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국방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소요추격형에서 소요선도형으로
작성자 : 전제국(210.223.xxx.xxx)
입력 2022-08-23 11:02:30
  • 조회수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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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소요추격형에서 소요선도형으로

전제국 前 방위사업청장






※이 글은 현재 집필중인 방위사업 관련 책자의 일부를 별도의 논문으로 보완·발전시킨 것임을 밝힙니다.

“전쟁이 기술혁신을 낳고 새로운 기술이 전쟁패러다임을 바꾼다.” 이는 피흘림으로 얼룩진 수천년 인류역사를 통해 입증된 명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지속되며 기술혁신을 추동하고, 신기술은 전쟁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는 ‘전쟁과 기술의 선순환’을 견인하고 있다.
마침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과학기술의 진보가 빛의 속도로 빨라지면서 전장환경과 전쟁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제 전쟁의 승패는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국방연구개발과정에 접목, 미래전장을 지배할 ‘Game Changer’를 얼마나 빨리 개발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국방(+국가)의 앞날은 첨단 신기술을 개발해 신개념의 무기체계로 전력화해 내는 국방과 학기술자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50여 년 전 나라에 돈도 없고 기술도 별로 없던 시절, 자주국방을 지향한 국가리더십의 결단과 의지로 세워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나라사랑·장인정신’ 하나로 대한민국을 세계 9위권의 군사기술대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제 한국군 장비의 75% 이상이 국산화되었고 세계 6위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르러 우리의 국방연구개발은 수많은 절차와 규제의 장벽, 실패 불용(不容)의 문화, 인력·예산·시간의 제약, 감시감독의 일상화 등 여러 겹의 덫에 걸려 머뭇거리고 있다. 최근 정책당국의 관심이 ‘도전적 연구개발’에 모아지고 있지만, 국방 R&D의 무게중심은 아직도 군의 소요 충족에 쏠려 있다. 군의 소요만 뒤따라가는 소요추격형 연구개발로는 국방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없다. 앞으로 국방당국이 한반도 지정학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역풍을 뚫고 국가안보를 확실히 지켜낼 수 있으려면, 국방 R&D 패러다임을 소요추격형(또는 소요충족형)에서 소요선도형(또는 소요창출형)으로 과감히 전환, 장차 한반도 전장을 지배할 도전적·와해적 기술과 신개념의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 투자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림 1]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50주년을 맞아 ’20년 8월 3일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장에서 국방 합동 시연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는 모습


이 글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국방연구개발이 지향해야 할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특히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정책 과제와 처방을 찾아보려는데 목적이 있다. 먼저, 국방 R&D의 특성과 성공조건을 탐색하고, 지난 반세기 ADD 역사 속에서 국방 R&D의 공과(功過)를 도출, 미래 국방의 길을 열어가는 빛으로 삼고자 한다. 이어서 국방 R&D의 성공조건과 역사적 교훈에 비추어 현상을 진단하고, 발전과제와 정책대안을 모색, 제시하고자 한다.


국방연구개발의 특성과 성공조건

국방연구개발은 10년, 20년 앞의 국가안보를 뒷받침할 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 최종 목표를 두고 이에 필요한 기술(+무기체계)을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는 결국 강군 육성의 한 축(전력)을 ‘우리 기술’로 구축하여 ‘우리 힘’으로 ‘우리나라’를 지키려는 ‘자주국방’으로 귀결된다.


• 국방 R&D의 미션

오늘날 한반도 안보환경은 나날이 첨예화되는 주변 4강 간의 전략적 경쟁과 북한의 핵위협에 포위된 채 불안정성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군이 비교적 작은 군대로 주변의 큰 군대를 상대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승기(勝機)를 잡을 수 있으려면 국방기술의 전략적 우위(Strategic Advantage)를 선점(先占)하고 ‘첨단기술 기반의 절대강군’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전쟁과 기술의 선순환 관계에 비추어보면 국방 R&D의 진정한 가치는 전쟁양상을 뒤따라가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전쟁양상을 앞에서 이끌어 가는 독립변수로 작동하는 데 있다. 이제 우리의 국방 R&D도 한반도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 국방의 미래를 열어가며 국가생존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궁극적 목표(+비전)를 두는 것이 마땅하다. 유사시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의 안개(Fog of War)를 뚫고 압도적 승리를 가져다주는 비밀병기도 국방과학기술이고, 4강에 둘러싸여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되풀이하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넘어 국가생존(+번영)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는 절대적 파워 역시 국방과학기술의 우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국방 R&D의 특성

