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추적 음향정보 얻어내 추진기 회전수로 속도도 측정

1960년대초 소련은 미국의 전략 원잠 발사 폴라리스 미사일 개발에 대항하기 위해 골프(Golf)급 디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핵미사일 SS-N-6를 개발했다.사진은 골프급잠수함이 수상 항해 상태에서 SS-N-6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장면. 필자제공

북한은 1994년 소련의 골프급 SS-N-6 핵미사일 탑재 디젤잠수함을 고철로 수입·해체해 잠수함 발사미사일 개발 기술을 습득했으며, 최근 공개한 노동미사일 개발 시에도 이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최근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노동미사일로 SS-N-6보다는 다소 크고 사정거리 2500㎞ 정도로 오키나와·괌 등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라폰함은 지속적으로 양키를 추적하며 소음 녹취 및 작전 특성 분석

　●라폰함에 설치된 신형 음탐기로 거의 모든 소음 녹취 성과

　맥은 양키급 잠수함의 속력 증감과 선회 등 기동할 때 내는 소리가 어떤 소리인가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양키급의 좌·우현 함미를 왔다 갔다 했다. 라폰함의 승조원들은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마침내 라폰함의 음탐사들은 양키급 잠수함이 기동할 때마다 선체와 장비 등 구조적 결함에서 나는 이상한 소음을 듣기 시작했다. 이것은 또 다른 미국 잠수함이 양키급 잠수함을 추적할 때 양키급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결정적 소음이었다.

　일반 음탐기로는 양키급처럼 조용한 잠수함을 접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맥은 일반 음탐기에 의존하지 않고 시험용으로 설치한 신형 음탐기를 이용했다. 이 시험용 신형 음탐기는 상용 장비로 설계됐으며, 1967∼68년 사이에 미 해군잠수함 레이(USS Ray·SSN-653) 함에 설치돼 지중해와 북대서양에서 소련의 노벰버급 및 찰리급 공격 잠수함을 추적할 때 사용됐다. 

　●양키급은 병 입구에 입을 대고 불 때 나는 소음 발생 

　양키급은 수중항해 시 병 입구에 입을 대고 불 때 나는 소리와 유사한 특정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라폰함의 음탐사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양키급 잠수함이 변침할 때 발생되는 특정 소음을 식별하게 됐다. 즉, 좌현으로 변침할 때 그 소음이 약간 높아지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소음의 크기가 바뀌었다면, 이것은 양키급 잠수함이 급격하게 변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폰함이 함미 추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위치는 바로 양키급의 정 함미였다. 정 함미에서는 소음을 들을 수 없었다. 타 소련 잠수함들은 추진기로부터 추적하기 쉬운 소음을 발생시켰는 데 반해 양키의 함미는 추진기 소음이 적어 추적하기 힘들었다. 양키급의 구조적 결함이 없었더라면 라폰함이 신형 소나를 장착하고 있었을지라도 양키급이 멀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양키급은 정 함미가 아닌 좌·우 함미 방향에서 소음이 크게 들려

　라폰함은 양키급의 좌현 함미에 위치했을 때 접촉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었다. 다른 위치에서보다 이 위치에서 기계적 소음이 가장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맥은 이 기계적 소음을 따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이 소음이 증가하면 양키는 왼쪽으로 변침한 것이고, 감소한다면 오른쪽으로 변침한 것이었다.

　이러한 추적을 통해 맥은 양키를 추적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위치를 확인했는데, 표적함의 정 함미에서 양쪽으로 약간 벗어난 위치가 가장 이상적이었다. 이 중에서도 좌현에 위치했을 때 조금 더 큰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위치에서 신형 음탐기에는 강한 소음 레벨이 기록됐고, 일반 음탐기에는 터빈으로부터 나오는 스팀 소음과 추진기 회전수를 셀 수 있는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음탐사들은 이 추진기 회전수를 계산해 양키의 속력을 추정했다.

