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차밀, 2020년 6월 8일>

  지난 5월 28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함(DDG-89)이 남중국해 서사군도 우디섬(Woody Island)과 피라밋 암초(Pyramid Rock) 12마일까지 진입하여 『항행의 자유작전(FONOP)』을 실시하였다. 이는 올해 들어 지난 1월 28일 미 해군 연안전투함 몽고메리함(LCS-8), 3월 10일 이지스 구축함 멕갬벨함(DDG-85), 4월 28일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DDG-52), 4월 29일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함(CG-52)에 이은 5번째로서 중국은 이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자, 군사적 도발이라고 항의하였다.

  국제법상 FONOP은 순수한 이동을 위한 항해이며, 영국 해군교리 JWP0-01.1은 평시 국제법 또는 유엔결의안을 지원하는 상징적 해군외교 활동으로 정의하는 비전투적 행위이다. 1994년 11월 16일부로 발효된 인류 최초의 해양국제법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세계 어느 국가든 영해에서 연안국의 평화, 공공질서 및 안전을 저해하지 않으면 무해통항(innocent passage) 권리를, 공해(high seas)에서는 항행의 자유(FON)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번 미 해군 머스틴함의 FONOP는 남중국해 공해에서의 FON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해군 함정이 어떠한 FONOP와 무해통항 권리를 갖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견(異見)이 있다.

  우선 미국은 남중국해 모든 해역을 공해로 간주하며, 이는 2016년 7월 12일 국제상설중재원(PCA) 판결이 증명한다면서, 남중국해의 80%를 주장하는 중국의 역사적 권리 구단선(九段線)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산호초와 암초를 인공섬으로 조성하는 것은 동아시아 해양에서 법에 의한 해양안정과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 해군의 FONOP는 중국의 과도한 주장을 무효화시키는 적법한 행위라며, 향후 지속적(consistent)이며, 주기적(route)으로 실시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권리는 정당한 주권이며, 중국이 UNCLOS에 보장된 무해통항 권리를 위해 국내법으로 제3국 함정이 중국 영해에서 무해통항을 할 경우에 반드시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였는데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 무해통항을 하는 것은 ‘불법(unauthorized)’이라며, 이는 평시 미국이 동아시아 해양통제를 장악하려는 전근대기 제국주의적 사고에 의한 주권침해 행위라고 비난하는 이유이다.

  또한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 주장과 인공섬 조성은 중국만이 아닌, 베트남 등의 기타 당사국들도 이미 한 행위라며 왜 중국만 ‘예외’이고 저지를 받는가 반문하면서, 작년 12월 30일 캄보디아가 UNCLOS에 가입하여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참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아직까지 UNCLOS 비회원국으로 남아 있어 남중국해에 대한 UNCLOS 적용성을 논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까지는 미 해군의 남중국해 FONOP은 주로 UNCLOS 등 법과 규범에 대한 해양질서와 관련된 행위로서 물리적 충돌 양상이 요구되는 분쟁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7년 1월 10일 미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해군의 FONOP은 국제법 논쟁보다, 미·중 간 전략 경쟁 차원으로 악화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 특히 이는 다음과 같은 중국이 평가하는 미 해군 FONOP 수준과 양상에서 일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첫째, 횟수 증가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17년 6회, 2018년 5회, 2019년 9회로서 5월 28일 현재 5회로서 금년엔 아마도 2019년 9회를 넘을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은 미 해군의 FONOP이 단순히 중국의 구단선 등의 역사적 권리를 무효화하기 위한 항의라면 미 해군이 왜 지속적이며, 주기적 도발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보다 미국은 우선 UNCLOS에 가입하고 다음으로 중국이 UNCLOS에서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국내법으로 규정한 사전허가 무해통항 제도를 존중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만난 많은 중국 해양 전문가들은 “미 해군이 한국 정부가 규정한 영해에서의 무해통항 사전허가제를 준수하냐”고 질문하고 있으며, 필자는 “그렇게 한다”고 답변한다.

  둘째, FONOP 실시 시기와 장소이다. 이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에 의해 싱가포르 창이해군기지에 배치된 몽고메리함(LCS-8)은 지난 1월 28일 싱가포르 해군과 남중국해에서 양자간 해상훈련을 실시한 이후에 남중국해 남사군도의 피어리 크로스(Fiery Cross)섬 근해에서 FONOP를 실시하였다. 당시는 중국 춘절 명절 기간(2020년 1월 24일-30일) 으로, 중국은 미국 성탄절과 부활절을 존중해 한국전에서도 군사작전 행위를 자제하였고 주장하면서, 지금 미 해군이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하였다.

  또한 지난 3월 30일 미 해군 루스벨트 핵항모에서의 COVID-19 확산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고 이어 루스벨트 핵항모가 괌에 계류하여 방역과 치료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 해군이 갑자기 4월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루스벨트 항모타격단(CSG)으로 구성되었던 이지스급 배리함과 벙커힐함을 서사군도와 남사군도에 동시에 보내 “연이은 FONOP(back-to-back FONOP)”을 실시하였다. 이에 4월 28일 당일 중국 남부전구사령부 대변인 리화민(李華民) 대교는 “미 해군이 COVID-19로 궁지에 몰리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COVID-19로 무력화된 루즈벨트 항모타격단(CSG) 구성 전력인 이지스급 구축함과 순양함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 보내 FONOP과 통과통항(transit passage)을 연이어 실시하였다며, 이는 그동안 미 해군이 주장한 국제법적 효력을 위한 FONOP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불법적 침입(illegal intrusion)’이었다”고 비난하였다.

