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흑표, 수심 3m 폭 338m 남한강 거침없이 바람처럼 도하!
육군, 국산 명품 K2 전차 도하훈련
체험 전 일일교관으로부터 이론과 안전교육
탑승 후 비상탈출 실습 땐 천장에 머리 ‘쾅’
전차장 맡아 전우와 함께 힘차게 물살 갈라
임무 완수… 막연한 두려움 눈 녹듯 사라져
 안승회 기자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K2 전차 잠수도하 이론 및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
육군11사단은 지난 15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대규모 도하훈련을 했다. 이날 훈련에는 K2 전차 6대가 투입됐다. K2 전차는 기존 전차 대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육군 전차로 일명 ‘흑표’로도 불린다. 신형 전차 포탄을 적용해 적 전차 파괴 능력을 높였고, 전차에 가장 큰 위협인 헬기 대응능력도 갖췄다. 방수설비를 구비, 별도의 도하 장비 없이 잠수해 강을 건널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수중 통기장치인 ‘스노클’을 물 밖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최대 수심 4.1m의 하천을 건널 수 있다. 기자는 이날 K2 전차에 직접 탑승해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하고 우리 손으로 생산한 국산 명품 전차의 우수성을 체험했다.
 본지 안승회 기자가 탑승한 K2전차가 남한강으로 진입하고 있다. 안 기자는 K2 전차의 우수성을 체험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열린 육군11사단 도하 훈련에 참가했다. 사진=양동욱 기자 |
“크르릉”
이날 남한강 일대에서는 전차와 장갑차 수십여 대가 동시에 거친 엔진음을 내며 본격적인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훈련에 앞서 대열을 갖추기 위해 움직이는 전차들이 일으킨 흙먼지가 훈련장을 뒤덮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K2 전차 탑승을 요청했고, 사단은 전차의 안정성과 잠수도하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기자에게 전차 탑승 기회를 부여했다. 기자는 사단 훈련 일정에 맞춰 남한강 도하 훈련에 동참했다. 운이 좋게도 일반기동이 아닌 전차에 탑승해 강을 건너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게 됐다.
“전차는 부력을 이용해 자력 도하가 가능한 장갑차와 달리 일반적으로 공병부대의 지원을 받아 문교나 부교를 이용해야만 도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K2 전차의 경우 스노클을 설치하면 자력으로 도하할 수 있는 잠수도하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늘의 훈련 파트너이자 일일교관 이홍권 중사의 말이다. 이 중사는 초보 체험자인 기자에게 K2 전차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며 체험 준비를 이끌었다.
정차해 있는 K2 전차 앞에 섰다. 길이 10.8m, 높이 2.4m에 달하는 거대한 전차의 몸집이 기자를 압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곧게 뻗은 6m 길이의 포신이었다. 표적을 빠르고 강하게 격파하는 주포는 K2 전차의 자랑이다.
비록 체험이었지만 실제 훈련에 동참해 전차에 탑승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K2 전차 잠수도하 이론교육은 물론 안전교육까지 받은 뒤에야 비로소 전차에 오를 수 있었다. 전차에 오른 뒤에는 비상탈출 실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수도하 시 전차에 물이 유입될 경우 전차장석에 설치된 스노클을 통해 탈출하는 훈련이다. “도하 훈련 중 전차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전차장 명령에 따라 스노클 위로 신속하게 탈출해야 합니다.” 이 중사의 설명을 들은 뒤 비상탈출 훈련에 도전하기 위해 전차 내부로 들어갔다. 전차 내부는 비좁았다. 키 185㎝인 기자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비상탈출 훈련에 참가한 안승회 기자가 K2 전차 스노클을 통해 전차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
“비상상황! 전 승무원 탈출!” 전차장의 탈출 명령이 무전을 통해 들렸다. 당황한 기자는 벌떡 일어나려다 비좁은 전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덕분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협소한 공간에서 복잡한 계기판과 알지 못하는 버튼들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뻣뻣한 몸을 움직여갔다. 긴급한 상황이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몸 이곳저곳을 쇳덩이에 부딪혀가며 스노클로 이동했다. 지름이 80㎝에 불과한 스노클 위로 고개를 들자 파란 가을 하늘이 보였다. 그제야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마치 암벽등반하듯 차근차근 손과 발을 내디디며 4.5m 높이 스노클 위로 올라가 가까스로 전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비상탈출 훈련이 끝나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이날 훈련은 11사단이 도하 공격작전 절차를 숙달하고 강습도하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장병 600여 명과 K21·K200A1 장갑차, K2 전차 등 170여 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기자는 이홍권 중사, 서용상·전재기 하사와 호흡을 맞춰 도하 훈련에 참가했다. K2 전차 승무원은 3명이지만 기자는 이홍권 중사와 함께 전차장 역할을 맡았다. “4명이 탑승했던 기존 전차와 달리 K2 전차는 3명만 탑승합니다. 자동장전장치가 탑재돼 탄약수가 필요 없게 됐죠. 사람이 직접 장전하지 않으니 전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후속탄을 장전해 전차포를 발사할 수 있습니다.” 이 중사의 말이다.
 본지 안승회 기자. 사진 =양동욱 기자 |
기자와 함께 전차의 가장 높은 곳인 스노클 위에 자리한 전차장 이 중사는 기동하는 내내 송수화구를 이용해 전차 이동 방향을 지시했다. 이 중사는 “조종석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전차의 전반적인 통제는 전차장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차는 육지와 강의 경계에서도 기동을 멈추지 않았다. 고요하던 남한강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뛰어든 전차는 서서히 가라앉았고 포신과 스노클만 물 밖으로 나온 상태가 됐다. 이 중사는 두 차례에 걸쳐 물이 전차 안으로 유입되는지 점검했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기동을 이어갔다. 전차는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수심 3m, 강폭 338m의 남한강을 무사히 건넜다. 선두 전차의 성공적인 도하에 힘입어 중대별 2대씩 총 6대의 전차가 도하한 뒤 목표지점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번 훈련은 마무리됐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전차에서 빠져나와 보니 훈련을 마친 전차와 장갑차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일렬로 도열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도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장병들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직접 훈련에 참가해 사단의 전차 운용능력을 체험해보니 그동안 북한군 지상 전력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능숙한 솜씨로 전차를 이끌었던 이홍권 중사는 놀랍게도 K2 전차 남한강 잠수도하 훈련이 처음이라고 했다. 모의 훈련장에서의 수많은 훈련 덕분에 실전적인 훈련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중사를 비롯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국 수호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이 든 순간이었다.
전차는 육지와 강의 경계에서도 기동을 멈추지 않았다. 고요하던 남한강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뛰어든 전차는 서서히 가라앉았고 포신과 스노클만 물 밖으로 나온 상태가 됐다. 이 중사는 두 차례에 걸쳐 물이 전차 안으로 유입되는지 점검했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기동을 이어갔다. 전차는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수심 3m, 강폭 338m의 남한강을 무사히 건넜다. 선두 전차의 성공적인 도하에 힘입어 중대별 2대씩 총 6대의 전차가 도하한 뒤 목표지점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번 훈련은 마무리됐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전차에서 빠져나와 보니 훈련을 마친 전차와 장갑차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일렬로 도열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도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장병들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직접 훈련에 참가해 사단의 전차 운용능력을 체험해보니 그동안 북한군 지상 전력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능숙한 솜씨로 전차를 이끌었던 이홍권 중사는 놀랍게도 K2 전차 남한강 잠수도하 훈련이 처음이라고 했다. 모의 훈련장에서의 수많은 훈련 덕분에 실전적인 훈련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중사를 비롯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국 수호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이 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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