고 비난하였다.

다음으로 바이든 후보의 당선인 확정이었다. 2016년 대선 시에 중국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 급히 대안을 마련하는 실수를 하였는바, 이번은 신중하였다.

이에 지난 11월 23일 미 연방총무청(GSA)이 바이든 후보의 당선인 자격을 인정하였고,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인수위원회에 대한 예산과 인력 지원이 집행되면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국가정보 보고 등의 정권 인수절차가 진행되자,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이번 선거에서 내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선호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행정부의 성향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중국과 대만에 대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실제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압박을 위한 대만 카드 사용은 ‘거침’이 없었다. 이는 3회에 걸친 대만에 첨단 무인기 판매 결정, 지난 11월 28일까지 4회에 걸친 미 해군 수상함의 대만해협 통과통항 실시 그리고 미국 보건부 장관의 대만 방문과 차이잉원 총통과의 면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1월 4일 영국 『제인국방주간(JDW)』은 대만이 지난 수십년 간 성사시키지 못했던 총 8척의 2,500톤 ‘대만 독자형 잠수함’ 계획 1번함 건조를 까오슝(高雄) 조선소에서 시작하였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미 방산업체의 기본설계와 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하면서 대만의 잠수함 건조를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카드 위력을 보인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이에 중국은 11월 3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 선거 갈등이 중국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하였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취한 대만에 대한 조치들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여 남은 재임 기간 동안 극단적 대만 카드를 사용할 국면만은 피하고자 조심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단교까지도 불사하겠다면서, 대만과 다시 국교를 복원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대만의 독자적 국가 역할 수행에 외교적이며 군사적 동력을 실어 주어 중국의 우려를 가중시켰다. 아마도 시진핑 주석은 차기 새로운 행정부를 앞두고 이러한 상황이 오면, 이는 중국 공산당 집권은 물론 본인의 3차 주석 연임까지 치명적인 손상을 줄 것으로 평가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은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공화당보다 대만 지원에 있어 소극적이었던 현상을 우려하면서, 담임에 머물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본인이 구축한 대만과의 관계증진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퇴임 이전에 대만에 대해 파격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을 것이다.

실제 이는 11월 3일 대선 이후 현실로 나타났다. 11월 22일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정보참모부장(J-2) 마이클 스튜데만(Rear Admiral Michael Studeman) 해군소장의 비공개 대만 방문이 실시되었으며, 12월엔 미국 환경부 엔드류 윌러 장관의 대만 방문이 예정되었다. 이제 미국 장관급(cabinet-level) 각료들의 대만 방문은 일상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1월 24일 『China Daily』는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J-2의 대만 극비방문은 미중 간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겁박(disservice)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도, 향후 중국은 미국과 같은 실수(misstep)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반응을 보였으며,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정책에 대해 더 조심하고 있는 간접적 징후라고 평가하였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다국적 안보 및 경제협력을 통해 압박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였다. 지난 11월 3일 대선 하루 뒤인 11월 4일 미국의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 탈퇴가 정식으로 발효되었으며, 11월 22일 미국의 『항공자유화 조약(OST: Open Skies Treaty)』 탈퇴가 공식화되어 워싱턴 정가와 나토 동맹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요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 11월 22일 미 『Global Security 연구소』는 2002년 1월 1일에 항공 자유화 조약이 국제법으로 정식 발효된 이후 15년 간 미국이 196회를 러시아는 71회를 기록해 미국이 우세한 입장에 서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나토에 배치된 미국의 비무장 정찰기의 국경지대 인접국 조지아(Georgia) 국가 상공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 영공 통과를 거부한 사례를 이유로 탈퇴를 결정하였다면서 이번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는 지난 11월 4일 파리기후협정에서 정식 탈퇴한 것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 기간에 발생된 2번째 사례였다며, 향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다자주의 선호 정책 추진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망하였다.

실제 미국의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8일 이란핵협상(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탈퇴, 2019년 8월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에 이은 3번째 다자주의 국제안보 규범의 탈퇴로서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특히 미국의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에 대해 민주당 의원과 진보 성향의 안보 전문가들은 재래식 항공 군비통제를 위한 유일한 국제규범인 항공 자유화 조약을 지엽적 위반사항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나토 동맹국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향후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를 하였다고 비난하고 있어, 향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대선 시에 바이든 후보는 파리협정과 항공 자유화 조약에 다시 가입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 점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남긴 미국의 다자주의 조약 탈퇴를 미국에 대한 공격 핑계로 삼아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감소시키고자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 23일 중국 관영 『Global Times』는 미국의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가 마지막으로 존재하던 공중에서의 신뢰구축 규범을 무효화시켰다면서, 미국이 타국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패권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선언하였지만, 이번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를 통해 중국은 미국이 재래식 무기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지엽적 거부를 빙자로 군사적 패권을 행사하였다며 비난하였다.

또한 중국은 미국도 러시아의 재래식 비무장 정찰기의 미국 영공 내의 공식적 정찰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번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를 미국이 기존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맹비난하였다.

아울러 지난 11월 23일 『China Daily』는 미국은 세계 34개국으로 구성된 항공 자유화 조약을 그동안 미국의 지원하고 도운 나토 회원국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대표적으로 보인 사례라고 비난하였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항공 자유화 조약 탈퇴로 재래식 항공 관련 군비경쟁이 유발되어 세계안보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여전히 냉전적 시각으로 국제질서와 안보를 다루고 있다며 은근히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행정부가 중국과의 상호호혜 원칙에 따른 협력을 기대하였다.

실제 지난 11월 25일 시진핑 주석은 축하 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향후 국제사회가 희망(expect)하는 공동이익과 양국의 이익(interest) 증진을 위해 건전하고(healthy) 안정적(stable) 미중 관계를 발전시키자”라고 제안하였으며, 지난 11월 27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작정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가 트럼프 대통령 본인 자신의 ‘실수’에 의한 것이며, 시진핑 주석은 결백(evince)하다고 자세를 낮춘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이 대만 카드 등의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기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협상의 여지를 보인 외교적 유연성(flexibility)을 보인 낮은 자세였다고 평가하였다.

이에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후유증을 인수 받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에게 자세를 낮추는 시진핑 주석과는 어떤 형식이든 ‘안정기’를 지향하면서 그동안 안보 훼방자 역할을 한 러시아를 우선 손보고, 나토와의 신뢰를 재건한 이후에 중국에 대한 소프트 파워 위주의 강경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작성자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한국해로연구회 연구위원 및 육군발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예비역 해군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