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양해 각서

미국과 서방의 개입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근거가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인데, 미국측에서도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이를 활용해 적극적인 어필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일까?

http://en.wikipedia.org/wiki/Budapest_Memorandum_on_Security_Assurances

미/영/프/러가 함께 작성한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의 내용을 살펴보죠. 

According to the memorandum, Russia, the US, and the UK confirmed, in recognition of Ukraine becoming party to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and in effect abandoning its nuclear arsenal to Russia, that they would:

1. Respect Ukrainian independence and sovereignty within its existing borders.
2. Refrain from the threat or use of force against Ukraine.
3. Refrain from using economic pressure on Ukraine in order to influence its politics.
4. Seek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action if nuclear weapons are used against Ukraine.
5. Refrain from the use of nuclear arms against Ukraine.
6. Consult with one another if questions arise regarding these commitments.

1. 기존의 우크라이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한다.

2.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이나 무력사용을 자제한다

3.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인 압력(경제 제재)를 자제한다

4.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유엔 안보리에 의한 행동을 촉구한다

5.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자제한다

6. 상기 조항에 대한 의문(혹은 침해 범위등은) 상호간의 협의에 따른다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에서 중요한 건 두가지죠.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의 성립 배경과 러시아의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 위반 여부.

(1)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의 성립 배경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는 1994년에 성립이 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구소련의 핵탄두와 ICBM등의 투사체를 모두 폐기하는 것을 대가로 미/영/프/러의 4개국이 경제적 지원과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입니다.

주의할 것은 이 각서는 핵우산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이하 각서)의 성립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소련 붕괴이후 각 독립 국가들은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게 되는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마찬가지였죠.

문제는 우크라이나 지역이 당시 바르샤바 조약군의 주요 군사 거점이라 대량의 핵탄두(1000~1400여기 추정)와 예비 기갑전력,100만명 이상을 무장시킬수 있는 치장물자가 비축되어 있었습니다.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기에 그 핵탄두의 행방은? 

사실상 관리에서 벗어난 핵탄두가 1400여기가 우크라이나에 존재했다는 말이죠.
러시아는 그걸 회수하고 싶었지만 자신들도 혼란기였었고,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역시 핵탄두를 혼란기의 우크라이나에서 역시 혼돈과 파괴의 상태였던 러시아에 돌려주기는 싫었던겁니다.

그래서 나온게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

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게 핵전력을 포기하고 보유 핵탄두를 국제기구 감시하에 모두 해체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는게 각서의 작성 배경입니다.

(2) 러시아는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를 위반하였는가?

크게 봤을때 러시아가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조항은 1항과 2항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 침해와 무력시위를 통한 위협이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를 들어 러시아 개입을 불법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엄밀히 말하면 직접적인 각서 위반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나라의 주권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고, 그 국민중 일부가 주권의 직접 행사를 통한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실제로는 현재 우크라이나는 내전 상태로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러시아의 일관된 주장은 무력 폭동으로 성립된 현재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러시아와 크림 자치 공화국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통 정부의 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개입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란거죠.

게다가 무력 폭동으로 도망친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는게 오늘 뉴스에 나오면서 러시아의 명분이 더욱 확고해진 상황.

속셈은 너무 뻔한데 명분이 받쳐주니 서방에서도 입터는 거 말고 마땅한 제재를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죠.

그리고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 역시 타국에 대해 쿠데타나 반군 세력을 지원해줌으로 인해 자국에 친밀한 정권을 만든 경험이 있다보니 이에 대해 강경하게 비난하기 힘든 상황이고, 거기에 크림반도는 러시아계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동네라 자기 민족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깨기가 힘든 상황인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작금의 사태는 러시아의 야욕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권 유지, 인기 몰이 용으로 동부 공업지대에 대한 역차별과 제재를 진행하여 동부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의 러시아계로 하여금 독립을 결심하게 한 현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의 자충수라고 보면 될겁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역차별 정책을 진행하지 않고 동부 우크라이나 달래기에 들어갔다면 크림 자치 공화국의 독립은 그 명분이 약해질거고 자연스럽게 현상 유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지만 중앙 정부의 탄압으로 동부와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이 뭉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죠;;;;;;

3.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이 심각하지 않는 이유.

윗 글에서 알아본대로 우크라이나는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한게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관리 능력을 벗어나는 핵무기가 자고 일어나보니 1400여기가 있었고

블랙마켓을 통한 테러리즘에 이용될 가능성을 염려한 강대국의 압력으로 핵을 버릴수 밖에 없었던 상황.

마치 우크라이나가 존나 인도주의적인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NPT에 가입한 걸로 포장되어 있는데,

자발적으로 NPT에 가입한 거라면 위에 언급되는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와 같은 안전 보장을 강대국 4개국이나 끼워서 받을 필요가 없죠. 우리나라가 NPT 가입할 때 4개 강대국에 저런 안전 보장 받았나요?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와 그에 딸린 부대 조건으로 핵대신 돈을 주고 받은 관계일뿐.

한국이나 일본 같은 군사동맹 개념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동맹국도 아니죠. 근데 미국이 무슨 의리로 자국 동맹도 아닌 나라에 보호를 책임져야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핵우산이라는 개념을 군사적 동맹과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핵우산이란 타국의 핵 공격시 보복 핵 공격을 가정함으로서 상호간에 핵 병기 사용에 대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지,핵우산아래의 국가가 재래식 전력으로 침공을 받는다고 해서 "어멋 저건 핵을 쏴야해" 라고 핵으로 응징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맺은 군사 관련 조약은 겨우 부다페스트 양해 각서 하나 뿐인데, 

여기에도 핵우산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4.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유엔 안보리에 의한 행동을 촉구한다

5.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자제한다

당사자 4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하지 않겠다" 가 아니라 "자제하겠다"는 거고 수틀리면 핵 쓸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4항은 예를 들어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핵을 쏠 경우 보복 핵공격을 4개국이 대신해준다는게 아니라 

상임 이사국인 4개국이 유엔안보리에 해당 안건을 반대없이 신속히 올리고 공격자에 대한 제재 조치를 빠르게 진행해준다는 내용이죠.

도대체 이 내용의 어디에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는지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를 봤을때도 미국이 은근히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을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수 없는 사실중 하나.

뜬금포로 중국이 왜 나오느냐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자세한건 아래를 참조.

http://ko.wikipedia.org/wiki/%EB%9E%B4%EC%98%A4%EB%8B%9D%ED%98%B8_%ED%95%AD%EA%B3%B5%EB%AA%A8%ED%95%A8

결론은 우크라이나와 중국은 군사적 기술 협력 관계로서 실상은 구소련시절 배치된 재래식 전력의 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생각하는건 미국이나 러시아나 동일하니까 말이죠.

우리나라가 경항모 한대 들여오려다가 얼마나 치욕적인 결과를 겪었는지 대충 알겁니다.

그만큼 항공모함은 단순한 전투기 캐리어가 아니라 전황에 중대한 기여를 하는 하나의 전략 무기로서 완성품이나 기술유출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런걸 그대로 헐값에 팔아넘기는데 미국입장에서 우크라이나가 그냥 이쁘기만 할까요?

의외로 미국과 러시아간의 협의는 이미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세계를 양분하는 강대국끼리 그정도 협의가 없었을까?

러시아는 실리를, 미국은 그 이후 중재를 통해 명예를, 그리고 두 국가 모두 잠재적 적국에 무기기술을 판매하는 나라 하나를 혼내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