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군의 상어급 잠수정.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 중에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군사력 건설 우선순위를 북한의 침투 및 국지도발 대비, 북한과의 전면전 대비, 잠재적 위협 대비 순으로 변경하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고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우선순위 변경방침에 따라 군은 북한의 특수전 및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기습공격과 국지 침투도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군사력 건설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 이지스함 등 첨단무기 도입에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북한의 비정규전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부터 먼저 확보해야 한다. 북한에 새로운 권력자가 등장한다 해도 대남 군사도발은 정권유지의 한 방편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권력 3대 세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군대를 권력의 핵심기반으로 삼고 있다. 북한군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며 소통과 화해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더욱이 북한군은 그동안 남북대화가 활발할 때에도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대외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흔히 사용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군부 장악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후계자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거나 업적을 쌓기 위해 군사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의 군사 위협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해상전력이다. 제2 천안함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일으킨다면 해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6년부터 올 9월 말까지 5년간 서해와 동해의 북방한계선(NLL)을 211회나 침범했다. 지난해에는 50회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서는 9월 말까지 88회로 급증세를 보였다. 북한이 서해 NLL 무력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징표다.

　북한 해군은 해군사령부 예하에 동해와 서해의 2개 함대사령부와 13개 전대 및 2개 해상저격여단으로 구성돼 있다. 잠수함은 2년 전보다 10여 척 늘어 총 70여 척에 달하고 전투함과 상륙함은 각각 420여 척, 260여 척을 보유 중이다. 기뢰전함과 지원함도 30여 척씩 운용 중이다. 수상전투함은 경구축함과 경비함·유도탄정·어뢰정·화력지원정 등 대부분 소형 고속함으로 구성돼 있으며 약 60%가 전진배치돼 있다. 특수작전부대의 침투를 위해 2개의 해상저격여단과 공기부양정 130여 척, 고속상륙정 90여 척 등 260여 척의 특수부대 병력 수송 수단을 갖고 있다.

　특히 잠수함 전력은 20여 척의 로미오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대부분이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 운용된다. 1996년 9월 18일 강릉 안인진리 해상에 좌초한 채 발견된 잠수함은 상어급이다. 북한은 30여 척의 상어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정규 해군 작전보다는 요원 침투 등 특수작전에 주로 사용한다. 상어급 잠수함보다 작은 잠수정으로는 수중 배수량 110톤급의 유고급 잠수정이 있다.

1998년 6월 22일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잡이 어선이 뿌려놓은 유자망에 걸려 잡혔던 잠수정이다. 북한은 유고슬라비아에서 잠수정 도면을 입수해 1987년부터 건조해 왔다. 8~10명의 승조원을 태우나, 소형으로 물살이 빠른 해역에서는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3인 1조로 구성된 북한 해상저격부대의 SDV(Swimmer Delivery Vehicle)도 있다. 수중 공격 장비인 SDV는 가장 은밀하면서도 정밀한 해상 침투수단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대함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 밖에 대동 2급 반잠수정도 있다. 좌우에 어뢰 2발을 장착하고 최대시속 50노트(약 92㎞/h)를 낼 수 있다. 북한의 해군 전력은 원거리 작전에는 취약하지만 은밀 침투와 기습공격에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선군정치를 이용해 군 중심의 통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군대를 앞세워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습공격과 도발에는 방심이 가장 큰 적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에도 북한의 비대칭전력을 이용한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