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大 대거 합격 ‘창의적 인재 양성’ 요람으로 

 

군인 자녀의 교육 문제 해소를 위해 설립된 기숙형 사립고등학교인 한민고등학교가 지난 3일 제1회 졸업식을 개최하고 364명의 제1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국방부가 지난 2011년 10월 학교법인 한민학원을 설립하고 한민고를 개교, 지난 2014년 첫 입학생을 맞은 지 3년 만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황우웅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을 비롯해 이영계 전쟁기념사업회장, 서욱 육군1군단장, 이붕우 국방홍보원장, 한민학원 김태영 명예이사장, 조정환 이사장, 홍두승 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졸업식은 1, 2학년 재학생으로 구성된 한민 오케스트라와 한민 합창단의 축하공연에 이어 개식사와 국민의례, 경과보고, 졸업장 수여, 상장 및 장학증서 수여, 학교장 회고사, 축사, 교가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김태영(전 국방부 장관) 명예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기숙사가 완공되지 않아 교직원과 학생들이 먼지를 마시며 고생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졸업하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졸업생들이 열심히 노력해 멋진 인생을 개척하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직업군인들의 빈번한 근무지 변경으로 인해 잦은 전학을 겪는 군인 자녀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한민고는 전국 단위 모집의 ‘군 자녀 전형’으로 정원의 70%, 경기도 모집의 ‘일반 전형’으로 정원의 30%를 모집하고 있다. 일반고지만 ‘올바른 국가관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특목고·자사고 못지않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

인문사회·외국어·자연과학·자연공학으로 구분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교과별로 심화집중 이수가 가능토록 하는가하면 해외 대학 진학 대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사관학교, 경찰대학 등에 진학하려는 학생을 위해 JROTC를 통한 진로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각종 멘토링제 역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10명(2월 2일 기준)을 비롯해 연·고대 20여 명, 사관학교 10명, 경찰대 3명, 카이스트·포항공대 등 과학특성화 대학에 10여 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내 졸업생 배출 첫해에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명문고로 도약했다.


[인터뷰] 전영호 교장

 

“모든 교직원들이 자식처럼 사랑과 에너지를 쏟은 제자들이 첫 졸업생으로 교문을 나선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3일 만난 전영호(61·사진) 한민고 교장의 목소리는 꽤 높아 있었다. 이전까지 경기과학고등학교장으로 재직하며 학교를 명문고로 키운 경험을 가진 전 교장이지만 국방부와 교육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제1회 졸업생을, 그것도 빼어난 성과를 거두며 배출한 기쁨이 커서일 것이다. 하지만 전 교장은 명문대 합격자 수보다 한민고의 설립 취지에 얼마나 충실한 교육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명문대 합격자 수가 학교 위상을 결정했다면 최근에는 미래 경쟁력을 가진 학과 진학률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본교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해 1학년 때부터 진로 체험, 진로상담의 날 운영, 전문가 초청 특강 등을 실시했지요. 또 군인 자녀들이 본교 입학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느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2, 3기 학생들도 최선을 다해 지도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전 교장은 한민고 입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민고는 기숙형 학교라 집에는 매월 한 번만 갈 수 있습니다. 또 아침 6시에 등교해 운동도 해야 하지요. 사교육과 휴대전화 소지도 금지됩니다. 건강하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며 독립적인 학생이라야 잘 적응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학교를 선택하길 바랍니다.”

 

 

 

“가족을 위해 건강도 돌보지 않으시며 열심히 일하신 아버지(국군의무사령부 김영필 중령)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제1기 한민고 졸업생 중에서 김지훈(20·사진) 군은 여러모로 주목받는 존재였다. 한민창의지성인상을 수상하고 서울대 컴퓨터공학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그의 극적인 성장이 더욱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김 군은 여느 군인 자녀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를 4곳이나 다닐 정도로 전학이 잦았다. 한민고에 지원한 것도 전학 걱정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첫 시험 후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400명 중 200등 밖이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자운중학교는 한 학년이 70여 명에 불과한 데다 입시 위주의 교육도 없어 많은 부분이 부족했죠. 이후 등수보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성실한 동급생들은 좋은 자극제가, 적극적인 교사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덕분에 1학년 초 5등급이던 영어·수학이 2학년 말 2등급이 됐고 모의고사 성적도 1등급으로 올랐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지원하는 학교 덕분에 여러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김 군은 학교 축제에서 ‘3D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제작, 전시한 경험을 가장 보람찬 경험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