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군(軍)금해> 43세 김혁 상사, 해병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미 해병대 DI(훈련교관) 교육 수료

  작성자: 안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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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8-02 13:45:55

안승회 기자의 군(軍)금해

17 43세 김혁 상사, 해병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미 해병대 DI(훈련교관) 교육 수료


“대한민국 해병 대표라는 각오로 모든 관문 이겨냈죠”

 
20대 청년들과 함께 ‘나 자신을 시험’
최연장자로 10주간 교육 훈련 수료
매일 새벽 강도 높은 PT 체조 두시간
신체검사·체력 못 미치면 바로 퇴교
미 해병대 DI 상징 ‘둥근 모자’와
블랙 벨트 획득하려 온 힘 쏟아


해병대 김혁 상사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훈련소에서 미 해병대 DI 교육을 받고 있다.  Marine Corps Recruit Depot Parris Island, S.C. 제공

해병대 김혁 상사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훈련소에서 미 해병대 DI 교육을 받고 있다. Marine Corps Recruit Depot Parris Island, S.C. 제공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훈련소에서 미 해병대 DI 교육을 수료한 김혁 상사.  Marine Corps Recruit Depot Parris Island, S.C. 제공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훈련소에서 미 해병대 DI 교육을 수료한 김혁 상사. Marine Corps Recruit Depot Parris Island, S.C. 제공


미 해병들 사이 유일하게 ‘빨간 명찰’

최근 미 해병대 DI(훈련교관) 스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몇 장이 화제가 됐다. 미 해병대 DI 교육생들의 훈련 사진. 사진 속 동양인 한 명이 눈에 띈다. 수많은 미 해병 사이에 유일하게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군인. 대한민국 해병대 김혁 상사다.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43세의 나이로 고된 훈련을 이겨낸 김 상사는 교육생 중 유일한 외국인인 동시에 최연장자였다.

해병대 부사관 258기로 1999년 임관한 김 상사는 해병대 핵심가치 중 하나인 ‘도전’ 정신을 끊임없이 실행에 옮긴 군인이다. 2008년 미국 샌디에이고 AAV(상륙돌격장갑차) 교육에 참가했을 때도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2018년 몽골 칸 퀘스트(Khaan Quest) 훈련에 참가했고, 2019년 해병대2사단 청룡전사 선발대회에는 최고령자로 참가했다.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신병훈련소에서 10주간 진행된 미 해병대 DI 교육을 수료하고 지난 6월 귀국했다. 지금은 해병대1사단 상륙장갑차대대에서 근무한다.

김 상사를 경북 포항의 한 사진관에서 인터뷰했다. 전투복 차림으로 나타난 김 상사. 반듯하게 접은 소매와 바짝 자른 상륙형 머리에서 해병대의 엄정한 군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절제된 행동과 말, 다부진 표정, 올바른 복장. 외적 자세만으로도 ‘군인다운 멋’을 풍겼다.


얼굴 앞에서 고함 치는 ‘메이킹 스트레스’

김 상사는 적지 않은 나이에 미 해병대 DI 교육에 도전했다. “교육생 대부분이 20대 미 해병이었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긴 했죠. 그러나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또 제가 이걸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미 해병대 DI의 교육기법을 토대로 연구·분석해 DI 교육과정의 기틀을 잡았다. 두 나라 해병대 DI 양성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두 나라 교육의 본질은 같습니다. 정예 해병을 만드는 DI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군 기본자세부터 체력단련, 리더십 등 모든 교육훈련이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교육방식과 훈련 환경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또 우리 해병대 DI는 100% 자원해 선발 과정을 거치지만, 미 해병대는 병장 계급이 되면 몇몇 병과를 제외하고 모두 DI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DI가 훈련병을 교육할 때 얼굴 바로 앞에서 고함을 치는 ‘메이킹 스트레스(making stress)’는 우리에게 없는 미 해병대만의 교육방식이다. 실제 전장에서는 장병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정신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고 이를 극복하게 한다. “제가 뭔가를 잘못하면 처음에 DI 한 명이 옵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곧 DI 4명이 다가와 저를 둘러싸고 소리를 질러대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걸 계속 듣다 보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50m 거리서 교육생 목소리·행동 등 평가

