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문산지구전투(25-26일)-일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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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문산지구전투(25-26일)-일부수정

작성자 : 바토(211.114.xxx.xxx)

입력 2011-12-22 18:16:10

조회수 3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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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초반 전투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다들 아시기에..

전사는 되도록 간략하게 서술하고..

회고록이나 수기등을 중점적으로 기술하겠습니다.

1.개성의 상황

방어계획의 전면적 수정에 따른 방어진지의 재편성으로 인하여 제 1사단의 교육훈련 진도는 다른 사단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다.

더욱이 북한측 공격징후마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병들의 경각심은 해이해져 있었다.

이런이유로 총병력의 57%가 부대를 떠난 상태이었으며, 제 12연대 경우 80여km에 이르는 방어 정면에 배치된 병력은 80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2.개성지역 철수

제 12연대는 2대대는 적 제 6사단 15연대의 전차 5~6대의 선도하에 1번 도로를 따라 개성으로 진격함에 따라 각개 분산 철수 하게 되었다.

한편 제 12연대장 전성호 대령은 이날 (25일)09:00쯤 상황을 종합 분석한 끝에 1번 도로가 차단되기 전에 임진강 철교를 통해 철수하기로 결심하였다.

수색에 주둔중이던 제 11연대는 임진강 방어선으로 투입되었다. 제 1사단은 개성에서 철수하는 제 12연대가 임진강을 철수하는 즉시임진강교를 폭파하려고 했으나, 철교폭파에 실패하여 위기에 봉착된다

* 임진강철교 폭파 실패는 후에 조기에 한강다리를 폭파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 시점까지도 적 전차는 임진강 돌출부에 나타나지 않았다.

적은 애당초 남침계획을 수립하면서 아군이 임진강철교를 폭파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 전차를 1번 도로상에는 투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군의 임진강철교 폭파기도가 실패한 것을 확인한 적 제6사단은 문산 돌출부에 전차를 투입하고 26일 이른 새벽에는 임진강철교를 통해 전차 5대를 앞세운 보·전·포 협동부대로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였다.

3. 고랑포지구전투(파평산 전투)

한편 1사단 13연대 3대대는 고랑포~대원리간 에서, 1,2대대는 파평산 투입하여 가여울-적성-문산도로를 따라 진출하게 될 것에 대비하여 방어태세를 준비하였으나,

3대대는 26일 새벽 금곡리로 퇴각하고, 2대대는 26일 저녁까지 파평산을 방어하였다.

4.임진강 붕괴

제 11연대는 임진강철교로부터 남쪽으로 종심 깊게 편성한 방어지대에서 완강히 저항하였으나 전차와 대결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과 방법이 없어 문산 남쪽 구릉지대로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상황은 시간이 경과할 수록 적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어 갔으나 문산 북쪽까지 진출한 적은 일단 진격을 멈추고 후속부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를 역습의 호기라고 간파한 제 11연대장은 배속된 보병학교 교도대대를 포함한 3개 대대를 동시에 투입하여 역습을 단행함으로써 지역 내의 적을 임진강철교 북쪽으로 격퇴하고 주저항선을 회복하였다.

바로 이 무렵 인접 7사단이 조기에 붕괴되어 동측방이 노출되고 북괴의 전차를 앞세운 공격에 의하여 전선이 붕괴되어 우측방의 제 13연대는 파평산 방어진지의 노출된 우측방으로 육박한 적의 공격을 저지하지 못해 주저항선이 무너지고 전차를 앞세운 적 제 1사단의 주공이 320번 도로를 따라 서진하면서 문산리를 위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추이를 지켜보던 사단장 백선엽 대령은 철수명령을 하달하였고, 사단 전술지휘소를 봉일천국민학교로 이동 설치하였다.

