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MIL 쉼터
제물포라는 지명에 대한 나의 생각
아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아는 그는. --- <유치환의 깃발중에서>
나는 이 시인의 어법을 따라 이렇게 묻고 싶다.
아아, 누구이던가,
이 이름없던 포구에 불멸의 이름을 붙여준 그 사람은.
1883년 제물포가 개항으로 세상을 향하여 열리면서 이 포구에 발을 디딘 이방인들은
제물포라는 포구의 이름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있는지 알고싶어 하였다.
그러나 이들 이방인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여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포구란 것이 불과 십여채의 초가가 모여있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기에
이 포구가 어떤 연유로 제물포라고 불리우게 되었는지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방인들이 제물포를 세상에 알리는 글을 쓸 때 이 명칭의 의미는 스스로도 그 기원을 모르는 조선인의 대답을 그대로 옮기던가 한자를 풀이하여 그들 스스로의 상상력을 덧붙이곤 하였다.
제물포라는 이름은 "여러강의 둑" 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퍼시벌 로웰> (1)
기우제를 지내는 우물이라는 뜻이 아닐까? <스크랜튼 목사>(2)
물건의 비축이나 보존을 위한 창구라는 의미 <죤스 목사>(3)
상품을 건네는 항구라는 뜻 <러시아측 발간물>(4)
큰 물(大水)이라는 뜻이 아닐까 <인천부사>(5)
이러한 이방인들의 생각은 제물포(濟䥼浦)라는 한자에 기대어 상상력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물이라는 말은 토착의 우리말을 행정상의 이유로 비슷한 음의 한자로 바꾸어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물포라는 한자를 놓고 이리저리 궁리를 해서는 사실에 까까운 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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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만 두들기면 나타나는 제물포와 월미도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해설에 실망한 나는 여기에 나만의 생각을 드러내 보려고 한다.
나는 학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문외한만이 누릴 수 있는 어거지적인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보고자!
<잿물포>
제물포의 어원은 <잿물포>이다.
모든 갯벌은 잿빛이다.
최초의 작명가는, 이 작은 포구가 물색과 물이빠지면 드러내는 광대한 갯벌의 색이 유난히도 잿빛이 강하기에 그 인상을 따라 잿물포라는 이름을 하사한 것이다.
나의 이 주장을 정당화시키려면 최초의 작명가가 바라본 인천앞바다의 갯벌이 유난히도 진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나는 연구결과에 근거하는 학술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며 직관과 상상력에 입각할 뿐이다.
글쎄 빈약한 나의 기억이 이 주장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강화도에서 인천으로 연결되는 물길의 갯벌의 색깔과 소래포구와 북성포의 갯벌, 그리고 서해안의 몇몇 갯벌에 대한 내 기억이?
큰 강을 끼고있는 바닷가와 그렇지 못한 해변의 갯벌색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강에서 바다로 들어오는 유기물이 풍부한 강물은 강화도의 좁은 바닷길을 따라 인천까지 흘러내려오며 진회색의 품질좋은 뻘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런데 이 최초의 작명가에게 즐거움을 준 것은 잿물포구와 건너다 보이는 섬(월미도)을 잿물이라는 공통된 이미지로 엮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월미도의 어원>
이 작은 포구에 잿물포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눈길을 들어 건너편의 월미도를 바라보았다.
월미도(月尾島)는 그 형태가 달의 꼬리처럼 구부러져 보인다고 월미도라고 불리워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우리말의 명칭이 한문으로 바뀌면서 그 의미가 만들어진 것 뿐이다.
지명사전을 보더라도 월미도는 어을미도(魚乙未島), 어미도(於味島)등으로 음차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의 주장은 이렇다.
이 섬은 우리말로 "얼그미도" 였으며 이것이 어을미도 →얼미도(6) →월미도로 음의 순화와 음차의 과정을 밟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얼그미"라 무엇인가?
그것은 "체"이다. 그 안에 가루를 넣고 흔들면 고운가루만이 걸러져서 아래로 나오는 바로 그 "체" 말이다.
바로 이 얼그미(체)가 "잿물"을 만드는 도구인 것이다.
나무를 태운 재를 이 "얼그미"에 담은 후 그 위에 물을 부어주면 물이 아래로 통과하면서 재가 함유하고있던 탄산칼슘이 용해된 물을 모을 수 있다.
이것이 잿물이다. 그리고 체 속에 남아있는 물을 머금은 재가 바로 잿뻘인 것이다.
방금 이 작은 포구에 잿물포라는 이름을 붙여준 위대한 작명가는 저 섬이 이 포구의 진한 갯뻘이 썰물과 함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음을 목도하고 바로 "얼그미"을 연상하였다.
"저 큰 섬과 작은 섬 사이의 연결이 마치 "얼그미"처럼 바닷물은 빠져나가도 갯뻘의 성분은 휩쓸려나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구나."
(또한 역으로 생각하여 깊은 바다의 모래가 제물포구를 덮쳐 잿빛을 희석하는 것도 막아준 것이리라.)