미 해병대 DI 훈련은 서부의 샌디에이고 훈련소와 동부의 패리스 아일랜드 신병훈련소 두 곳에서 이뤄진다. 1년에 4개 차수가 배출되는데, 1개 차수에는 보통 50~100명이 입교한다. 김 상사 교육 차수에는 90명이 입교해 72명이 수료했다. “미 해병대는 신체검사가 상당히 엄격한데 여기서 탈락하기도 합니다. 또 중간평가에서 달리기나 턱걸이 능력이 수준에 못 미치면 과감히 퇴교시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져 교육생들이 많이 힘들어 합니다.”

10주의 교육에선 해병을 양성하는 데 필요한 훈련이 실전적으로 이뤄진다. “미 해병대 DI는 소드(sword)라는 검을 이용해 제병지휘를 합니다. 교육생들은 소드를 오른손에 쥐고 제식훈련을 수없이 반복해 완벽한 동작을 만듭니다. ‘티치백(teach back)’ 훈련도 있습니다. 교육생은 제식훈련의 정의와 세부 동작법을 암기해 교관 앞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 평가를 받습니다. 교관은 50m 떨어진 곳에서 교육생의 목소리와 행동, 암기 상태를 평가합니다. 다음은 ‘스쿼드 베이 프로시저(Squad bay procedure)’입니다. 스쿼드 베이는 우리나라의 생활관에 해당합니다. 이곳에서 교육생들이 팀을 구성해 마치 DI가 신병을 교육하듯 다른 교육생을 통제합니다. 이 훈련을 통해 간접적으로 DI 역할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체력훈련도 강도 높게 진행된다. 교육생은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PT 체조를 두 시간 해야 한다. 체력평가도 받는데 5㎞ 달리기·턱걸이·윗몸일으키기로 구성된 ‘PFT(Physical Fitness Test)’와 전투복·군화 차림으로 800m 달리기·탄약통을 반복해서 올렸다가 내리는 CFT(Combat Fitness Test)가 그것이다. 이 평가에서 탈락하면 퇴교당한다.


체력에서 20대 미 해병들에게 본보기

미 해병대 DI 하면 챙이 둥근 모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미 해병대 DI를 상징하는 모자이기 때문이다. “‘캠페인 커버(campaign cover)’라고 불립니다. 깊게 눌러 쓰지 않고 이마에 살짝 걸쳐 착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벨트는 그린·블랙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처음 DI가 되면 그린벨트를 받습니다. 그러다 DI로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블랙벨트가 주어집니다. 모든 미 해병대 DI는 블랙벨트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훈련소에서의 생활도 녹록지 않다. 매우 낡은 건물에서 보통 2인 1실을 사용한다. 김 상사는 외국군이라 방을 혼자 썼다. “밥은 차우홀(chowhall·식당)에서 사 먹었습니다. 메뉴는 스테이크·햄버거 등 다양했지만 딱 일주일 지나니 물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전역하고 미국에 사는 동기가 한국 음식을 보내줘 버틸 수 있었죠. 아침은 숙소에서 냉동식품이나 빵으로 때웠고, 점심시간도 촉박해 빵 한 조각 먹고 나간 적도 많습니다. 오후 6시 일과가 끝나면 저녁엔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다음날 평가 준비로 밤 11시나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김 상사는 전투복 오른팔에 항상 태극기를 부착하고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해병을 대표한다는 각오로 모든 관문을 통과했다. “그동안 체력관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20대 미 해병들에게 뒤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저보다 체력이 부족한 교육생들이 많았습니다. 교관들이 그들에게 ‘앞서가는 김혁 상사는 당신보다 두 배 이상 나이가 많다. 빨리 일어나 쫓아가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 해병대 DI 교육은 군 생활을 하면서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가짐을 다잡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 어떤 임무라도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임해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후배들에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해병대 부사관이 되겠습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802/2/BBSMSTR_000000010024/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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