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후반에 사용된 ERDL패턴 전투복(왼쪽)과 1980년대 초반부터 20년 이상 미군의 표준 전투복으로 군림한 M81 우드랜드 패턴 전투복.

　베트남 전쟁 중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타이거 스트라이프 위장무늬를 사용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이나 부대 차원의 ‘개별구매’였으며 정식 지휘체계를 통한 제식화와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공식적인 자세는 위장무늬 전투복보다는 단색 전투복이 실용적이라는 것이었다.

1960년대 후반까지 단색 무늬 개발·개량 거듭 1981년 제식화

　사실 미 육군이 위장무늬 전투복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오랫동안 좋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전선에서 보여준 오인사격 문제나 나치 독일군 친위대의 부정적 이미지, 여기에 제작 단가의 상승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지만, 그로 인해 기껏 자체 개발된 위장무늬들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무시해 왔다. 베트남전까지 간신히 위장무늬가 적용된 분야는 철모 커버와 판초 우의 등의 제한적인 부분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 내부에서는 위장무늬에 대한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었으며, 특히 1948년에 개발된 ERDL패턴은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ERDL (Engineer Research and Development Laboratory), 즉 공병대 산하의 연구개발 연구소에서 개발했다 해서 ERDL 패턴으로 불린 이 위장무늬는 4색(연한 녹색, 진한 녹색, 갈색, 검정)으로 구성됐으며 주로 중부 유럽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졌다. 1965년에 이뤄진 테스트에서는 이 무늬가 열대지방용으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단색 전투복보다 우수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이 테스트 결과에 주목한 베트남 주둔 미군은 ERDL무늬로 만들어진 전투복 300벌을 주문해 테스트했으며 테스트 결과에 만족한 미군은 1만8000벌이 넘는 ERDL 전투복을 1967년에 주문, 베트남에 보내게 된다. 이로서 베트남전 후반에 이르면 미군 병력의 대부분이 위장 전투복을 착용하게 된다.

　ERDL 위장복은 미군의 베트남 철수 이후 육군에서는 일단 사용이 중지된다. 그러나 해병대에서는 한동안 사용이 계속됐고, 육군에서도 위장무늬 전투복의 효용성을 충분히 체감한 뒤 보다 발전된 위장무늬를 개발하게 된다.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ERDL 위장무늬를 개량한 것으로, 이것이 1981년에 제식화된 M81 위장무늬, 일명 ‘우드랜드’ 패턴이다.

　우드랜드 패턴은 유럽 및 동북아시아의 온대 기후, 그리고 열대 기후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위장무늬이며 미 육군과 해병대, 공군은 물론 해군까지 사용한 전군 공통 전투복 위장무늬였다. 특히 사용기간이 긴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군의 표준 위장무늬였을 뿐만 아니라 미군 일부에서는 최근까지도 사용될 정도다.

2000년대 초까지 美 전군 사용 표준 위장복으로 세계 큰 영향

　게다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표준 위장무늬 전투복이라는 이유로 인해 세계 각국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이것을 본뜬 위장무늬도 세계 각국에서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냉전 종식으로 미군이 축소되면서 잉여품 전투복이 세계 각지로 수출돼 90년대 후반에 이르면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위장복이 되기도 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ERDL패턴과 우드랜드 패턴의 영향력은 지대한데, 한동안 이 지역 국가 대부분의 위장 전투복이 이 두 색상을 기초로 만들어지거나 아예 미국제를 수입해(혹은 원조받아) 입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