월미도의 형태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월미도와 소월미도가 제방처럼 길게 이어져 잿물포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가로막고 있다.
물론 현실에 있어서 이어짐이 실제로 바닷물의 흐름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섬을 이어주는 이 작은 자연의 제방은 상상력이 충만한 작명가가 이 섬을 "얼그미도"로 붙여주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이와같이 제물포라는 지명과 월미도는 "잿물" 이라는 공통된 이미지를 발견한 작명가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나는 보는 것이며 우리에게 전해진 음차된 한문의 명칭에서 유래를 찾으려하는 것은 허망한 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상상력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난 십여년간 자유공원과 석정루에서 물끄러미 월미도를 바라볼 때 내 안의 상상력이... 마치 종이학을 접듯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하여 스스로 즐거웠으니까.
******************** 짜투리 글 ***********************
1. 억측에 가까운 상상력만으로 쓴 글에도 인용된 말의 출처를 명기해야 되는가....
(1) 퍼시벌 로웰저, <내 기억속의 조선, 조선사람들, 예담>
(2)(3)(4)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 인천문화재단>
(5) 인천부사... <다만, 편자 고타니 마스지로는 몇몇 의견을 같이 낸 것으로 기억한다>
(6) 홍문관 편찬 해동지도에 명시된 명칭, 대동여지도에는 월미도임
1750년대 해동지도에는 얼미도(蘖尾島), <이희환, 문학으로 인천을 가다. 작가들>
2. 한 개인의 독단적 상상에 지나지 않는 글을 올리면서 문체를 단정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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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眞波 (112.175.xxx.xxx)
- 2020-08-09 23:17:39
-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있어 학교 자랑을 많이 합니다. 꽤 오래된 명문이었지요. 선배님의 마음처럼 인천 바닷가의 아름다운 갯벌이라는 생각에 공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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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 (112.175.xxx.xxx)
- 2020-08-11 12:54:41
- 경주의 옛이름이 서라벌 혹은 셔벌 혹은 새벌인데
새는 동(東), 쇠(金), 새(新) 등으로 분화되었지요.
원래 "새"의 뜻이 있었겠지만, 오래 쓰다보니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해지요
그래서 한자로 뜻을 붙일 때, 동경(東京)에서 동쪽으로, 금성(金城)에서 쇠로, 신라(新羅)에서 새로 해석했지요.
물론 그냥 서라벌로 음차했기도 하고, 그게 변해서 서울이 되었지만.
옭고 그름이 있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 믿으면 되는 게 언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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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바사 (112.175.xxx.xxx)
- 2020-08-15 21:10:45
- 당당님,
제가 공등학교 시절에는 좀 달리 베운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라벌은 서펄, 즉 서쪽의 벌판이라는 뜻이라는 식으로 배웠지요.
서울도 서라벌의 명칭을 이어받은 것이라 하고..... 그 당시가 양주동 박사의 입김이 쎄던 시절인데 세월이 가면서 해석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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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眞波 (112.175.xxx.xxx)
- 2020-08-09 23:17:39
-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있어 학교 자랑을 많이 합니다. 꽤 오래된 명문이었지요. 선배님의 마음처럼 인천 바닷가의 아름다운 갯벌이라는 생각에 공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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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바사 (112.175.xxx.xxx)
- 2020-08-15 21:18:53
- 인천공항 현장이 보안으로 인테넷이 어려운데다가 숙소의 컴퓨터가 고장이라 주말에나 답글을 올리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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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바사 (112.175.xxx.xxx)
- 2020-08-15 21:17:21
- 그렇습니까
제물포고등학교는 원래 인천중학교를 모태로 했죠.
일제시대때 그 자리에 인천중학교를 설립하고자 할 때 고타니 마쓰지로가 대단한 기부금을 내어 학교설립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 고타니 마쓰지로에게 관심을 갖고있데 이 양반이 살던 집이 예전 인천여중 자리에서 홍예문으로 올라오는 비탈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리수 연립주택이죠)
1950년대에 학교가 나뉘면서 그 자리에 제물포 고등학교가 자리한 것으로 압니다.
학교 운동장이 조금더 아래로 내려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 아래가 공설운동자 자리인데 인천중학교 설립당시에는 이미 그 자리에 주택이 들어서 있었는지... 아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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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백작 (112.175.xxx.xxx)
- 2020-08-10 23:58:38
- 인천중, 제물포고 ..
제모교입니다, 73학번인데 ..
어렸을 적 월미도로 수영 많이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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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 (112.175.xxx.xxx)
- 2020-08-09 19:43:23
- 어원이라는 게 대부분 그렇지요.
원래 뜻이 있었을 경우도 있고, 원래부터 뜻이 없었을 경우도 있고.
뜻을 그럴듯하게 붙여서 부르던 이름의 정당성을 강화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지명은 딱 떨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동네형이 땅이름 ~ 하면서 지명의 어원을 연구하고 책까지 냈던 사람인데
동네 지명을 그냥 짐작으로 붙이는 걸 봤지요. 그냥 그럴듯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