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국 前 방위사업청장

*이 글은 현재 편집중인 방위사업 관련 책자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보완 발전시킨 것임을 밝힙니다.

최근 방산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방산 수출액은 지난 10년간(2011~2020) 연평균 30억 달러 수준에서 2021년 72.5억 달러로 2.4배 증가하더니 2022년에 또 한 번 갑절로 늘어나 17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방위사업청, “2022년 방산수출 수주액 170억 불 규모 달성”, 보도자료, 2022.11.4.) 이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적이 아닐 수 없으며, 특히 2010년대 내내 생존의 한계선상에 머물러있던 방산업계에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낭보(朗報)임에 틀림없다.

K-방산 수출붐에 편승하여, 「무기수출 = 미래먹거리」라는 해묵은 등식(等式)이 다시 등장, 세간(世間)의 눈길을 끌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세계무기수출시장 점유율이 과거 5년간(2012~2016) 1.0%에서 최근 5년간(2017~2021) 2.8%로 높아져 세계 14위에서 8위에 올라섰다.(SIPRI, “Arms Transfers Database”(March 14, 2022), https:// armstrade.sipri.org/armstrade/ page/values.php (검색일 : 2022.4.10.)) 언론은 앞 다투어 방산수출 실적을 대서특필(大書特筆)하며 조만간 세계 5위권에 진입하고, 심지어 2위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유호승, “글로벌 2위 넘보는 K-방산, 5년새 수출 6배↑…200억弗 돌파 ‘눈앞’”, 『시사저널』, 2022.11.2.) 차제에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2022~2027)에 세계방산시장 점유율 5%를 달성, ‘방산 수출 4대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하였다.(국방부·방위사업청,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의 선순환 구축”, 2022.11.24.)

이 같은 유포리아(euphoria)에 편승하여 방산업계는 “K-방산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며 한껏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방산수출을 이렇게 온 세상에 드러내놓고 자랑해도 될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장기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클 것으로 예견된다. 방위산업은 본원적으로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전략산업이고, 무기는 생명 지킴이지 먹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기본으로 돌아가’ 방위산업의 본질에 비추어 방산 수출의 전략적 목표와 접근방안을 모색, 자주국방의 ‘실질적’ 기반 구축에 일조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안보와 경제의 양쪽에 걸쳐 있는 방위산업의 타고난 본질과 특성을 재조명해 보고, 이어서 방산수출의 전략적 의미를 탐색하여 기본개념부터 재정립해보겠다. 다음, 방산수출의 기본개념과 실무경험에 비추어 최종지향점(+비전)은 어디에 두고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고도 효율적인지 검토하여 최적의 정책대안과 가이드라인을 설정, 제시하고자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발전의 양대 축에 해당하는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견인하는 이중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특성이 있다. ‘무기체계’를 생산해내는 ‘기업’으로서 방산업체는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을 뒷받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성 장에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경영의 양대 축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방위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발전하려면 남다른 경쟁력과 충분한 수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우리 방위산업은 경쟁력도 낮고 내수시장의 포화상태(saturation)로 인해 생존의 한계선상(subsistence level)에 머물러 있었다.

방위산업이 민수산업과 차별되는 본원적 특성은 전쟁에 대비하여 전쟁수행물자를 생산·공급하는 ‘전시대비산업’이라는 점이다. 이런 뜻에서 방위산업의 존재이유(raison d'être)는 한 마디로 말해 전쟁수행에 필요한 군사장비와 군수물자를 생산·공급해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는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군을 뒷받침 해주는 데 있다.

방위산업이 전시대비산업으로서의 미션을 완수하려면, 전·평시를 막론하고 방산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방산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는 대신 적정수준의 생산라인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정부는 방산물자의 안정적 공급원 확보 및 품질보증을 위해 1973년 ‘방산물자및 방산업체 지정제도’를 도입하였고, 1974년에는 방산물자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 비용에 일정수준의 이윤을 덧붙여줄 목적으로 ‘원가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특정기업이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수의계약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고 정부의 우선구매대상이 되며 생산원가를 보상받는 등일정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 대신 방산업체는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의 소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며, 인수·합병, 휴업·폐업, 방산물자의 매매 또는 수출 시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전시에는 불능화(不能化)되는 군수물자가 폭증하기 때문에 이를 신속히 정비 또는 생산, 공급해서 군의 완전작전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평소부터 적정수준의 생산라인이 일정하게 유지 되어야 하고, 유사시 대폭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시대비산업으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마땅히 해야 할 당위이다.

그렇다고 방위산업을 국가방위의 일부로만 축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방위산업도 ‘국가산업의 일부’로 일정부분 경제적 차원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은 ‘지식·자본·기술집약적 산업’으로서 산업생산의 가치사슬상 ‘최상위 전방산업’에 위치하며 일반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의 산업연관효과·기술파급효과 등을 통해 생산·고용·수출 증대에 이바지한다([표 1]).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방위산업의 높은 고용창출효과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방위산업은 ‘다품종·소량주문생산’의 특성상 고용유발효과가 일반제조업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표 1>). 더욱이 군수품은 지식기반의 기술집약적 산물이므로 ‘양질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산실이다. 이에 방위산업은 특히 고학력 인구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청년일자리 창출에 최적의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뒷받침하는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으려면, 끊임없는 기술혁신(+경쟁력)과 일정수준의 수요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고, 수요는 적정수준의 가동률을 보장해 주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⑴ 산업 경쟁력(Competitiveness)

방산시장은 경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勝者獨食) 구조(winner-takes-all market)’를 이루고 있다.(지난 20년간(2002-2022) 국제무기시장구조를 해부해 보면 전형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이며 승자독식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방산강국인 미국(32.8%)과 러시아(23.1%)가 56%를 차지하고, 뒤이어 프랑스·독일·영국·중국 등 4개국이 23%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를 둘러싸고 이탈리아, 이스라엘, 스페인, 한국을 비롯한 96개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나눠먹고 있는 형세이다.SIPRI(March 14, 2022)) 이런 시장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타(他)의 추종(追從)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경쟁력에는 기술, 가격, 품질경쟁력 등이 있지만, ‘성능’에 최고 가치를 두는 무기체계의 경우 기술경쟁력이 단연 으뜸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기술(+성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한된 자원으로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수요자(정부) 입장에서는 ‘가격’ 또한 소홀할 수 없는 핵심 변수이다.

