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UN가입 30년과 軍 국제평화협력활동> 엄격한 상하 지휘체계보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 추구
작성자 : 서현우(120.142.xxx.xxx)
입력 2021-09-15 10: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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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김성웅 예비역 대령③·끝
          (유엔 인도·파키스탄정전감시단 부단장)

회원국 자발적 참여로 임무 이뤄져
직위·직책 존중하되 공과 사 구분
다국적·다인종·다문화적 근무 환경
최고 성과보다 상호 이해·화합 중요
유엔 인도·파키스탄 정전감시단 초소들은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곳곳에 설치돼 양측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감독했다. 사진은 김성웅(오른쪽) 예비역 대령이 2006년 감시단 부단장으로서 예하 스카르두(Skardu) 초소를 방문해 초소장과 함께한 모습.  사진 제공=김성웅 예비역 대령
유엔 인도·파키스탄 정전감시단 초소들은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곳곳에 설치돼 양측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감독했다. 사진은 김성웅(오른쪽) 예비역 대령이 2006년 감시단 부단장으로서 예하 스카르두(Skardu) 초소를 방문해 초소장과 함께한 모습. 사진 제공=김성웅 예비역 대령
유엔 임무를 수행하는 모든 장병은 정해진 야전 예규와 전술적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규정에 적시되지 않은 실무는 자국군 근무 경험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장병들은 이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나 문화적 차이를 겪기도 한다. 유엔 인도·파키스탄정전감시단(UNMOGIP)에서 2006년 1월부터 18개월간 부단장으로 근무한 김성웅 예비역 대령(당시 대령)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유럽 국가 장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부에서 다국적으로 근무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각지에서 미군 장교들과 함께하며 연합·합동 교리에 따른 지휘·참모 활동 절차를 숙지합니다. 대부분 우리와 유사한 교리 및 공감할 수 있는 군사 지식이 있어 상호 협조가 유리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연합 임무 경험이 많지 않은 일부 아시아·남아메리카 국가 장교들은 달랐다. 임무 방식에 차이가 있었고 공감대도 달랐다.

“부단장 근무 당시 작전참모였던 덴마크군 소령과는 업무 진행 방식이 비슷해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후 새로 부임한 우루과이군 중령과는 지휘·참모 활동 절차가 상이해 처음에는 애로 사항도 있었습니다.”
유엔임무단 예하 스카르두 초소로 가는 길. 카슈미르 북부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그 일대 초소를 갈 때면 항상 위험천만했다.  사진 제공=김성웅 예비역 대령
유엔임무단 예하 스카르두 초소로 가는 길. 카슈미르 북부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그 일대 초소를 갈 때면 항상 위험천만했다. 사진 제공=김성웅 예비역 대령

이 같은 경험은 그만이 아니라 다른 장교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가 있을지언정 임무 수행에 지장은 없었다. 각국 군 장교들이 지역 안정과 평화 유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이를 받아들이며 이해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세 명의 한국군 장교가 유엔임무단에 새로 부임했다. 그는 단장과 함께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면담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우리 군 장교들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 누구보다 더 큰 성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면담이 끝나자 그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충성”을 외치며 거수경례한 뒤 회의실을 나섰다.

장교들이 사라지자 단장이 그를 따로 불렀다. 그러고는 의아한 눈빛으로 왜 모든 한국군 장교는 베스트 오피서(Best Officer)가 되려 하는지, 왜 자신에게 충성하려고 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크로아티아군 출신 단장은 유엔 평화유지 임무가 회원국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엄격한 상하 지휘체계보다는 각자 임무에 충실하며 서로 협력하는 수평적 관계를 추구했습니다. 자신의 오랜 유엔 임무 경험에서 갖게 된 가치관이었어요. 이는 다른 서구권 국가 장교들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이후 부임하는 우리 군 장교들에게 타국 군 장교들을 마주하며 상대의 직위·직책을 존중하되 공과 사를 구분토록 독려했다. 다국적·다인종·다문화적 근무 환경에서 지나칠 정도의 적극적 태도는 오히려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엔의 근무 문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 역시 비슷한 오해를 겪었다. 단장이 장기간 부재한 상황에서 부단장으로서 유엔임무단을 이끌 때였다. 작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고, 본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초소 통신장비에 이상이 발생했다. 즉각 조치를 지시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통신장비 수리는 계속 지체됐다. 그는 그곳에 고립된 요원들이 걱정됐다. 사태와 상황을 파악하려면 통신 시스템이 먼저 연결돼야 했다. 통신과장을 불러 상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속한 조치를 재차 지시했다.

“아마 그 당시 분위기상 제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컸었나 봅니다. 통신과장은 자신의 업무 소홀보다 저의 권위적인 지시에 불편 보고서를 제출했어요. 이후 단장이 복귀해 내막을 듣고 제게 구두경고를 내렸습니다. 저의 지시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는 단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일을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의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호 이해와 화합을 더 생각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는 18개월의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2007년 7월 귀국했다. 유엔임무단 지휘관으로서 각국에서 파병된 참모·감시 장교들을 통솔해 주어진 임무를 마쳤다. 귀국 후 합참의장에게 복귀 신고를 했다. 그 자리에서 합참의장은 유엔 평화유지활동 활성화를 위해 우리 군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장병들의 파병 기회를 더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유엔 평화유지 임무에 고위직을 더욱 많이 파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다방면에서 국제사회에 큰 역할과 기여를 해왔습니다. 지금의 국제적 위상은 수많은 장병의 노고와 헌신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더욱 많은 장병이 유엔 임무에 동참해 개개인의 국제 감각을 키우고, 나아가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기를 바랍니다.” 서현우 기자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915/1/BBSMSTR_000000100138/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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