* 적의 무리들은 6월 25일에 개성으로부터 그 남단에 있는 영정리(포)로 철수한 제 12연대 2대대(대대장 소령 한순화)를 뒤따라 온 것으로 보이는 적 제 6사단 예하의 부대로 추단되었는데,

이들은 한순화 소령이 이끄는 대대가 강화를 거쳐 김포반도 서단에 있는 통진으로 철수한 다음 다시 6월 27일에 김포-오류동 지역으로 나오게 되자 그 뒤를 이어 김포지역을 침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하여 6월 28일전에 행주와 개화동일대의 개활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개화산과 이산포 서북쪽 7km의 김포반도 대안 변에 있는 봉성산(129고지)등을 점령하여 한강하류 지역을 통제하는 한편, 신전동에 있는 138고지를 장악하여 김포가도 주변지대를 선점하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행주나루로 도하한 부대 중에서, 여러 부대가 혼성이 되어 질서를 찾지 못한 부대나 지휘자가 없는 부대는 이러한 적의 불시 사격에 직면하자 강변에 있는 갈대밭에 뛰어들어 끝내 각개행동으로 분산되기도 하였다.

(김포지구 전투 에 나타난 적에 대한 추론입니다. )

12연대는 다리를 폭파시키려고 했지만, 임진강 철교 폭파 담당인 공병 제 3중대장 김동일 대위가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공병대대 작전 장교 정극서 대위가 다리를 폭약을 장전하고 폭약을 점화했다.

이 폭발에서 경의선 철교에 설치한 폭약은 터졌지만, 인도교(원래는 철교지만, 해방후 나무판자를 깔아 차량과 사람이 통행하게 했다.)의 폭약은 불발이었다.

철교 폭발의 영향으로 도화선이 절단된 것이었다.

정대위는 급히 폭파병 2명과 함께 다리로 가서 폭약을 재장전하려고 했지만, 곧이어 쫓아온 적들에 의해 격퇴되고야 말았다.

이로써 북한군은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임진강을 건널 수 있는 통로를 확보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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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연대 3대대 일화

대대의 좌 제 1선인 제 11중대는 이날 (25일)04:30 대덕리 일대에 떨어진 적 포탄의 진통으로 취침호에서 쉬고 있던 소대장 이하 비번근무의 소대원들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에는 적 포탄이 산발적으로 낙탄이 되고 있었는데 이때 소대선임하사관 박구서 중사가 소대장에게 다가오면서 말하기를
『소대장님! 적의 포탄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보니 전방에 배치된 경계분초가 위험합니다...제가 한번 다녀오겠습니다.』하면서 출발하려하자

이에 소대장 조철권 중위는 『지금은 위험하니 포격이 그친 다음 다녀오라.』라고 만류하였는데 이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잠시 포격이 멈춘 듯하자 이틈을 본 박구서 중사가 성급하게 진지 밖으로 뛰쳐나가다가

때마침 지척지간에서 작렬하는 적 포탄 1발로 전신 파편상을 입고 출혈과다로 곧 숨졌다.

한편 이날(25일) 새벽 3대대본부를 포함한 제 9중대(중대장 중위 이종근)와 제 12중대(중대장 대위 한인성)등 아곡동의 대대숙영지에서는 제 9, 12 양 중대로 하여금 철수엄호와 이를 추격하는 적에게 일격을 가하기로 의견을 같이 하고 즉각 행동을 개시토록 하여 숙영지를 출발하려는 순간 요란한 굉음과 함께 수 발의 적 포탄이 숙영지 주위에 떨어지면서 적 전차 7대가 북쪽 1km거리에서 남하하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얼마 뒤에 장단으로부터 대대숙영지 옆을 지나 고랑포 쪽으로 올라가는 장단경찰서 소속의 3/4톤 트럭 1대가 500m 전방의 모퉁이 길에서 적 전차의 직사포에 맞아 대파되었다.

뒷날 알려진 바로는 이는 장단경찰서의 경비주임 김기태 경위가 무장경찰관 21명을 이끌고 고랑포 지역으로 출동 중이었던 것인데 이때의 생존자는 아군에게 구출된 6명의 부상자를 제외하고는 그 진상을 알 수가 없다.