우리 방산의 국제경쟁력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해 국제무기시장 특유의 승자독식구조를 뚫고 그 중심에 들어가기에는 벅차 보인다. [표 2]에서 보듯이, 2018년 기준 제품경쟁력(가격+기술+품질)은 선진국의 85∼89% 수준이고 기업 및 정부경쟁력은 더 낮은 80% 정도에 불과하다.

한편, 기술경쟁력 가운데 체계통합 등 생산기술은 2016년 기준 선진국의 90% 수준에 이르지만, 항공·함정·지상·유도무기 등 4대 무기체계 분야 46개 핵심기술의 경쟁력은 71%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었다.(장원준·김미정, “주요 방산제품의 핵심기술 경쟁력 분석과 향후 과제”, 『산업경제분석』, 산업연구원, 2017, PP..35, 45~46.) 최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실태조사에서도 우리 방산업계의 국방과학기술역량은 최근 3년(2018~2020) 평균 세계 최고수준 대비 78.5%로 나타났다([표 3]). 물론 오늘날의 경쟁력은 3∼4년 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겠지만, 국제무기시장의 중심에 들어가 방산 강국들과 나란히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판단된다.

⑵ 방산물자 수요(Demand)

방산물자의 수요는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견인하는 또 다른 독립변수이다. 기업과 수요의 관계는 ‘물고기와 물의 관계(水魚之交)’라고나 할까, 수요가 없으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방위산업이 견실하게 성장하며 국방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나날이 증가되며 성장·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방위산업의 특성상 수요가 수시로 변동한다고 해서 생산라인 자체를 시장의 논리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는 없다. 만약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생산라인을 축소할 경우 생산설비의 폐쇄와 함께 전문인력도 동반 감축되기 때문에 유사시 즉각 증산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

그런데 군의 기반전력을 비롯한 필수소요가 채워지고 나면, 방산업체들은 좁은 내수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1970년대부터 자주국방을 지향한 율곡사업(+방위력개선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기반전력과 필수전력 소요가 충족되면서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제 군의 소요는 계속사업을 제외하면 수명주기가 도래한 장비의 노후교체 소요와 운용중인 구형장비의 성능개량소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규소요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지난 12년간(2010-2021) 방위력개선예산 중에 신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4%였다. 국회입법조사관실, 『국방위원회 결산검토보고서』(2010-2021 연도별)) 그것도 대부분 신기술 기반의 첨단장비이기 때문에 국내기업보다는 굴지의 외국기업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신규사업은 신기술 기반의 첨단장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국내업체들이 경쟁입찰에서 사업을 수주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최근 국방획득의 해외의존도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2011-2020)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5.7%로 증가하였지만 국외도입예산은 연평균 10.4%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외도입예산이 방위력개선비 중에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2.4%에서 2020년 24.4%로 두 배증가하였다. 방위사업청, 『방위사업통계연보』(2011-2020 연도별) 참조.)

결국 고가(高價)의 첨단전력소요는 대부분 외국업체에 넘어가고, 비교적 낮은 기술기반의 일반무기체계 소요를 둘러싸고 국내업체들끼리 과당경쟁(過當競爭)을 벌이는 형국이 되었다. 와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나중에 손해를 보더라도, 가장 낮은 가격으로 응찰(應札)하여 일단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최저가 입찰’ 경쟁은 결국 ‘출혈경쟁’을 낳았고, 이는 품질 저하와 성능 결함 또는 사업의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되었다.

한편, 방산수요의 감소 또는 정체는 낮은 수준의 가동률로 나타나고 있다. 본래 방위산업이 전시대비 산업으로서 제몫을 다하려면 여건의 변동과 관계없이 가동률이 최고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기업의 이윤도 창출하고 국방력도 유지하려면 적어도 80% 정도의 가동률이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허의도·양욱, “방위산업은 한국의 전략적 성장동력”, 『이코노미스트』(2010.3.22.))

그럼에도 방산업체 가동률은 [그림 1]에서 보듯이 단 한해를 제외하고는 일반제조업보다 항상 낮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도 못했다. 지난 15년 평균 방산가동률은 64.5%로 일반제조업(평균 76.1%)보다 11.6%p 낮았다. 이에 따른 유휴설비(평균 35.5%)의 유지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조세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방산수요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생존성을 넘어 유사시 전쟁 수행의 지속성과 직결된 사안이므로 정부가 책임지고 항상 일정수준이 유지되도록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앞으로 방산기업의 생존권도 보장하고 가동률을 높여 국민의 조세부담을 줄이려면 국제시장에 나가 수출수요를 최대한 확보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방산의 내재적 한계는 내수시장의 포화로부터 시작되었다. 대략 2000년대부터 내수시장이 차고 넘치다보니 우리 방산기업의 살길은 국제시장밖에 없다.

마침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함께 K-방산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전쟁 특수(特需)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전쟁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마의 화신(化身)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방산수출의 전략적 의의(意義)를 되짚어보고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전략적 목표(+비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는 방산수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기껏해야 경제적 차원의 실리확보에 무게중심을 두었을 뿐 국가전략적 차원의 함의(strategic implication)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홀했던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수출 없이는 방위산업의 생존성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만큼 방산수출의 전략적 의미를 되새기며 최종지향점을 설정할 때가 되었다. 이는 물론 방산수출에 대한 세간의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는 것으로 시작함이 마땅하다.

