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임무는 크게 ‘전쟁 억제 및 비군사적 위협 대비’ ‘유사시 지상전에서 승리’ ‘국익 증진 및 국민편익 지원’ 세 가지로 나뉜다. 육군 각 부대는 실전 같은 교육훈련으로 빈틈없는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하는 한편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돕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육군15사단 장병들이 농번기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대민지원에 나섰다.

7일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의 파프리카 농장에서 농장주 김옥순 씨가 농번기 대민지원을 나온 육군15사단 포병여단 병사에게 모종 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부대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어 일손이 부족해진 지역 농가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용학 기자

모종 나르고 심는 작업 반복

농부들은 절기상 청명(淸明·4월 4일 또는 5일)이 지나면 본격적인 봄 농사 준비에 나선다. 민간인통제선 북쪽인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에 터전을 잡은 농부들도 마찬가지다. 7일 오전, 남아있던 쌀쌀한 기운을 떨치고 농부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농장주 김성진 씨가 사단 포병여단 장병들에게 파프리카 모종 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파인 구멍에 모종을 놓고, 흙과 코코넛 껍질을 덮어주면 돼요. 제대로 덮지 않으면 뿌리가 햇빛에 마르니 잘 눌러주세요. 그다음에는 모종 옆에 드리퍼(물과 비료를 전달해 주는 장치)를 꽂고….” 장병들은 파프리카 모종이 50주씩 들어있는 모종판을 상자에서 꺼내 일일이 옮긴 다음 배운 대로 심기 시작했다.

장병들의 도움에 힘입어 비닐하우스 안에 1만4000주의 모종을 심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일손 부족 극복에 큰 힘

사단 포병여단 장병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도움이 필요한 농가를 찾아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현리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해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들을 고용하기 어려워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갔다.

상황을 알게 된 여단 장병들이 농민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김성수 여단 주임원사와 전종인(상사) 교육지원담당관이 마을 이장을 만나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매일 30여 명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장병들은 비닐하우스 정비, 과실나무 가지치기, 하우스 작물 모종 심기 등을 하며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장병들은 출발 전 개인소독을 철저히 하고 음료·식사도 부대에서 직접 추진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장병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는 이남진 씨는 “모든 농가가 일손이 부족해 모종도 제대로 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어려운 시기에 장병들이 나서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단의 마현리 대민지원은 오는 16일까지 이어진다.

변재욱(중령) 상무대대장은 “국민의 군대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지역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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