　●라폰함은 4∼5일 추적 후 양키의 거의 모든 소음 녹취

　이러한 음향정보를 얻는 데 4∼5일이 걸렸는데 비교적 소음이 심했던 소련의 호텔·에코·노벰버급 잠수함들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그는 추적을 계속해서 양키에 설치된 장비들의 소음 특성도 수집했다. 이러한 정보는 보통 시행착오를 거쳐 수집됐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따라서 한 당직 직수에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직 교대 시 전임자는 후임자에게 접촉 상황을 철저하게 인계했다. 보통 이러한 당직은 12시간 간격으로 1일 2교대로 운영됐다.

　추적 중 맥은 조종실에서 가끔 15분 정도 선잠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숙면을 취하는 것은 완전히 포기했다.

　▶양키급 잠수함 작전구역은 미국 해안에서 2800~3700㎞ 정도 떨어져

　며칠이 지난 후에도 라폰함은 여전히 양키급를 추적하고 있었다. 맥은 가장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인 양키급의 작전구역을 기점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맥은 소련 잠수함은 미국 해안으로부터 약 2800~3700㎞ 정도 벗어난 해역에서 약 40만 평방킬로미터 정도의 일정한 작전구역을 유지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미 해군은 양키급이 미국 해안으로부터 약 1300㎞ 정도 벗어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 소련의 신형 잠수함 발사 미사일 SS-N-6의 사정거리는 2200∼2400㎞로 분석

　그러나 맥이 기점한 작전구역을 통해 양키급에 탑재된 신형 SS-N-6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가 2200∼2400㎞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만약 라폰함이 양키급을 멀리까지 추적하지 못했다면 양키급의 윤곽이 잘 알려진 작전구역에 출현했다 할지라도 소련의 새로운 핵위협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연안에 근접한 1500㎞ 이내의 해역에서만 경비임무를 수행했을 것이다.

　●양키급은 경비 시 6노트, 경비구역 이동 시에는 12∼16노트로 기동함을 확인

　이제 맥은 작전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양키급 잠수함의 정확한 침로를 작도했다. 이 잠수함은 한 구역에서 평균속력 약 6노트로 기동하다가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때는 12∼16노트로 기동했으며 구역 도착 시 다시 속력을 6노트로 감속했다. 그리고 매 90분마다 침로를 거의 두 번씩 변경했으며 변경 침로는 60°에서 크게는 그 이상이었다.

　또한 전보를 수신하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통신할 수 있는 심도로 올라갔으며, 자정에는 환기를 위해 잠망경 심도로 심도 변경했다. 그리고 하루에 10∼16번 정도 누가 추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함미 탐색(baffle tracking : 자함의 추진기 소음 때문에 자함의 음파탐지기 성능이 미치지 못하는 정 함미 방향을 탐색하는 절차)을 실시했다. 라폰함도 양키급이 변침하면 양키급이 음탐 탐색을 할 수 없는 구역인 함미에 위치하기 위해 따라서 변침했다. 

　●양키급도 하루에 한두 번 추적 잠수함을 따돌리기 위해 고속기동

　하루에 한 번 양키는 라폰함 승조원들이 ‘양키 두들(Yankee Doodle)’이라고 부르는 과감한 고속 변침을 했다. 이 기동은 결국 원침로에서 180도로 변침한 것으로 종료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좌현으로 180도를 변침했고,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다시 180도로 변침했다. 다음으로 90도를 변침한 후 다시 270도 변침, 마지막으로 90도로 두 번 더 변침함으로써 끝을 맺었다. 첫 번째 변침은 항해에 지장을 주는 근거리 표적을, 두 번째 변침은 좀 더 먼 거리에서 따라오는 적 잠수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기동은 통상 고속으로 실시했으며, 어떤 때는 연속해 두 번을 실시했다. 이러한 기동의 전 과정을 마치는 데 약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만약 양키급의 음탐기 성능이 좀 더 좋았더라면 이러한 기동으로 라폰함을 접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라폰함은 소련 잠수함이 접촉할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소련 잠수함을 접촉할 수 있었다. 따라서 양키급 잠수함이 변침하면, 라폰함은 좀 더 먼 거리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접촉 가능 거리 밖으로 회피했다. 다음 회에 계속

문근식 (주)솔트웍스 부사장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mksnav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