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진우 

황천묘의 태동

  흔히 일본군의 레이센에 경악해 그 대항마로 급히 개발된 것으로 국내에 잘못 알려진 것과 달리 F6F는 1940년 중반부터 이미 설계에 착수한 기체다.

  당시 미 해군 항공대는 F4F “야생묘”를 주력 전투기로 채택한 상태였지만 이미 중-일전쟁이 발발한 뒤 벌어지는 항공전에서 만만치 않은 위력을 발휘하는 일본 전투기들의 성능에 적잖이 신경을 쓰게 되며 보다 강력하면서도 숙달되지 않은 조종사들의 생존에 유리한 신형 전투기를 요구하게 되었다.

  여기에 동일한 시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그루먼사 역시 이미 충분한 설계적 안정성을 확보한 F4F를 기반으로 보다 성능이 향상되면서도 대당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조립이 쉬운 설계를 채택한 신형 전투기 “슈퍼 와일드캣”을 제안하며 양자의 계약은 손쉽게 체결되었다.

  하지만 초기 시제기 G-35는 그저 F4F를 살짝 강화시킨 수준에 불과해 경쟁사인 보우트( Vought )에서 개발 중이던 사략선( Corsair )에 비해 성능 면에서 미 해군에게 썩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고 결국 1941년 1월 12일, 보다 강력한 G-50으로 변경되었다.

  그 결과 1941년 6월 30일, 엔진을 1,600마력의 라이트( Wright ) R-2600-10 14기통 성형으로 변경한 시제기 XF6F-1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항공모함에서 운용이 가능하도록 기존의 동체 수납형 수동 조작식 착륙 기어( 랜딩 기어 )를 주익 수납형 유압 조작식으로 변경했고 경쟁자 사략선처럼 주익을 동체 하부에 장착하면서 격납고 수납이 용이하도록 접이식으로 변경했다.

  덕분에 F4F보다 더 거대해진 동체 크기에도 불구하고 항공모함 내부의 수납이 용이해져 훗날 성능 우세와 더불어 물량공세라는 이점까지 더하게 되었다.

  12월 7일, 일본 해군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 해군 항공대는 아직 시험비행도 실시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1942년 1월 7일, 그루먼사와 대량 발주( 약 1,000대 )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경쟁자였던 보우트사의 사략선은 이미 1941년 4월에 생산이 결정되고 1942년 10월, 미 해병 제124 전투 비행단에 배치된데 이어 1943년 1월, 미 해군 제12 전투 비행단에 배치돼 항공모함 새러토가에 탑재되었지만 지나치게 긴 기수로 인한 전방 시야 확보 불량과 육중한 프로펠러로 인한 착함 시 사고 우려( 이는 F6F도 마찬가지였지만 ) 등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있어 결국 F6F로 대체되었고 1944년 4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항공모함에 탑재되는데 성공했다.

  반면 초반부터 항공모함에 배치되고 있던 F4F의 안정된 설계를 바탕으로 확장된 그루먼의 F6F는 실전 배치와 함께 여유롭게 각 항공모함에 배치되며 일본군 전투기들을 사냥하는 활약을 펼치게 되었다.

  보다 강력한 신형 전투기로 개발한 XF6F-1은 1942년 6월 26일,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이후 여기에 과급기를 장착한 R-2600-16을 탑재한 XF6F-2 계획이 추진되었지만 하필 과급기 개발이 실패하는 바람에 보다 강력한 프렛&휘트니 R-2800-10 더블 와스프( 2,000마력 )로 교체된 XF6F-3에 이르러 사실상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그루먼사의 설립자인 르로이 랜들 그루먼( Leroy Randle Grumman )과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설계기사 제이크 스워불( Jake Swirbul )은 전쟁 초반 미 해군 항공대의 F2A “버팔로”와 자사의 야생묘를 상대로 우세한 전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 해군 항공대의 “레이센”을 능가하는 보다 강력한 시제 전투기의 완성을 위해 4월 22일, 미 해군 항공대의 부시 오헤어 소령과의 회견을 갖고 기체를 개량해 조종석을 동체보다 상부에 설치하는 한편 기수 전방을 경사지게 변경하여 조종사의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덕분에 2,000마력의 R-2800-10 더블 와스프 엔진까지 장착되며 출력이 급격하게 증가된 XF6F-3은 약 96kg에 달하는 강판을 조종석과 연료탱크 주변에 장착하면서도 힘이 남아돌게 되었고 덕분에 F4F에 비해 압도적으로 생존성이 증가했다.

  덤으로 직경이 3.99m에 달하는 해밀턴사의 3엽 프로펠러를 장착한 덕분에 P-47처럼 자칫하다가는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이나 활주로에 고꾸라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안정된 비행성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조종석 주변과 연료탱크의 방어력을 희생한 레이센과의 공중전에서 F6F의 우세가 이미 확정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레이센을 보다 확실하게 격추시키기 위해 무장 역시 12.7mm 6정으로 강화되었고 여기에 그 유명한 코가 타다요시의 레이센 불시착 사건으로 사실상 레이센의 특징이 대부분 파악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도 개발되는 등 F6F는 데뷔 전부터 사실상 거의 우세를 확보한 것이었다.

  XF6F-3은 일부 개량을 거친 뒤 마침내 1943년 2월, 실전 데뷔를 하게 되었고 이로써 태평양의 일본 해군 항공대는 야생묘 정도가 아닌 “황천묘”에게 위협받는 신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