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중량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병의 군장 자체는 기술의 발전으로 가벼워지고 있지만, 전장이 디지털 네트워크화되면서 개인용 통신장비, 전장 단말기 등이 추가되면서 짊어져야 할 무게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기갑, 포병, 공병 등도 마찬가지이다. 기갑은 무한궤도 교체, 탄약 보급 등에서, 포병은 포 방열, 포탄 장전 등에서, 그리고 공병은 교량 및 장애물 부설 등에서 많은 인원들이 무거운 장비들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더해지면 부상의 위험성 없이 훨씬 무거운 것도 들 수 있게 되고, 장거리 도보 작전에서도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강화 외골격(Exoskeleton)’으로도 불리는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이다.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이름 그대로 로봇의 일종이다. 몸에 착용하기 때문에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엑소슈트(Exo Suite)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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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아직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영화나 '헤일로'와 같은 게임 등을 통해 이미 친숙해져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근력 증강 로봇은 방탄이나 무기 장착 등 아직은 구현되기 어려운 기능들도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기계적, 전기적 장치를 이용하여 기동성을 향상시키고, 하중에 의한 부상 위험성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 사람의 근력을 보조해주는 장치다.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목적에 따라 하체를 보강하여 기동성을 보조해주기 위한 것과 상체를 보강하여 장시간에 걸쳐 무거운 것을 반복적으로 드는 것을 보조하는 것으로 나뉜다. 이 둘은 따로 운용될 수도 있고, 합쳐질 수도 있다.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일반적인 로봇 기술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착용해야 하므로 인간의 동작 의도를 인식하기 위한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선 강화 외골격의 움직임은 센서가 착용자의 움직이려는 의도를 인식하고, 이를 인식한 컴퓨터가 구동부에 움직임을 전달하며, 구동부는 컴퓨터가 내린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하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소재 기술도 중요하다. 현재는 금속 또는 복합재를 사용하지만, 점차 부드럽고 가벼운 인공 근육 등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체계 중량이 가벼울수록 소모되는 전력이 적기 때문에 동일한 배터리로 더 오래 작동이 가능해진다.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여기에 통신장비, 네트워크 장비, 디스플레이 등이 통합된 나노기술을 응용한 전신보호용 방탄 및 방호복이 합쳐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각국의 개발 경쟁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의 개념은 오래전에 등장했다. 1890년 러시아의 니콜라스 야긴(Nicholas Yagin)이라는 과학자가 압축가스를 사용해 사람이 이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비를 개발하려 했지만 기술 부족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제로 구동되는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1965년 제너럴 일렉트릭사는 최초의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인 ‘하디맨(Hardimen)’을 제작했다. 750Kg이나 되는 하디맨은 680kg을 들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움직임을 제어할 기술이 부족했고, 걷는 속도도 초당 0.76m에 불과해서 실제 사용되기에는 무리였다.

2005년에는 몬티 리드가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 ‘라이프슈트(Lifesuit)’를 공개했다. 그는 미 육군 레인저부대 출신으로 낙하산 사고로 척추 부상을 입은 이후 자신 같은 환자들을 돕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으며, 그의 14번째 시제품은 1.6km를 걸었고, 92kg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군사용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 개발은 미 국방부 소속 고등방위연구국(DARPA) 주도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DARPA는 2011년부터 ‘워리어웹(Warrior Web)‘ 프로그램을 통해 하버드 와이스(Wyss) 연구소의 ’소프트 엑소슈트(Soft exosuit)’와 같은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의 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록히드마틴의 ‘헐크(HULC)‘, ’포티스(FORTIS)’, 오닉스(ONYX), 레이티언의 엑소스(XOS) 등 다양한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이 개발되었고 일부는 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 육군 특수전 사령부는 2013년부터 영화 속 아이언맨 슈트처럼, 통신, 네트워크, 방탄복 등이 합쳐진 미래형 장비인 ‘전술공격경량작전복(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 일명 탈로스(TALOS)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9년 초, 개발의 어려움을 이유로 탈로스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발이 완전히 취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러시아는 차기 보병 체계인 라트니크(Ratnik)의 3세대에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을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은 북방공업주식회사(NORINCO)와 중국조선산업공사(CSIC)가 각 병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 등을 개발하여 공개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업체가 작업 보조용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을 개발하여 각종 전시회에서 내놓고 있다. 군도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 개발에 나섰다. 2016년 국방부는 2020년대 후반까지 장병들의 전투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첫 단계로 장병들의 장거리 고속기동을 돕는 용도의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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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많은 국가에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전투용으로는 기술적으로 더 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꼭 전투용으로 쓰여야만 군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K9 자주포에 사용하는 40kg짜리 155mm 포탄을 들거나, 300kg이 넘어가는 장간조립교의 횡골 등을 이동해본 군인이라면 근력 증강 로봇이 왜 필요한 지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낄 것이다. 무거운 탄약이나 장비를 다루는 군인들에게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은 안전을 보장하고 작업 속도를 올릴 수 있는 필수적인 장비이기 때문이다.

 의료용 장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움직일 수 없는 환자를 옮기거나, 걷기 어려운 환자의 재활 보조를 위한 용도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이다. 

이렇게 비전투 지원용부터 개발·적용한 후, 기술이 더 발전하면 전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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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누비는 전장,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눈앞에 바짝 다가서 있는 곧 다가올 미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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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현호 군사전문가 <육군 블로그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