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게임과 무기> 전차, 총탄 빗발치는 전장 유유히 누비는 지상전의 왕자

  작성자: 이경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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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1-25 16:03:33

45. 전차 ①


참호·기관총으로 고착된 전선서 활약
기동성·방호력 무기로 적진 돌파 선봉
2차 대전 들어서 대규모 기갑부대 편성

‘월드 오브 탱크’ 고전 전차전 로망 만끽
‘배틀필드 1’ 초창기 운용법 사실적 묘사
‘탱크 바탈리언’ 벽돌 엄폐 뚫고 원샷원킬


지상전의 왕자, 현대 육군 화력의 중심, 기동전의 선봉…. 산업화가 완료된 이래 현대 지상전의 중심에서 전차는 단 한 번도 밀려나 본 적이 없는 존재였다. 인마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엄청난 기동력, 강력한 화력뿐 아니라 어지간한 개인화기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막강한 방어력을 모두 겸비한 전차는 비록 21세기 이후의 전장이 저강도화, 소규모화되면서 활동 영역이 좁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지상전력의 중심축에서 벗어나지 않는 병기다. 3회에 걸쳐 지상전의 중심인 전차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룬 게임들을 조망해보며 전차의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기동력과 방호력으로 참호전 시대 넘어서다
한국어로는 같은 전차라는 단어를 쓰지만, 서구권에서는 고대에 말과 수레를 연결해 사용하던 ‘채리엇’과 근현대의 동력기관을 사용하는 ‘탱크’와 같이 단어 자체가 구분된다. 오늘날의 전차는 그 기원을 1차 세계대전으로 잡는데, 최초의 용도는 고착화된 육군 전선의 돌파를 위한 장비로서였다. 긴 참호와 철조망, 기관총에 의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보병 돌격으로는 전선 돌파가 불가능해진 1차 세계대전 상황에서 전차는 화력보다도 기동성과 방호력에 기대어 적 전선을 돌파하는 무기로 설계되었다. 석유를 활용한 내연기관으로 동력을 만들되, 도로가 아닌 야전 상황을 달려야 하기에 일반적인 바퀴보다는 효율이 떨어지지만 험지 주파가 가능한 무한궤도를 주요 동력원으로 삼았다. 무엇보다도 전차의 핵심은 쏟아지는 총탄에도 쉽게 무력화되지 않고 전진할 수 있도록 두꺼운 장갑을 둘렀다는 점이었고, 내연기관의 힘은 이 무거운 장비에 기동성을 부여하며 고착화된 전선에 돌파구를 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초창기의 전차는 별도의 전차부대와 같은 편제가 없었기에 주로 보병과 함께 전투하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때의 전차는 참호와 기관총으로 고착된 전선을 돌파할 때 보병의 선두에 서는 정도의 활약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전차 자체가 애초에 너무 새로운 개념이었고 생산이나 운용 대수도 얼마 되지 않다 보니 별도로 대규모 기갑부대를 편성하고 운용할 수 있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전차의 의미가 전략적인 단위에서 두드러지는 시기는 2차 세계대전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1차 대전기에 비해 우선 공업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내연기관은 이제 더 무거운 차량을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석유를 연료화하는 정제기술도 크게 향상되고 화석연료가 보편화되면서 전차 기동의 핵심인 연료 보급 또한 보다 대규모의 기갑부대 편성을 가능케 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는 꽤 유명한 독일군의 전격전(Blitzkrieg)은 동력 엔진에 의해 전장에 기계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만들어진 기동전략이었는데, 여기서 지상 기동력의 중심을 전차가 담당했다.

교전 자체보다도 전선을 빠른 속도로 돌파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전격전 교리에서 전차의 방호력과 기동력은 보병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이 기동력의 우세를 십분 활용해 나치 독일은 전선 기반의 방어를 유지하던 폴란드나 프랑스 침공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강하고 빠르고 튼튼…전차의 로망 담은 게임
본격적인 현대 전차들이 등장하기 이전의 전차들은 한편으로는 로망이고 한편으로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현대 지상전을 호령하는 최신예 전차들의 이야기를 다음 편으로 미루고서라도 일단 초창기 전차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실제로 적지 않은 게임들이 초창기 전차의 운용 방식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전투의 재미를 이끌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런 옛 전차의 로망을 이야기할 때 첫손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 게임은 전차전 그 자체를 중심으로 삼는 게임, ‘월드 오브 탱크’일 것이다. 현대의 주력전차(MBT)보다는 2차대전 근처까지의 고전 전차가 상당수 등장하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각 전차의 전차장이 되어 필드에서 다른 병과 없이 전차 대 전차라는 전차전의 로망을 경험하게 된다.