무기는 ‘생명 지킴이’지 먹거리가 아니다. 이는 불변의 진리이며 대명제이다. 그럼에도 2010년대에 이르러 방산수출이 갑자기 2∼3배 늘어나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방산수출이 곧 미래 먹거리’라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무기수출이 ‘미래먹거리’로 등장한 것은 2008년 이명박정부가 ‘방위산업의 신경제성장 동력화’를 100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선정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정부가 표현방식은 다소 다르지만 하나같이 방위산업을 ‘우리 국민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내세워왔다.(박근혜정부는 국방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으로, 문재인정부는 방산수출을 ‘수출효자산업·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윤석열정부도 방산수출을 미래먹거리의 하나로 간주하고 첨단전력건설과 방산수출의 선순환을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방위사업청, “신경제성장동력 ‘방위산업’ 수출확대 도모”, 보도자료(2009.3.23.); 송재호, “국가 경제의 신 성장 동력이될 방위산업”, 『시사매거진』 (2012.12.3.); 윤상호,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수출 이끌 미래 먹거리”, 『동아일보』(2014.3.17.); 김철환, “국방산업을 창조경제 핵심동력으로”, 『국방일보』(2014.6.11.); 권홍우, “송 국방 ‘방산 수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도약할 시점’”, 『서울경제』 (2018.1.23.); 신종모, “尹정부, 방위산업 국가 먹거리 산업화 추진…국내 방산업체에 희소식”, 『스마트에프엔』(2022.5.17.) 참조)

하지만 어느 정부도 방산수출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방산수출을 많이 해서 국민을 먹여 살리는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유사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무기체계의 생산라인 확충 수단으로 삼을 것인지 등에 대한 최종 지향점이 보이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해 보면 무기수출로 먹고 살수도 없거니와, 설령 그렇더라도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 방산수출이 국가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표 4]에서 보듯이 지난 10여 년 평균 0.6%이며 가장 높았던 때(2021)도 1.13%에 불과하였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더 낮아 연평균 0.2%에 지나지 않았다.

혹시 국제무기시장의 20∼3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라면 모를까, 그밖에 5% 내외의 독일, 영국, 중국도 ‘무기수출로 먹고 산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물며 우리처럼 2% 남짓한 시장점유율로 ‘먹고 살겠다’던가 또는 장기침체 구조에 빠진 우리 경제에 활로를 열어줄 ‘신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우리 방산수출의 국제시장 점유율은 과거 20년(2002-2021) 통산 1.3%에서 지난 10년(2012-2021) 평균 1.9%, 그리고 최근 5년(2017-2021) 평균 2.8%로 증가하였다. SIPRI(March 14, 2022))

세상에 ‘무기수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나라는 없다. 본래 방산수출은 드러내놓고 자랑할 사안이 아니라 가급적 은밀히 추진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이는 ‘무기’ 자체가 적군이든 아군이든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목적으로 만든 위험한 물질이므로 정부가 앞장서서 무기수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거나 홍보하면 얻는 것(得)보다 잃는 것(失)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수출은 기본적으로 호전성과 분쟁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수출 지역이 어디든 분쟁을 야기하거나 또는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등 안보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방산수출 실적을 크게 홍보하면 경쟁국으로부터의 방해공작을 자초할 수도 있다. 방산강국들은 세계 각국의 무기수출입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특히 새로운 경쟁 세력의 등장을 막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와중에 특정 무기의 거래정보가 유출되기만 해도 동종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견제 또는 방해 공작이 들어올 수 있다. 또한 방산수출 추진과정에서 관련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중도에 무산(霧散)될 수 있음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한때 KT-1 기본훈련기 및 K-9 자주포의 수출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최종 계약체결 단계에 유출되어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더욱이 무기거래 관련 정보의 유출은 무기수입국의 전략이 노출되어 안보위기로 연계될 수도 있고 적대세력과의 갈등·대립 또는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무기수입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암암리에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방산수출을 크게 보도(+홍보)하는 경향이 있어 그 여파가 우려된다.(무기수출의 홍보·선전은 자칫 단순한 방산수출의 난관을 넘어 국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에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10월 27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한 경위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최근 폴란드에 대규모의 방산수출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중인 러시아가 폴란드로 수출된 한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흘러들어갈 것을 우려하여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한국 콕 집어 경고한 진짜 이유...여기에서 자극”, 『YTN 뉴스』(2022.10.18.19:51); 김혜린, “푸틴, 한국 위협 ‘우크라에 무기 제공 땐 관계 파탄’”, 『동아일보』(2022.10.28.)) 앞으로는 우리도 방산수출 관련 협상 경위 또는 성과를 외부에 드러내지 말고 ‘조용히’ 추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방산수출의 의미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먼저, 이윤 창출에 목적을 두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방산 수출은 좁은 내수시장의 굴레를 벗어나 대양처럼 넓고 큰 국제시장으로 들어가 살길을 열어갈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최선의 방책이다. 본래 방위산업은 다품종 소량 주문형 생산을 위주로 하는 구조적 특성상 규모의 경제 달성이 제한되지만, 이를 뚫고 규모의 경제를 열어갈 수 있는 하나의 출구가 바로 ‘수출’이기 때문이다.(조성식, “오직 수출만이 살길이다”, 『신동아』(2018년 7월호))

물론 국제시장에서의 생존경쟁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진입 장벽을 넘기만 하면, 수출수요의 확보로 내수의 부족소요를 채우며 정부(군)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자립성장은 국민경제로 환류되어 고용창출과 생산 증대로 이어지며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한편, 국민의 생명 수호를 본원적 미션으로 삼고 있는 국가 입장에서 보면, 방산수출은 최소의 비용(국민 조세부담)으로 전시대비 생산라인을 확충, 유사시 전시물자의 적시 공급 및 전쟁지속 능력을 확보·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내수가 고갈되더라도 수출수요가 뒷받침해 주면 기업은 생산라인을 줄이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증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시대비 산업으로서의 몫을 완수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는 셈이다. 평시 내수물량이 불변하다고 가정할 경우 수출 물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라인도 그만큼 확장·운영· 유지하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즉시 전시소요 생산라인으로 전환하여 전쟁수행에 필요한 방산물자를 최대한 빨리 생산 또는 정비하여 군에 공급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수출의 또 다른 전략적 의미는 전투긴요물자를 해외 안전지대에 비축해 놓은 것과 같다는 점이다. 국내 방산기반이 아무리 튼튼하고 가동률이 높더라도 전시에 폭증하는 소요를 전부 감당할 수는 없다. 전시 긴급소요라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획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전에 배치되기도 전에 전쟁은 끝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외로 수출한 장비를 한반도 유사시 도로 갖다 쓸 수만 있다면, 획득 시간의 문제와 군사작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방산물자 교역은 자연스럽게 양국간 군사적 상호운용성을 형성해준다. 한국군이 현재 운용중인 무기체계를 토대로 수입국 전장환경에 맞게 개조하여 수출한 것을 다시 갖다 쓰기 때문에 군사작전의 상호운용성이 거의 자동적으로 보장된다. 일반적으로 방산수출시 수입국 전장 환경에 맞추어 개조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군에 공급하던 무기체계를 개조한 것이므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이 가져와서 운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개념이 현실화되려면, 무기수입국과 일종의 ‘전시물자상호지원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유사시 우리가 수출한 장비를 다시 갖다 쓰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 정산(精算)해 주는 방향으로 거래해야 할 것이다.