국방 R&D의 기본가치와 역할에서 비롯되는 특성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국방 R&D는 자주국방의 꿈을 현실로 바꾸어 나가는 동력인 동시에 자주국방을 뒷받침하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이는 우리 과학자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군사장비로 우리나라를 지켜 내려는 자주국방의 뜻에 닿아 있다. 자주국방과 관련하여, 국방 R&D와 방위산업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자주적 방위역량을 키워 절대 강군의 길을 열어간다. 먼저 국방 R&D가 첨단 신기술 개발로 국방의 앞길을 열어 주면, 방위산업이 그 길로 들어가 신개념의 무기체계로 설계, 제작, 생산해 군에 납품하고, 군은 이것으로 국가를 지켜내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둘째, 국방 R&D 과정은 끊임없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딛고 성공의 문으로 들어가는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다. 처음부터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끝이 성공일지 실패일지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연구개발에 ‘성과 제로’의 완전 실패가 있는 것도 아니다. R&D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시행착오가 거듭되며 교훈과 노하우가 쌓이고 오류와 실패의 연속선상에서 영글어가는 고뇌와 열정이 모여 성공의 문을 열어 가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국방 R&D의 사전(辭典)에 시행착오라는 용어는 있을지언정, 엄밀한 의미의 ‘실패’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국방 R&D의 길은 마라톤코스처럼 멀고 10종 장애물경기처럼 험난하다. 수많은 절차와 규제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내개발 절차는 수십 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각종 법령과 규정도 200건이 넘는다. 수많은 절차와 규제의 장벽을 넘어 군에서 정해 준 목표지점(ROC)에 도착하려면 빨라야 5∼6년, 늦으면 10년 또는 15년도 걸린다. 이로 인해 새로 획득된 무기체계가 실전에 배치되자마자 구형무기가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기도 한다.
넷째, 국방연구개발의 효과성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방면에 파급 확산되며 ‘군사·기술주권’의 실질을 채워준다. 국방연구개발은 먼저 무기체계의 국산화를 통해 막대한 수입대체·외화절감효과를 가져와 경제적 실리를 증대시켜 줌은 물론, 필요하면 언제든지 신예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어 잠재적 전쟁억제력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독자적 기술개발은 외국 기술에 종속될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제기술협력과 무기수출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 국방 R&D의 성공조건

국방연구개발이 장차 전장을 지배할 첨단 신기술을 품어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실패에 관대한 문화풍토와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하고,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적정수준의 인력과 예산 및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연구개발자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오래 참음의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기약 없는 시행착오를 견디며 성공의 문을 열어나갈 수 없다.

⑴ 연구개발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연구개발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성공은 선(善)’이고 ‘실패는 악(惡)’이라는 흑백논리의 통념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은 특성상 실패와 시행착오를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세상에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다만, 끊임없는 연구와 개량의 과정을 거치며 부족함이 채워지고 미숙함이 덜어져 완성에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단번에 충족할 수 있는 확률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구개발자에게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연구의 일부분 이고 기술혁신의 과정일 뿐이다. 시행착오(+실수)가 쌓여 새로운 아이디어가 숙성되고 개념이 고도화(Scale-Up)되기 때문에 시행착오의 축적량이 곧 개념설계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석공(石工)의 작업과정에 비유할 수 있는데 그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수많은 어려움에도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까?” 그가 답했다. “당신은 혹시 일하는 석공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습니까? 석공은 아마 똑같은 자리를 100번은 족히 두드릴 것입니다. 갈라질 징조가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내리치다가 마침 101번째 망치로 내려치면 돌은 갑자기 두 조각으로 갈라집니다.
이는 마지막 한 번의 망치질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마지막 한 번이 있기 전까지 내리쳤던 백번의 망치질 때문입니다. 앞선 백번의 망치질은 실패가 아닙니다. 과정일 뿐입니다”


⑵ 적정수준의 자원(인력/예산/시간) 투입
연구개발 성공의 두 번째 조건은 인력·예산·시간의 충분성이다. 이 셋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연구개 발은 한걸음도 떼어놓을 수 없다.
연구개발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모험의 길이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재원이 들어갈지도 알 수 없다. 비록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꼭 필요한 만큼의 예산은 반드시 지원되어야 하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감안해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는 비약(飛躍)이 있을 수 없다. 연구 개발 역량과 기술의 성숙도(TRL)는 ‘시간의 축적’에 비례하여 차곡차곡 쌓이는 진화의 과정을 밟을 뿐, 하루 아침에 Level-Up 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을 가지고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한 계단씩 쌓아올린 경험·노하우·지식의 결정체(結晶體)가 곧 신기술이고, 나아가서는 신개념의 첨단무기체계로 탈바꿈된다.

⑶ 연구개발자의 열정과 도전정신
연구개발 성공의 세 번째 조건은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불굴의 도전정신’이며 장인의 열정과 의지를 담아 낸 ‘개척정신(Frontiership)’이다. 본래 연구개발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데 진수(眞髓)가 있는 만큼 무모할 정도로 모험을 즐기는 도전정신 없이는 앞으로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 도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실패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실패·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초지일관의 ‘장인정신’이야말로 미래 전장을 지배 하는 신기술을 품어낼 수 있는 모태이다.

⑷ 리더십의 믿음과 아낌없는 지원
연구개발 성공의 마지막 조건은 국방리더십의 믿음과 지원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리더십의 확고한 신뢰와 아낌없는 지원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 변수이다. 무엇보다도 연구개발자들의 전문역량과 열정을 ‘믿고 맡기는 리더십’, 일단 맡겼으면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오래 참음의 리더십’이 전제되지 않고는 성공의 문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제 국방리더십은 연구개발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열정을 불태우며 도전과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절차의 장벽, 징벌의 장치들을 해제해 주는 한편,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담아낼 수 있는 ‘문화·제도적 공간’을 마련해주는 데 지휘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방연구개발의 명암(明暗) 재조명

우리나라 국방과학기술의 발전은 ‘국방과학연구소(ADD)’ 50년 역사와 함께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안보와 경제 성장을 지향한 꿈은 ADD(1970)와 KDI(1971)를 나란히 창설하는 것으로 그 씨앗을 심었으며, 이는 1970~80년대의 경제기적과 1990년대 이후 자주국방을 낳는 초석으로 작동하였다. 하지만 21세기에 이르러 국방연구개발은 인력·예산·시간의 제약과 투명성·공정성의 덫 등 여러 겹의 장애물에 걸려 도약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 ADD, 국방기적의 산실

