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의 차밀, 2022년 4월 11일>

역시 ‘지리’가 미중 전략경쟁을 좌우한다. 2017년부터 미국은 무리하게 인도양과 태평양을 엮어(interconnected) 해양으로부터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였으나, 쿼드(QUAD) 결성 과정에서 인도와 호주 간 인도양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인도가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색해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이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 군사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미국과 호주를 당황시키며 인도-태평양 전략의 틈새를 파고 들었다. 이 모두 지리를 이용한 ‘신의 한수’이다. 

지난 3월 3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국제판은 “만일 남태평양 군도 국가 솔로몬 제도(Solomon Islands)가 중국과 만일 솔로몬 제도 내에서의 치안 무질서와 난동 사태가 발생하면, 솔로몬 제도의 요청에 의해 중국이 경찰, 무장경찰과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는 중국-솔로몬 간 비밀 치안협정을 체결하였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중국의 남태평양에서 “신의 한수”라고 평가하였다. 여기서 비밀협정의 의미는 중국과 솔로몬 제도 간 협정을 제3국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2021년 9월 솔로몬 제도 각 도서 간 갈등과 중국 차이나타운의 솔로몬 제도 경제권 장악에 대해 불만을 갖은 주민 폭동이 발생하여 5명이 사망하고 약 70명이 부상을 입은 소요사태가 발생하자 2019년에 총선으로 정권을 잡은 마나세흐 소가바레 총리는 호주, 피지와 파푸아 뉴기니에 치안군 파견을 요청하였으며, 현재 이들 국가 간 구성된 『솔로몬 국제지원군(Solomons International Assistance Force: SIAF)』이 2023년 12월까지 주둔하며 솔로몬 제도 치안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 정권은 지난 39년간 유지한 대만과의 외교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친중적 성향을 보이며, 중국이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솔로몬 제도 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소요 사태 발생시에 중국 경찰, 무장경찰 또는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는 비밀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일부 매체들은 중국 경찰이 이미 솔로몬 제도 경찰부대에 파견되어 대테러 진압 등의 교육과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이 1990년대 말에 하와이로부터 약 3,000㎞ 떨어진 남태평양 키티바티(Kitibati)에 인공위성 추적소를 설치하여 남태평양 지역을 인공위성 추적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삼은 것에 이어,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 국가에 대한 군사 기지구축을 위한 기반(foothold)를 마련하는데 성공한 계기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미국이 지난 2월 11일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를 통해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해 태평양 지역 기반시설(Pacific Region Infrastructure Facility: PRIF) 투자 등의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면서, 중국을 해양으로 포위하여 고립시키려 했으나, 오히려 남태평양을 관리하고 맹주 역할을 해 온 호주와 뉴질랜드의 전략적 실수(?)로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틈새(niche)를 파고 들도록 한 허점을 보였다고 평가하였다. 

전통적으로 미국, 호주와 뉴질랜드는 남태평양 도서국가들과 『남태평양 도서 국가 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와 『멜라네시아 국가 연합(Melanesian Spearhead Group: MSG)』을 구성하여 이들 국가들에서의 시장 경제, 민주주의 발전과 종교적 자유 보장 등을 보호하였다. 이들의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지원은 문화적 관광산업 수준에 머물렸다. 특히 이들 남태평양 국가들의 재정 규모가 낮고, 경제력이 취약하며, 기독교 성향과 일부 부패 정권이 지속되자, 전략적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다. 

