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변화로 본 ‘미래전’ 양상(5)

강정민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박사과정, 해군 소령

이 글에서는 군사기술, 그 중 정보기술의 발전이 변화시킬 사이버전장을 예측하고, 우리가 대응해야 할 방향성을 찾아본다. 먼저 사이버공간Cyberspace에서 사이버작전이 일어나는 사이버전장을 규명한다. 이어서 사이버 강대국들의 사이버전술을 살펴보고, 사이버작전을 변화시킬 정보기술 중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을 설명한다. 마지막에서는 이 기술들이 변화시킬 전장을 예측하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존 아킬라John Arquilla 교수와 데이비드 론펠트David Ronfelt 교수는 27년전 ‘Cyberwar is Coming’에서 정보전의 일부로 정의하는 사이버전을 적에게 결정적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자 군사전략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정보혁명Information Revolution’으로 표현했다. 존스홉킨스의 토마스 리드Thomas Rid 교수는 우리가 겪는 것은 사이버수단의 영향력 효과Influence Effect일 뿐 사이버전쟁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이버공간이 전장영역인지 단순히 사이버범죄의 공간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미 많은 국가들이 사이버공간을 전투 영역으로 선언하고, 사이버공간에서 국가의 이익을 선점하고 증가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고 있다.

  합동사이버작전교범과 합참 사이버작전 수행지침(’19. 12. 5.)에 따르면, ‘국방 사이버공간’은 국방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하는 사이버공간이며, 사이버작전은 국방 사이버공간 및 사이버공간 상에서 군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이버능력을 운용하는 군사작전으로 보다 협의의 개념이다.

  이 글의 목적이 군사기술이 전투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므로 군사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이버작전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

  국방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사이버작전의 경우 지상, 해상, 육상 등 물리전과 비교 했을 때, 국가 주도로 추정되는 고난이도의 사이버공격들과 같은 예외는 있지만 비국가 행위자가 진입하기 위한 기술과 비용의 장벽이 낮다.

  또한 사이버공간에서는 과학기술이 무기체계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성숙도’와 ‘시간’ 변수의 영향력이 타 영역에 비해 적어 군사력이 약한 국가들이 강대국에 대항하기 위한 효율적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본 연재의 이전 연구들을 살펴보면 2050년 미래의 전장에 대해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한 지상전, 유·무인 융합 해군력을 바탕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해양전, 역시 유·무인 복합 전투기편대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 항공전을 다루었다. 현재, 미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 역시 전투에서 빠른 승리를 위해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군사목표달성을 위해 상호 빠르게 연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와 같이 미래 작전들의 상호연계성은 초고속·초연결 기능을 제공하는 사이버공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무기체계와 작전환경의 변화로 신뢰할Trustworthy 수 있는 지속적인 연결성Connectivity을 제공하는 사이버작전은 군사작전 성공을 위한 선행조건이 되었다.

  사이버작전은 다시 세 개의 작전으로 구분된다. 사이버공간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네트워크 작전과 공격적 사이버작전, 방어적 사이버작전이 그것이다. 사이버작전이 발생하는 사이버영역도 3개의 계층으로 구분되는데, 물리 네트워크, 논리 네트워크, 사이버인격Persona이다. 지상전, 해상전, 공중전이 물리 영역의 작전이라면, 사이버전은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논리 영역의 작전이다.

[그림 1] 사이버영역의 3개 계층

  물리 네트워크 계층에는 사이버공간을 만들어내는 정보기술 장비와 기반시설들(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광케이블, 위성, 전자기 스펙트럼 등)이 있다. 물리 네트워크 계층에서 만들어진 효과는 코딩의 과정을 거쳐 논리 네트워크 계층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행위자인 사이버 인격이 있다. 사이버 인격은 SNS 계정, 이메일, 은행계좌 등 사이버공간의 행위자이다. 실제 한 명이 다수의 사이버 인격을 가질 수도 있고, 다수의 사람이 한 가지 인격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 외에 사이버공간에서 수행되거나 사이버공간의 능력을 활용하는 작전 중 실제 작전이 수행되고 있으며, 교리로 정립되고 있는 작전으로 사이버 전자전이 있다.

  사이버전자전은 사이버공간과 전자기 스펙트럼을 이용하여 적의 정보를 변조하거나 무력화하는 작전으로 물리전에서 우위를 갖거나 적이 임무달성을 위해 우군에게 유사한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사이버공간을 보호하는 모든 활동들을 의미한다.