1970년대 한반도 안보지형은 풍전등화(風前燈火) 위기의 연속이었다. 남북한 군사력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위기였다. 살아남으려면 자주적 방위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주국방에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우리 경제는 빈약했고 화급(火急)을 다투는 안보위기로 인해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국가리더십의 자주국방 의지가 ADD 창설로 나타났지만, 인력과 예산, 연구시설과 장비 등 모든 여건이 척박했다. 다만, 국방과학자들에게는 자주국방을 지향한 꿈과 비전이 있었고 이를 현실로 바꾸어 나갈 열정과 의지가 있었다. 결국 ADD 창설 40∼50년 만에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오늘날 세계 9위권의 군사과학기술의 산실로 탈바꿈하였다.



[그림 2] 국방과학연구소 본관 전경


국방연구개발의 첫 역사는 일명 ‘번개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ADD가 기술 자료(TDP) 도입과 역설계 등 일종의 모방개발을 통해 1개월만에 번개처럼 만들어 낸 소총, 기관총, 박격포, 수류탄, 지뢰, 유탄발사기 등 8종의 시제품이었다. 이후 1974년부터 율곡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기본병기의 국산화가 이루어졌고 1980년대에는 전차, 장갑차, 헬기 등 정밀병기의 생산기반이 구축되었다. 1990년대에는 K-9 자주포,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전자전장비 등 고도정밀무기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21세기에는 세계적 수준의 K-2 전차,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7천톤급 이지스함, 3천톤급 잠수함, 군위성통신체계 등 첨단복합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생산·운용하는 단계로 진입하였다.
ADD는 지난 50년간 350개의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했으며 그 가운데 294개의 전력화를 완료하여 평균 84%의 전력화 비율을 기록하였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도약·성숙 단계에 이르러서는 그 비율이 90%를 넘어섰다([표 1]).



[표 1] ADD의 연구개발 성과(1970~2019) *출처 :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50년 연구개발 성과분석서」, 2020.8, pp.6~7.



[표 2] 한국군 장비의 국산화율(2010~2020) *출처 : 방위사업청, 「방위사업통계연보」, 2015/2021: 한국방위산업진흥회, “2020 국산화율 현황”, https://www.kdia.or.kr(검색일 : 2022.4.15.)


오늘날 우리 국방과학기술수준은 세계 9위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이 단연 1위이고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이 뒤따르고 있으며, 한국은 2008년 세계 11위에서 2015년부터 9위로 올라섰으며, 이후에도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오늘날 한국군 장비의 국산화율도 완제품 기준 2010년 57.8%에서 2020년 76%에 도달했다([표 2]). 이렇듯 ADD는 50년만에 자주국방의 터전을 일궈내는 원동력으로 작동하며 국방의 기적을 낳는 산실이 되었다. 국방연구개발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았다. 지난 50년간(1970~2019) 국방 R&D 투자비는 총 41.2조원이지만, 이를 통해 정부예산절감, 전력 증강, 수입대체효과, 기술파급효과 등 총 442.7조원의 경제효과(투자비의 11배)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림 3] 현무 지대지 유도무기, 국과연이 주관하여 국내 최초로 개발된 중거리 지대지 유도무기로 1970년대 국산 지대지 유도무기 개발 성과를 계승해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전력화 됐으며 국산화율이 90%수준에 달한다.


• 기적에 드리운 그림자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듯이 ADD의 눈부신 발전상 이면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제2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인력·예산·시간 등 연구개발의 성공조건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하게 갖춘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실패에 인색한 문화풍토를 비롯하여 미래지향의 기술 개발보다는 당장의 소요 충족에 매몰된 체계개발 위주의 관행 등에 묶여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방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⑴ 실패 불용(不容)의 문화
연구개발의 본질은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출발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공의 문을 열어가는 데 있다. 그래서 시행착오나 실패는 연구개발의 일부로 진화의 과정이지 처벌과 제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군사장비의 완결성(100% 완성도)을 요구하는 완벽주의의 성향으로 인해 추호의 실수·실패·시행착오도 받아들이지 않는 ‘무관용(無寬容)의 원칙’이 뿌리내렸다.
‘실패 무관용 풍토’에는 국가재정의 제한성과 자주국방의 시급성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자원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하는 한반도 안보상황으로 인해 국방연구개발의 실패나 시행착오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이는 실패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묻는 제도로 정착되었다. 예를 들어, 업체 주도 연구개발의 실패는 곧 ‘계약위반’이 되어 사업중단과 계약이행보증금 몰수, 사업비 환수,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무거운 제재가 뒤따른다.
실패불용의 문화풍토는 ‘세계 최고’를 지향한 국방과학자들의 꿈과 비전, 열정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군의 소요(ROC)가 우리 기술 수준(TRL)에 비해 높을 경우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해외도입을 선호했다. 첨단기술의 해외의존성은 도전정신의 말살은 물론 외화의 지속적 유출과 기술의 종속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독자적 기술개발과 방산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⑵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군대 : 재원/인력 부족
한국군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군대’로 태어났기 때문에 국방연구개발의 성공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웠다.
국방 R&D 예산은 2000년 7,500억 원에서 2010년 1.8조 원, 2020년 3.9조 원으로 10년마다 배증(倍增)했지만, 연도별 추이를 보면, [그림 4]와 같이 일관성/방향성 없이 불안정하게 증감을 되풀이해 왔다.