적 전차와 아군 장갑차를 분간치 못하던 당시의 광경을 목격한 제 12중대 기관총 반장이었던 김일하 병장의 증언에 의하면
『능선에 배치된 병사들끼리 저것이 아군이냐? 적군이냐?하면서 떠들고 있었는데 한 병사가 '지금 올라가는 저 경찰차량을 사격하면 적군이고, 그대로 통과시키면 아군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다가 모퉁이 길에서 포격을 당함으로써 아군장갑차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고 술회하였다.

한편 아군 경찰차량을 파괴한 적의 전차가 잠시 노상에 서게 되자 후속 전차가 그 뒤를 이어 종대를 이루었는데,

이에 제 9중대장 이종근 중위는 『전차 공격의 시기가 바로 이때다』라고 판단하고 능선의 배치된 2.36인치 로켓포를 향하여 즉각 『사격개시!』를 외치자 이에 81mm 박격포까지 이 사격에 가담하여 순식간에 포화가 전차를 휩싸고 말았으나, 잠시 후 초연을 헤치듯 전차가 앞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때에 전차의 차변에서 산개한 1개 중대의 적이 사격과 함께 공격을 가하였다.

이리하여 대대 숙영지 전방의 개활지를 사이에 두고 교전 상태에 들어갔으나 좌측방의 도로를 따라 7대의 전차가 계속 남하함으로써 대대장 유재성 소령은 제 9중대 1소대장 장두철 중위를 대장으로 하는 8명의 특공대를 선발하여 이를 공격하게 하였으나 공격 행동 중에 모두 산화하고 말았다.

여기서 대대장은 다시 특공대 공격을 요망하자 수많은 지원자가 손을 들고 나왔는데 이 가운데 동 화기중대의 김일하 병장 등 7명으로써 수류탄과 개인 화기만으로 공격하게 하였다.

특공대가 주위의 무성한 초목을 이용하여 10m 거리까지 육박하여 전차의 옆구리에 수류탄을 투척하기도 하였으나 역시 실패하고 원위치로 돌아왔다.

이렇게 2차에 걸친 전차 공격이 무위에 그치자 이에 대대장은 현 위치에서의 지탱은 어렵다고 보고, 2개 중대로 이루어진 대대를 남쪽 2km인 85고지로 철수시켰다.

대대 병력은 이날 (25일)17:00 동판리(임진 나루터 대안)에서 제 10중대와 합세한 다음 일월봉(191고지)에서 병력을 재배치하였다가 해가 진 후에 나룻배를 이용하여 강을 건너 금곡리 부근에 집결하였는데 이때가 (25일)22:30이었다.

1개 대대 규모의 적이 고랑포, 자하리로 공격하다가 아군의 살상지대에서 격멸되었다.
날이 바뀐 26일, 파평산 북쪽 320번 도로상에 적 전차부대가 출현하였으며, 그 중 선두 5대가 파평산 북단으로 육박하였다.

이에 맞선 아군은 2.36인치 로켓포를 사격하였지만 한 대도 파괴하지 못하였다.

제1대대장 김진위소령은 18명을 선발하여 대전차특공조 2개 조를 편성하였다. 특공대원들은 81mm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전선줄로 묶어 만든 급조폭탄을 안고 적 전차의 무한궤도 밑으로 앞을 다투어 뛰어들었다.

아군의 필사적인 육탄공격에 겁을 먹은 듯 적 전차 5대는 진출을 포기하고 도로변의 초가 옆에 정지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예광탄에 의해 초가집에 불이 나고 그 화염이 전차에 옮겨 붙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후속 전차대는 적성으로 되돌아갔다.

얼마 후에 적 1개 연대규모가 공격을 개시하였으나 아군은 치열한 근접전을 펼치면서 끝까지 방어진지를 고수하였으며, 그 후 전장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26일)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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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평산 전투 한 일화
1사단 예하 13연대 소속의 1대대가 훈련 중에 있다가 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재빨리 파평산으로 이동해 진지를 점거했다.

