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8일 육군50사단 공병대대 장병들이 경북의 한 방공기지 일대에서 보호장비로 무장한 채 험한 산세의 지뢰제거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대의 작전지역 일부는 경사가 30~40도에 달해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체버킷을 장착한 굴삭기를 활용해 지뢰제거 작전을 펼치는 장병들의 모습.

한 장병이 5~6kg 압력 수준의 강한 바람을 내뿜는 공기압축기로 땅을 파내며 지뢰를 찾고 있다.

8일 오후 1시, 점심을 먹고 짧은 휴식을 취한 육군50사단 공병대대 1중대 장병들이 지뢰제거 작전 재개를 위해 집결지에 모였다. 작전은 보호장비 착용으로 시작됐다. 방호 헬멧, 지뢰보호의, 방탄조끼, 지뢰 전투화·덧신 등 총 20㎏에 달하는 육중한 보호장비가 장병들의 전신을 빈틈없이 감쌌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더위와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날 한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했다. 우거진 수목 사이를 비집고 내리쬐는 땡볕 탓에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다. 작전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장병들의 얼굴이 단 몇 분 만에 열기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두 뺨에는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중대의 지뢰제거 작전지역은 유난히 산세가 험했다. 일부 지역은 경사가 30~40도에 달해 동부전선 최전방 GOP를 방불케 했다. 현장 지휘자인 유구선(대위) 중대장은 “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 지역에서는 안전 로프를 몸에 단단히 결속하고 작전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면적 50㎡밖에 개척 못해

안전교육을 마친 장병들이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했다. 선두에 선 장병이 금속지뢰탐지기를 지면 가까이 대고 서서히 전진했다. 그 움직임이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내 발 바로 앞에 지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삑!’하는 날카로운 경보음이 고막을 때렸다. 지뢰탐지기가 땅속 금속 물질을 찾아냈다는 신호였다. “지원조, 들어가서 확인!” 유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자석 막대기를 든 장병이 투입돼 못과 철사 등 가벼운 금속들을 걸러냈다. 이후 공기압축기를 활용한 굴토 작업이 이어졌다. 5~6㎏ 압력 수준의 강한 바람을 분사해 지면 아래로 15㎝ 이상 파냈지만, 지뢰는 나오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장병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작전을 이어갔다. 유 중대장은 “M14 대인지뢰는 공기압축기의 분사 압력만으로는 폭발하지 않는다”며 “단, 대인지뢰의 압력판이 눌린 채 발견되는 경우 등 돌발 상황도 있어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후 표면탐지, 굴토, 개척 등 지뢰제거 절차가 수도 없이 반복됐다. 작전은 약 한 시간 동안 휴식 없이 계속됐다. 그렇게 어렵게 개척된 지역은 약 2㎡ 정도에 불과했다. 인력·장비 등 4개 팀이 하루에 6~7시간 동안 연속 작전을 수행해도 개척 가능한 평균 면적이 50㎡ 정도라고 한다. 이곳의 지형이 워낙 험한 것은 물론, 작전의 속도보다는 완결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빨리, 많이 찾는 것보다는 민간에 개방할 수 있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꼼꼼하게 임무를 수행합니다.” 10분의 휴식 시간,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던 강혁진 병장이 말했다.

강 병장은 지난해 5월 일병 때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돼 어느덧 전역을 앞두고 있다. 군 생활의 대부분을 파견지에서 지뢰를 제거하며 보낸 셈이다. 지뢰제거 작전은 긴장의 연속이다. 아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님께 매일 저녁 연락해 안부를 알리는 장병도 있다. 강 병장도 그중 하나다. 그동안 너무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강 병장은 “올해만 우리 팀이 지뢰를 3발이나 찾아냈다”며 “당연히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보람차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강 병장의 모습은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피한다’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장병 노고 치하 위해 지휘관들 파견지 찾아

이날의 지뢰제거 작전은 오후 5시가 돼서야 종료됐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장병들의 안식처는 29.7㎡(9평) 남짓한 컨테이너형 임시 막사였다. 막사 1개 동마다 7명의 장병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생활하고 있었다. 내부에는 난방패널, 벽걸이형 냉·난방기 등이 설치돼 한여름·겨울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파견지에서의 생활이 아주 안락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식사·샤워 등 일상의 대부분을 파견지인 타 부대의 시설에 의존해야 한다. 파견지에선 휴가나 외출도 쉽지 않다. 근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야간에는 소수의 파견 장병들이 돌아가며 자체 경계근무를 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8시면 다시 작전이 시작된다. 이런 장병들의 애환을 달래고 노고를 치하하고자 지휘관들이 정기적으로 파견지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김동수(소장) 사단장이 직접 이곳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크고 작은 불편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지난 1일 중대는 지뢰제거 작전 개시 170일째를 맞았다. 이 기간 중대는 전체 작전 지역인 1만2737㎡ 가운데 9620㎡를 개척해 75.5%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중대가 발견한 지뢰는 40여 발이다. 이는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된 육군2작전사령부 예하 11개 공병부대 가운데 단연 최고의 성과다. 특히 중대는 지역 주민의 요청에 따라 사단 차원에서 추진하는 예방적 불발탄 탐색 및 제거 작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대 장병들이 공용화기 사격장 인근 생태교육장의 불발탄 탐색 작전에 투입돼 맹활약을 펼쳤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장병들의 헌신에 지역 주민들이 큰 박수와 성원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최근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지뢰제거 임무의 어려움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지나온 자리에 더 이상 지뢰는 없다’는 중대 장병들의 각오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중대는 국민에게 안전한 생활 터전을 조속히 돌려드리기 위해 연말까지 완전작전을 목표로 남은 3000여㎡에 대한 개척을 완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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