[그림 4] 국방 R&D 예산 증가율(2002~2020) *출처 : 방위사업청 재정계획과(2020.6.8.)


한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 국방 R&D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겠다.



[표 3] 국방연구개발비 국제비교(2017~2019) *출처 : Jane’s Defense Budget Spreadsheet(2019.12); 방위사업청, 「2019년도 방위사업통계연보」, 2019, P.69


[표 3]에 의하면, 2017~2019년 평균, 우리 국방 R&D 예산은 26.2억 달러로 국방비의 6.8%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1,021억 달러(국방비의 14.3%)로 한국의 39배 규모이고, 프랑스는 31.2억 달러(국방비의 7.9%)로 한국의 1.6배 수준이다. 하지만 외형의 비교로는 정확한 실상을 알 수 없다. 국방 R&D 비용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국방 R&D 예산은 업체주도의 체계개발비를 제외한 국방기술개발비(S&T)를 뜻하는 데 비해 우리의 R&D 예산에는 기술개발비는 물론 체계개발비와 출연기관의 운영비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체계개발비가 통상 50%를 차지하므로, 이를 제외한 세계 보편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국방 R&D 예산은 기관운영비를 포함하더라도 국방비의 3.5% 이하다. 이것으로는 장차 한반도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뚫고 국방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첨단 신무기 개발’에는 크게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표 4] ADD 연구개발 사업당 투입인력 변화추이(2002~2019) *출처 : 감사원, 「국방과학연구소 기관운영감사 보고서」, 2020.5, P.56


그렇다고 연구개발 인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연구과제와 예산의 증가율에 비해 연구인력의 증가율은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ADD가 주관하는 연구개발 사업당 투입인력은, [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2년 17.9명에서 2017-2019년 평균 6.4명으로 대폭(64.2%) 감소했다.

⑶ 소요충족형 체계개발 위주의 연구개발
창군 이래 국방당국은 가용 재원·기술·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군에서 제기하는 소요전력을 채워주기도 바빴다. 와중에 국방 R&D는 군의 ROC 충족에 일차적 목표를 둔 ‘소요추격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군에서 제기한 소요가 방위사업의 출발점이고 사업관리·시험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국방연구개발은 군의 소요를 따라 가는 종속변수에 불과하였다. 소요에 기반하지 않은 ‘기초·원천기술’과 ‘미래도전기술’ 개발 등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은 ADD 영역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림 5] 국방연구개발비의 분야별 배분현황(2006~2020) *출처 : 방위사업청 재정계획과(2020.6.8.)


[그림 5]에서 국방 R&D 예산의 분야별(체계개발 vs 기술개발) 배분 실태를 보면, 지난 15년간(2006~2020) 평균 ‘체계개발사업’에 절반 이상(51.9%)이 배분되었고 최근에 더욱 늘어나 57%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술개발(+전용기술)에 대한 투자는 1/3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국방기술개발비 가운데 원천기술의 씨앗을 품어 낼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는 겨우 1.5%에 불과하며, 장차 미래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미래도전기술’ 개발은 이제 막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표 5, 6]).



[표 5] 소요의 유무(有無)에 따른 예산배분 현황(2016~2020 평균)



[표 6] 미래도전기술개발 예산배분 추이(2018~2021) *출처 : 방위사업청 기획조정관실(2022.5.10.)


한편, 소요의 유무를 기준으로 R&D 사업(2016~2020)을 분류해 보면, 소요기반의 연구개발은 체계개발과 전용기술을 비롯해 76.2%에 이른다([표 5]). 반면, 소요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신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자율형 연구개발은 기초연구와 미래도전기술 밖에 없으며 민군겸용 기술을 포함해도 국방 R&D 예산의 4.2%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소요에 기반한 연구개발 중심의 투자로는 우리 R&D 역량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견인할 수도 없고, 미래 전장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발전방향 : 국방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오늘날 우리는 기술의 융복합에 의한 기술혁신이 도약적으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차제에 ADD가 국방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선도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지금까지 소요를 뒤따라가던 ‘소요 추격형’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군의 소요를 이끌어 가는 ‘소요 선도형’으로 연구개발 방식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기술 융복합의 시대 조류에 편승하여 국방 신기술을 품어낼 수 있도록 ADD 중심의 홀로형 개발을 넘어 ‘협업형 연구개발’로 과감히 전환하여 공동개발의 대상과 범위를 정부·민간·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성공의 문을 열어가는 Master Key는 결국 연구개발자들의 역량과 의지에 있는 만큼 국방과학기술자들이 각자 타고난 잠재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와 문화적 공간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 소요선도형 국방연구개발 

