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의 차밀, 2022년 5월 23일>

지난 2월 24일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만이 아닌, 인도-태평양 전구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관계국 간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발생된 것이 아닌, 제3자 나토와 러시아 간 『세력 확장(sphere of influence)』 경쟁에서 발생되었으며, 이는 미중 간 전략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구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주었다. 

첫째, ‘안보’ 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변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통적 ‘허브-앤-스포크(hub-and-spolkes)’ 개념에 의해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주변인 동맹국들이 무임승차 안보 보장 혜택을 보던 동맹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전쟁이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가짜 동맹이라고 보며, 대표적으로 이전 한국 문재인 정부가 친북한과 친중국 성향을 보이며, 전작권 전환 등으로 무임승차 하면서 한미 동맹을 다루던 행태를 들었다. 

지난 4월 20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Jane’s Defence Weekly: JDW)』은 미국 동맹국들이 과거와 같이 미국의 직접적 개입에 의존하기보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주변 동맹국과의 군사협력을 구축하여 외부 군사위협을 억제하는 ‘스포크-앤-스포크(spokes-and-spokes)’ 개념하의 경제와 기술 위주의 『웹기반의 동맹(web-based alliance)』에 참가하는 것이 미국이 지향하는 ‘진짜’ 동맹이라고 보도하였다. 

특히 『JDW』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이 남긴 후유증의 해소, 국내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국방비 부담과 미국의 쇠퇴 조짐 등에 의해 미국이 전면에 나서기 보다, 동맹국의 독자적 경제와 기술 특징과 역량을 최대한 향상시키는 능력향상(capacity-building)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번 바이든-윤석열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한국 능력향상을 높이 평가한 계기였으며,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였다. 

둘째, 동맹국 역할이 더욱 증대되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1) 직접 파병은 없을 것이고, 2) 유럽전쟁으로 확대시키지 않을 것이며, 3) 동맹국의 지원을 통해 러시아 공격을 저지한다는 3원칙을 제시하였는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력에 대해 자생적 의지와 능력을 갖추어야 하였으며, 미국, 유럽연합과 인도-태평양 국가의 지원하에 미국을 대신한 큰 역할을 해야 했다. 

지난 4월 20일 영국 『JDW』는 미국이 과거 냉전 시 중동, 아프간과 아프리카에서 보이던 전통적 동맹국의 역할을 해당 동맹국과 인접 동맹국 간 웹기반의 동맹을 구축하여 고착화된 전통적 동맹의 대상과 목적이 아닌, 각종 상황별 외부 군사적 위협에 다자적으로 공동 대응하는 동맹국의 역할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웹기반의 동맹은 기존 미국과 동맹국 간 전통적 동맹에 소규모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포함시켜 이를 유럽 나토와 같은 항구적이며, 상호운용성을 갖춘 다자간 안보협력체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게 호주와 일본과 같은 동맹국 역할을 해 줄 것으로 희망하고 한국이 쿼드(QUAD) 참가를 제안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셋째,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십국가들의 미국 안보약속에 대한 불신과 불안 증대 해소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투기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였고, 미국이 제공한 군사정보가 러시아군에 치명적이 되자,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우크라이나에 대부분 방어용 무기만을 제공하고 정보전과 사이버전 등 간접적 수단에 대해서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 행보를 하였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만 강구하자, 미국이 역할이 과연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무심을 갖게 되었으며, 전쟁 중에 중립국 국가위상을 고려하던 것을 철회하는 등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준(準)중립국인 아이슬랜드가 “아이슬랜드가 나토의 회원국이 되어 안심이다”라는 발언이 아이슬랜드 외교장관으로부터 공식 석상에서 나오고, 지난 700여년 동안 중립국으로 존재하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회원 가입을 원하고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이 유럽연합(EU) 회원 가입을 신청하는 등의 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는 현상이었다. 또한, 한국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간 중간자 입장을 취하면서 마치 중립국과 같은 행보를 지향하던 모습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가 쿼드 참가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에 대한 참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에서도 발견되었다. 

이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구 동맹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유럽전구와 인도-태평양 전구 간을 함께 연대(interconnection)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군사적 충돌만이 아닌, 공공보건, 식량 부족, 에너지 편향성, 부품공급 체계 붕괴 등의 문제로 확대하면서 인도-태평양 국가들도 이러한 글로벌 문제 해결에 동참하여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립에 기여해 주는 기회로 활용하였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준 영향은 매우 파격적이고, 포괄적이며, 광범위하였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비교적 늦은 참가를 만회하도록 하였다. 

사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과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말과 행동이 각각 달라 바이든 대통령의 불신을 받고 있었으며, 임기를 앞두고 미국이 반대하는 종전선언을 독자적으로 강행하면서 중국을 끌어 들이는 실수를 하여 바이든 행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지난 2월 15일 제11회 한미 동먕 포럼에서 발제를 한 미국 국무부 동북아 담당 마크 램버트 부차관보가 한국 전문가들과의 화상 세미나에서 일부 전문가의 ‘종전선언’ 추진여부에 대해 대북특별대표를 겸임하는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성김에게 직접 문의하라는 식의 행보를 보인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담을 갖는 아세안조차 2021년 8월에 『ASEAN Outlook on Indo-Paicific』을 선언하여 공동비전과 행동을 지향하였으나, 한국이 마치 중립국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카드게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미국에게 호기로 인식되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이 수세에 몰리고 문재인 행정부의 평화에 기반을 둔 북한 정책(peace-oriented policy toward North Korea)이 북한의 2018년 핵과 미사일 시험중지 모라도리움 선언으로 무효화하여 실패로 귀결하자 동맹중에 가장 성공한 사례인 한미 동맹을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추적 주축(Linchpin)으로 선정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안보분야만이 아닌 경제와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각종 매력공세(charm offensive)를 제공하였다.

