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역사상 포격 집중도 글의 리플 중 아이기스님께서 수도권 장사정포 위협이 어느정도인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 질문을 보고 저도 궁금해져서, 가용한 자료를 토대로 나름대로 계량적 분석을 시도해보았습니다. 민간인으로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고 자료마다 오차가 있기 때문에 부정확하지만 취미삼아 해보는 하나의 단편적인 시각 정도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와 똑같은 내용의 보다 정확한 분석은 국방 관련 연구소나 군당국에서 이미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장사정포 수량
처음에는 전체 북한 포병 화기를 모조리 찾아서 서울에까지 사거리가 미치는 종류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장사정포 위협을 소개하는 국내 자료들을 보니 170mm 곡산포와 240mm M1985/1991 방사포가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라고 되어있더군요. 덕분에 자료 조사 수고를 덜었습니다.
조금만 설명을 덧붙이자면, 일반적인 포병은 사거리가 대략 30km 이내이고, 휴전선에서 서울 서북부 경계까지 최단거리가 30km정도 되니까 일반 포병으로는 포격이 불가능합니다. 170mm 곡산포의 사거리는 globalsecurity 자료로는 60km, 국내 발표 자료에는 54km로 되어있습니다. 둘 모두 사거리 연장용 로켓 추진탄을 사용했을 때의 수치고요. 240mm 방사포(M-1985는 12발사관, M-1991은 22발사관)는 공개된 출처로는 정확한 자료가 없으나, 국내 연구자료들에서는 최대 사거리가 60km 혹은 64km라고 나옵니다. (Globalsecurity에서는 불확실한 추정치로 35km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거리가 60km이면 서울과 최단거리인 서부전선 개풍군에서 쏘면 서울 전 지역을 사거리에 넣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첨부파일 1 참조)

보유 수량은?
국내 연구 자료들에 따르면 170mm 곡산포와 240mm 장사정 방사포의 총 수량은 1000문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모두 서울을 향해 배치되어있는 것은 아니고요. 자료에 따라 다른데, globalsecurity에서는 서울을 사정권에 둔 화기 수량을 곡산포가 500문, 240mm 방사포는 200문이라고 합니다. 최근의 군당국측의 발표에서는 종류는 밝히지 않은 채 300문이라고 하였습니다.

한줄 요약: 170mm 곡산포 500문, 240mm 방사포 200문이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2. 발사율
170mm 곡산포는 발사속도가 5분당 1~2발(=분당 0.2~0.4발)이라고 여러 자료에서 교차검증됩니다. 240mm 방사포는 국내 연구 자료들에서 재장전 시간이 대략 20분~22분으로 나옵니다. 보유 수량과 문당 발사율을 알았으니 전체 장사정 화력의 단위 시간당 발사량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일단 군당국이 발표한 300문이라는 수치는 종류가 불분명해서 계산에 직접 이용하기 부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상대적으로 수량을 많이 잡고 종류별 수량을 명시한 globalsecurity의 자료를 근거로 해보겠습니다.
170mm 곡산포의 1문당 발사율을 많게 잡아 분당 0.4발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0.4 x 500 = 200, 즉 170mm 곡산포로 서울을 향해 분당 최대 200발을 쏠 수 있습니다. 시간당은 12,000발이 됩니다.
가능성 있는 최대치를 구하기 위해 240mm 방사포는 22발사관 모델인 M1991을 기준으로 해보겠습니다. 200문의 방사포가 22개의 발사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번 사격에 최대 4,400발을 쏠 수 있습니다. 재장전속도가 20분당 1발이므로 한시간에 3회를 발사할 수 있고, 그러면 240mm 방사포의 시간당 총 발사량은 13,200발이 됩니다. 170mm 곡산포와 240mm 방사포를 합치면 시간당 25,200발이 됩니다. 군당국에서는 최근 북한 장사정포가 시간당 25,000발을 투사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 계산 수치와 정확히 맞습니다.(200발은 반올림)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수치가 교차검증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이 수치는 단지 스펙상의 최대 발사율을 그냥 문수로 곱하기만 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한번 사격 후 진지변환이나 갱도 엄폐도 해야 할 것이고, 지속 사격으로 인한 인원 및 장비의 피로도 있을 것이고, 탄약 보급의 한계도 있을 것이고, 아군의 대화력전으로 인한 피해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투사 능력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단지 저로서는 그러한 변수들을 근사치로라도 예측해서 계량화할 근거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스펙상의 최대치로만 계산하였습니다. 군당국의 발표도 이런 현실 변수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최대치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과장이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여기서 어느정도 빠질지는 보는 분들이 각자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론하시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현실 변수까지 가지 않더라도, 곡산포의 발사속도를 5분당 1.5발로 잡고 방사포의 절반이 12발사관 모델이라고 기본 데이터를 조금만 바꿔서 대입해도 시간당 발사량이 19,200발로 확 줄어듭니다. 시간당 25,000발이란 것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만큼 극단적인 최대치란 것입니다. 이런 류의 탁상공론식의 계산이 대개 그렇지만 역시 오차 범위가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당국의 발표에 한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군당국은 시간당 25,000발이 날아온다고 발표하면서 수도권 장사정포의 수량을 300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300문의 장사정포라는 것이 곡산포만을 의미하는지 방사포를 포함한 수치인지 모르겠으나, 어떤 경우라도 300문을 기준으로 해서는 시간당 25,000발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결국 군당국의 발표는 과장된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앞뒤가 안맞는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대화력전의 우선 타격 대상이 300문이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전역을 사거리에 두기 위해서는 곡산포나 240mm 방사포라고 해도 배치 가능 지역이 극히 제한되거든요.