또한 일부 국가들은 다양한 인종들이 복잡한 방언을 사용하고 가부장적 부족 전통을 유지하여 불필요한 부족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호주는 남태평양 국가들의 도로와 다리 등의 산업기반 시설 투자에 인색하였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이 건설한 도로, 공항과 항구 시설을 경유하는 관광수입과 자원 수출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남태평양 국가에 적용되자. 2013년 호주가 뒤늦게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을 우려하면서 2013년 국방백서에 인도-태평양에서 남태평양의 전략적 중요성과 중국 위협을 강조하였으나, 여전히 학계에서의 논쟁 주제였다. 이후 2017년 호주 외교백서에서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외교력을 ‘격상(step up)’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으나, 호주는 북방 인접국 파푸아 뉴기니에 집중하는 실수를 하였다. 예를 들면 2018년에 중국이 파푸아 뉴기니 마누스섬의 로브럼 해군기지 확장에 투자하려 하자, 2019년 호주가 파푸아 뉴기니에 대대적인 투자와 차관을 제공하여 차단한 것이었다. 

특히 호주의 주된 관심은 여전히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전구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역량에 집중되었으며, 이는 최종적으로 인도양과 남중국해 등에서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15일 미국-영국-호주 간 아쿠스(AUKUS) 안보협약 체결로 귀결되었다. 현재 아쿠스 안보협약의 최우선순위 이슈는 2040년 경에 인도될 호주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건조를 미 해군과 영국 해군이 기술적이며, 인적 자원 지원을 약속하는 SSN 사업 지원이다.

반면, 중국은 남중국해를 군사화시키고, 『제3도련(Third Island Chain)』 구축을 위해 일대일로 사업을 앞세워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한 포괄적이며 지속적인 공략을 하였다. 

우선 중국의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한 지리적 중요성이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의 태평양 해전에서 이미 교훈으로 증명되었으며, 중국은 당시 일본과 유사하게 호주와 파푸아 뉴기니 간 토래스 해협을 거치는 남방항로를 통제하고, 호주와 뉴질랜드를 미국으로부터 이격시키기 위해서 파푸아 뉴기니, 피지와 바누아투 등의 도서국가들을 포섭하여 호주와 뉴질랜드를 미국과 지리적 공백을 만들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특히 미 해병대가 호주 북부 다윈에 아프간, 시리아와 이라크에 파병되는 해병대를 순환 주기로 배치하여 현지 적응 훈련 및 호주 육군과의 연합작전을 하자, 중국은 더욱 파푸아 뉴기니와 피지에 대해 일대일로 사업을 명분으로 투자를 증대시키면서 호주 북부 다윈항구 확장 사업에 투자를 하여 2015년에 중국 해외항구투자회사가 호주 북부 뉴테리토리 정부와 다윈 부두의 99년 간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뒤늦게 호주 중앙정부가 다윈 부두 99년 임대사업의 전략적 문제점을 인식하여 북부 뉴테러토리 지방정부와 재협상을 위한 검토에 돌입하였으나, 여러 가지 정치적 경제적 여건들에 의한 여의치 않아 고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냉전 기간 동안 중국은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해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외교 경쟁에 집중하였으나, 이제는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국에 적용하여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을 공략해 제3도련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중국은 2018년 파푸아 뉴기니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에 시진핑 주석이 참가하여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 반면, 당시 정상회담에 참가한 미국 마이클 펜스 부통령이 중국의 남태평양에 대한 일방적(unilateral)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남태평양에서의 미중 전략경쟁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표면화되었다. 

사실 중국은 이미 2018년 이전부터 제3도련을 위해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한 전략적 공략을 나타냈다. 1990년대 발에 중국은 친미 성향의 키티바티(Kitibati)에 인공위성 추적소를 설치하였으나, 2003년 키티바티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갖고 미국이 키티바티에 압력을 가해 중국의 키티바티 내 인공위성 추적소 폐쇄를 요구하자, 2003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로 전환하면서 키티바티 내 중국 인공위성 추적소가 폐쇄하였다. 하지만 2019년 9월 28일 다시 키티바티와 외교관계 정상화에 성공하였으며, 아마도 인공위성 추적소도 부활될 것이다. 