국방 R&D가 소요기반의 체계개발 위주로 추진되는 한, 미래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신개념의 무기체계의 개발은 요원(遙遠)해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기술이 진보하는 오늘날 전쟁의 승패는 피아 간에 누가 먼저 신기술을 개발해 무기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군의 소요가 제기되면 그때 가서 연구개발을 시작하다가는 신형무기는 태어나자마자 구형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에 직면할 수 있다. 앞으로는 신기술이 소요를 창출하고 신무기가 전쟁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도록 국방 R&D 패러다임을 소요추격형에서 소요선도형으로 전환함이 마땅하다.
마침 2018년부터 정책당국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기술의 인큐베이팅 등을 통해 소요에 기반하지 않은 신개념 무기체계의 소요를 창출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미래도전국방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ADD가 기획·개발하고 있는 미래도전기술은 우주, 사이버, 국방인공지능, 양자, 합성생물학, 센서·전자전, Chem-Bio, 국방소재·에너지, 지향성에너지, 무인·자율, 극초음속 등 11개 국방 전략 기술 분야이다.
예산규모는 2018년 69억 원으로 출발해 매년 2∼3배씩 늘어나고 있다([표 6]). 국방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현재 2.8% 수준에 이른다. 관련예산의 적정수준은 정밀 판단해 봐야 알겠지만, 장차 한반도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혁신적·도전적 신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으려면 국방 R&D 예산의 10% 정도는 되어야 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최근 ADD는 구조적 재편을 단행하여 소요에 기반하지 않은 소요선도형 연구개발은 ADD 본원(+첨단기술연구원)이 전담하고 소요에 기반한 소요추격형 무기체계개 발은 ADD 부설 ‘지상·해양·항공기술연구원’이 맡는 방향으로 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장차 전쟁 패러다임을 바꿀 첨단 신무기개발을 지향하는 미래도전기술, 선행·선도형 핵심기술, 전용기술은 ‘첨단기술연구원’이 총괄·기획·개발하고, 각군의 실소요 충족을 위한 무기체계는 군별 무기체계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보유·축적해 온 부설연구원들이 소요군 및 방산업체와 협업하여 개발·생산·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미래도전기술도 궁극적으로는 군의 실소요로 전환되고 첨단 신무기로 구현되어 군의 전력을 증강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소요와의 연계성’ 확보가 중요하다. 공들여 개발한 신기술이 사장(死藏)되지 않고 실용화될 수 있으려면, 기술기획단계부터 개발자(ADD)와 운용자(소요군)가 긴밀히 소통하며 소요기획방향을 공동설계하고 신기술과 실소요의 연계성을 어떻게 확보해 실용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일종의 ‘Bridge R&D’가 병행 추진될 필요가 있겠다.
한편, 미래도전기술과 병행하여, 기초·원천기술 개발에도 각별한 관심과 투자를 늘려가기를 기대한다. 기초·원천기술은 실패확률도 높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우리도 이제는 이런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 특정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이 없으면 해외로부터 도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당장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종속’으로 이어져 자주국방 및 해외수출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기술의 종속은 역으로 전력구조 및 전략(+작전)개념의 종속으로 연계되어 군사주권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개방형 국방연구개발

ADD 홀로 우리 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연구 개발할 수는 없다. ADD의 능력을 넘어서는 최첨단기술 개발은 아웃소싱하여 민간부문의 창의·혁신적 아이디어와 국가 차원의 모든 R&D 역량을 결집, 전력투구할 것을 권고한다. 한편으로는 국방 R&D와 국가 R&D, ADD와 방산기업이 비교우위분야를 선택, 상호보완적으로 협업하며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기술선진국 또는 우리와 차별화된 첨단기술을 보유한 나라들과의 기술협력(+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⑴ 국가-국방 R&D 협업 및 민군기술협력 강화
먼저 국방 R&D와 국가 R&D의 분업과 협업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국가 R&D는 국가경제(+과학기술) 발전을 추동할 목적으로 기초·원천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국방 R&D는 국가안보를 지탱해 줄 강군 육성을 목적으로 기술의 응용(+실용화)을 통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어왔다. 이에 국가연구개발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적기에 실용화하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고 국방연구개발은 당장 쓸 수 있는 응용기술에 치중하다 보니 원천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국가 R&D와 국방 R&D가 접목된다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상호보완성의 활성화로 연구개발의 실효성이 배가(倍加)될 것이다. 민간부문은 국방이라는 테스트 베드(Test Bed)를 통해 기술의 실용성을 높이고 국방부 문은 혁신적 민간기술을 적용하여 첨단장비를 개발·전력화할 수 있게 되어 Win-Win의 선순환이 기대된다.
그럼에도 국방 R&D와 국가 R&D의 협업은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방 R&D 과정을 지배하는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규정, 경직된 연구환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제도·문화적 장벽을 넘어 민과 군의 최고·최신기술이 융합된다면, 최소한의 비용(재원+노력)으로 최단기간에 첨단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민군기술협력은 국방연구개발에 구조화된 장기간의 선행기간(Lead Time)을 대폭 단축하면서 유사시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Game Changer’ 개발을 견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차제에 범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역량을 모아 절대우위의 국방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를 벤치마킹, 한국 특색에 맞는 연구개발방식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권고한다.