방산수출은 또한 한반도 유사시 전시지원세력을 확보하는 전시외교의 전략적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국제방산협력은 협력파트너 서로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무기’를 거래하는 것이므로 경제적 실리가 있다고 아무 나라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나라와 도모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 다. 이에 따라 방산수출은 수입국과 준동맹 차원의 전략적 연대는 물론 해당 지역과의 국제적 연대 강화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안보역량의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방산수출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해당 무기체계의 수명주기(life cycle) 동안 후속 군수지원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잠김효과(lock-in effect)’가 생성되기 때문에 수입국의 군대는 수출국에 일정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른 방산물자 교역국간의 군사적 상호의존성은 한반도 유사시 전시지원국을 늘리고 적대세력 을 소외시키는 ‘무형의 전략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수출의 마지막 의미는 국방기술의 진화를 추동하여 한국군 장비의 지속적 성능개량을 촉진하는 테스트베드(test-bed)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수출업체는 수입파트너의 까다롭고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해 주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체계개발·개조기술을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한국군 소요전력의 개발(+개량) 과정에 환류(feedback)되어 한국군 전력증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수출이 방위산업의 살길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출에 올인해서는 안되고 방산수출의 전략적 의미를 담아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국방의 토대를 재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방산수출의 일차 목표는 방산기업의 활로 개척 및 자립기반 구축에 두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유사시 방산물자의 적시 확보’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자주국방을 지향한 방위산업의 본원적 미션과 연계되어 있다. 군의 소요 충족과 방산 수출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뿌리·줄기에서 나와 서로 도와가며 경쟁력을 키워가는 연지(連枝)와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에서 보았듯이, 방산수출의 전략적 효과는 전시대비 생산라인의 확충과 전투긴요물자의 해외비축 및 한국군 장비의 업그레이드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방산수출의 지향점을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 속에 묶어두지 말고 ‘먼 미래의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방산수출 → 국제방산협력 → 국방교류협력 → 국제안보협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을 적극 권장한다. 먼저, 방산 수출은 단순한 무기거래를 넘어 ‘국제방산협력’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며 국방교류협력의 실질을 채워주고 국가외교의 울타리를 튼튼히 세워주는 핵심기재로 작동하도록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음, 방산수출을 계기로 국방교류협력과 국제안보협력이 상승적으로 발전하며 지구촌의 안정과 글로벌 평화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21세기 복합적 안보위협이 난무하는 지구촌 시대에 방산수출은 협력파트너의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 증진은 물론 해당 지역의 안정(Regional Stability)과 글로벌 평화(Global Peace)의 길을 열어가는 국제안보협력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국가안보-지역안정-세계평화의 선순환’을 견인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여 방산수출(+국제방산협력)의 최종 지향점(VISION)은 한반도의 안정을 넘어 ‘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하는 것으로 설정함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는 방산외교의 대의명분이 단순히 무기를 많이 팔아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70년간 분단의 아픔 속에서 직접 체험하며 터득한 자주국방 건설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의 해외 협력파트너들과 공유하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편안한 지구촌’을 건설하는 데 있음을 뜻한다.

우리 방산업체들이 내수시장만 바라보며 기업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특히 내수시장의 포화와 국제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 서로 맞물리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좁은 내수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자승자박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제시장밖에 없다.