[그림 2] 사이버작전과 전자전-임무와 활동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발생했던 과수원 작전Orchard Operation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스라엘 공군이 스텔스 기능이 없는 F-15와 F-16을 이용하여 시리아의 핵시설을 공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사이버 전자전 무기인 BAE사의 전자전체계 Suter가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사이버전자전은 무력충돌이 수반되는 물리전 이전,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일 수 있다.

  하버드 벨퍼센터는 2020년 9월 ‘국가 사이버역량지수 2020Natioanal Cyber Power Index 2020’을 발표했다. 각 국가가 사이버 수단을 활용하려는 목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지Intent 및 능력Capability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여 역량을 평가한 지수로 1위 미국에 이어 중국, 영국, 러시아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인터넷의 기원인 아르파넷ARPANET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을 탄생시킨 미국은 2009년 ‘사이버정책 검토 보고서Cyberspace Policy Review : Assuring a Trusted and Resilien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Infrastructure’에서 사이버영역을 작전 영역으로 분류하였고, 이듬해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하였다. 2013년부터 사이버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플랜X’를 추진하였으며, 2017년에는 전략사령부 예하에서 독립하여 통합 사이버사령부로 격상되었다.

  2014년 북한의 소니해킹 사건을 비롯하여, 2015년 2,15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미국 연방인사관리처

(OPM)의 해킹 등 미국은 끊임없는 사이버공격의 목적지이기도 했으나, 세계최강의 공격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NSA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역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업체의 플랫폼을 활용해 타국에 대한 도·감청을 시행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 사이버사령부는 육·해·공·해병대 사이버사령부를 예하에 두고 있으며, 사이버 임무군Cyber Mission Force은 사이버사령부의 세 가지 핵심 임무인 군사 작전지원, 심각한 사이버공격에 대한 미국 본토 방어, 국방정보체계 방어의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임무팀Combat Mission Teams, 국가임무팀Natioanl Mission Teams, 사이버방호팀Cyber Protection Teams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전투임무팀은 작전계획 수행과 우발작전Contingency Operation을 지원하기 위해 공격 및 방어 역량을 모두 사용한다. 그 중 공격역량 사용에 관한 권한은 사이버사령관에서 각 전투사령관 순으로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격대상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인터넷 공간이 공산당의 통제 밖의 공간으로 이념적 오염과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서구사상의 침투가 확대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이 같은 위협인식을 바탕으로 사이버 안전 담론의 핵심인 ‘사회주의 사상과 체제 안전’을 위한 여론전과 사상교육을 강조한다. 이는 심리전과도 연계되어, 심리전과 물리전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전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소장 다이칭민Dai Qingmin은 1999년 적의 우위를 상쇄시키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적극방어Actove Defense의 시각으로 정보전을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이버공격CNA Computer Network Attack과 전자전을 다루는 총참모부 4부의 부장이 되어, 통합네트워크 전자전(網電一體戰, Integrated Network Electronic Warfare)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통합네트워크 전자전은 중국이 적용한 정보전 전략의 일환으로 컴퓨터 네트워크공격Computer Network Attack과 전자전을 결합한 작전이다. 전자기 스펙트럼 공격을 통해 핵심 지휘통제체계와 컴퓨터 노드들을 마비시키거나 제한하고, 적의 네트워크 공격에 필요한 침투용 멀웨어Malware를 개발하는 임무를 가진 정보전 부서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현재 중국의 사이버전은 과거 총참모부 4부의 전자전을 포함한 사이버공격 기능과 과거 미국 방위산업체를 포함한 기업과 정부기관을 해킹했던 것으로 유명한 61398부대의 상급부대인 총참모부 3부의 사이버 스파이CNE Computer Network Exploitation와 사이버 정찰Cyber ISR의 기능을 통합하여 전략지원부대 네트워크시스템부에서 사이버작전, 전자전, 심리전을 포함한 정보전을 통합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전쟁과 평시의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전략Grey Zone Strategy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을 수행하는데 핵심은 사이버역량이다. 즉, 물리적 공격 이전 심리전이나 정보전을 통해 적의 취약점을 공격하여 전투력을 제한한 뒤 물리적 공격을 감행하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해커부대 창설은 2002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2, 2016, 2020년까지 미국 대선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이나 스파이 행위들은 연방통신정보국(FAPSI)이 해체되어 만들어진 연방보안국(FSB), 해외정보국(SVR), 연방경호국(FSO)에서 담당한다. 연방보안국은 암호와 사이버공격기술을 연구하고, 전자전 무기를 개발하여 적의 지휘통제체계를 무력화하는 사이버전자전을 수행한다. 해외정보국은 KGB를 이어 해외 첩보수집과 방첩, 신호정보(SIGINT) 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 12월 미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를 비롯하여, 미 정부기관과 다수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네트워크 보안 기업인 솔라윈즈Solarwinds의 오리온Orion 업데이트 파일을 해킹해 멀웨어를 심어 공격을 감행한 것도 코지베어Cozy Bear라 불리는 APT29가 소속된 해외정보국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림 3] 사이버관련 러시아 정보기관

