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나 해전에서의 졸렬한 실전으로 인해 더욱 실망만 더해진 야마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격침을 면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1944년 10월 26일, 레이테 해전에서 야마토는 그토록 증설한 대공무장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말았다.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이 배를 못미더워한 탓인지 제2 함대의 1전대에 배속돼 미군 상륙선단을 격파하는 것이 목적인 쇼호 작전에 투입된 야마토는 다행히 교전 발생 3일 전 팔라완에서  해군 잠수함 다터와 데이스의 어뢰 공격으로 격침된 기함 “아타고( 愛宕, 중순양함 )”에 게양되어 있던 1전대기를 이양받고 전대장 우가기 마토메( 宇垣纏 ) 소장을 태운 채 잠시나마 제1 전대의 기함으로 항진을 계속했다.

  그런데 저녁식사 무렵이 되자 뜻밖에도 제2 함대 사령관 구리다 다케오( 栗田健男 ) 중장이 야마토에 승선하면서 졸지에 제2 함대의 기함이 되는 영예를 얻었다.

  하지만 이 영예도 잠시, 10월 24일 시부얀 해를 항진하던 중 일본 연합함대는 미 해군 함재기의 파상공세( 총 259회 출격 )를 받았다.

  이 때 야마토는 동원 가능한 모든 대공화기를 총 투입해 반격했다.

  특히 이 공습 과정에서 야마토의 제1번 포탑 상부와 함수 방면 갑판에 폭탄 4발이 명중했지만 다행히 항해에는 지장이 없었고 포탑 상면 장갑판( 두께 270mm ) 덕분에 정통으로 작렬한 폭탄은 그대로 튕겨나가 해상에서 폭발해 근처에 있던 96식 25mm 대공기관포 운용반원들을 살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13시 30분에 선수 부근 해상에서 작렬한 2발의 폭탄은 다소 치명적이라 또다시 선체 장갑판에 균열이 발생하여( 리벳-볼트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금 위력을 발휘했다 ) 약 2,000톤의 해수가 유입되었는데 이는 반대 방향에 대한 역침수( 逆沈水 )를 통해 복원력을 확보하여 간신히 격침을 면할 수 있었다.

  자매함 무사시 역시 미군의 제1차 공습으로 25mm 대공기관포 및 93식 13mm 중기관총 운용 인원들이 대거 전사하자 결국 94식 460mm 주포를 이용, 3식 대공 확산탄을 58발이나 사격( 2차 공습 : 9발, 3차 공습 : 17발, 4차 공습 : 15발, 5차 공습 : 7발, 6차 공습 : 10발 )하는 등 위기의 연속이었고 하필 이 공습이 무사시에 집중된 것이 치명타였다.

  주포만으로 함재기의 공격을 저지하기는 당연히 어려웠고 3식 155mm 부포가 203발, 89식 127mm 대공포 역시 1,217발을 사격했지만 레이더 조준이 아닌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며 사격하면서 효과적으로 함재기의 빠른 기동을 따라잡기가 어려웠고 더욱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어뢰와 폭탄을 막아낼 수조차 없는 지경이었다( 13시, 제3차 공습에서 항공모함 렉싱턴과 에섹스 소속 함재기들로부터 어뢰 4발을 추가로 얻어맞은 무사시는 이 시점에서 사실상 통제력마저 상실하고 있었다 )

  결국 무사시는 어뢰 17발, 폭탄 19발을 얻어맞으며 19시 35분, 이미 완전히 침수된 선수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기울며 시부얀해의 심연으로 침몰했다.

  전투 직전까지 덴노에게 거함거포주의의 우수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함장 이노구치 도시히라 소장( 猪口敏平, 전사 후 1계급 특진하여 중장 진급 )은 팔에 부상을 입은 채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하며 덴노에게 사죄하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하여 퇴함하는 부관에게 전해준 뒤 무사시, 그리고 1,039명에 달하는 승조원과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레이테 해전에서 일본 연합함대는 중순양함 묘코를 비롯한 3척 등을 추가로 손실하는 등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아직 전투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10월 25일, 사마르 섬 인근 해협에서 미 호위항모부대와 조우한 연합함대는 레이테에서 당한 손실을 설욕하고자 격렬하게 전투에 임했고 야마토 역시 최초로 적 수상함들을 향해 91식 철갑탄 104발을 발사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의 뒤떨어지는 사격통제 기술 및 포신 정밀도 문제로 전과는 신통치 않았다.

  특히 야마토의 전과로 기록된 호위항공모함 “갬비어 베이”는 더욱 그러한데 전후 이 때 명중한 91식 철갑탄 1발에 의해 선체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는 추론이 활발했지만 승조원이 과장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고 근처에서 교전 중이던 중순양함 도네의 경우 함장이 직접 나서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론하는 지경이었다. 

  또한 미군 측 역시 ‘갬비어 베이는 일본 해군 중순양함의 주포인 203mm 포탄에 최초 피격되었다’는 기록을 남겼을 정도이니 야마토는 사실상 포탄을 퍼부었어도 명중탄을 기록하는데 실패한 셈이었다.

  그리고 야마토는 이 해전에서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어뢰를 피하느라 전장을 이탈하는 실수( ! )를 벌여 탑승하고 있던 구리다 다케오 중장이 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완전히 엉망진창의 난타전으로 끝이난 사마르 해전을 통해 미 호위항모부대는 호위항모 갬비어 베이와 구축함 2척, 호위구축함 1척을 격침당하는 피해를 입은 반면 일본 연합함대 역시 뒤늦게 날아온 미 함재기들의 공습을 받아 순양함 3척이 대파되고 거의 모든 함정들이 피해를 입어 전과에 비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나마 운좋게 야마토가 별다른 추가 피해를 입지 않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쟀든 레이테의 패전과 사마르 해전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만을 입은 구리타 다케오 중장은 레이테만에 접근하던 사실상 무방비에 가까운 미 상륙함대를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전 함대에 회항할 것을 명령했다.

  오늘날 미국에서조차 의아해하는 이 명령으로 인해 함대는 미 해군 함재기들의 열렬한 배웅( 폭탄과 어뢰로 점철된 )을 받으며 브루나이로 퇴각했다. 

  레이테 해전을 통해 일본 연합함대는 그나마 남아있던 전함과 중순양함, 항공모함을 대부분 상실해 제해권마저 미 해군에게 넘겨주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구레로 복귀한 야마토는 다시 대공 무장을 강화해 11월 23일 이후 35개에 달하는 96식 25mm 대공기관포좌( 유개형 3연장 포좌 12개, 무개형 3연장 포좌 23개 )를 장착하는 개조를 받게 되어 사실상 대공화력을 강화할 수 있는 데까지 강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