마침 최근 국제무기시장의 문이 K-방산 쪽으로 열리면서 국제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기적같이 찾아온 천운(天運)을 어떻게 확대 재창출할 것인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먼저 승자독식구조의 국제무기시장을 뚫고 그 중심에 들어가기 위한 전초전(前哨戰)으로 방산구조부터 내수중심에서 수출지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음, 국제시장 진출의 앞길을 헤쳐 나갈 ‘창끝’에 해당하는 국제경쟁력 강화에 올인하여 군사선진국들과의 격차를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분단국 특유의 프리미엄과 국산장비의 실전적 강점 등 소프트파워를 Selling Points로 삼아 국제시장의 진입장벽을 뚫고 그 중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적의 방산외교 전략과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방산수출의 전략목표에 이르는 첫걸음은 내수중심의 산업 구조를 수출지향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군의 소요 충족에 매진(邁進)하던 것을 수출지향의 산업구조로 전환하여 국제(수출)수요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활로를 열어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제한된 국내수요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면 머지않아 공멸 (共滅)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내수중심에서 수출지향으로 진로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K-방산쪽으로 기울고 있는 국제무기시장의 조류에 편승하여 기대 목표에 이르려면 그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 첩경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1960년대에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입대체산업화(ISI) 전략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수출지향적 산업화(EOI) 전략으로 바꾸어 1970년대 경제기적을 창출한 역사와 궤도를 같이 한다. 1970년대 경제적 도약이 2020년대 K-방산의 재도약을 선도해 주는 등불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렇다고 경제발전전략처럼 수입대체에서 수출지향으로 180도 궤도 전환을 단행할 수는 없다. 방위산업의 존재목적이 ‘자주국방의 기본축’으로 작동하며 ‘한국군의 전력소요 충족’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군의 소요충족이 먼저이고 해외수출은 그 다음이라는 우선순위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방위산업이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로 바뀐다고 해서 ‘수출 중심의 방위산업’이 될 수는 없다. 산업구조가 재편되더라도 궁극적 목표는 한국군의 전력증강·유지에 있음을 잊지 말고 내수와 수출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통일대비 차원에서도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로의 재편은 절실해 보인다. 통일한국시대는 주변 강국들을 상대로 사활적 국익을 놓고 다투어야 하는 만큼 안보위협의 크기는 분단시대에 못지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물론 첨예한 군사적 대치로 점철되던 분단시대와 달리 통일시대가 되면 현시적 안보위협은 크게 줄어들고 그 대신 공룡같은 ‘잠재적 위협’이 수면 아래에 잠복해있을 공산(公算)이 크다. 이에 따라 평시의 전력소요는 분단시대에 비해 줄어들겠지만 일단 전시에 돌입하면 강국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전력소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통일시대에 대비 하여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로 과감히 전환, 유사시 통일한 국군의 전력소요 폭증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국제무기시장은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반영하듯 전형적인 승자독식구조를 이루고 있다. 와중에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년 통산 1.3%에서 최근 5년간(2017~2021) 2.8%로 약진하며 세계 13위에서 8위로 올라섰지만, 단숨에 5위권 이내의 선진강국 대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록 천운으로 강국대열에 들어갔더라도 타(他)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제경쟁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언제든지 그 자리를 빼앗길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방위산업의 국제경쟁력은 무엇보다도 기업 자체의 과감한 R&D 투자와 경영혁신 등의 노력과 정부 차원의 제도 개혁이 맞물려 돌아가며 승수효과를 창출할 때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국방연구개발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ADD개발-업체생산’으로 이원화된 구조 속에서 업체측의 자발적 R&D 투자 동기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장원준·김미정(2017), P.48) 하지만 이런 구조와 행태가 지속되는 한 방위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앞으로는 방산업체도 과감한 연구개발투자로 끊임없이 기술혁신을 도모해나가는데 일차적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마땅하다. 이와 관련하여 개별기업은 미래 소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R&D 투자를 늘려나가되 특히 업체별 ‘비교우위 분야’에 집중 투자하여 특정 기술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사적(全社的) 역량을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

둘째, 정부의 방산정책 패러다임이 통제형에서 자율형으로 바뀌어야 기업의 자체혁신과 자발적 R&D 투자를 추동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는 각종 징벌적 규제를 비롯한 통제 장치를 풀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기업은 정부의 보호막 뒤에 숨어 안주하려는 의존적 행태에서 벗어나 자립·자조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와 기업의 공동투자로 개발한 기술의 소유권은 선진국들처럼 기업에 귀속되도록 하던지, 아니면 공동소유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미국·영국 등 군사선진국들의 경우 국방연구개발 산물의 소유권은 기업이, 무상실시권은 정부가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 정부 투자로 개발된 국방기술의 소유권은 정부가 독점하고 관련물자의 해외수출시 업체로부터 별도의 기술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정부-업체 공동투자해 공동개발한 지식재산권은 국가(ADD)가 소유하고 업체는 실시권만 보유하도록 규정되었다. 이는 기업의 자발적 R&D투자 동기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에 최근 정부당국은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법률 제17163호 2020.3.31.)을 제정해 국가와 연구개발 주관기관이 공동소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정부예산에 의존하던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자발적 R&D 투자’로 전환하는 동인(動因)이 될 것이다.

넷째, ‘실비보상 중심의 원가제도’를 개선하여 방산업계의 원가절감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기본취지와 달리 실제 비용이 많이 발생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모순이 내재되어 기업은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실제 발생비용 보상 방식’의 원가제도는 원가가 많이 발생할수록 이윤도 이에 비례하여 많아지는 구조이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고비용 저효율의 낭비경영’을 통해 원가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이윤 극대화’의 지름길이 되는 셈이다. 이에 기업은 원가절감 노력보다는 ‘원가부풀리기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정부는 낭비 기업일수록 더 많이 지원해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는 원가를 많이 절감할수록 이윤도 그만큼 커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업체 선정기준을 비용 위주에서 ‘기술·품질 중심’으로 전환하여 ‘기술’에 방점을 두어야 기업의 자발적 기술 혁신을 추동할 수 있다.(유사시 국가의 생사존망을 가름하는 무기체계 개발사업이 돈(비용)에 좌우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비용중심의 제안서 평가는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와 기술·경영혁신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려 결국 기술의 정체와 품질 저하(+성능 결함)를 낳는 요인이 되었다.) 무기체계는 ‘전장’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성능(+품질)을 우선시하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끝으로, 방산경쟁력 가운데 가장 낮은 기업경쟁력과 정부 경쟁력 제고에 각별한 지휘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가격·성능·품질 등 제품경쟁력에 비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역량, 정부의 지원활동 등 비가시적 변수에 소홀하기 쉽지만, 이런 무형의 자산이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종의 ‘Soft Power’로 작용하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수출을 직접 기획·집행하는 정책실무자들은 좁은 시야와 단견(短見)에서 벗어나 넓고 멀리 내다보며 국익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유의 하며 방산외교를 전개할 것을 권고한다.

⑴ 국가-국방-방산외교의 유기적 연계

방산수출은 국방교류협력 및 국가통상외교와 긴밀히 연계 되어 ‘국가-국방-방산외교의 상승적 발전’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방산수출입으로 축약(縮約)되는 국제방산협력은 ‘무기거래의 특성상’ 국방외교의 정점(頂點)에서 이루어지며 국가외교의 외연과 상한을 확장해 주는 첨병의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앞으로 방산수출은 일차원적 경제적 실리 확보를 넘어 국가안보·국방외교의 발전을 견인하고, 국방·국가외교의 강화는 다시 국제방산 협력(+방산수출)을 내실화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방산수출은 국방외교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방산수출을 계기로 국방외교와 국제안보협력이 심화·발전되는 상승적(相乘的) 관계구도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방산수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관련기관간의 수평적 협업과 수직적 역할분담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방산수출·국제방산협력은 국가안보외교의 일부이고 국가산업 수출의 일부이므로 방위사업청(+방산기업) 홀로 성과를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그림 2]에서 보듯이 수평적으로는 외교부·국방부(방위사업청)·산업부 등 국가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국가 전략적 차원의 방산수출 목표·방향·기조 및 권역별·국가별 접근 전략을 수립하고, 수직적으로는 국가외교-국방외교-방산외교가 체계적 역할분담을 통해 방산수출의 전략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Control Tower 설치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는 특정 부처가 아닌 국무총리실 또는 대통령실에 소속되어야 제몫을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⑵ 장기·전략적 국익 확보 차원의 대승적(大乘的) 접근

방산외교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愚)를 범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며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사소취대(捨小取大)의 지혜로 접근해야 한다.

