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기사단(Knights Hospitaller)은 몰타 기시단(Knights of Malta)이나 로도스 기사단(Knights of Rhodes) 등의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들의 모토는 'Tuitio Fidei et Obsequium Pauperum' 이며 라틴어로 신념의 수호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조력을 의미한다.


서기 600년 애보트 프로부스(Abbot Probus)는 교황 그레고리(Gregory the Great)로부터 허가를 받아 예루살렘(Jerusalem)에 기독교인 성지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을 세웠다. 서기 800년, 신성 로마 제국(Holy Roman Empire) 황제 샤를마뉴(Charlemagne)는 애보트의 병원을 증축하고 이곳에 도서관을 추가하였다. 이로부터 200년이 지난 1005년, 칼리프 알 하킴(Caliph Al Hakim)은 병원을 비롯한 3천여 채의 건물들을 파괴하였다. 1023년이 되어 이탈리아에서 온 상인들은 이집트의 칼리프 알리 아즈자히르(Caliph Ali az-Zahir)로부터 병원을 재건하기 위한 허가를 받아내었고, 이들은 세례자 요한(Saint John the Baptist)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병원을 설립하였다. 이 병원은 베네딕트(Benedict) 수도사들이 환자들의 보살핌을 담당하였다.


구호기사단은 1113년 일차 십자군 원정당시 축복받은 제라드(Blessed Gerard)가 교황 파스칼 2세(Paschal II)의 교황령에 의하여 조직하였다. 제라드는 예루살렘 왕국 일대와 그 부근 지역을 기사단의 봉토로 하사받았으며, 그를 계승한 레이몽(Raymond du Puy de Provence)은 예루살렘의 성묘 성당(Church of the Holy Sepulchre)에 구호기사단의 치료소를 열었다. 본래 이 조직은 예루살렘으로 온 순례자들의 구호 활동을 목적으로 하였지만, 이들의 임무는 순례자들의 경호까지로 확대되었고, 경호 조직은 곧 군대 조직으로 확장되었다.


1119년 설립된 성당기사단(Knights Templar)과 함께 구호기사단은 이 일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독교 단체가 되었다. 무슬림과의 전투에서 자신들을 식별하기 위하여 구호기사단원들은 큰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검은 겉옷을 갑옷 위에 걸쳤다.


12세기 중반 구호 조직과 군사 조직으로 양분되었지만, 구호기사단은 여전히 종교 조직으로써 교황의 하사품을 받았다. 이들은 십일조를 내지 않아도 되었으며, 자체적으로 교회를 보유하였다. 구호기사단은 성당기사단과 함께 성지에 많은 방어시설을 축조하였고, 예루살렘 왕국의 정점 시기에 이들은 무려 7 개의 요새와 140 개의 저택을 보유하였는데, 가장 큰 요새 두개는 예루살렘과 안티오크(Antioch)에 위치하였다. 기사단의 자산은 수도원별로 나뉜 후 다시 관할구 별로 나뉘어 각 지부로 할당되었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레드릭 바바롯사(Frederick Barbarossa)는 1185년 기사단에 대한 보호를 약속하였다.


이슬람 세력이 강성해지고, 1187년 예루살렘 왕국이 멸망하자 구호기사단은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기사단이 트리폴리(Tripoli)와 아크레(Acre), 키프러스(Cyprus) 등지로 흩어지자 단장 기욤 드 빌라레(Guillaume de Villaret)는 구호기사단의 영지를 다시 확보하고자 로도스를 거점으로 지정하였으며, 1309년 8월 15일 기욤의 후계자 풀크스(Fulkes de Villaret)는 2년간에 걸친 공성 끝에 로도스 섬을 함락시킴으로써 마침내 이 계획을 달성하였다.


1312년 성당기사단이 해체되고 이들의 자산중 상당량이 구호기사단에게 하사되었다. 이 자산은 아라곤(Aragon), 오베르뉴(Auvergne), 사티용(Castile),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프로방스(Provence) 지역으로 각각 나뉘었고, 해당 지역의 수도원장이나 대수도원장이 관장하게 되었다. 이 각각의 언어를 사용하는 8개 기사단 지부는 지부장의 관리를 받았다. 예를 들어 영국지역 대수도원장이었던 필립(Philip Thame)은 1330년부터 1358년까지 영국 내의 기사단 저택들을 관리하였다.


