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증가하는 무기 중 하나가 비살상 무기다. 냉전이 끝나면서 주요국 군대의 임무는 전통적인 전면전보다 저강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이렇게 되자 등장한 문제가 바로 소요 진압이다. 전면전에서의 적과 달리 민간인의 시위나 폭동과 같은 문제는 살상무기로 제압했다가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며, 특히 유엔 평화유지군처럼 치안 유지가 주목적이라면 살상무기 사용은 매우 제한적이 된다.

따라서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는 비살상 무기체계의 개발과 운용이 필요해진 것이다.비살상 무기들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최루가스다. 최루가스는 오랫동안 애용되고 있지만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며, 곤봉과 같은 타격 수단은 상대와의 거리가 가까운 데다 상대의 저항에 의해 의외로 쉽게 무력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산탄총이나 유탄발사기에 장전해 사용하는 충격용 탄약이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발사, 명중시켜 그 충격으로 상대의 저항을 봉쇄하는 것이다.현재 가장 일반적인 충격용 탄약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콩주머니’라는 뜻의 빈 백(Bean Bag), 또 하나는 고무탄이다. 빈 백은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금속 미세분말을 채운 것으로, 분말이라는 내용의 특성상 맞으면 넓게 퍼지게 된다.

금속 미세분말로 인해 탄의 질량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 되지만 맞으면서 주머니가 넓게 퍼지기 때문에 운동에너지는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며, 이 때문에 상대를 죽이거나 심한 부상을 입히지 않고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열린다. 물론 고무탄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 플라스틱이나 목재로 만들어진 바톤(Baton) 탄약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소총이나 권총 등의 일반 총기에 실탄 대신 장전하는 타격용 탄약이 시도된 일은 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총기들은 고무 등의 소재를 사용할 경우 탄자 질량이 너무 낮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탄속을 크게 높인다면 총강 내에서 고무 탄자가 파열되거나 맞은 상대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산탄총이나 유탄 발사기처럼 구경이 크고 탄체 질량이 큰 화기라면 탄속을 느리게 해도 고무탄 등의 탄약이 상당한 운동 에너지를 확보하면서도 그 에너지가 한 점에 집중되지 않아 비살상 탄약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할 수 있다.물론 비살상 탄약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비살상 탄약 대신 ‘저살상(Less-Lethal)’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비살상 탄약도 잘못 사용하면 중상 및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를 무력화해 제압하는 데에는 상당한 운동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정도의 운동 에너지는 설령 고무탄 등의 탄약을 쓰더라도 맞는 부위에 따라 위험하다.

실제로 1980년대에는 북아일랜드에서 시위 진압 중 유탄 발사기로 쏜 고무탄에 복부를 직격당한 시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장비를 운용한 경험이 많은 나라들은 비살상 탄약의 사용시 명중 부위나 사용거리와 같은 사용 요건을 매우 치밀하게 설정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