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잠수함 소음·탐지거리 등 소련 잠수함 압도  수집된 정보 실시간으로 대잠 초계기에 송신

냉전 시 미국 잠수함은 소련의 잠수함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해상 잠수함 발사 미사일 시험정보를 수집했다. 사진은 소련이 개발한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로, 왼쪽은 초창기 SS-N-6이고 오른쪽은 타이푼급에 탑재하고 있는 사정거리 8300㎞의 SS-N-20 미사일. R-27~R-39 명칭은 러시아 자체 개발번호이고 SS-N-일련번호는 서방세계에서 명명한 이름임.

러시아의 SS-N-20 핵미사일은 미국의 트라이던트Ⅱ-D5 핵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최신의 가장 위력적인 미사일이다. 사진은 부두에서 SS-N-20 핵미사일을 적재하고 있는 러시아의 세계 최대 타이푼급 잠수함.

　▶라폰함은 양키급 잠수함보다 탐지거리가 2배 정도 우수

　이번 추적작전에서 나타난 라폰함의 음탐 접촉 능력은 소련 잠수함보다 2배 정도 앞섰다. 해양환경이 좋은 상태에서 라폰함은 수상함을 약 2만 야드에서 접촉할 수 있었지만, 소련 잠수함은 동일 표적에 대해 절반인 1만 야드 정도에서 접촉했다. 

　라폰함의 추격전이 일상적인 업무로 돼 가자 맥은 지금까지 전정실에서의 선잠 대신에 침실로 가서 잠을 청했다. 실제로 그의 취침 시간은 한 번에 90분을 넘지 않았다. 이것은 양키가 약 90분마다 함미 탐색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라폰함은 당직사관을 3교대로 운영했는데, 이들은 양키급 잠수함 당직사관들의 조함 특징을 점차 알게 됐다. 즉, 당직사관들의 기동 형태가 약간씩 차이가 있었고, 이를 통해 누가 당직사관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직사관들 사이에서 양키의 다음 침로를 예측하는 내기를 했다. 음탐사들도 양키급 내부로부터 나오는 소음들을 유머러스한 언어를 사용해 해석했다. 훈련하는 소음, 펌프 작동 소음, 그리고 다른 소음들을 원색적인 농담으로 표현했으며 이것은 대부분 화장실 농담과 관련된 것이었다. 빠르게 딸깍거리는 소리는 변기 뚜껑을 닫는 소리로, 힘찬 공기의 흐름소리는 위생 탱크를 비우는 소리로 기록했다. 이러한 소음을 접촉하면 음탐 당직자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함교, 여기는 음탐실. 똥 누는 소음 접촉.”

　이러한 유머러스한 분석에는 가장 어린 수병부터 모든 승조원이 참여했다. 

　▶수집된 모든 소음 정보는 거의 실시간으로 본국에 송신

　맥은 양키급의 예상 침로를 승조원 각자에게 해도에 수동으로 기점하도록 했다. 이것은 승조원 모두를 이러한 게임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장기간 추격에 의한 피로감이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맥도 이러한 게임을 통해 양키급 함장의 조함 스타일에 친숙하게 됐다. 따라서 그는 언제 침로와 속도 그리고 심도 등을 변경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맥은 소련 잠수함이 깊은 심도로 잠항할 때를 예견했으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잠망경 심도로 올라가 양키급의 작전구역 높은 상공에서 정찰하고 있는 P-3 오리온(대잠 초계기)에 수집된 정보를 송신했다.