  러시아는 2008년 후반부터 군 현대화와 함께 전자전 역량을 적용하고, 발전시켜 왔다. 활용 주파수 대역과 시스템 운용 역량을 넓히고, 정찰, 보호, 항재밍 능력을 발전시켰으며, 전자전을 심리전, 사이버전과 결합하여 적용하기도 했다. [그림 3], [그림 4]에서와 같이 전자정보Electronic Information의 전달을 단절시키고, 사이버전자전 공격을 통해 정보를 변형시켜 왜곡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 4] 적의 지휘통제를 교란하는 전자전 기술의 발전

  방위사업청의 핵심기술기획서(2020-2034)가 제시한 핵심 군사기술 8개 분야를 살펴보면 ➊자율/인공 지능 기반 감시정찰, ➋초연결 지능형 지휘통제, ➌초고속/고위력 정밀타격, ➍미래형 추진 및 스텔스 기반 플랫폼, ➎유무인 복합 전투수행, ➏첨단기술 기반 개인전투체계, ➐사이버 능동대응 및 미래형 방호, ➑미래형 첨단 신기술이다. 과거 무기체계 개별 성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면, 미래의 핵심기술은 신뢰할 수 있는 연결성이 중요하다.

  미 의회조사국은 2020년 11월 발간한 ‘군사기술의 출현 : 배경과 주요 의제’에서 인공지능과 양자기술의 위협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었다. 중국이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 계획Next Generation AI Development Plan에 인공지능을 전략 기술로 정의하고, 무인플랫폼과 스워밍Swarming 작전, 특히 사이버작전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중국이 2016년 양자 통신 위성 ‘묵자(墨子·Micius)’를 발사하고, 2017년 7,600km 떨어진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 사이 대륙 간 무선 양자통신에 성공한 것을 두고 상당한 군사적 위협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기준 무선데이터 트래픽 사용량은 711,053TB로 2015년 말 189,001TB 대비 약 4배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실시간 분석하여 이상 징후를 식별해 내는 것은 이미 인간의 역량을 초과한지 오래이다.

  인공지능이 방어적 사이버작전에 미치는 큰 영향력은 침입탐지처럼 패턴을 적용하고, 유형을 식별해 내는 것과 같은 위협 분류 업무를 단시간 내에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방어적 사이버작전에서 많은 노력이 소모되는 분야가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단순 오탐False Positive과 지능형 공격과 같은 이벤트들을 구분하고, 상관관계를 밝히는 과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 서버, 엔드포인트전 구간에서 발생하는 공격 탐지, 차단, 대응을 위해 실시간으로 보안위협을 모니터링하는 SIEM Security Information & Event Management이나 ESM Enterprise Security Management 등이 활용되고 있다.

  사이버작전 수행 간 공격단계별로 위협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사이버 킬체인Cyber Kill Chain 개념도 있는데, 이 같은 분야의 인공지능 도입은 APT공격과 더불어 지능화되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다. 악의적인 활동에 대해 실시간으로 탐지 및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해커의 행위를 식별 및 분석하고, 행동을 프로파일링하여, 접근을 통제하며 알려진 위협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탐지해 내는 절차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표 1] 인공지능 국방 활용 분야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격으로 잘못된 학습데이터를 주입하여 AI시스템 자체를 손상시켜 오작동 하도록 만드는 중독Poisoning 공격, 학습데이터가 아닌 분류해야 할 데이터를 변조하여 인공지능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회피Evasion 공격, 역공학으로 특정 입력에 대해 출력되는 결과와 신뢰도를 분석한 후, 데이터를 추출하는 탐색 공격Exploratory Attacks 등이 있다. 이 같은 공격방법을 통해 인공지능 도입 기술에 대한 공세적 사이버작전도 가능하다.