한편 과거에는 당국에서 분당 1만발이 날아온다고 발표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Globalsecurity의 170mm 곡산포 소개항목에서 이 발표내용을 분석해놓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곡산포의 발사속도를 일반 자주포 계열의 최대치인 분당 8발로 가정하면 500문이 분당 4000발, 200문의 방사포가 TOT사격을 하면 4,400발로 도합 8,400발이 되어 그래도 분당 1만발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분당 8,400발조차도 곡산포의 발사속도를 심하게 뻥튀기하고 240mm방사포도 4,400발의 일제 사격을 하고 나면 20분간 재장전해야 한다는 것을 무시한 완벽한 허위발표였습니다.

한줄 요약: 수도권에 시간당 최대 25,000발의 장사정포/방사포가 발사될 수 있습니다.

3. 예상 효과
다른 변수를 무시하고 수치상의 최대 발사율로 개전 첫날 10시간 동안 발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25만2천발을 사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거리 60km라면 서울 전지역이 포함됩니다. 편의상 주변도시는 제외하고 서울에만 사격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보죠. 서울시의 총면적은 605.52제곱킬로미터입니다. 제곱미터로 바꾸면 6억552만 제곱미터가 되고요. 이걸 25만2천발로 나누면, 약 2400제곱미터당 한발이 됩니다. 서울 시내 산이고 강이고 할 것 없이 49m x 49m 격자 당 한발이 떨어지는 셈이네요(물론 이렇게 정확히 골고루 떨어진다는게 아니라 평균치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군대 방어 진지에 이정도 밀도로 떨어지면 피해가 사실상 거의 없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민간인 지역에서는 사정이 다르겠지요. 서울시 인구 중 1%의 사상자만 발생해도 무려 10만명입니다. 게다가 동시다발적으로 사상자와 화재, 붕괴 등이 발생하니 당국의 재난대비 능력의 한계를 초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군당국에서는 방사포에 독개스 탄두를 사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그러면 피해가 거의 견적이 안나오는 수준이 될겁니다. 10시간에 25만발은 상당히 과장되었다 하겠지만, 그정도 갈 것도 없이 700문의 화력이 단 1회만 사격을 하더라도 약 5,000발 가량이 수도권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동마다 90발쯤 떨어지는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피해는 물론 온 시내가 공포에 휩싸이는데는 충분할겁니다. 시내에 동요가 일어서 인구 이동이 시작된다면 도로교통이 완전히 마비될 것이고, 그러면 군 작전(이동 및 보급 등)이 불가능해집니다.

한줄 요약: 군당국에서 전략적으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만한 수준의 피해 및 혼란이 예상됩니다.