　●양키는 미국 항공기에 피탐된 것은 알았으나 물밑에서 라폰함이 추적하고 있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몰라

　이러한 정보제공 과정은 한 대의 P-3기가 엉뚱한 짓을 하기 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느 날 P-3기가 소노부이를 이용해 직접 양키급을 접촉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하게 됐다. 조종사는 접촉을 위해 평상시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했고, 잠망경을 통해 이를 본 양키급은 긴급 잠항을 했다. 당황한 조종사는 속력을 높여 이탈했다. 라폰함은 이 드라마틱한 전 과정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 자신은 피탐되지 않았다. 양키급 잠수함은 공중에서 미국의 대잠 초계기가 그들을 탐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실제로 누군가 워싱턴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까지 그들이 수중에서마저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잠수함 부대 내에서는 라폰함의 임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정보를 신문에 누설한 장본인이 해군 항공대의 어느 제독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 기사에는 라폰함이 양키급 잠수함을 추척하고 있고, 이 핵탄두 미사일 탑재 잠수함이 미국 해안으로부터 2200∼2400㎞의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언론을 통해 미 잠수함이 양키를 추적하고 있다는 정보가 새어 나가

　그러나 1969년 10월 9일자 뉴욕타임스의 첫 면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예상보다 훨씬 더 시끄러운 신형 소련 잠수함.”

　이 기사는 소련 해군과 양키급의 함장에게 전해졌음이 분명했다. 기사가 실린 지 몇 시간 내에 양키급은 야간 교신을 위해 잠망경 심도로 진입했고, 이후 주기적으로 행해지던 모든 기동 형태가 변경됐다. 양키는 갑자기 20노트의 속력으로 180도 변침한 후 지나온 항적을 따라 라폰함 정면으로 으르렁거리면서 돌진해 오기도 했다. 이러한 기동은 전에 보여준 기동과는 완전히 달랐다. 라폰함 당직사관들은 기존에 하던 행동과 전혀 다른 양키급의 행동에 당황해 했다.

　이러한 양키급의 기동은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한 필사적인 행동이었다. 

　양키급은 수중에서 빠르게 기동했다. 이러한 기동 양상은 조종실 스크린에 전시됐고, 고속기동으로 인해 생기는 끽끽거리는 소음은 라폰함의 음탐사 헤드셋으로 전달됐다. 음탐사들은 이 소리를 기관차가 터널을 지날 때 나는 소리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놈이 오고 있다!” 전정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승조원들은 양키가 100미터 정도 위에서 라폰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우현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했다. 어느 누구도 양키급의 아이러니컬한 기동을 놓치지 않았다. 즉, 함미 탐색을 통해 추적함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용한 가운데 실시해야 했으나, 지금의 양키는 큰 소음이 발생되는 과도한 속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양키는 몇 시간 동안 원을 그리며 탐색을 계속했다. 맥은 전투 배치를 하고 승조원들과 함께 전 국면을 드라마틱하게 회피기동을 하며 양키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

　▶양키의 소음 및 기동특성 파악 후에는 양키가 임무를 마치고 들어갈 때까지 무려 47일이나 추적하는 기록 세워

　추적을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돼 가는 10월 13일에 라폰함은 슈케이드 제독이 보낸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일급비밀 전보를 받았다.

　“무어러 참모총장님이 워싱턴에 있는 안보 관계자들과 함께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여러분의 임무를 지켜보고 있으며, 여러분의 훌륭한 임무수행에 대해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음을 전함. 본인도 이러한 총장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함.”

　라폰함은 양키급 잠수함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추적을 계속했다. 양키급은 귁(GIUK) 협곡 항로를 따라 곧바로 귀항했으며, 라폰함도 11월 9일 양키함을 보냈다. 라폰함은 놀랍게도 47일 동안이나 추적을 했다.

　실제로 이번 작전은 단순한 회피와 스파이 작전 이상으로 위험한 게임인 장님들의 음모였다. 잠수함 부대는 맥이 수집한 놀라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게 됐으며 미국의 공격 잠수함들은 항해 중인 소련의 핵탄두 탑재 미사일 잠수함 추적 임무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몇 달 후 라폰함은 지금까지 잠수함에 주어지는 가장 높은 상인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다. 맥은 평시 해군에서 주어지는 가장 영예로운 공로 메달을 받았다.

　라폰함의 성공적인 양키급 잠수함 추적작전은 당시까지 미국 잠수함이 소련 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훨씬 적고 탐지거리도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회부터는 미국원잠의 소련 해저 케이블 도청작전 전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근식 (주)솔트웍스 부사장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mksnav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