방산협력의 중심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빙산(氷山)의 일각에 불과한 단기적·가시적 실리에 매몰되어 물밑에 잠겨 있는 빙산과 같이 큰 장기·전략적 이익을 놓칠 수 있다. 방산수출은 향후 20 ∼30년 앞을 내다보는 장사이다. 한 번 수출하면 그 무기체계가 수명을 다 할 때까지 후속군수지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수십년에 걸친 이익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진정한 상인은 물건을 파는 자가 아니라 마음을 파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잠재적 협력파트너들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그들의 마음부터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의 협력파트너들은 1970년대의 우리나라처럼 자주국방을 꿈꾸며 선진국 무기체계(완제품)의 직수입보다는 기술이전과 공동개발·공동생산 등을 통해 자국에서 직접 개발·생산할 수 있는 방산기반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선진국으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했을 경우, 20∼30년간 값비싼 후속군수지원을 받아야 하고, 또한 일부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무기체계를 개발하더라도 매우 까다로운 조건에 묶여 마음대로 수출도 못하고 제3국에 기술이전도 할 수 없는 기술종속의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도 경험한 바 있으며 아직도 일부 지속되며 우리의 행동반경(freedom of action)을 제약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협력파트너들의 마음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특효약은 ‘과감한 기술이전’임을 알 수 있다.(전제국, “국방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국방과 기술> 제522호(2022.8), P.61 참조) 만약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기술안보를 앞세워 기술이전을 꺼린다면, 우리가 국제무대에 발붙일 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첨단기술시장은 이미 선진국들이 선점했고 틈새시장은 신흥·중견국들 간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자주국방의 터전을 일궈내는 과정에서 직접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기술종속’의 뼈아픈 경험을 우리의 파트너들은 겪지 않도록 우리의 것을 과감하게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그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와 방산·기술·국방협력의 길을 동행할 것이다. 다만, 기술개발·기술이전·기술보호는 동전의 앞뒷면 같기 때문에 전략적 차원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미래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첨단 신기술은 경쟁우위가 유지되는 한 철저히 보호하고, 나머지 조금 앞선 기술은 아낌없이 넘겨주고 그 대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⑶ 협력파트너의 소요 맞춤형 접근

방산외교는 협력대상 국가별·권역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접근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고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소기(所期)의 목표지점에 이를 수 있다.

방산수출의 증가와 함께 수출시장도 넓어졌다. 방위사업청 출범 원년(2006년)에는 47개국에 불과했지만 개청 10여 년 만에 86개국으로 늘어났고 수출품목도 비교적 단순한 총포·탄약류를 넘어 항공기, 잠수함, 호위함, 유도무기, 자주포 등 복합무기체계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점차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역별로는 우리보다 기술수준은 낮고 자원이 풍부한 중동과 아시아에 편중되어 있고 품목별로는 탄약·총포와 같은 소모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2014~2017년 기준 우리의 방산수출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중동과 아시아지역에 집중(65%)되어 있었고 품목별로는 탄약·총포가 주종(44%)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최근에 K-2 전차, K-9 자주포, 잠수함, T-50 고등훈련기, M-SAM 등 첨단장비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수출품목별 비중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수십년동안 선진국 방산업체들에 의해 잠식된 첨단장비 시장의 문턱을 넘어서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방산수출이 도약단계로 진입하려면, 수출품목의 다변화와 신규시장 개척을 공세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협력파트너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어 최적의 전략을 세워놓고 접근할 것을 권장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이 똑같은 나라도 없다. 각국은 역사·문화·전통이 다르고 인구·면적·자원과 전략환경도 서로 다르다. 방산능력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넘치는 분야가 따로 있다. 우리가 잠재적 협력파트너의 마음을 얻고 방산협력을 활성화하려면, 국가별·권역별 특성을 정밀 분석하여 맞춤형 접근전략을 세워놓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일정한 공통점을 지닌 국가들을 묶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로 각각 다르게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유형은 기술이전, 합작투자, 공동개발·공동생산 등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사우디아라비아, UAE, 인도 등과 같이 풍부한 자원(+시장)을 바탕으로 방위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자주국방을 앞당기려는 나라들과의 협력방안이다. 만약 한국의 기술·경험·노하우와 현지의 자본·시장·인력 등 서로의 비교우위를 결합하여 합작투자하고 공동생산해서 현지 소요군에 먼저 공급하고 나머지는 이웃 나라로 공동수출까지 추진한다면 최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유형은 완제품 수출로 시작하여 점차 현지 조립생산을 거쳐 공동연구개발-공동생산 단계로 진입해가는 것으로, 필리핀, 튀르키예, 폴란드 등과 같은 나라들과의 협력 방식이 되겠다. 나라별 형편과 소요에 맞추어 핵심체계 수출, 소프트웨어·기술수출, 임대(lease), 중고장비 수출, 불용장비의 무상양여, 군사기지건설, 금융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유형은 우리와 비슷한 안보환경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과학기술을 가진 중견국들이 서로의 비교우위 기술을 접목하여 선진국으로부터 이전받을 수 없는 제3의 첨단 신기술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방안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길을 함께 열어갈 기술협력의 동반자로서는 이스라엘·싱가포르와 같은 나라가 물망에 오를 수 있겠다.