그러나 이들은 훈련을 받다가 이동한 것이었기 때문에 탄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대대장은 후방에 있는 연대 탄약고에서 탄약을 추진해 올 것을 주문했다.

파평산과 탄약고의 거리는 차로 이동할 때 고작 10분 거리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탄약은 추진되어 오지 않았다.

마침내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대대장은 연대 군수주임에게 어째서 탄약이 오지 않냐고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탄약이 도착한 줄로만 알고 있던 군수주임 역시 놀라서 탄약고로 달려갔다.

그가 탄약고에 도착해 보니 탄약고 앞에는 빈 트럭만 잔뜩 있었을 뿐이었다.

놀란 군수주임이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어이 없는 광경을 지켜봤다.

안에서는 탄약고의 책임을 맡은 탄약고 장교와 그 밑에서 일하는 병사들이 탄약을 보관한 탄약 상자를 모두 개방하고는 탄약 하나하나를 세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훈련 규칙엔 탄약 방출 사고를 막기 위해 탄약이 나갈 때 한발 한발 확인하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탄피를 한발 한발 확인해 보급했기 때문에 한 번 사격훈련하는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탄약고 장교는 부대에서의 탄약 추진이 훈련용일 것으로만 생각하고 탄약을 일일이 세고 있었던 것이었다.

군수 주임은 이런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탄약고 장교에게 현 위급한 상황을 설명하고 빨리 탄약을 추진하라고 명령했다.

오전 10시 30분 경이 되서야 파평산의 1대대는 탄약을 보급받았다.

마침, 임진강을 도하한 북한군이 파평산 쪽으로 진격해 들어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파평산의 방어선은 돌파당했고, 그렇게 되었다면 임진교는 더 빨리 북한군이 장악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게 되었다.

먼저 그 당시 내가 소속해 있던 제13연대의 상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13연대는 경기도 파주군 파평면 화석정 부근의 임진강변에 주둔했고, 직속상관은 참모총장 육군소장 채병덕, 제1사단장 육군준장 백선엽, 13연대장 육군대령 김익열, 제2대대장 육군소령 오여택, 제8중대장 예비소령 장시우, 제1소대장 육군소위 정민기이다.

연대의 병력 상황은 제1대대가 야외연습차 출동하였고, 제2대대가 예비대대로 영내에 주둔, 그 병력 중 1/3은 휴가가고, 2/3는 외출 중이었으며, 제3대대는 38선을 방어하고 있었다. 주번계통으로 주번사령은 육군대위 박상규, 주번부관은 육군일등상사 김경옥, 주번하사는 육군이등중사 한복남이었다.

Ⅰ. 운명의 첫날... 금파리 능선 저지로 적의 진로 차단

오전 5시 비상소집 나팔 시달로 운명의 새벽이 열렸다.

이에 응한 병력은 불과 30여명이었으나 이 중에서 전투에 임할 수 있는 병력은 2개 분대였으며, 그 중에 장교는 1명도 없었고 최고계급은 육군 일등중사였고 바로 나였다.

선발된 분대에 각각 L.M.G 1문과 탄약, 개인화기를 지급한 후 3/4(쓰리궈터)를 타고 막사를 뒤로한 채 사단의 주저항선으로 구축한 엄폐호 삼각지점(고랑포와 적성으로 갈라지는)을 목표로 출발했다.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전운이 감도는 금파리 능선에 이르렀을 때 전방 약 500m 시야가 안개로 잘 보이지 않아 피아식별이 어려웠지만, 대로에 양렬로 유유히 다가오는 병력을 발견했다.