  2018년 IBM은 세계적 규모의 보안 컨퍼런스인 블랙햇Blackhat에서 특정 생체조건을 입력했을 때 멀웨어가 실행되는 오픈소스 기반 AI악성코드 딥락커DeepLocker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제로폭스Zerofox는 2016년 AI를 통해 특정인의 선호도를 조사해 트위터에서 악성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는데, 해커가 200개 댓글을 작성하는 동안, AI는 819개의 댓글을 작성했으며, 성공률도 해커는 49명을 감염시켰으나, AI는 275명을 감염시키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2월 대통령 주재 제53회 국무회의에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AI를 통해 2030년까지 455조 원의 이익을 창출하고, 삶의 질 10위 도약을 목표로 하는 국가전략 중 국방 분야는 국방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처리하고 의료, 군수, 행정 등 공통 서비스에 대한 개발과 지원을 하는 지능형 플랫폼 및 국방 지능데이터 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군의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육군은 2019년 ‘인공지능 연구발전처’를 창설하였고, 초지능Hyper-Intelligence, 초연결Hyper-Connected, 초융합Hyper-Convergence을 핵심으로 하는 ‘I -Army2030’이라는 브랜딩을 추진중이다.

  해군은 무기체계를 첨단화하는 ‘스마트 전투함정SMART Battleship’, 지휘통제체제를 지능화하는 ‘스마트 작전운용SMART Operations’, 국내·외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스마트 협력SMART Cooperation’을 핵심으로 하는 ‘스마트 네이비SMART Navy’를 진행한다.

  공군도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기반 스마트한 공군력 건설’의 비전으로 20전투비행단을 지능형 스마트 비행단으로 시범 지정하여,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디지털 관제탑과 위성이나 무인기가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고화질 3차원 영상으로 제작하는 ‘3차원 합성전장 가시화체계’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보안전시회인 RSA 2020에서 RSA암호 알고리즘 개발자 중의 하나인 MIT 라이베스 트 교수는 “암호학계에서 양자컴퓨터의 등장에 대응할 강력한 암호화 알고리즘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나는 양자컴퓨터가 영원히 개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의 사이버 공간에 미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기존 암호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다. 가트너Gartner사는 빠르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시기를 10년 이내로 보고 있다. 사이버 보안에 있어서 현재의 암호체계가 붕괴된다는 것은 현재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데이터가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군사적으로 본다면 무기체계 기술이 일반인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현재는 해독하지 못한 자료를 탈취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양자컴퓨팅을 통해 추후 해독해 낼 수도 있다.

  ‘양자 보안’은 양자 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도 뚫을 수 없는 보안 기술을 의미하는데 양자 보안 연구는 하드웨어 기반의 ‘양자 암호키 분배Quantum Key Distribution’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양자내성암호Post Quantum Cryptography’로 양분되어 있다.

  양자암호키분배는 수학이 아니라 광자를 이용한 물리적 자연현상에 기반을 두어 장거리 통신이 어렵고,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증’이 없어 중간자 공격Man-in-the-Middle Attack에 취약하나 수학적으로 도청해낼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전용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 없고, 공개키 암호인 양자내성암호는 비밀키 암호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고도 암호화 통신이 가능한 것을 포함하여 암호통신을 위해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할 수 있어 권장된다.

  미국은 2018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을 제정하고, 5년간 약 1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NIST, 에너지부의 국립 양자정보과학 연구센터 등 국가 기관들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IT기업, 그리고 학계가 협업하며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분야의 경우 구글의 시카모어Sycamore 양자칩은 200초 만에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수학적 계산을 풀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되었고, IBM은 라스베거스의 CES2019에서 상용 양자 컴퓨터 Q 시스템원을 공개하였다. 양자암호통신 분야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양자내성암호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또한 크롬 브라우저 및 AWS Amazon Web Services의 HTTPS 암호 통신에 양자내성암호를 일부 시험 적용하는 등의 시도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13차 과학기술발전계획에 양자컴퓨팅을 포함하고, 2018년부터 5년간 1천억 위안을 투입하여 양자정보과학국가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하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중국과학기술대학이 광양자 76개로 이루어진 양자 컴퓨터 프로토타입 ‘주장’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 성능이 현 세계 3위인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Sunway Taihu Light’가 20억 년 걸리는 연산을 수 분 만에 풀었고, 구글의 양자컴퓨터보다 100억 배 빠르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 EU의 ‘퀀텀 플래그십’을 비롯하여 영국, 일본, 이스라엘 등의 국가들이 양자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12월 과학기술정통부와 정보통 신기획평가원이 「ICT R&D기술로드맵 2023」을 통해 2040년까지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및 양자센서/이미징 분야의 로드맵과 전략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SK텔레콤은 네트워크 보안 관련 프레임워크 등 2건, KT는 네트워크 기술 요구사항 등 3건의 양자암호통신 관련된 표준을 개발하여 ITU로부터 예비승인을 받았고,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정부의 ‘양자암호통신 시범인프라 구축’ 수행기관으로 123억 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중인 양자컴퓨팅, 양자암호통신 등 사업내용은 [표 2]와 같다.