네 번째 유형은 선진국 방산시장에 핵심부품을 공급해 주는 것으로, 미국·영국·프랑스 등으로부터 첨단무기를 수입할 경우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그들의 ‘Global Supply Chain’에 들어가는 방식이 되겠다. 이는 우리 기업이 그들의 첨단 신무기 개발·생산에 필요한 핵심부품과 첨단소재를 독점적으로 개발·공급해줌으로써 전략적 차원의 일정한 지분(+영향력)을 확보, 장차 그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도 있듯이, 방산수출 역시 미래를 내다보며 ‘미리 준비해 온 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수출현장 실무자들에 의하면, 아시아·중동 등의 자원부국들은 한국산 무기체계를 현지 맞춤형 무기 체계로 개조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현지에서 시험평가부터 곧바로 실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때를 놓치기 쉽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한국군의 소요에 맞추어 한반도 지형에 특화된 무기체계 위주로 개발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차원의 시장 적합도가 떨어져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한국군 소요에 맞추어 먼저 개발·생산·전력화해 놓고 나중에 개조 개발해 수출하려고 하지 말고 연구개발단계부터 수출수요를 먼저 판단해 보고 최적의 개발방식을 선택할 것을 제언한다. 이로써 특정 무기체계의 개발단계부터 국제수요와 한국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융합하여 ‘범용성(汎用性)’을 확장해 놓는다면, 장차 다양한 국제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수출의 기회를 잡는데 유리할 것으로 예견된다.(김대영,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도약중인 방위산업”, 『국가안보전략』. 제7권 2호(2018.2), P.18)

⑷ 절대 정직과 믿음

국제방산협력의 내구성(longevity)은 상대방에 대한 정직(+신뢰성)과 손익 분배의 공평성에 달려 있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부정과 비리가 없는 ‘깨끗한 무기’, 거짓과 속임수가 없는 ‘정직한 무기’로 승부(勝負)를 걸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무기’의 특성상 방산협력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절대 정직과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며, 이는 무엇보다도 수출 장비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 만큼 분단된 한반도의 혹독한 조건에서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며 성능이 입증된 무기체계를 우선적으로 수출하는 것을 방산외교의 제일 원칙으로 삼을 것을 제언한다.(방산수출국의 군이 직접 운용하지 않는 무기는 잘 팔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출상담시 구매국의 첫 질문은 “너의 나라에서는 운용하고 있는가?”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군)는 자국 방산업체가 개발한 무기는 꼭 사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김창우·김홍준, “수출효자 방위산업: 선진국이 장악한 무기시장, 가격 경쟁력으로 뚫는다”, 『중앙선데이』(2019.8.3.))

방산수출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특유의 강점인 동시에 최상의 마케팅 포인트는 역시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군사적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기 도입이 절실한 후발개도국의 눈높이에서 볼 때 ‘한국산 무기는 지난 70년간 첨예한 군사적 대치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개발한 산물이기 때문에 생존의 위협이 없는 나라에서 만들어 낸 무기체계와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무게와 가치가 중대(重大)하다’고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관계당국(+기업)은 분단된 한반도의 안보적 취약성에서 비롯되던 Korea Discount를 앞으로는 ‘Korea Premium’으로 바꾸어 한국산 무기의 Selling Point로 삼을 것을 권고한다.

또한 우리의 수출장비가 총 수명주기 동안 큰 문제없이 운용될 수 있도록 품질보증 및 안정적 후속군수지원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를 때 한국산 장비에 대한 믿음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우리는 한때 해외에서 도입한 무기체계의 후속 군수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력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예산의 낭비를 경험한 적이 있다.(백재옥 외 12인,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정책방향(2014/2015)』 (한국국방연구원, 2015), PP. 211~213) 이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으로 삼아 우리의 협력파트너들이 후속군수지원 및 AS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무기거래와 관련된 정보의 철저한 ‘보안유지’로 협력파트너의 입장을 곤란하지 않게 하는 것도 신뢰구축(confidence building)의 핵심 요소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계약체결 직전에도 어느 일방의 언론유출로 인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가 없지 않은 만큼 방산물자 교역은 반드시 ‘Low-Key’를 일관된 원칙으로 삼을 것을 재강조하고 싶다.

한편, 공정성·형평성·호혜성은 국제협력의 지속성·생존성을 뒷받침해 주는 초석이다.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주고받는 것(give & take)이 공평해야 오래간다. 국제 방산협력에서도 협력파트너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얻는 것(gains)이 어느 한쪽으로 부당(unfair)하게 기울어지면 오래갈 수 없다. 특히 우리보다 방산능력·기술 수준이 낮은 나라들과 협력을 도모할 경우 우리가 모든 것을 주도하지 말고, 상호보완적 역할분담을 통해 ‘호혜성’을 증진시켜나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협력 파트너들이 공평성을 느끼도록 하려면, 예를 들어, 우리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공동개발을 추진하여 제3의 신기술을 개발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파생된 신기술’의 지적재산권은 ‘공동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파트너국가 현지에 합작투자하여 공동 생산한 방산물자를 제3국으로 수출할 경우 원산지표시 원칙에 따라 현지의 상표를 붙여 수출하는 등 전향적으로 접근할 것을 제언한다.