부득이 이곳 능선 양쪽에 각각 L.M.G을 배치, 진지를 구축 경계하도록 하는 한편, 척후병을 보내 적정을 살피되 만약 적군이면 무조건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초조한 순간이 2, 3분 경과, 조용하기에 안도의 숨을 쉬는 찰라 총성이 울려 퍼지고 동시에 사격명령을 시달하자 이에 당황한 괴뢰군은 더 이상 접근을 못했고, 이어 일전이 벌어졌다.

이로 인하여 적의진로를 차단시킴은 물론 13연대 예비대대로서는 참전 제1호로 6.25전사에 수록되어야 타당하다고 생각되나 그렇지 못하니 통탄치 아니할 수 없다.

돌아보건대 아찔한 것은 당시 적군이 우리병력이 2개 분대임을 알고 그대로 추격했더라면 우리는 몰살당하였을 것이고, 문산 이남까지 침공을 받았으리라 하는 점이다.

이어 속속 휴가 및 외출에서 귀대하는 병력과 수송차량으로 부대 인근 두포리 도로변은 대 혼잡을 빚었다. 제일 먼저 정민기 소대장님이 우리 진지에 도착하시어 경과보고를 듣고 난 후에 적황을 살피려고 능선에 오르는 순간 소대장님께서 적탄을 맞고 쓰러지시니 어찌 하랴?

점차 전열이 정비되어 우리는 각자 소속으로 원대 복귀했고, 이어 2개 분대를 인솔하여 사단 주 저항선으로 구축한 엄폐호가 내려다보이는 능선의 좌측에는 제1분대장 장중사에게 작전 임무를 부여하고 우측은 나와 제2분대장 노만순하사와 함께 차폐호를 파고 L.M.G를 설치 방어에 임했다.

전황은 점점 치열해져 피아의 포화소리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초 긴장상태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상황이 며칠만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부대로 영영 귀대하지 못할 운명이었음을 어찌 상상이나 하였으랴! 남부여대(男負女戴)하여 남하하는 피난민의 아비규환, 그 비참한 모습은 목불인견이었고 괴뢰군의 38선 전역(全域) 남침이란 골육상쟁의 비극이 전개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군의 사기는 충천하여 첫 저지선을 고수하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아군 장갑차와 비슷한 괴물체가 적성방면에서 다가오는 것을 발견, 먼저 L.M.G 2문이 일제사격을 가하고 이어 105㎜ 야포와 80㎜ 박격포탄이 명중 또 명중하였으나 유유히 약 500m까지 접근 정지하여 요지부동이라 괴물체의 기능이 파괴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뒤에 감추었던 포신을 앞으로 향하면서 순간 발사한 포탄이 제1분대 L.M.G진지 옆에서 폭발하였고, 이에 혼비백산하여 신속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진지를 설치하였고 피아포격은 계속되었다.

괴물체는 전차였는데, 지나친 표현이 아니라 당시 참전한 장병 중에 전차의 실물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또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없어 이 물체만 나타나면 후퇴를 거듭하여 후일 다부동까지 가게 되었으니 그 얼마나 수치(羞恥)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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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일부 발췌

육군보병학교 교도대대 선임하사 권경배

47년1월 14일 국방경비대 6연대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고 근무하다 육군 보병하교 교도대 작전과로 전속되어 근무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625가 발발하였다

오랜만에 외박을 받아 경기도 안양에 있는 선임하사의 집에 놀러갔다...중략

그런데 갑자기 안양일대에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펴졌다. 이어서 가두방송이 어렴풋이 들이는데 "전군에 비상령이 내려졌으니 군인들은 속히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이었다.....중략

육군본부의 명령에 의해 우리는 문산지역에 배치되었다 문산에 도착하자마자 북괴군의 포사격으로 인해서 총만 몇번쏘고는 보병학교로 후퇴하게 되었다.