[표 2] 국내 양자정보과학기술분야 진행중인 사업

  전쟁의 정치적 목적에 관련된 ‘미래의 전쟁’이 아니라 군사기술과 무기체계의 발전에 초점을 둔 ‘전쟁의 미래’를 상상해 내기 위해 합참의 정책연구용역 ‘사이버위협 시나리오 개발 및 대응방안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론과 변수를 활용하여 [표 3]과 같이 도출하였다. 기존의 방법론에 기술, 위협행위가 발생하는 사이버계층, 효과를 추가하고, 취약점과 침투경로를 재분류했다.

[표 3] 사이버위협 시나리오 개발방법

  사이버전장을 주도하는 행위자는 기업이 될 것이다. 미국은 국방부 내의 클라우드 구축사업인 제다이 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0년간 약 12조 원이 투입되어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정보통신 사업인 제다이 프로젝트는 미 육·해·공군의 데이터와 컴퓨터 프로세싱 역량을 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드에 통합하는 사업이다.

  빅데이터의 구축을 위해 클라우드 구축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안보와 관련된 대부분의 데이터는 기업이 저장·운영·보호한다. 최근 미국 주요 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안기업 솔라윈즈Solarwinds의 네트워크 관리 플랫폼 ‘오리온Orion’의 업데이트 파일이 공격받은 것과 같이 공급망을 목표로 한 공격들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결국 사이버전장의 최전방에는 각 국가별 기술 우위를 가진 기업들이 위치한다.

  논리적 영역의 사이버작전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가운데 인공지능 기반 자율시스템 간의 공방이 주가 될 것이다. 사이버공격·방어의 자동화로 행위의 발생 자체가 아니라 작전 수행 간 부수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인간이 개입하여 결심하고, 대응하는 것으로 사이버작전의 개념이 변화할 것이다.

  평시에 지능형 지속공격(APT)과 알려지지 않은 패턴의 위협들을 식별하고, 자율 대응하는 방어적 사이버작전의 인공지능 기술들과 데이터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공세적 사이버작전의 인공지능 기술들의 경쟁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기술 경쟁 속에서 주요 기반시설의 작동 중지나 시스템의 파괴, 금융 데이터의 탈취나 변조, 스마트시티의 블랙아웃, 나아가 인명 사고 등의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인간의 개입없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율무기 체계 간의 경쟁이 발생시킨 부수적 피해에 대한 대응은 국가 간의 분쟁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로 다루어질 것이다. 즉, 물리적 영역과 결합하지 않은 논리적 영역에서의 사이버작전은 심화되는 기술 군비경쟁에 따라 점증할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사이버공격 자체가 아니라 물리적 영역에서 부수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한하여 국가가 귀인Attribution에 개입하는 형태의 모습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에는 물리적 영역의 자율무기체계들의 취약점에 대한 공격과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무기체계들에 대한 사이버전자전 공격이 성행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공격을 위해서 국가 행위자는 평시에 공격 교두보 확보를 통해 결정적 지점에서 작전수행이 가능하도록 공급망 공격을 수행한다.

  이 때 인공지능의 회피, 중독, 추출 공격들을 포함하여 진화된 공격방법들을 적용할 수 있고,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 전투원, 스워밍 작전을 수행하는 군집 드론, 유인 플랫폼과 협업하는 무인 무기체계 등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전자전 공격으로 사이버공간의 논리계층을 공격하여 지휘통제, 감시정찰, 타격 기능을 통제할 수도 있다. 평시 APT공격을 활용하여, 공격대상의 취약점과 침투경로를 사전 확보하고, 임계치 이하의 공격을 시행함으로써 방어역량을 테스트하고, 공격에 대한 피해평가를 통해 사이버무기체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한다.

