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연구개발 50주년, 미래를 기획하라! ⑻

정현수 국방기술품질원 기획총괄부장 책임연구원

서민우 국방기술품질원 기획총괄팀장 책임연구원

김동진 국방기술품질원 기획총괄팀 연구원

기술기획이란 연구개발사업의 효율적 자원배분과 연구생산성 제고를 위해 ▲국가발전에 부합하는 기술개발 전략 및 목표 설정 ▲핵심 기술개발 분야 선정 ▲기술개발 과제 도출 및 우선순위 결정 등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국방 분야의 특성상 무기체계 개발은 사업규모가 크고 첨단기술의 집합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요제기부터 미래기술 예측, 기술수준조사 및 연구개발,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까지 기술기획의 각 단계별 과정이 객관적·체계적으로 실행되어야만 성공적인 국방기술기획이 수행될 수 있다.

  성공적인 국방기술기획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무기체계 개발에 필수적인 핵심기술을 도출하는 것이다. 핵심기술을 도출하기 위한 방식으로 국방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델파이 방식 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06년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개원 후 핵심기술을 도출하는 방식은 관련 분야 국방 전문가를 구성하여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왔다.

[표 1] 무기체계 요구능력기반의 핵심기술 도출 사례

  첫째, [표 1]과 같이 기존 기술기획의 핵심기술 도출 방식은 미래에 전력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기체계의 요구능력 및 요구성능에 부합하는 핵심기술을 도출하기 위해 분석과 토론 등이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무기체계 전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어도 능력과 성능 위주로 이를 만족시키는 기술 도출에 국한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참여 전문가들이 다양한 하위체계로 이루어진 무기체계 전체의 기능 및 성능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핵심기술 도출을 위한 회의가 일부 전문가에 의해 주도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핵심기술 도출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제한사항이 핵심기술 도출 단계에서부터 무기체계 적기 전력화 단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둘째, 무기체계 분류보다는 기술 분류 기반으로 국방 핵심기술 도출이 이루어졌다. [그림 1]과 같이 핵심 기술은 국방과학기술 8대 분류 기반으로 식별되었다.

[그림 1] 기존방식(기술분류 및 핵심기술군 활용)의 핵심기술도출 사례

  핵심기술을 국방기술 분류 기반으로 도출한다는 점은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일 수 있으나 무기체계 적용을 고려할 때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국방 과학기술 8대 분류 기반으로 도출된 핵심기술은 적용 무기체계가 포괄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아 향후 사업화가 되거나 연구개발이 진행될 경우 핵심기술이 무기체계에 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와 같은 핵심기술 도출 접근방법은 무기체계 적기 전력화를 고려한 핵심기술을 확보함에 있어 핵심기술 식별의 누락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기품원은 국방 분야별 기술 전문가들의 무기체계 전문성에 대한 편차를 줄이고, 필요한 핵심기술의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부터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그 결과 프로젝트 관리 및 제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작업분할구조WBS Work Breakdown Structure 조사·분석이라는 방법론을 도입하여 기술기획 실효성을 제고하였다.

  WBS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작업으로 나타난다.

[그림 2]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WBS 사용 예시

  첫째, [그림 2]와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전체 할 일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이 일을 누가, 언제까지 수행할지 세분화하고 일정을 수립하여 역할 분담을 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필요 인력, 일정 계획 수립, 개발비 산정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업무 및 시스템을 가시화할 수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

[그림 3] 제품 개발을 위한 WBS 사용 예시

  둘째, [그림 3]과 같이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사항(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기타 작업 과제)들을 상세하게 구성하여 구조화하는 작업 이다. 시스템을 WBS로 표현하면 시스템 전체 및 하위 품목의 구성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사용자와 개발자 간의 의사소통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품원은 2018년부터 WBS 기반의 국방기술기획을 수행하였으며, 연구 결과물은 2019 국방과학기술조사서, ’20~’34 핵심기술기획서, 각 무기체계별 선행연구 조사·분석 보고서 등에 반영하였다.

  WBS 기반의 조사·분석 업무절차는 [그림 4]와 같다.

[그림 4] 무기체계 및 핵심기술 획득단계별 WBS 기반 조사·분석 절차

  첫째, 소요제기가 되었거나 소요결정된 무기체계의 조사항목을 설계한다. 둘째, 자료에 대한 조사·분석을 위해 다양한 기초정보들을 수집한다. 기초정보를 위한 자료로 소요제기서, 합참기획문서 등을 통한 무기체계 정보, 국방규격서, 부품도면, BOM, 핵심기술/체계개발 보고서, 국내·외 기술정보, 국내·외 유사무기체계 WBS, 품질보증계획서, 국산화 품목, 품질관리표준서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획득한 기초자료를 기반으로 WBS를 구성한다.

