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MIL 쉼터
1985-1990년 압록강변에서 직접 본 중국의 변화
김정숙군(신파) 군당책임비서의 요청으로 압록강변으로 간 해가 1985년이다.
김정일의 동창으로 중앙당 조직부에 있었다는 책임비서는
김정일의 엄마인 김정숙 이름 딴 곳에 가서 인민생활을 높혀보라는 신임을 받고 왔다고 한다.
인민생활은 가장 많이 심는 강냉이를 증산해야 높아지는데 깜부기병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를 퇴치하기위해 농업과학원 강냉이연구소 깜부기 유일 연구사였던 나를 초대한 것이다.
주품종인 <올1호>가 깜부기병에 약하였는데 대책은 병에 강한 종자교체로 간단히 해결하여주었다.
시험포는 군에서 가장 살기좋다는 2중 3대붉은기쟁취운동 농장인 풍향리의 5반(일명; 보파리),
맞은 켠이 스스도구 즉 14도구였다. 몰래들어갔을 때보니 김정숙읍 만큼이나 규모는 되었다.
압록강을 사이로 중국과 조선은 기후도 같고 토지도 똑같다.
방송차를 불며 농민, 사무원, 학생으로 붐비는 우리쪽에 비해
중국사람들은 아침저녁 선선할 때만 가족끼리 또는 혼자서 일하고 들어간다.
건들건들하는 것 같지만 가을에 보면 밭에 풀이 없고 강냉이가 우리 것보다 키가 크고 이삭이 팔뚝같다.
낙후하다는 중국소리와 달리 1985년도에 벌써 밭에는 비닐피복을 씌워 하얏게 보였다.
나의 시험포는 압록강변에 있었는데 맞은켠 중국밭이 마침 조선족인 박일록이란 동갑내기였다.
그를 연고로 매해 몰래 가보기 시작하였다.
14도구 마을에서 옥수수밥과 입쌀을 섞어먹는 집은 세 집, 다 쌀밥을 먹는데 세 집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박일록도 세집에 속해서 장가가기 힘들다고 한다.
가난한 이유를 삼자를 통해 들은데 의하면 병자이거나 장애자, 그리고 천성적으로 게으른 집들이라고 한다.
못사는 것이 개혁정책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제일 못산다는 박일록집도 다음해에 가보니 쌀밥을 먹고 중고 tv도 갖추고 그 다음해에는 중고 색테레비로 변했다. 매해 벽돌집들이 새로 늘어나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아무리 못살아도 자전거는 낡은 것이라도 매집 다 있었다.
집 앞 길가에 강냉이 더미가 쌓여있어도 누가 가져가지 않는다. 강냉이가 많으니 가축수도 늘어난다. 밥은 물론 고기 먹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우리쪽 마을은 유령처럼 조용한데 중국마을은 가축소리, 두엄냄새, 노래소리 등 뭔가 벅적벅적 풍요해보였다.
시골상점이지만 평양을 비롯한 공화국 어디에서도 마음대로 살 수없는 사탕과자, 옷, 신발, 생필품들이 꽉차있었다. 돈 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있었다. 제품수준도 공화국 것보다 신식이었다.
1985-87년에는 조선 옷과 신발, 공업품과 중국의 이불등, 전지, 식료품 들과 바꾸(물문교환)가 있었지만 점차 뒤바켜버렸다. 즉 5년만에 공업품이 아니라 식료품으로 뒤바킨 것이다.
식료품은 명태, 낙지, 해삼, 생북 과 구리 같은 유색금속으로 중국의 공업품으로 교환되어 갔다.
그만큼 수준이 확 달라진 것이다.
점차 중국에 친척있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으로 되었다.
정작 그 중국친척들은 남조선으로 약장사, 노무자로 돈벌로 가고 여자들은 시집가는 것이 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중국동포의 노래를 비롯한 문화가 한류로 완전히 바뀌어 갔다.
반대로 북조선하면 눈아래로 보는 경향이 뚜렸해졌다.
1989년 봄철 농촌전투때 온 혜산 대학생들이 <갑순이와 갑돌이> 조선족노래와 디스크 춤을 추는 것을 신기하여 구경하였다.
훗날 알고보니 <갑순이와 갑돌이>는 남조선노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