특히 남태평양 국가들의 국내 정치적 난관이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에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2006년 피지에서 군부가 쿠테타를 하여 정권을 장악하자, 호주와 뉴질랜드가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피지 군부 정권을 고립시키자, 피지 군부는 『북방 외교정책(Look North Foreign Policy)』을 지향하여 미국, 호주와 뉴질랜드를 대체 국가로 중국에 접근하였으며, 외교적 관계 개설을 명목으로 병원, 학교 및 도로 건설 등의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투자를 하여 환심을 받았다. 2012년 이후부터 중국은 피지의 주요 무역대상국이 되고 있으며, 솔로몬 제도의 약 90%의 자원 수출이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어 중국의 남태평양 군사기지 확보 우려로 이어졌다. 예를 들면 2018년 4월 해외 매체들이 호주와 뉴질랜드 간에 위치한 바누아투(Vanuatu)가 중국에 군사기지 설치를 허용하였다고 보도하였으나, 중국과 바누아투가 모두 부인하는 사태였다. 실제 이는 군사기지 허용 사실 유무를 떠나 중국이 남태평양을 제3도련 구축을 위한 전진기지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중국의 제3도련은 시진핑 주석이 2014년 피지를 중국 국가주석으로 처음 공식 방문하였고 이어 2018년 파푸아 뉴기니의 『APEC 정상회담』에서 파푸아 뉴기니, 바누아투, 피지, 사모아, 통가와 솔로몬 등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중국은 다양한 명목으로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해저 케이블 설치, 도로와 다리 건설, 항구와 공항 확장 등의 산업기반 체계 구축을 제안하면서 어떻게 군사기지 교두보를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하였을 것이며, 결국과 피지에 이어 솔로몬 제도에 중국 거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제3도련 구축을 위한 지리적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뒤늦게 미국과 호주가 중국과 솔로몬 제도 간 솔로몬 제도 내 중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경찰과 군사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비밀협정 체결에 일방적이며 불법적 영향력 팽창이라며, 남태평양을 경유하는 해로를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면서 역대응하고 있으나, 역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통가의 경우 일대일로 사업에 의한 ‘부채의 늪’ 국면에 이른 것으로 알져지는 등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가는 상황하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리 범위가 남쪽으로 집중되는 상황하에 중국이 동쪽 남태평양으로 틈새를 파고 든 것이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COVD-19)로 심각한 관광사업의 타격을 받은 남태평양 도서 국가에게 대만과 호주 등의 서방국가의 투자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남태평양에 중국 어업기지를 구축하고,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해수면 상승에 따른 대비를 선언한 『2018년 보에 선언(2018 Boe Declaration)』을 구현한다는 명분을 제시하면서, 일부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우려를 나타내는 남태평양 국가들의 반발을 마무시키며 아세안(ASEAN)과 같이 『남태평양 도서 국가 포럼(PIF)』와 『멜라네시아 국가 연합(MSG)』 형태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선제적 조치를 하였다. 

이제 중국은 남태평양에 군사기지 교두보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제3도련 구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4일 중국 『Global Times』가 “중국 해군 남해함대 사령부 소속 Type 052D형 구축함, Type 054A형 피리깃함, Type 071형 대형 상륙함과 Type 903A형 군수지원함 4척으로 구성된 원해 해군기동전단이 파푸아 뉴기니와 호주 사이 토레스 해협을 통과하여 남태평양에서 종합해상훈련을 하면서 해저 화산 폭발 피해를 입은 통가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작전을 실시한 이후 모기지로 복귀하였다”고 보도한 사례에서 증명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은 원해 해군기동전단을 감시하던 호주 공군 P-8A 해상초계기 조종사에 레이저빔을 투사하는 공격성까지 과시하였다. 

궁극적으로 중국 해군은 남태평양 진출을 통해 이미 제3도련에 해군력을 전개시키고 있으며, 이제 솔로몬 제도에 군사기지 교두보까지 확보할 예정으로서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와 같은 지리적 근접성의 유리함에 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의 틈새인 남태평양을 파고 드는 ‘신의 한수’를 구사하여 미국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