[표 2] WBS 기반 조사·분석 조사항목

  [표 2]와 같이 기초자료를 기반으로 품목정의, 기능·성능, 기술보유기관 등을 조사하고 대상 무기체계의 요구성능을 고려한 WBS를 상세히 구성하여 장비/모듈별 예상되는 기능·성능을 설정한다. 이와 같이 해당 무기체계의 WBS를 구성한 후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회의를 통해 수정·보완하게 된다.

  이와 같이 구성된 WBS는 핵심기술기획, 핵심기술 과제 도출 및 선행연구 조사·분석, 기술성숙도평가

(TRA) 등의 업무에 사용하게 된다.

  국방과학기술조사서는 3년마다 발간되며 미래 무기체계의 연구개발 기획을 위한 참고문서로 분야별 국방과학기술의 개발동향, 기술 수준, 중장기 획득예상 무기체계의 소요기술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그림 5] 2019년 국방과학기술조사서

  2019년 국방과학기술조사서는 「국방과학기술 개발 동향」 및 「주요 무기체계 WBS 조사·분석」으로 구성되었다. WBS 조사·분석 대상체계는 [표 3]과 같이 선행연구 조사·분석 대상 22개 및 중장기 국내 연구개 발에 의해 전력화가 예상되는 기술기획 대상 무기체계 32개로 총 54개에 대해 WBS 조사·분석을 수행하였고, 무기체계의 구성품별 조사·분석을 수행하여 요소기술을 도출하였다. 또한 구성품 단위의 기술조사 및 기술보유기관(중소·벤처 기업 포함)을 추가로 조사하여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누락 없이 식별하였다.

[표 3] 2019년 WBS 조사·분석 대상 무기체계

  예를 들면, ○○어뢰체계의 요구능력이 기만기 탐지 및 유도제어라면 이를 기반으로 도출한 핵심기술은 ‘초고속환경 음향탐지기술’이었다. 그러나 WBS 조사·분석을 통해 표적탐지부(음향신호처리장치, 음향전환 장치), 전투탄두부, 전지부, 조종제어부, 추진부 등으로 WBS를 구성하여 추가 핵심기술로 초공동환경 표적탐지부 소형화 기술, 초공동환경 음향송수신 기술 등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핵심기술기획서는 매년 발간되는 책자로서 핵심기술연구개발 추진전략, 개발과제 정보 등의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방향 및 확보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그림 6] ’20~’34 핵심기술기획서

  특히 ’20~’34 핵심기술기획서는 WBS 조사·분석 방식을 도입하여 무기체계의 세부 요소기술을 추가 식별하여 반영하였다. [표 4]는 무기체계 구성품의 WBS 레벨별 품목과 연계하여 도출한 핵심기술의 예시이다.

[표 4] WBS 조사·분석을 통해 도출한 핵심기술 예시

  WBS 조사·분석을 수행한 대상 무기체계는 합참의 장기무기 체계발전방향에서 제시하는 중점기획대상 무기체계, 핵심전력 무기체계를 기반으로 선정하였고 무기체계 WBS 조사·분석을 통한 주요 핵심기술과 세부 요소기술을 분석하고 무기체계별 핵심기술로드맵을 제시하였다. 또한 WBS 조사·분석 결과를 통해 도출된 국내 미확보 핵심기술이 2020년도 국방핵심기술 소요공모의 공모대상기술로 선정될 수 있도록 활용하였다.

  또한 2020년 최초로 4개 무기체계(초소형 곤충형 정찰로봇, 다족형 전투로봇, 사이버전장관리체계, 무인복합형 전투 회전익기)의 WBS 조사·분석 결과를 활용하여 ‘무기체계 패키지 기획연구’를 시범적으로 수행하였다. 향후 방사청과 기품원은 WBS 조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무기체계 패키지 기획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선행연구 조사·분석은 소요결정된 무기체계에 대하여 연구개발/구매 가능성, 총 사업비, 획득방안, 사업일정 등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사업추진방법 결정을 지원하는 업무이다.

  [그림 7]과 같이 선행연구 조사·분석 업무 절차상 가장 처음 단계로 무기체계 WBS 조사·분석을 수행 한다.

[그림 7] WBS 기반 선행연구 조사·분석

  선행연구 조사·분석은 사업의 목표를 결정하는 기술성숙도평가(TRA)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 중하나이며, 이를 위해 핵심기술요소(CTE)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WBS 조사·분석 결과가 활용된다. 기존 핵심기술요소(CTE) 선정 방법과 비교하면 WBS 조사·분석을 수행하여 접근함으로써 [그림 8]과 같이 해당 장비/모듈별 국내외 유사장비 개발현황, 도출 요소기술, 기술보유기관 등을 조사하여 CTE의 선정 근거를 객관화하고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그림 8] 선행연구 조사·분석 품목카드

  특히 ’20년 WBS 조사·분석 기반의 선행연구 조사·분석 수행결과는 사업추진 기본전략에 원안으로 반영되는 등 정책반영률 100%를 달성하여 국회 및 군 기관(합참, 청 등)의 대외 신뢰도를 향상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WBS 조사·분석을 통해 무기체계의 세부 구성품 수준까지 핵심기술을 식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중소·벤처기업의 국방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국산화 품목까지 발굴할 수 있게 되었다.