얼마후 다시 모여 보니 이미 많은 전우들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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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 각하, 전방에서 적이 전면적으로 침공해 왔습니다. 개성(開城)이 대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개성은 벌써 점령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950년 6월 25일 아침 7시경, 사단 작전 참모 김덕준(金德俊) 소령의 숨가쁜 전화가 내가 받은 625전쟁의 제1보였다. 당시 나는 육군대령으로 1사단장이었다. 1사단은 38선에 배치된 4개 사단 중 우익 사단으로 황해도 청단(靑丹), 연안(延安), 백천(白川)을 거쳐 경기도 개성, 장단(長湍), 고랑포(高浪浦), 적성(積城)에 이르는 90km의 광범위한 정면을 수비하고 있었다.

제1보받고 지나는 짚세워타고 육본으로
미국의 브래들리(당시 미 합참의장) 장군은 625를 일컬어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시기에 일어난 전쟁’이라 했지만 나에게도 참으로 잘못된 때에 일어난 전쟁이었다.

불과 두 달 전인 4월 22일, 광주(光州) 주둔 5사단장에서 1사단장으로 부임해 부대 사정을 소상히 파악하기 전이었고, 더구나 열흘 전부터는 3개월 예정으로 시흥(始興)소재 보병학교에서 ‘고급간부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북괴의 도발 가능성은 늘 상존하고 있었다.

49년부터 크고 작은 북괴의 도발이 38선 일대에서 계속되었다.

6월 중순 육본 정보국장 장도영(張都暎)대령은 주요 지휘관 회합시 “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침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었다.

당시 나는 신당동에서 처와 돌 지난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한길에 나선 나는 차가 흔치 않았던 때라 서성거리다 마침 지나가는 군용 지프를 세워 용산 삼각지 소재 육군본부로 직행할 수 있었다.

육군본부로 간 것은 우선 전황을 자세히 알아보고, 또 내 신분이 보병학교 파견 근무 명령을 받고 있는 중이라 즉시 1사단을 지휘해도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용산 우체국 뒤편 육군본부에 도착하여 곧바로 참모총장실로 들어갔다.

참모총장실에는 7~8명의 장교들이 선 채로 심각하게 웅성거리고 있었다.

채병덕(蔡秉德) 참모총장에게 사단으로 복귀, 지휘해도 좋은지 묻자 거구의 그는 “무슨 그 따위 소리를 하는가. 빨리 사단으로 가라”고 소리쳤다.

차편을 얻을 겸 육본 근처의 관사에 사는 1사단의 미국 수석 고문관 로크웰(Lloyd Rockwell) 중령 관사를 찾아갔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집에 있었고 다행히 지프도 있었다.

급보를 전해주고 나는 로크웰 중령이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최경록(崔慶祿)대령의 자택이 있는 남대문쪽으로 향했다.

11연대장 최대령은 내가 사단을 비우고 있는 동안 선임 연대장으로서 사단장 대리로 근무중이었다.

마침 최대령은 남대분 부근의 그의 집에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리하여 우리 세 사람은 수색(水色)의 사단 사령부로 직행하게 되었다.

많은 장병 외박나가 부대병력은 절반
이때까지도 거리는 여느때와 다를 바 없었으나 바삐 오가는 군용 차량이 자주 눈에 띄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리고 있었다. 사단 사령부에 도착한 것은 9시경이었다.

사령부 현관에 참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포병대 대장 노재현(盧載鉉) 소령, 작전 참모 김덕준 소령, 통신 중대장 동홍욱 대위 등이었다.

사령부 안에 들어 갈 틈도 없이 선 채로 부대 현황을 들었다.

개성은 벌써 함락, 주둔하고 있던 12연대(연대장 全盛鎬 대령)와는 통신도 끊겨 버린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문산(汶山) 방면의 13연대(연대장 金益烈 대령)는 현재 교전중, 수색의 11연대는 병력을 모아 전방 진지에 투입중이라는 것이었다.

또 토요일인 24일에는 많은 장병이 외출나가 부대 병력의 절반 가량이 부재중이라는 보고였다.

6월 들어 계속된 비상으로 외출금지해 오다 마침 육군본부가 비상을 해제하여 모처럼 병사들을 내보냈다는 설명이었다.