  특히 미국의 대만에 중어뢰 판매를 결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TAIPEI 법안에 서명하는 등으로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을 고조하는 기간인 5월 23일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을 대만해협에 대해 통과통항을 실시한 것은 국제해협에서의 통과통항(transit passage) 권리 정당성을 보이기보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하였다.

  셋째, FONOP 실시 주기가 빨라지고 상호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28일과 29일에 이어 불과 1개월만인 5월 28일에 머스틴함이 싱가포르 해군 스테드패스트(RSS Steadfast)와 양자간 해상훈련 이후에 서사군도 우디섬과 피라밋 암초 근해에서 FONOP를 실시한 것이었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미 해군이 주장하는 주기적이며, 정례적인 FONOP 실시의 전초로서 의도된 군사 도발(deliberate provocation)이자 적나라한 제국주의적 항행패권(naked act of navigation hegemony)라고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 COVID-19 팬더믹 상황 하에 강대국 간 이런 용어가 사용될 때가 아니었다.

  특히 지금까지의 대부분 FONOP은 대부분 양국 정부의 기자브리핑과 언론 보도에 의해 공개되었으나, 점차 작전부대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공개내용도 전투상황을 전제로 한 전술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28∼29일 FONOP 시에 중국 남부전구사령부 대변인 리화민(李華民)은 미 해군 7함대사령부 대변인 라헬 몰(Lt. j.g. Rachel Maul) 중위가 발표한 내용을 반박하면서 ‘처음으로(first time)’, ‘적극적(active)’, ‘퇴출(expell)’ 그리고 ‘COVID-19 확산에 따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시현한 행위(show its own fear of losing presence)’ 등의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 발언이었다.

  비록 호주의 아세안 문제 전문가 칼 테이어(Carl Thayer) 박사가 이러한 중국의 반응은 중국어의 영어 해석상의 왜곡(grabled)이자 과장(hyperhole)된 용어 선택에서 기인된 결과라고 저평가하였으나, 5월 28일 『미해군 연구소 뉴스(USNI News)』와 『Global Security』는 “머스틴함 소속부대인 제15구축함전대(DESRON 15)가 서사군도에서 머스틴함의 FONOP 사진 2장을 공개하면서, 이를 자유(free)와 개방(open)을 지향하는 인도-태평양 해양안보를 담당하는 7함대 수상함전대의 기본 임무라고 언급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일환임을 밝히는 등 남중국해에서의 국제법 논쟁이 미중 간 남중국해에서의 대립국면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언젠가는 FONOP 때문에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동안 미 해군은 남중국해 FONOP을 “freedom of navigation program mission” 용어로 사용하면서 가급적 FONOP 용어를 자제하여 왔으며, FONOP 용어는 언론 매체들이 주로 편의 위주로 사용해 왔었다.

  넷째, FONOP 해역이 중국 연안과 인접된 서사군도(Paracel Islands)로 집중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5월 28일까지 실시된 FONOP 21회 중에 미 해군 7함대가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5회를 제외한 16회 중 9회인 56%가 서사군도에서 실시되었다면서, 이를 FONOP 해역이 점차 중국 본토 연안으로 근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비록 호주 칼 데이어 박사가 중국이 서사군도에 무리한 직선기선을 선포하여 넓은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여, 미 해군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며 ‘군사적 함의’는 없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중국은 당사국 간 협의해야 할 법적 논쟁을 무리하게 FONOP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는 다분히 중국을 압박하려는 군사 도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즉 중국은 “서사군도에서 무리한 직선기선 설정은 UNCLOS에 의해 해결할 문제이지, 제3국인 미국이 FONOP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앞세우면서 미 해군의 FONOP을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 28일 중국 관영 『Global Times(還球時報)』은 미 해군이 서사군도에 집중적으로 FONOP를 실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의 명분을 중국 군사 위협론으로 합리화시키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까지 억측적으로 보도하였다.

  이제 미 해군의 FONOP은 더이상 공해상 FON와 영해 내 무해통항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수준이 아니며, 점차 미중 간 동아시아 해양에 대한 패권 장악을 위한 군사적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 남중국해의 약 80% 해역에 대한 역사적 권리 주장은 법적으로 무효이나, 정작 중국은 UNCLOS 회원국이고, 미국은 관습법을 주장하는 비회원국이자 당사국도 아닌 상황 하에 미 해군의 무리한 FONOP 실시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당사국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아세안(ASEAN)은 남중국해 문제가 당사국 간 UNCLOS 문제로 남길 원하며, 군사적 대립으로 악화되어 열세한 자국 해군력이 개입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만 문제를 포함시키는 “대만 카드”까지 사용하여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어 남중국해 문제가 대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5일 『Navy Times』는 “미 해군 7함대사령부 대변인 라헬 몰 중위가 이메일로 전해온 내용을 근거로 지난 6월 4∼5일 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러셀함(DDG-59)이 대만 해협에서 통과통항을 실시하였다”고 보도하였으며, 이는 지난 5월 13일 이후 불과 3주 만의 재개였다.

  예상한 바와 같이 지난 6월 5일 중국 『Global Times(還球時報)』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에 발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yod) 사망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의 폭동과 세계에서 시위가 일자,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미 해군 구축함 러셀함의 대만해협 통과통항을 결정하였다면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문제까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궁극적으로 미 해군은 국제법 존중을 위해 FONOP을 실시한다고 주장하지만, 점차 중국이 비난하는 바와 같이 FONOP이 국제법적 차원을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중국이 본 미 해군의 FONOP에 대한 평가에 전부 동의를 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미 해군 FONOP에 의해 미중 간 대결이 자칫 지역 국가들까지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성자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이자,

한국해로연구회 연구위원과 육군발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