  기품원은 2019년부터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림 9]와 같이 보유기술에 대한 정보, 관련 무기체계 및 국방기술 연관 분류, 제공자료 등을 조사하여 ‘국방 강소벤처 TechFi Net’ 서비스에 공개하고 있다.

[그림 9] 중소·벤처기업 국방참여 활성화 예시

  Tech-Fi Net은 ’20년 11월 기준 약 4,000여 개의 기술/제품 및 2,100여 개의 기업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통해 국내기술의 현황과 연계된 중소벤처 기업이 식별되어 중소·벤처기업의 국방 참여가 더욱 활성화 되도록 하였다.

  또한 무기체계 WBS 조사·분석을 통해 부품 국산화 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부품 국산화 사업은 사업공모 단계, 체계개발 진행 단계 등에서 연구 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국산화하는 사업을 말한다. [표 5]와 같이 부품 국산화 사업으로 추진 가능한 품목에 대해 조사·분석을 실시하여 제시하였다.

[표 5] 부품 국산화 사업 발굴 예시

  국방과학기술조사, 핵심기술로드맵, 선행연구 조사·분석, 중소벤처 기업 및 부품 국산화 사업 등에 WBS 조사·분석을 활용하였고 추후 지속 수행할 예정이다.

  최근 반도체 소재 관련 일본의 수출규제 뿐만 아니라, K-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국가적 투자 및 지원 등으로 소재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민간분야 뿐만 아니라 국방 분야에도 상당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소재에 대한 분류, 기술 등이 정립 되어 있지 않아 소재 분야 핵심기술을 도출하고자 하여도 무기체계 WBS 조사·분석과 연계하여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방 분야에 적합한 소재 분류체계를 정립하고 합리적인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간 소재분류를 참고하여 소재의 조성, 구성, 용도 등 분류 범위, 방식, 항목 등을 재정립하여 국방에 특화된 용도를 기준으로 분류체계를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국방 분야의 기술뿐만 아니라 소재분야도 포괄함으로써 핵심 소재에 대한 누락 방지뿐 아니라 일관성 있는 기술기획 추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10] 국방 소재 WBS 구성 및 무기체계 WBS와 연계

  소재 WBS 조사·분석은 [그림 10]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방 소재 WBS를 구성하여 무기체계 WBS와 연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 국방 소재 분류체계 설계 기준을 정립하고, 국내·외 소재를 분석 및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재형태, 소재분류, 개요, 특성, 적용분야, 세부내용 및 기술분석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소재 품목 카드를 구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국방 소재 WBS가 잘 구성된다면 무기체계 WBS와 국방 소재 WBS를 연계하여 소재분야에서도 기술 발전추세 및 성능 비교·분석을 통한 최적의 핵심기술 도출이 기대된다.

  기품원이 수행한 무기체계 WBS 조사·분석 연구결과는 합참, 각군, 방사청 등 다양한 업무 유관기관으로 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으며 무기체계 분석, 핵심 기술 소요제기, 선행연구 조사·분석 등 전순기 국방기술기획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핵심기술 연구개발 업무처리 지침(’20년 7월)」을 전면 개정하여 WBS 조사·분석 기반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반영하였다. 세부 내용으로는 제7조(핵심기술기획서 작성)에 WBS 기반 조사·분석을 활용하여 핵심기술기획서를 작성하도록 명시하였으며, 제33조(하향식 핵심기술 과제기획)에 무기체계 WBS 기반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핵심기술을 식별하고 기획하도록 개정하였다.

  기품원은 WBS 기반의 조사·분석 틀을 마련하여 『2019년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 식별된 조사 대상무기체계의 품목정의, 기능 및 성능, 해당 장비(품목)의 개발 생산 업체정보, 국외 도입품인 경우 국외 도입 업체, 국내·외 유사장비 등을 수록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20~’34 핵심기술기획서』에 WBS 레벨과 연계한 핵심기술을 도출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선행연구 조사·분석 수행 시 WBS 기반으로 후보 핵심기술요소를 도출하고 기술성숙도를 평가하여 대외기관의 만족도를 높였다.

  기품원은 2018년부터 무기체계의 WBS 조사·분석 기반의 국방기술기획을 통해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빠짐없이 정확하게 식별하고, 구성품별 기능·성능 및 기술보유기관 등의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품원은 국방과학기술의 정책 및 전략수립부터 실제 무기체계 획득을 위한 전순기에 WBS 조사·분석의 결과가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