⑵ 기업과 ADD의 상호보완적 역할분담
국방연구개발은 정부출연기관(ADD)과 방산업체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상호보완적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것을 제언한다. ADD는 당장 돈도 안 되고 실패 위험도 높지만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할 첨단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방산업체는 일반무기체계를 개발하여 군에 공급해 주는 몫을 전담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 6] 국방연구개발의 역할분담 개념도


[그림 6]은 ADD-소요군-방산업체의 역할분담구조를 일관되게 개념화 해 본 것이다. 먼저 ADD 본원(첨단기술연구원)이 소요에 얽매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며 첨단 신기술을 개발, 국방의 미래를 개척해 놓으면, 소요군이 이를 참고해 신개념의 무기체계 소요를 판단 제기하고, 이어서 ADD 부설연구원들과 방산기업들은 앞에서 열어 놓은 길을 따라 가며 군별 소요를 현장 실정에 맞게 설계·개발·생산·공급하며 국방력을 확대 재창출해 나가는 일련의 분업 및 협업 구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ADD 부설연구원들은 군이 지·해·공 전장영역별 전투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신기술의 개발·축적에 집중하되 방산업체들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는 아낌없이 기술을 전수해 줄 필요가 있다. ADD와 방산업체의 기술격차는 대략 100 : 80∼90 정도로 좁혀진 것으로 평가되므로 ADD가 조금만 도와주면 방산업체들은 머지않아 기술적 자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차 방산업체들이 ADD의 지원하에 연구개발역량을 축적하여 ADD에 버금갈 정도가 된다면, ADD(부설연구원)와 기업은 비교우위를 토대로 상호보완적 공동연구개발을 확대해 가며 기술혁신과 전력증강을 견인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⑶ 공동연구개발의 활성화
공동연구개발은 우선 국내기업들 사이에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 특정 무기체계 개발과 관련하여 복수의 업체가 각각의 강점(+비교우위 기술)을 결합하여 일종의 합작 개념이 적용된 상호보완적 협업을 추진한다면 명품무기의 탄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09년 방산업체의 전문화·계열화제도가 폐지된 이후 유사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방산업체 간의 협업이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담합’으로 몰리면서 국내업체 간의 협업은 크게 제한되었다. 이제 기술융복합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기업 상호간의 협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걷어낼 때가 되었다. 다만, 공정한 게임을 보장하려는 ‘담합금지 정신’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효율성 중시 원칙’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기를 기대한다.
다음, 공동연구개발의 범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여, 국제방산협력의 일환으로 국제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을 권장한다. 국제공동개발사업은 특히 참가국의 숫자에 비례하여 시장(수요)은 키우고 위험과 이익은 분산·공유하는 일종의 ‘RSP 사업(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이는 또한 국내에서 채울 수 없는 국방기술의 한계를 글로벌 차원에서 보완해 기술성숙도(TRL)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ADD는 세계 15개국 25개 연구기관과의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적 수준의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국제협력의 외연 확장이 아니라 내실을 강화하여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협력 파트너의 분야별 기술수준에 맞추어 협력 목표와 방식을 차별화, 접근할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우리보다 낮은 기술수준의 국가와 공동개발을 추진할 경우 우리가 선도하며 상대방에게 기술·경험·기법 등을 전수해 주는 일종의 ‘지원형’이 되어야 하고, 반대로 우리보다 높은 기술수준의 국가와 공동개발은 선진기술·경험·정보·노하우를 습득하여 우리의 부족역량을 채우는데 목적을 둔 ‘학습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기술을 가진 국가와의 협업은 서로의 비교우위 기술을 접목하여 각각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 선진 신기술을 창출해 내는 일종의 ‘상호보완형’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국익 차원의 대승적·미래지향적 접근

⑴ 국내개발 vs 해외도입
우리도 이제는 머지않아 세계 6∼7위권의 ‘기술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는 잠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개발이 해외도입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우리 군이 쓸 무기는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주겠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국내개발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군의 소요 장비를 모두 국내에서 개발·생산·공급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 전략적 차원의 비닉무기와 전시 지속적 공급이 요구되는 군별 핵심무기체계는 국내 공급능력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 두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이런 무기를 외국에 의존할 경우 유사시 긴급소요의 적기 획득이 어려워져 전쟁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한국시대를 상정하면 첨단무기의 독자적 개발역량 축적은 국가생존에 절대적 조건이 될 것이다. 통일한국은 주변강국들을 상대로 국익을 놓고 다투어야 하는데 군의 소요에도 못 미치는 보편화된 기술로 만들어진 무기체계로는 사활적 국익을 지켜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림 7]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장보고III 배치-I 사업으로 2024년까지 3척을 건조할 예정이며, 국산화율은 76% 수준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도산안창호함 취역으로 세계 8번째 3,000톤급 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경제적으로도 국내개발이 손해는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단기적으로는 국내개발이 많은 초기투자비용으로 인해 해외도입보다 비경제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입부품 가격의 상승 및 단종 등에 따른 운영유지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개발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배경하에 우리도 한 때 ‘국산무기 우선 획득 원칙’에 의거 국내획득 비용이 국외도입액의 120%까지 국내개발을 허용해 주었던 적이 있었다. 다만 이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지켜지다가 언젠가 사라졌었는데 2021년 ‘한국산 장비 우선 획득제도(Buy Korea Defense)’로 부활하여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림 8] 초소형 SAR 위성군 체계,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개구레이다)는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을 관찰하는 레이다로 위성에서 레이다를 순차적으로 쏜 후 굴곡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를 처리하여 지상지형도를 만들거나 지표를 관측하는 레이다 시스템이다. 주간 및 야간, 그리고 악천후에도 사용할 수 있다. ’22년부터 추진하는 초소형 위성체계 사업은 위협을 신속하게 감시하고 조기 경보 능력을 구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⑵ 기술보호 vs 기술이전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술보호’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기술개발이 국방의 앞을 열어 가는 것이라면, 기술보호는 국방의 뒤를 지켜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ADD가 개발한 군사장비는 수백종에 이른다. 그만큼 지켜야 할 핵심기술도 많이 늘어난 셈이다. 우리 국방과학자들이 혼신을 다 바쳐 개발한 신기술이 유출될 경우 모든 수고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술이전에 너무 인색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적대·경쟁·불순세력으로부터 우리 기술을 보호하는 것과 국내 방산업체 및 동맹·우방국에 대한 기술이전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사안이다. 국내 방산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은 자주국방의 토대를 튼실히 세우고 자주국방을 앞당기는 지름길임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넘겨줄 것을 권장한다. 다만 국가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이 ‘제3의 불순 또는 적대세력에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전제조건은 충족되어야 한다.
다음, 국제적 차원의 기술이전은 단기적 실리를 넘어 ‘방산시장 선점’ 및 ‘국제안보협력 증진’에 전략적 목표를 두고 멀리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장한다. 오늘날 기술이전이 국제(방산)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바, 이를 전략적 지렛대로 삼아 국방교류협력을 고도화하고 한반도 유사시 전쟁지원세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현지 무기시장에의 접근성을 높여 방산수출의 길을 확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국제기술협력은 자칫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기술보호와 관련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 연구하기 좋은 여건 조성

