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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칼럼> 오인 격추
작성자 : 유용원(175.114.xxx.xxx)
입력 2014-07-19 1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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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전원이 몰사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요 이와 관련된 오늘 아침자 제 만물상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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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 격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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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군사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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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인 1988년 7월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던 이란 민항기가 갑자기 날아온 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 승객과 승무원 290명은 모두 사망했다. 미사일을 쏜 것은 미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 순양함 빈센스호였다. 이지스함은 최대 1000㎞ 떨어진 항공기와 미사일을 식별해 '신의 방패'라고 부르던 최첨단 함정이었다. 미 당국은 조사 결과 함장을 비롯한 승조원들이 여객기를 이란 공군 F-14 전투기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빈센스호 승조원들이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몇 가지 실수와 오판이 겹쳐 일어났다. 빈센스호는 접근하는 정체불명 항공기에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민항기가 들을 수 없는 군용 채널을 쓰는 바람에 교신이 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승조원들은 일종의 '집단 최면'에 빠졌다. 민항기가 일정한 고도를 유지해 날고 있었는데도 고도를 낮춰 빈센스호를 공격하려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만물상 일러스트
▶5년 앞선 1983년엔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전투기에 격추돼 승객 246명과 승무원 23명 전원이 숨졌다. 007편은 어떤 이유에선지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고 소련 SU-15 전투기는 비무장 민간 여객기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소련 당국이 전투기 조종사에게 격추 명령을 내린 이유를 두고 추측이 많았다. 인근 지역을 비행했던 미군 정찰기로 잘못 알았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감시 식별 장비가 발달한 2000년대 들어서도 오인 공격은 종종 일어났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이 영국 토네이도 전투기와 미군 FA-18 전투기를 적 미사일로 오인해 공격했다. 2011년엔 강화 교동도의 해병대 초병들이 새벽에 아시아나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잘못 알고 K-2 소총 99발을 쏘기도 했다. 아시아나기는 소총 사거리보다 훨씬 높이 날고 거리도 멀어 피해는 보지 않았다.
▶그제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객 298명이 모두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군 수송기로 오인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무기와 장비가 아무리 정교하게 발달해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숱한 전쟁과 참사의 역사가 일깨우는 진리다. 말레이시아기 격추 참극 역시 사람의 한순간 실수로 터진 셈이다. 살상 무기는 물론 문명 이기(利器)도 다루는 인간에 따라 언제든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두려움이 솟는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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