더구나 나는 열흘 이상 부대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뭔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답답한 가운데 그저 ‘큰일났구나’하는 생각뿐이었다.

각기 지프 통신차, 스리쿼터에 나눠 타고 전진 지휘소인 파주(坡州)국민학교로 향했다.

파주국민학교 앞산에 오르면 청명한 날에는 개성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이곳을 유사시의 사단 전진 지휘소로 예정해 두었었다.

앞산에 오르니 전방 곳곳에서 포성이 울리고 포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때 나의 관심사는 사단 좌익 개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정면을 담당한 12연대의 전력이 얼마나 남아 유일한 통로인 임진강 철교 쪽으로 언제 철수할 것인가, 또 사단 우익의 고랑포 남쪽 파평산(坡平山) 진지에 투입된 13연대가 얼마나 잘 버텨 줄 것인가, 그리고 예비 연대인 11연대가 외출병들을 귀대시켜 얼마나 신속히 사단 정면 문산 쪽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사단장 부임 직후, 전선을 돌아보면서 사단의 방어 계획을 점검한 나는 38선을 따라 일렬로 전개된 전선의 부대 배치에 불안을 품고 유사시 임진강 연안에 저지선을 구축토록 작전을 변경해 두었다.

이것은 중요 도시인 개성을 일단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서 일부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방어 개념은 이렇게 해야 90km의 사단 정면을 30km정도로 줄여 1개 사단이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인천에 주둔하던 예비 11연대를 옮겨 수색에 천막을 치고 주둔하게 했던 것이 다소 위안이 됐다.

美군사고문단 철수에 절망적 낙담
각 연대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임진강 방어 진지를 점령하지 못하면 단숨에 서울까지 침공을 당하고 부대는 퇴로를 끊긴 채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전선의 상황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동쪽 인접 7사단(사단장 劉載興 준장)의 전황도 궁금했으나 통신이 여의치 않아 알 길이 없는것도 답답했다.

파주국민학교까지 동행했던 로크웰 중령이 한낮쯤 “군사 고문단(KMAG)에서 철수 명령이 내려 서울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총총히 사라졌다.

‘미군이 우리를 돕겠다고 하더니 상황이 불리해지니 철수해 버리는구나. 미군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제 절망적이야.’

나는 크게 낙담하며 눈물진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그를 전송했다.

국군은 군수 장비의 보급의 거의 대부분을 미 고문단에 의존했다.

고문단의 철수는 곧 맨손으로 적과 싸운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전황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우선 적 전차와 대부대의 임진강 도하가 가능한 취약지점인 고랑포 쪽으로 갔다.

13연대는 잘 싸우고 있었다.

최전방 대대는 적을 지연시키면서 후퇴중이었고, 임진강 남안에는 때마침 대대 훈련을 위해 야영중이던 대대가 급보를 받자마자 파평산 진지에 투입되어 있었다.

또 이때 벌써 외출 장병들이 숨가쁘게 귀대하기 시작했다.

사단의 우익은 일단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임진강철교 폭파는 실패로 끝나고
좌익에 진출한 11연대는 귀대 장병을 모아 임진강 철교를 중심으로 ‘문산돌출부’의 진지를 강화하고 있었다.

이곳은 문산읍을 중심으로 임진강이 반원형꼴로 굽이쳐 개성을 향해 북서 방향으로 돌출된 지형으로 개성에서 문산을 거쳐 서울로 향하는 국도와 철도가 통과하는 요충지이고 임진강 철교가 강을 가로지르는 곳이다.

임진강 남안의 진지를 점령하게 되자 임진강 철교를 언제 폭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정오가 좀 지나 공병대장 장치은(張治殷) 소령이, “폭파 준비가 다 됐습니다, 폭파 시기를 지시해 주십시오.”라고 보고했다.