국방연구개발은 도전과 모험의 연속이다. 국방과학자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개척지를 우리의 안보자산으로 재창출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과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세우는 한편, 창의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열린 문화적 공간과 섬김의 리더십, 적정수준의 인력과 예산 지원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밖에도 연구개발의 주요 길목마다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각종 규제의 장벽과 미로처럼 얽혀 있는 복잡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등 ‘일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⑴ 국가리더십의 관심과 지원
실패 없이 쌓아 올린 성공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연구개발 풍토에는 실패가 존재할 틈이 없다. 실패는 곧 처벌·제재로 이어지는 판국에 과연 누가 실패확률이 높은 미래도전·원천기술 등의 개발에 뛰어들겠는가.
이에 대한 출구는 국가·국방리더십의 지휘관심에서 찾을 수 있다. 무기개발에 대한 리더십의 올바른 이해와 과감한 지원은 실패불용의 뿌리깊은 문화·제도를 변혁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김정은 정권의 ‘과학기술중시·과학자우대’ 정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은은 과학기술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사기와 열정을 북돋워 주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소요선도형 연구개발은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과 사업관리시스템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소요기반의 무기체계 개발사업에 적용해 온 경직되고 획일화된 획득체계로는 미래도전기술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절차와 규제의 산더미 속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태동하기도 전에 질식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도전기술은 목표·방향·기한 등이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과 프레임을 뛰어넘는 창의성과 개방성·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열린 리더십과 평평한(Flat) 조직구조를 필요로 한다. 연구개발자 개개인이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소신껏 판단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한 없이 발양(發揚)할 수 있도록 그들 뒤에서 적극 밀어 주고 끝까지 기다려 주는 ‘섬김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아울러 전통적 군대식 피라미드 조직이 아닌 위·아래 구별 없이 원활히 소통하고 긴밀히 협업할 수 있는 수평적 구조로의 개편이 절실해 보인다.

⑵ 충분한 시간과 적정 예산 배분
국방 R&D 투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국가 재정 형편의 부침(浮沈)과 관계없이 적정수준의 재원과 절대적 시간이 꾸준히 투자되어야 한다. 오늘날 무기체계의 첨단화·복잡화, 감시·감독·검증 강화, 근로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사업기간과 소요예산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절대적 시간과 예산의 현실화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제조건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방 R&D 투자 재원과 시간 모두 충분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평균 국방 R&D 예산은 국방비의 6.8%이지만, 이를 국방기술개발비(S&T) 위주의 세계 보편적 기준으로 보면 국방비의 3.5%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림 9] 한국형 구축함 3단계 사업으로(KDX-III) 총 3척이 건조된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급 구축함 중 하나인 세종대왕함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 함이다. 1981년 한국형 구축함 기초연구를 시작한 뒤 1996년 기초설계, 2003년 기본설계를 완료하였고 2007년 세종대왕함이 진수하며 세계 5번째 이지스함 보유국이 됐다. 한국형 기동함대의 본격적인 전력을 갖춘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한국군이 한반도 특유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뚫고 국가생존권을 확실히 지켜낼 수 있으려면, 국방기술개발(S&T)에 국방비의 5∼6% 정도를 꾸준히 투자, 주변국 대비 비대칭 전략무기 개발에 진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체계개발비를 포함할 경우 적정수준의 국방연구개발비는 적어도 국방비의 10∼12%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연구인력의 충분성과 전문성이 동시에 보장되지 않고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현재 ADD의 과제 연구에 투입되는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정책당국은 연구과제 및 예산의 증감에 비례하여 연구인력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적정수준의 인력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방의 미래를 열어가는 ADD의 역할에 걸맞도록 연구원들의 사기 복지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2020년 기준 ADD 연구원들의 평균 연봉은 10대 기업 직원의 86.7%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ADD의 국가안보 기여도에 비추어 보면, 무기 개발자들의 보수는 대기업의 수준에 버금가거나 과기분야 정부출연기관의 최상위 수준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겠다.