4. 대화력전
전략적인 의미에서의 대화력전은 북한의 포병 전체에 대한 일반적인 대포병전의 의미가 아니라, 주로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주요 대화력전의 표적이 1만여 문이 아닌 700문(군당국측 기준으로는 300문)으로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군의 전략적 수준의 대화력전 소요 자산도 생각만큼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화력전의 방법론적인 측면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것은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전략적인 수준에서 나름의 대응 준비를 해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앞에서 계산해보았듯이, 적의 전략 장사정포 화력이 1회만 사격하더라도 수도권에 상당한 피해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력전의 목표는 적의 장사정포가 첫 방열을 하는 동안 타격을 하는 것이 되어야 하겠지요. 즉, 궁극적으로 수도권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선제 타격밖에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북한군이 개전 준비를 한다고 할 때 이를 전쟁 징후로 보느냐 훈련으로 보느냐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다른 글들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어느 전쟁이든 개전 징후 자체를 판단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 징후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실제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한국전, 진주만 기습 등등 역사상 대부분의 기습전쟁들이 모두 다 징후를 포착하고도 이를 무시하였거나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기습을 당한 케이스입니다. 전쟁 징후 포착을 못해서 기습당한 사례는 오히려 별로 없습니다. 개전 준비 수준의 훈련을 서너 번 한 다음 그 다음 진짜로 개전을 하는 식의 기만술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개전 징후를 포착하였더라도 선제 타격의 결심을 할 기회를 상실하고 넋놓고 당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우리 정부가 못미덥다고 하지만, 예방전쟁 수준의 선제공격(사실상 침공)을 불사할 의지가 없는 한 미국이라도 별 수 없고 역사상 어느나라 어느 정부에게도 이 딜레마는 동일합니다.

한줄 요약: 궁극적으로는 선제 타격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5. 민간 대비책
원래 민방위에서 이런거 알려줘야 할텐데, 요즘에는 민방위대가 응급 구조나 소양교육같은거 위주로 하지, 이런 얘기는 잘 안하더군요. 그래서 잠깐 나름대로 생각나는대로 몇가지 정리해서 부연해봅니다.
항공기나 미사일이 아닌 장사정포/방사포는 화력이나 관통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탄도도 제한적이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49m x 49m의 탄착 밀도라고 하더라도 침착하게 적절히만 대응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지하실로 대피하거나 건물 남쪽면으로 피하더라도 아마 적 포병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는 웬만큼 피할 수 있을겁니다. 동네에 언덕이 있으면 후사면쪽으로 피해도 될거고요. 49m x 49m 밀도로 떨어지는 것은 10시간을 내리 쏴야 그렇다는 것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대량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공격이 시작되고 나면 멀리 갈 것 없이 근처에서 적당한 대포병 엄폐장소를 찾으면 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집이 북한 포격에 안전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시면 다른데 굳이 안가도 적 포격에서 충분히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올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됩니다. 아파트 단지 내측 동이나 빌라촌 1층 정도만 되더라도 비교적 안전할겁니다. 사실 서울 시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야전에 비해서 오히려 안전할 수 있습니다.
포탄 자체를 그리 무서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커드 미사일의 스펙상 살상반경이 100미터인데도 91년 걸프전때 스커드 미사일이 몇 발 정도 텔아비브의 민간인 거주지역에 떨어졌지만 탄두의 폭발력에 죽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고 공습경보에 놀라서 심장마비를 당했다던가 산소마스크를 잘못 써서 질식해서였던가 하는 이유로 노인이 한 두분 돌아가신 정도였습니다. 170mm 포탄이나 240mm 로켓탄도 생각보다 근거리에 떨어져야 직접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폭발력에 직접 노출되지 않고 적절히 엄폐하고 있다면 십여 미터 떨어져 있더라도 무사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침착하는게 중요합니다. 어디 피난가겠다는 생각은 포기하셔야 합니다. 러시아워의 시내나 휴가철 고속도로만 해도 길이 다 막히는 마당인데, 전쟁나면 군에서 통제하지 않더라도 길이 막혀서 차타고 피난 가고싶어도 못갑니다. 걸어서 집떠나는건 더위험하지요.. 그냥 집에 있는게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고 아마 주요 도로는 군에서 통제할겁니다.
현대전이 될수록 단위 기간당 사상자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현대전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무기의 화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많아 그로 인해 사상자가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전쟁이 빨리 끝나도록 돕는게 궁극적으로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예비군이나 민방위 대원이라면 당연히 소집에 응해야 할 것이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사회 동요를 부채질하지 말고 침착하게 집에 머무르면서 군작전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직간접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민간인 차원에서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돕는 길입니다.

한줄 요약: 침착하게만 대처하면 개인 차원에서는 장사정포 위협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6. 결론: 세 줄 요약
1) 북한의 전략 장사정포 전력은 시간당 2만여 발 이상을 수도권에 발사할 수 있습니다.
2) 당국 차원에서는 이를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할 만 합니다.
3) 개인 차원에서는 적절히 대응한다면 충분히 무사할 수 있습니다.

첨부파일 설명
1: 장사정포 최대 사거리 및 수도권 위협 배치 지역
2: 170mm 곡산포
3: 240mm 방사포
4: 방사포 갱도 진지

(시진 출처- 1: 직접 제작 2~4: Globalsecu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