“잠시 기다려라. 개성 12연대의 주력이 철수하면 폭파하라”

오후 3시쯤 마침내 12연대장 전대령이 30~40명의 부하들과 함께 스리쿼터를 탄 채 철교를 건너왔다.

그러나 그는 안면에 심한 상처를 입어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53세의 고령이었던 그는 즉시 후송됐다.(광복군 출신인 전대령은 회복 후 영덕전투에서 유격부대를 지휘중 전사했다) 한 시간을 더 기다렸으나 철교를 건넌 병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철교 북쪽 입구에서 철교를 경비하던 수용(收容)부대가 “아군의 후미에 적이 뒤따라오고 있다”고 보고해 왔다. “철교를 폭파하라”
그러나 광음도 없었고, 철교는 그대로였다. 철교는 폭파되지 않았다.
“도화선 코드가 끊겼는지 폭파를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공병대 대장은 사색이 되어 보고했다. 도선을 점검할 틈도없이 적군은 철교에 쇄도했다. 철교를 사이에 두고 맹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내 주변에도 총탄이 튀고 있었다.

전략상 요점인 철교를 적에게 거저 내주는 꼴이 되고 말았고, 3개 연대중 1개 연대는 명목뿐인 연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적 전차가 주공(主攻)을 고랑포 방향으로 잡아 파평산~문산으로 침공하여 이 철교를 이용하지 않은 점이다.

적군도 아마 임진강 철교는 의당 폭파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오후 늦게 유해준(兪海濬) 대령과 김동빈(金東斌) 중령이 지휘하는 육군사관학교 교도대대(敎導大隊)와 보병학교 교도대대가 열차편으로 사단의 증원부대로 도착했다.

1개 연대를 잃은 나에게는 이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13연대 육탄공격 병사들은 용감했다
파평산 북쪽 전선을 방어하던 13연대는 고랑포의 임진강을 도하하여 남하하는 적 전차에 고전하기 시작했다. 연대에 대전차 중대가 배치되어 있으나 57밀리 대전차포와 2.36인치 바주카포는 소련제 T34형 전차의 두꺼운 장갑을 뚫지 못했다. 특히 대전차 중대가 철판 관통력이 큰 철갑탄을 보유하지 못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더구나 병사들은 전차를 본 적도 없거니와 대전차 훈련을 한번도 치러본 적이 없었다.

병사들은 첫날부터 소위 ‘전차 공포증’에 시달리게 됐다. 전차라는 말만 들어도 겁에질려 사기를 잃어버리는 증상이었다.

그러나 13연대 병사들은 용감했다. 자발적으로 육탄 공격조를 짜서 폭약과 수류탄을 지니고 적 전차에 뛰어올라 자폭하는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했다.

이들의 목숨을 건 감투로 적 전차부대는 첫날 파평산을 통과할수 없었고, 문산의 우리 예비대는 시간을 벌수 있었다.

날이 저물고 나는 파주국민학교의 지휘소에 돌아왔다.

이때부터 전선부대가 다소 전열을 정비한듯 전방 상황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통신장교가 한 통의 전문을 내게 전했다.

옹진반도에 육본 직할 연대로 배치된 17연대의 연대장인 동생 백인엽(白仁燁) 대령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제1사단장께 전달하여 주시오. 장병 선전 건투하지만 상황은 불리함. 이것이 최후가 될지 모름.”

순간 애틋한 감정이 솟았으나 사사로운 감상에 빠져 있을 수도 없었다.

나이는 젊고 경험은 부족한 데 책임은 무거웠다. 1만여 장병의 운명이 나에게 쥐어져 있었다.

온종일 극도의 위기감 속에서 평정을 잃고 당황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껴 틈틈이 냉수만 들이키며 하루를 보냈다. 포성이 밤중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여름밤은 깊어갔고,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3년 1개월 2일 17시간에 걸친 나와 전우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건 전쟁의 첫날은 이렇게 저물었고, 짧은 여름밤에 이어 곧 새벽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