⑶ R&D 친화적 제도 정비
국방과학기술자들이 마음 놓고 정진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와 문화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미래 전장을 지배할 첨단기술을 개발해 내도록 판을 깔아 주는 밑바탕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해야 할 몫은 도전적인 연구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제도와 규정을 과감하게 혁파하는 것이다.
먼저, 과감한 도전에 따른 시행착오나 실패에 대해서는 지체상금, 사업비 반납,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과중한 제재를 감면해 주는 ‘성실수행인정제도’를 확대 적용하여 재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음,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신기술을 무기개발과정에 적용할 수 있으려면, 국방획득방식을 일괄획득방식에서 ‘진화적 개발방식’으로 전환, 기술의 진보에 맞추어 목표소요(ROC)에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유연성이 절실하다.
진화적 개발은 과학기술자들이 과도한 ROC에 묶이지 않고 과학기술의 진보 속도와 가용 재원의 증감, 군의 전장 운용경험 등을 반영하여 군의 요구에 최적화된 무기체계를 완성해갈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기도 하다.
한편, 연구개발과정을 지배하고 있는 수많은 절차와 규제의 장벽을 과감히 혁파, 신기술과 신무기의 개발을 앞당길 것을 권고한다. 현행 국방획득체계는 수많은 단계·절차로 나누어지고 각종 규제에 묶여 나날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신기술을 따라갈 수도 없고 이를 무기체계 개발에 적용할 수도 없다. 이제 국방당국은 획득과정에 심어 놓은 수많은 절차·규제를 대폭 간소화하여 사업프로세스를 곧게 펴고 획득시스템 자체를 간결하게 정비해 나가는 것이 국방연구개발의 선도적 역할을 담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림 10] 7월 19일,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가 최초비행에 성공했다. 세계 8번째로 초음속전투기를 독자개발한 우리나라는 향후 4년 동안 2천 여회의 테스트 비행을 거친 뒤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맺는 말

오늘날 우리는 세계 군사력 및 경제력 순위에서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할 정도로 안전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에 살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전쟁의 폐허 위에 꽃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는 6·25 전쟁 중에 맺은 한미동맹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를 토대로 1970~80년대 경제기적이 나왔고 1990년대 정치민주화로 이어지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안정과 자유, 번영을 가져왔다.
정치경제의 기적에 파묻혀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기적’이 있는데 다름 아닌 국방 R&D의 기적이다. 국방과학자들은 나라에 자원·기술·정보·시간도 별로 없던 척박한 여건 속에서 ‘나라 사랑’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오늘날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낳는 원동력으로 기능하였다. 이제 우리 군은 우리 국방과학자들의 손으로 만든 첨단장비로 중무장하고 주한미군과 나란히 한미연합 대북억제력을 유지하며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르러 국방연구개발은 재도약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개념이 기술을 선도하던 시대를 지나 기술이 개념을 선도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더 이상 군의 소요를 뒤따라가던 옛 방식의 연구개발로는 국방의 앞날을 열어갈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연구개발의 실패에 인색한 문화풍토와 인력·예산·시간의 불충분성, 수많은 절차와 규제의 장벽, 투명성 절대주의 등 여러 겹의 덫이 국방과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ADD가 국방의 앞길을 열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전면 수정, 한편으로는 소요추격형에서 소요선도형으로 전환하여 국방의 앞길을 헤쳐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폐쇄적 홀로형에서 개방적 협업형으로 바꾸어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확대 재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ADD는 군의 소요 제기에 한발 앞서 선제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해 미래 소요를 창출해 주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연구개발 중점도 소요에 없는 미래도전기술(+기초·원천기술) 개발에 두고 특히 미래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Game Changer 개발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성공할 수 있는 과제만 골라 연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성공하기 어려운 과제’를 골라 과감하게 도전하는 방식으로의 궤도 수정을 전제로 한다.
다음, ADD가 제한된 자원과 역량으로 첨단 신기술을 홀로 개발하겠다고 고군분투하지 말고 ‘여럿이 함께’ 상호보완적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는 협업형으로 방향 전환할 때가 되었다. 특히 ADD의 잠재적 역량을 넘어서는 첨단기술은 민간부문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R&D 역량을 결집해 나가는 한편, 국제방산기술협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국방과학자들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마음 놓고 도전과 모험을 즐기며 신개념의 첨단무기체계를 개발해낼 수 있도록 최적의 R&D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무기개발은 끊임없는 실패와 시행착오의 끝자락에 피어나는 꽃과 같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 연구개발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여곡절은 낭비나 죄악이 아니라 ‘연구개발의 일부’로 성공의 문으로 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둘째, 연구개발의 길목마다 지키고 있는 수많은 규제와 복잡한 절차를 혁파하여 프로세스를 곧게 펴는 한편, 연구개발자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는 리더십과 막힘 없이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평평한 조직구조를 필요로 한다. 셋째, 국방의 앞날을 열어 가는 국방 R&D의 절대성에 비추어 국방 R&D 투자에 국방투자의 최고 우선순위가 배정됨이 마땅하다. 특히 미래 전장을 지배할 미래도전기술과 비익·비닉기술의 개발에 ‘영순위’를 부여하고 ‘묻지 말고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 리더십 차원의 전략적 결단과 국민의 절대적 신뢰, 재정당국과 국회의 전폭적 지원이 요구된다.
이상의 논의가 현실화되면, 앞으로 국방관리 프로세스는 ADD의 신기술 개발로 출발, 군의 소요제기, 방위사업청의 전력획득, 군의 전력운용으로 이어지며 국방전략목표를 달성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아가서는 우리가 직접 개발한 첨단 신기술과 신개념의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한반도 전장환경에 최적화된 전쟁수행방식이 재정립 되고 새로운 전략개념(+작전계획)이 창출되어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의 역사’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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