이제 구호기사단 대신 로도스 기사단으로 유명해진 이들은 군사력을 더욱 증강하여 이 지역의 해적들을 소탕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들은 두 번의 침공에서 살아남았는데, 한번은 1444년 이집트 술탄에 의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480년 터키 술탄 메흐메드 2세(Mehmed II)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침공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함락 이후 로도스 기사단이 무슬림들에게 제 1의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1494년 로도스 기사단은 현재의 보드룸(Bodrum)인 할리카르나소스(Halicarnassus) 반도에 성채를 건축하였는데, 성채 일부는 반파된 세계 제 7대 불가사의, 마우솔로스 영묘(Mausoleum of Maussollos)의 잔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었다.


1522년 술탄 술레이만(Suleiman)은 4백여 척의 군함과 20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로도스를 공격하였다. 로도스 성벽 내에 있던 7천 기사단은 필리페 빌리에 드 릴라당(Philippe Villiers de L'Isle-Adam) 단장의 지휘하에 6개월 동안 버텨내었지만 결국 시실리(Sicily)로 퇴각하였다.


7년간 유럽 각지를 전전한 로도스 기사단은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샤를 5세(Charles V)의 도움으로 1530년 몰타(Malta)에 정착하였다. 이곳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선 로도스 기사단은 몰타 기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무슬림 해적들과 맞섰다. 이들의 활동에 술탄 술레이만은 다시금 군대를 조직하였고, 1565년 몰타를 침공하였다. 이 전투는 몰타 대공성전(Great Siege of Malta)으로 알려져 있으며 700 여 기사와 8천여 보병으로 이루어낸 수비군의 위대한 승리로 기록되었다.


전투의 초반은 로도스 때와 같은 양상을 띠었다.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었으며 기사의 절반이 전사하였고 8월 18일경 상황은 절망적이 되었다. 지휘부는 주변의 지역을 포기하고 성 안젤로(St. Angelo) 요새로 수비군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지만 단장 쟌 파리소(Jean Parisot de la Valette)는 이를 듣지 않았다. 스페인령 시실리 총독은 원군을 보내지 않았는데, 전투에 참가하였다가 패배한다면 시실리를 터키에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펠리페 2세(Philip II) 국왕이 이를 망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총독의 아들은 기사단과 함께 있었고, 몰타 다음은 사실리 차례라는 현실을 인식한 총독의 장교들이 원군 파병을 강력하게 요청하여 결국 시실리 총독은 군대를 파견하였다.


8월 23일 터키군은 다시 공격해왔다. 수비군은 부상자까지 동원하여 이들에 맞서야만 했다. 이들의 끝질긴 항전에 터키군은 쉽사리 몰타를 얻지 못하였으며, 한여름의 기후는 터키군의 진영에 전염병을 몰고왔다. 거듭된 공성 실패로 사기가 점차 땅에 떨어진 터키군은 9월 1일의 마지막 공격을 끝으로 9월 3일 물러갔다. 4만의 터키군 중 콘스탄티노플로 살아 돌아온 자들은 1만 5천에 지나지 않았으며, 당시 무기를 들 수 있는 몰타 기사단원은 6백여 명 밖에 되지 않았다.


1607년 기사단의 단장은 신성 로마 제국의 왕자와 같은 권한을 가지는 신분이 되었다. 1630년에는 단장이 추기경과 동등한 지위로 승격되었고, 단장의 독특한 신분적 지위로 인하여 단장은 마치 교회의 왕자와도 같은 위치가 되었다.


1571년 터키군과 벌어진 르판토 해전(Battle of Lepanto)에서 터키 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몰타 기사단은 해적을 척결하고 무슬림의 상선을 공격하였으며, 이들의 본거지는 아프리카와 터키인을 노예로 팔고, 기독교인 노예를 해방하는 노예 매매의 중심지가 되었다. 몰타는 18세기까지 노예 시장으로써의 명맥을 유지하였고, 몰타 기사단의 갤리선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수천명의 노예들을 조달하는 창구가 되었다.


종교 개혁이 일어나면서 몰타 기사단의 유럽 내 자산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몰타는 건재하였다. 1540년에는 이혼 문제로 교황과 갈등을 빛은 영국왕 헨리 8세(Henry VIII)가 카톨릭과 결별하면서 몰타 기사단 영국 지부가 몰수되었으며, 1577년에는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의 독일 지부가 루터(Luther) 파로 돌아섰다. 그러나 독일 지부는 1812년 프러시아 왕의 소속으로 변경되기까지 몰타 기사단에 대한 재정적 후원은 지속하였다. 이 요한 기사단(Johanniter Orden)은 1852년 프러시아 구호기사단으로 재건되었다.