둘째,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매력공세는 한국 방문의 우선순위로 이어졌으며, 이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여러분야에서 ‘최초’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중인 상황하에 바이든 대통령의 최초 아시아 방문국에서 일본보다 한국이 우선되었고, 윤석열 행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하던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최초의 해외 정상을 하였으며 지난해 10월에 발표하고 지난 2월 11일 인도-태평양 전략의 제2 행동계획에 포함된 IPEF에 한국을 첫 참가국으로 선언하였고, 5월 22일 오산의 한국항공우주작전사령부(KAOC)를 양국 대통령이 최초 방문한 것이었다. 

특히 5월 24일 예정된 쿼드 정상회담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가하여 『한국의 IPEF 참가』 이유를 소개할 것으로 전망되는바, 이는 한국의 쿼드 참가에 대해 소극적인 미국과 반대 입장을 보이는 일본과 인도의 입장을 고려할 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우선주의』 배려를 통해 인도의 소극적 입장에 대응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이 미국 동맹국으로서의 위상을 증진하도록 하였다. 미국은 힘겨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였으나, 나토와 유럽연합과 달리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대해 인도와 아세안 일부 친러시아 성향 국가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이탈하였으며, 이는 미국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받았다. 

예를 들면, 러시아가 국제금융 SHIFT에서 제외되자, 인도가 중국에 이어 러시아산 원유를 루블화 결제방식으로 수입하고, 미국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12∼13일 간 워싱턴에서 미국-아세안 제2차 특별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한 미국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윤석열 정부는 이전 문재인 정부에 의해 손상된 한미 동맹을 복원시키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부담을 덜어주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구 내 중추적 동맹국 역할을 자처함으로써 미국은 이러한 한국 윤석열 정부의 행보가 향후 인도, 베트남과 중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였다. 

비록 한국의 쿼드 참가 제안이 미국이 소극적 입장과 쿼드 정체성 문제로 불발되었으나,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담을 갖고 온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주도한 한국 『워싱턴 학파(Washington School)』가 원하는 ‘동맹전략’에 대해 절대적 합의, 지지와 지원을 선언하였다. 

넷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대만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중국에 대해 경제적 디커플링을 하도록 하였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해양안보 문제가 미중 전략경쟁의 주요 쟁점이라며,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보완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부로 중국 주도의 『지역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ECEP)』가 발효되어 미국이 경제적 다자 협력체 주도에 있어 밀리자, 미국은 2월 11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행동계획에 IPEF를 우선순위 2위로 포함시키면서, 아직 개념 단계인 IPEF에 동북아 중심국가인 한국을 참가시킴으로써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 안보국면을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적 대결로 전환시켰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의 대규모 군중집회와 심야 열병식으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팬터믹이 확산되어 급히 중국으로부터 백신과 치료제를 항공편으로 공급받는 상황이 되어 그동안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카드’를 한국과 미국에 사용하던 효과가 희석되는 상황이 도래하자, 한국 윤석열 정부를 미국 주도의 고수준의 표준화와 투명성을 요구하는 IPEF에 참가시킴으로써 한국의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면서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선에 참가하는 2개 효과를 얻고자 하였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동맹국 위상을 격상시키면서 향후 한국이 호주와 일본 간 각종 안보협력 등과 같이 일본과도 양자간 안보협력을 증진시키어 『스포크-앤-스포크』 개념에 의한 동맹국 간 경제와 기술을 융합하는 『웹기반의 동맹 관계』를 증진시켜 미국의 부담을 덜고, 중국을 자연스럽게 견제하였다. 

최근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과 같이 인도-태평양 전구에 대한 중국의 위협 범위와 수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바, 과거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만 집착한 한미 동맹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각종 후유증과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이전 문재인 정부의 헷칭전략(hedging strategy)이 아닌, 이념 동맹을 가치, 기술, 에너지, 식량, 부품공급 동맹을 위해 한국의 잠재력이 기여하도록 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global comprehensive strategy)을 구사하도록 전환시켰다.  

이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국 방문에서 북한을 자극하기 쉬운 비무장지대 방문이 빠지고, 삼성반도체 조립공장과 한미 기업만찬 등의 과거 중국 의존형 부품공급 체계를 자유, 공정, 개방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는 부품공급 체계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서 식별되었다. 

또한, 이는 미국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과거 북한의 위협만을 가정하던 한미 동맹을 글로벌 안보이슈를 한미 간 공동으로 대응하는 포괄적 한미 동맹으로 격상시키면서 한국에게 중추적 동맹국(pivotal ally) 위상을 보여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고자 한 의도에서도 발견되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분야, 범위와 목적에 대해 얼마나 상호보완적 합의를 도출하는가와 한국의 동맹국 위상 증진이 향후 인도, 베트남과 필리핀 등의 국가에게 어떻게 긍정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를 검증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testbed)였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이 먼저 상대국에 ‘매력공세’를 취하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급된 후유증에 의해 이번 한미 정상들이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북한 위협만 고려하던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격상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한국의 동맹국 위상이 증진되고 미국과의 엡기반의 동맹을 주도하게 되는 일종의 ‘전환기(crossroad)’였다고 볼 수 있으나, 이에 따라 고립된 중국과 북한의 반응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