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코로나 뉴스로 시작한 지 1년을 넘겼다. 익숙해진 만큼 둔감해진 듯도 한데 그나마 요즘은 업데이트되는 백신 소식에 일상으로의 복귀를 상상하며 잠깐씩 설레기도 한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중 스치듯이 지나가는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 이름 하나가 낯설지 않다. 스푸트니크 V. 소련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우주선 이름과 같다.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어로 지구의 달과 같은 위성을 뜻하기도 하고, 동행자나 동반자를 뜻하기도 한다. 인공위성이야말로 인류 우주여행의 동반자이기에 작명은 정말 훌륭하다. 러시아 국민들에게 스푸트니크란 자랑스러운 조국에 대한 자부심 그 자체일 테니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에 그 이름을 붙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1957년 10월 4일, 83㎏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돼 92일간 약 6000만㎞를 비행했고, 한 달 후인 11월 3일에는 역사상 제일 유명한 개 ‘라이카’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가 발사됐다. 물론 미국(정확히는 미 육군) 역시 불과 넉 달도 채 안 지난 1958년 1월 31일, 부랴부랴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할 정도로 로켓 기술을 쌓고 있었지만 전 세계, 특히 미국인들이 받은 스푸트니크호 발사의 충격은 대단했다.

스푸트니크 발사는 여러 측면에서 인류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궤도로 진입했음을 의미했다. 2차 대전 때의 원자폭탄을 기점으로 수소폭탄 개발로 가속화된 미국과 소련의 핵 개발 경쟁 무대에서 핵폭탄을 실을 수 있는 로켓기술 경쟁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넘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수준까지 치달으면서 우주의 시대가 펼쳐졌다.

이처럼 인류 역사에서 우주 진입은 평화적 출발보다는 치열한 군사적 경쟁의 결과였고, 전장의 영역은 지·해·공을 넘어 우주로 확대됐다.

스푸트니크 발사 직후 미국 사회는 자유 진영 최고 지도국으로서 국가적 자존심을 짓밟혔다는 참담함과 비판, 반성의 여론으로 들끓었다. 소련의 군사기술에 밀린 이유가 그간 기초과학에 대한 교육과 투자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득세했고, 의회가 나서서 교육의 목적을 국가안보로 연결시키는 ‘국방교육법’을 공포하면서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전면적 교육개혁이 시작됐다.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도 육·해·공 각 군이 경쟁적으로 따로 놀아 로켓을 비롯한 군사기술을 효율적으로 개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힘입어 국방부와 합참의 권한이 한층 커졌으며 새로운 기관들이 문을 열었다. 우주개발을 전담할 NASA가 창설됐고, 11년 만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기초연구부터 무기개발에 이르기까지 국방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방부 소속의 ARPA(오늘날의 DARPA 전신이며 첨단연구개발국을 뜻함)를 개소했고, 이는 미국 군사과학기술의 혁신 아이콘이 됐다.

조금 단순화하자면 오늘날 미국의 우주항공과 군사기술을 주도하는 기관들이 바로 스푸트니크 발사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이때부터 국가적·군사적 목적에서 극소수 강대국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우주기술과 산업 기반, 즉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957년 우주 시대를 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와 2021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백신 모두 진정 인류의 동반자가 됐는지는 후대의 역사적 평가로 남겨질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냉전 시대에 출발한 올드 스페이스와 함께, 현재 부상하고 있는 민수시장 중심의 새로운 우주산업 뉴 스페이스(New Space)에 대해 살펴보면서 우리의 자리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303/1/BBSMSTR_000000100134/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