  양자정보기술의 격차는 물리적 전장의 범위를 바꿀 것이다. 현재 플랫폼의 도달 가능거리와 레이다 탐지 거리를 통해 측정하는 탐지권은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양자 레이다는 상호작용했던 입자의 거리와 무관하게, 한 쪽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쪽도 즉시 변하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양자 얽힘Entanglement’ 이론에 따라 전자기 기반의 레이다로 탐지가 어려운 목표물을 멀리서도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2016년 중국의 한 업체가 100km 밖의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양자 레이다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던 것은 이 원리에 기반한다.

  또한 양자 암호통신 기술의 격차가 사이버군사력의 격차가 된다. NASA를 중심으로 2013년부터 560km에 달하는 양자 암호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한 미국과 같은 국가는 기술력이 없는 국가들의 정보를 사실상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휘통제체계, 감시정찰, 타격체계 등 무선통신을 활용하는 무기체계를 제한적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양자 암호통신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핵 우산’처럼 ‘양자정보기술 우산’을 중심으로 하는 신동맹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작전 역시 무기체계와 지휘통제체계의 ‘상호운용성’이 전제로 되기 때문에 기술력이 없는 국가는 기술 우위의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 사이버전장에서 국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이버전장의 최전방에 서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우위에 따른 주도권의 재편성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민·관·군·산·학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양자정보기술 등 새로운 기능이나 속성으로 기존의 시장 진입장벽을 무력화시키는 급진적 혁신의 기술체계인 와해적Disruptive 기술들은 낮은 수익성과 불확실성으로 각 계의 협업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자생이 어렵다.

  또한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한 사이버작전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정보기술 기업들에 위탁할 수밖에 없다. 사이버정책과 전략은 국가가 수립하고, 와해적 기술들을 발전시키고, 적용하여 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한 사이버공간의 운영은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이 맡게 된다. 따라서 사이버위협 정보공유 및 협업체계 구축, 정례적인 합동 훈련 및 수평적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력 구조의 정립과 각 계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현재 방어적 사이버작전의 핵심 개념인 ‘예방’ 위주의 대응에서 나아가 ‘사이버 회복력Resilience’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사이버작전은 사이버 위협과 공격을 예방, 탐지, 차단, 대응, 복구하는 위협 중심의 예방적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우리가 직면하는 사이버위협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와 작전의 성공은 위협과 공격을 예측하여 차단해내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미래의 전장은 기존의 암호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양자 컴퓨팅이 등장하고, 사물인터넷(IoT)과 5G 이상의 초고속 통신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대응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는 작전환경이다. 또한 무기체계를 포함한 군의 시스템도 운영기술(OT)과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사이버 물리시스템(CPS)의 비중이 높아져 연결접점의 통제가 불가능하다.

  사이버회복력은 사이버공격에 대응Prepare할 수 있도록 핵심기능을 구분하여 계획을 수립Plan하고, 적대적 효과 발생 시 시스템이 변화하는 임계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수용Absorb하여 임무에 실패하지 않는 한계 시간 내에 회복Recover하고, 해당 절차에서 얻은 결과를 시스템에 적용하여 개선Adapt하는 과정이다. 즉, 예방뿐만 아니라 군사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을 받은 이후 작전의 연속성 보장COntinuty of Operations Plan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미래의 전장 환경에 적합한 패러다임이다.

  사이버작전은 특정 시스템이나 정보체계를 포함한 네트워크에 대한 보호에서 나아가 미래 핵심 재화인 데이터의 기밀성, 무결성, 가용성이 보장된 가운데 연결성과 신뢰를 보장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므로 사이버 작전역량은 모든 전투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드론 전투단의 조종사, UUV, USV를 운용하는 이지스함, 유무인 복합 전투편대를 운용하는 조종사는 지휘통제 시스템에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작전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한다. 마치 함정에서 화재나 피격상황이 발생하면 손상정도에 대해 피해를 평가하고, 작전을 지속할 것인지 작전을 중단하고 손상복구에 필요한 노력을 투입할 것인지를 결심하는 것과 유사하다. 사이버공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훈련과 전문인력의 편성이 필요하다.

  기술수준의 격차에 따른 국가의 대응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술 우위를 가진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될 패권체제, 상호운용성과 보안을 이유로 기술의 선택에 대한 강요와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동맹체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양자기술 개발의 노력과 더불어 특정 국가들이 양자기술을 확보하여 전장에 적용될 때 우리가 처할 수 있는 위협을 예측하고, 우리의 자산과 취약점을 식별하여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적인 대안 마련과 더불어 관련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하고 지정학적 구도 안에서 위치와 대응방안을 고려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파급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