몰타 기사단은 제정 러시아 해군과 혁명 전의 프랑스 해군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기사단 소속인 드 포인시(De Poincy)가 1639년 프랑스령 세인트 키츠(St. Kitts)의 행정관으로 임명되었을때 그는 기사단의 표장을 달고 직무를 수행하였다. 1660년 그의 죽음으로 캐리브 해에서의 기사단의 영향력은 사라지게 되었고, 생전에 그가 사들인 생 크루아(Saint Croix) 섬은 기사단의 영토로 남아있다가 1665년 프랑스 서인도 회사(French West India Company)에 매각되었다.


1789년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반 성직자 정서가 확대되자 많은 프랑스 기사들과 귀족들이 프랑스를 떠나게 되었고, 프랑스에서의 몰타 기사단의 활동은 영원히 종결되게 되었다. 1792년 프랑스 혁명 정부(French Revolutionary Government)는 몰타 기사단 프랑스 지부의 자산을 몰수하였다.


지중해에 위치한 몰타 성채는 1798년 나폴레옹(Napoleon)에 이집트 원정 과정에서 정복되었다. 당초 나폴레옹은 정박과 보급을 위하여 항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였지만 머지않아 그는 본색을 드러내고 섬의 점령에 나섰다. 단장이었던 페르디난트 폰 홈페쉬 주 볼하임(Ferdinand von Hompesch zu Bolheim)은 이에 대비하지 못하였으며, 몰타 기사단은 기독교인들과 싸워서는 안된다는 규정에 매여 나폴레옹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단장은 집무실에서 물러나 지하활동에 들어갔고, 기사단은 유럽 각국과 교섭하며 과거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애썼다. 러시아의 차르(Tsar)는 쌩 페테스부르크(St. Petersburg)에 기사단을 위하여 안식처를 마련해주었고, 몰타 기사단은 기존의 러시아 지부와 합하여 제정 러시아 기사단이 되었다. 기사단은 러시아 황제를 단장으로 세웠으며, 1801년 황제 암살 후 1803년 로마(Rome)에서 카톨릭 신도로 단장을 새로 선출하였다.


1800년대 초 많은 지부들을 잃은 기사단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기사단의 유지비용의 10%만이 기존 유럽 지부에서 수확되었으며, 나머지 90%는 1810년까지 러시아에서 분담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1805년부터 1879년까지 기사단은 단장 없이 부관 체제로 운영되었으며, 이후 교황 레오 13세(Leo XIII)는 기사단의 단장 체제를 다시 회복시켰다. 이 시기부터 기사단은 군사조직이 아닌 구호 및 종교 조직화하였다. 1834년 조직은 쇄신되었으며, 몰타 기사단은 로마에 본부를 둔 몰타 독립 기사군(Sovereign Military Order of Malta, Sovereign Military Hospitaller Order of Saint John of Jerusalem of Rhodes and of Malta)으로 재탄생하였다.


몰수당한 뒤 몇몇 기사만이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던 몰타 기사단 영국 지부는 1831년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Order of St. John of Jerusalem)으로 재탄생하였다. 1888년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은 왕명으로 이들에게 허가서를 발급해주었으며, 이들은 영 연방(British Commonwealth)과 미국으로 세력을 넓혀나갔다. 그러나 1963년에 이르러서야 몰타 기사단은 이들을 정식으로 인정하였고, 현재 이들은 세인트 존 앰뷸런스(St. John Ambulance)에서 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종교 개혁 이후 신교로 돌아선 독일내 몰타 기사단 지부는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Balley Brandenburg des Ritterlichen Ordens Sankt Johannis vom Spital zu Jerusalem)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조직은 헝가리와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확장되었고, 이 네 나라의 기사단 지부는 현재 영국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과 연대하고 있다.


정통 몰타 독립 기사군은 국제법상 독립된 지위를 누리며 카톨릭 단체로써 유지되고 있다. 이들은 국제 연합(United Nations, UN)에서 영구 입회 자격을 부여받았으며, 현재 그들의 독립성에 대해서 약간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중세 구호기사단의 정식 계승자이며, 많은 종교 및 자선단체, 구호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쿠바인 상원의원인 멜 마르티네즈(Mel Martinez) 또한 몰타 독립 기사군 회원이다.

[출처] 구호기사단(Knights Hospitaller)|작성자 그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