 ‘월드 오브 탱크’에 등장하는 전차들은 현대의 주력전차 이전, 2차 대전기까지 활약한 전차들이다. 세계대전이라는 대규모 전장에서 전차와 전차가 맞붙는 로망을 구현한 게임으로 손꼽힌다.  필자 제공

‘월드 오브 탱크’에 등장하는 전차들은 현대의 주력전차 이전, 2차 대전기까지 활약한 전차들이다. 세계대전이라는 대규모 전장에서 전차와 전차가 맞붙는 로망을 구현한 게임으로 손꼽힌다. 필자 제공

‘월드 오브 탱크’는 우리가 전차 전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개념들을 최대한 충실하게 그려내고자 애쓴 게임이다. 주포끼리의 화력전은 원샷원킬 이상으로 전차전의 주요 승부처인 궤도이탈, 엔진고장과 같은 부위별 피해를 주고받는 형태로 나타나며, 적 주포에 정통으로 맞는다 할지라도 도탄(포탄이 장갑 경사 등에 비껴 맞아 튕겨 나가는 일) 등을 통해 피해 극복이 가능한 순간 등이 게임 안에서 자주 등장하며 여러모로 전차전의 의미를 살리고자 하는 연출이 두드러진다.

처음 전차가 등장하는 1차 대전기의 초창기 전차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기 좋은 게임으로는 유서 깊은 밀리터리 액션 게임 ‘배틀필드’ 시리즈의 1차 대전작인 ‘배틀필드 1’이 꼽힌다. 멀티플레이 모드에서는 1차 대전기에 등장한 다양한 개념의 장갑차량들이 총출동하는 가운데 참호 돌파와 측면 우회를 위해 만들어진 몇몇 초창기 전차들을 직접 운용해볼 수 있다. 고속 기동도 되지 않고 현대전차에 비해 장갑도 턱없이 약하지만 동시대 전장에서 충분히 위용을 발휘하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배틀필드 1’은 1차 대전기에 활약한 전차의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게임이다. 보병과의 합동 운용과 전차 수리와 같은 세부적인 디테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미지출처: ‘배틀필드 1’ 공식 스크린샷./필자 제공

‘배틀필드 1’은 1차 대전기에 활약한 전차의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게임이다. 보병과의 합동 운용과 전차 수리와 같은 세부적인 디테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미지출처: ‘배틀필드 1’ 공식 스크린샷./필자 제공

무엇보다도 ‘배틀필드 1’의 싱글플레이 스토리 미션에서 초창기 전차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아군보병의 진격에서 최선두를 맡아 움직이는 엄폐물이 되어 천천히 전진하는 전차와, 그 뒤에 숨어 따르는 보병과의 협력 장면이 몇몇 에피소드에서 매우 상세하게 묘사된다.

특히 아직 정밀공업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인지라 조금만 가도 쉽게 퍼져 버리는 전차를 계속 수리하고 또 그 수리를 엄호해가는 과정은 한편으로 초창기 전차가 왜 기갑부대 단독 편제로 고속기동전을 펼치기 어려웠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된 고전 게임에서도 의외로 전차들만의 승부를 다룬 전차전이 중심인 게임이 있다. 무려 1980년에 출시된 게임 ‘탱크 바탈리언’은 고전게임 마니아라면 한 번쯤 구경이라도 해봤을 게임인데, 평지에서 펼쳐지는 일반적인 전차전과 달리 게임은 벽돌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서의 전차전을 다룬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전차 한 대로 이 벽들 사이에 엄폐하며 몰려오는 적 전차 20대로부터 아군 본진을 보호해야 한다. 벽은 전차포 사격으로 부술 수 있어 아군도 적군도 엄폐를 서로 부숴가며 싸우는 것이 포인트. 체력 게이지 같은 것이 없어서 서로 주포 한 방이면 끝나는 게임이지만, 적과의 머릿수가 1:20이라는 점은 생각보다 게임의 난도를 높이는 문제로 기능한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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