또한 특정 무기체계의 단품 거래를 넘어 관련 요소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호혜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협력 패키지에는 연구개발-시험평가-생산-운용(+수출)-군수지원·품질관리 등 일련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요소들은 물론, 과학기술자 교류, 기술인력 양성, 운용자 교육훈련, 기술·경험·노하우 전수, 합작회사·현지공장·정비창 설립·운영 등이 총망라될 수 있다. 물론 나라별 형편과 사업별 특성에 따라 사업추진과정도 다르고 패키지 구성요소도 다르겠지만, 관련 요소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협력을 추진한다면 양측 모두의 자원·인력·시간은 최대한 줄이고 사업성과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방위산업은 안보와 경제 양쪽에 걸쳐 있지만 그 본질은 국가방위에 필요한 무력수단(전쟁수행물자)을 생산 공급해 유사시 승전(勝戰)을 견인하는 ‘전시대비산업’이라는데 있다. 이는 방위산업의 흥망성쇠와 국가의 안위(安危)가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음을 뜻한다. 방위산업이 나날이 번창하며 국방의 불패 신화를 창출할 수 있으려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 등으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아울러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방위산업 역사상 두 조건 모두 동시에 충족된 적이 별로 없었다. 초창기에는 군의 소요가 넘쳤지만 우리의 기술수준과 산업능력이 모자라 선진 외국기업에 많이 넘어갔고 최근에는 내수(內需)가 고갈되어 수출수요로 채워야 하지만 국제경쟁력이 부족하여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와중에 방산기업들은 좁은 내수시장을 둘러싸고 출혈 경쟁을 되풀이해왔다. 이제 우리 방산의 살길은 국제시장으로 나가 수출수요를 최대한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방산수출은 단순한 산업생산과 고용창출 등 경제적 차원의 파급효과를 넘어 다음과 같은 4차원의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 첫째, 방산수출은 최소의 비용으로 전시대비 생산라인을 확충, 유사시 전시물자의 적시 공급 및 전쟁지속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둘째, 방산수출은 전투 긴요물자를 해외 안전지대에 비축해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 셋째, 방산수출은 한반도 유사시 전시지원세력을 확보하는 전시외교의 전략적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방산수출은 국방기술의 진화를 추동하여 한국군 장비의 지속적 성능개량을 촉진하는 테스트베드로 기능한다.

방산수출의 다원적 함의를 감안하여 앞으로는 더 이상 「무기수출 = 미래 먹거리」라는 말로 세상을 현혹하고 국민을 오도(誤導)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차제에 방산수출의 궁극적 목표를 정립하고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방산수출의 전략적 목표는 우리 방위산업을 살려 ‘한반도 유사시 방산물자의 적시 확보 기반구축’에 두고, 나아가서는 국제안보협력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방산외교의 새로운 비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와 같은 신 지평에 이르려면, 최근 K-방산으로 기울고 있는 국제시장의 조류에 편승하여 내수중심의 산업구조를 수출지향으로 재편하고 국제경쟁력 제고에 올인하는 한편, 국방교류협력과 국가통상외교의 연속선상에서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방산외교활동을 전개, ‘방산수출-국방외교-국제안보협력’이 선순환 되도록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방산외교는 당장 눈앞의 실리가 아닌 수십년 앞의 국익을 바라보며 대상 국가별 소요에 맞추어 전개하되 특히 무기거래의 본질을 감안하여 절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방산외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일단 수출시장부터 개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형의 경쟁력과 무형의 자산이 동시에 갖추어져야 한다. 특히 무기시장의 승자독식구조를 뚫고 그 중심에 들어가려면, 한편으로는 장비의 성능과 가격, 품질 등 보편적 기준에서 경쟁자들을 넘어서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국 특유의 프리미엄과 K-방산의 브랜드가치, 한국산 무기의 실전적 효용성과 협력파트너 간 손익 분배의 공평성, 과감한 기술이전과 완벽한 품질보증 등 무형의 자산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자주국방은 모든 나라의 꿈이지만 첨단 과학기술과 선진 방위산업 없이는 이룰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특히 방위산업은 무형의 기술을 실물 무기체계로 바꾸어 국방의 실체를 채워주는 산실(産室)이다. 이에 정부는 방위산업이 자주국방의 중추로 기능하며 절세(絶世)의 강군 육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방산기업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견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국방부·방위사업청,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의 선순환 구축”, 2022.11.24.

[2] 국회입법조사관실, 『국방위원회 결산검토보고서』(2010-2021 해당연도별)

[3] 권홍우, “송 국방 ‘방산 수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도약할 시점’”, 『서울경제』, 2018.1.23.

[4] 김대영,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도약중인 방위산업”, 『국가안보전략』. 제7권 2호, 2018.2.

[5] 김창우, 김홍준, “수출효자 방위산업: 선진국이 장악한 무기시장, 가격 경쟁력으로 뚫는다”, 『중앙선데이』, 2019.8.3.

[6] 김철환, “국방산업을 창조경제 핵심동력으로”, 『국방일보』, 2014.6.11.

[7] 김혜린, “푸틴, 한국 위협 ‘우크라에 무기 제공 땐 관계 파탄’”, 『동아일보』, 2022.10.28.

[8] 방위사업청, “2022년 방산수출 수주액 170억 불 규모 달성”, 보도자료, 2022.11.4.

[9] 방위사업청, “신경제성장동력 ‘방위산업’ 수출확대 도모”, 보도자료, 2009.3.23.

[10] 방위사업청, 『방위사업통계연보』, 2011/2022 해당연도별

[11] 백재옥 외 12인,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정책방향(2014/2015)』, 한국국방연구원, 2015.

[12] 송재호, “국가 경제의 신 성장 동력이 될 방위산업”, 『시사매거진,』 2012.12.3.

[13] 신종모, “尹 정부, 방위산업 국가 먹거리 산업화 추진…국내 방산업체에 희소식”, 『스마트에프엔』, 2022.5.17.

[14]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 통계조사 기반구축 및 협력업체 실태조사』, 2017.4.

[15] 유호승, “글로벌 2위 넘보는 K-방산, 5년새 수출 6배↑…200억弗 돌파 ‘눈앞’”, 『시사저널』, 2022.11.2.

[16] 윤상호,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수출 이끌 미래 먹거리”, 『동아일보』, 2014.3.17.

[17] 장원준·김미정, “주요 방산제품의 핵심기술 경쟁력 분석과 향후 과제”, 『KIET 산업경제: 산업경제분석』, 산업연구원, 2017.

[18] 장원준·송재필·김미정, 『2018 KIET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 산업연구원, 2019.

[19] 전제국, “국방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국방과 기술> 제522호 (2022.8).

[20] 조성식, “오직 수출만이 살길이다”, 『신동아』, 2018년 7월호

[21] 한국방위산업진흥회, 『2020 방위산업실태조사』, 2021.

[22] 허의도·양욱, “방위산업은 한국의 전략적 성장동력”, 『이코노미스트』, 2010.3.22.

[23] K-Stat, http://stat.kita.net/stat/world/major/KoreaStats02.screen

[24] SIPRI, “Arms Transfers Database”(March 14, 2022), https:// armstrade.sipri.org/armstrade/page/values.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