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2월26일 '역사적인' 미 핵잠수함 오하이오 공개 행사 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아래 르포는 신문에 보도되지 않은 부분도 포함돼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니 퍼가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사진저작권자/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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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는 잠수함은 물론 수상함정(이지스함 포함)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토마호크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탑재, 세계 최강의 재래식 타격력을 가진 잠수함입니다.”
26일 오후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중인 미 해군 순항(크루즈)미사일 탑재 핵잠수함 ‘오하이오’(SSGN 726) 함내(艦內). 길이 170m, 폭 12.8m, 만재(滿載) 배수량 1만8750톤에 달하는 거함(巨艦)의 함장인 앤드류 헤일 대령은 함정을 찾은 국내외 기자단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오하이오는 다음달 초부터 열리는 한미 연합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0일 부산기지에 입항했으며 이날 언론 공개 행사 후 출항했다.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을 실어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이 잠수함이 한반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 뿐 아니라 언론에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핵잠수함 내부의 언론 공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 양국 해군을 지휘하는 더그 크라우더 미 7함대 사령관(중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한국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전투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한 것”이라며 “오하이오가 지난해 가을 미국 워싱턴주 기지를 출항해 처음으로 정박한 외국 기항지도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오하이오의 내부는 배수량이 1200~1800톤에 불과해 비좁디 비좁은 한국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넓은 공간과 첨단 장비를 자랑했다. 배 위에서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수직 통로로 5,6 가량을 내려가자 잠수함의 두뇌이자 심장부인 지휘통제 센터(Control Room)가 나타났다. 30여㎡ 넓이의 통제 센터에는 20여개의 모니터와 각종 지휘통제통신 장비로 빽빽했다. 이 잠수함의 한 간부는 “2005~2006년 개조된 것이어서 미 태평양 함대 함정중 처음으로 디지털 지도를 사용하는 등 최고의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휘통제 센터를 지나자 좁은 복도 옆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려있는 직경 2.7m의 거대한 수직 발사관들이 나타났다. 2열로 늘어서 있는 총 24개의 발사관중 22개에는 각각 7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려 있다. 2개의 발사관은 특수부대 침투용 등으로 쓰인다. 오하이오에 실려있는 미사일은 토마호크 중에도 최신형으로, 1609㎞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정확히 공격할 수 있고, 비행중에도 목표물을 바꿔서 때릴 수 있다. 수직발사관 사이에는 러닝 머신 등 운동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수상 함정에 비해 비좁은 잠수함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발사관 한쪽으로는 오하이오의 또하나의 강력한 무기인 특수부대원들을 위한 침대들이 늘어서 있었다. 오하이오는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미 해군 특수부대 ‘씰(SEAL)’팀 66명을 태울 수 있다. 북한내 무정부 상태에 따른 핵무기•미사일 탈취 등 북한 급변(急變)사태와 한반도 전면전 발생 때 북한지역 침투를 위해 한국군 특수부대를 태울 수도 있다. 함장 헤일 대령도 “이번 한미 연합 연습에서 오하이오는 한•미 특수부대를 함께 태워 훈련하는 것이 주임무”라고 말했다. 오하이오 선체 외부에는 특수부대원들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최신 잠수정(ASDS) 2척을 싣는 원통형 구조물도 혹처럼 붙어 있다.

디젤 전지 등으로 추진되는 재래식 잠수함이 한번에 2주 가량 바다에서 작전할 수 있는 데 비해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핵잠수함은 최대 6개월 정도까지 물 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보통 3개월 분량의 식량이 실리고, 승조원들의 생체적인 한계 때문에 한번 바다에 나가면 3개월 가량 작전한다. 오하이오에선 160명에 달하는 승조원들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사관 통로를 운동장 트랙처럼 도는 경우도 있는데 7바퀴 돌면 1.6㎞나 된다.

오하이오는 원래 냉전 시절인 1981년 구 소련에 맞서기 위해 트라이던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24기를 탑재하는 전략 잠수함(SSBN)으로 만들어졌다. 냉전 종식과 미•소 전략무기 감축협상, 그리고 대(對)테러전 증가라는 안보환경 및 미국 안보전략 변화에 따라 4억 달러를 들여 크루즈 미사일 탑재 잠수함으로 최근 개조된 것이다.

군 전문가들은 오하이오의 한반도 첫 방문 및 공개는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增援戰力)
에 오하이오가 새로 포함됐음을 드러내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오하이오에 실린 토마호크 154발은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시설, 공군기지, 지휘소 등 전략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수부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날 사상 처음으로 뉴욕 필하모니의 평양 공연이 이뤄지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오하이오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부두엔 한국 해군의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 1800톤급 손원일함(214급)이 정박해 있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손원일함은 현재 해군의 주력인 209급(총 9척 보유)에 비해 크지만 길이 65m, 폭 6.3m로, 오하이오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이다.
/부산=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