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원’ 꿈꿨던 소년
경제적 어려움에 대학 진학 포기 후
1999년 11월 특전사 부사관 임관
2012년엔 특수전학교 교관으로

 
지난해 11월 주한 미8군에 파견
‘스퍼 라이드’ 자격 취득 등 두각
한미동맹 최전선서 우호증진 한몫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말이지만, 재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은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결국은 도드라지게 마련이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임무대 출신이면서 특수전학교 교관이었던 주인공이 바로 그랬다. 미군 부대에 파견되자마자 미군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미 육군 특급전사 자격인증인 ‘스퍼 라이드(Spur-Ride)’ 시험을 치러 당당히 자격을 받았다. 참가 대상 가운데 최고령이면서 체력측정 6종목 중 4종목에서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우리 군의 위상을 높였다.  

검은 베레, ‘스퍼 라이드’가 되다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지역대 지원반장 김영진(40) 상사는 지난해 11월 미군 부대에 파견됐다. 그는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의 인사행정 관리 및 교육, 주한 미8군과 연락 및 협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한미동맹 강화 및 우호 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김 상사는 부대로 전입한 지 얼마 안 된 지난 1월 23~24일, 연 1회 열리는 스퍼 라이드에 참가했다. 올해에는 6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 김 상사를 비롯해 체력검정에서 총 240점 이상을 받은 1차 참가자 80여 명이 추려졌다. 이후 체력측정(ACFT: Army Combat Fitness Test)을 비롯해 8마일 급속행군, M4 소총 제압사격, 총기 분해·결합, 화력유도, 환자 처치 및 후송, 20L 물통 2마일 나르기, 방독면 쓰고 달리기 등 9종목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4~5명씩 편성된 1개 조에는 담당 ‘스퍼 홀더(Spur Holder)’들이 따라다니며 쉴 틈을 주지 않고 포복·스쿼트 등 얼차려를 준다. 시험을 치르는 24시간 동안 이동하는 거리만 60㎞에 육박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든 시험이다.

무사히 시험에 통과한 김 상사는 ACFT 6종목 중 4종목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M4 소총 사격에서 만점 그리고 8마일 급속행군에서 1등을 기록, 한미 장병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다. 또 김 상사를 비롯해 그의 소속부대 카투사 2명도 스퍼 라이드 자격을 얻었다. 김 상사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미군들과 끈끈한 전우애를 나누는 시험이었다”면서 “시험을 통해 우리 군의 우월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카투사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느꼈다”고 전했다.

임무 수행과 자기계발 노력

김 상사는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경호원을 꿈꿔왔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99년 11월 특전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처음에는 특전사 출신이 경찰특공대나 소방구조대 등에 지원할 경우 가점을 준다고 들어 특전사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재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고된 훈련과 임무 수행을 통해 성장하고 인정받는 저를 보면서 계속 군인으로 남아야겠다고 결정했어요.”

김 상사는 군 생활 가운데 12년 동안 특전사 특수임무대에서 근무하면서 업무에 열정을 보이며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소속된 부대에서 사령부 최우수 특임중대에 1회, 우수 직할대에 3회 선정됐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비호부대에 근무할 당시 2대 특급전사로 단독 선발되기도 했다. 보수교육인 부사관 고급과정에서 1등, 산악전문 교육과정 1등, 군 탠덤 스카이다이빙 과정 1등을 휩쓰는 등 끊임없는 노력은 그에게 ‘좋은 성적’이라는 선물로 되돌아왔다. 2012년에는 특수전학교 특수교육처 교관으로 선발돼 그간 특임대에서 연마해온 특수작전 침투기술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한편, 김 상사는 2005년 이라크 자이툰 부대와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군사협력단 아크부대에서 각각 저격수와 고공 팀 요원으로 파병을 다녀왔다. 2011년 청해부대가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생포한 해적 5명을 한국까지 호송하는 ‘해적호송 작전’ 요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김해공항의 해경에 해적을 인계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당시 작전 직전 아내에게 쓴 유서가 지금도 노트북에 저장돼 있어요. 비록 부치지는 못했지만, 그때 쓴 글을 읽을 때마다 군인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다지게 됩니다.”

자기계발에도 열심이다. 파병 후 영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그는 일과 전 새벽 시간과 일과 후 개인 시간을 이용해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특전사 고공 기본, 고공 강하조장, 특전항해술 등 다수의 특수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직무와 관련된 인명구조, 수상안전법 강사, 응급처치 강사 등 수없이 많은 자격증 역시 취득했다. 김 상사가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 궁금했다.

“멈춰 있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해 늘 계획을 짜고 실천하며 자기계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군·가정 균형 지키며 최선 다할 터

그는 지난해 관광통역안내사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올해 11월 면접시험을 앞두고 있다. 함께 근무하는 미군들에게 우리나라의 여행정보와 명소, 음식, 문화를 좀 더 전문적으로 소개해주고 싶어서다. 앞으로도 지원반장으로서 부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한미동맹의 최전선에서 군사외교관으로서 적극적인 연락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는 아내 이혜승의 내조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아들과 쌍둥이 딸까지 세 아이의 엄마로 홀로 육아하기 일쑤여서 힘든 날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을 바르고 건강하게 키워줘서 감사할 뿐이에요. 군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지키며 군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조아미 기자   

군복 입은 군인의 모습이 ‘최고의 멋’

김영진 상사는 육군특수전학교 교관 시절 교육생에게 강조해온 게 있다. 군인으로서 내적 마인드는 물론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당부한 것.

“부대 앞에 있는 큰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10번 이상 바라보라고 했어요. 누군가와 처음 마주쳤을 때 패기 있는 목소리,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하는 모습은 군인으로서 첫인상으로 각인되기 때문이죠. 군복 입은 군인의 모습이 최고의 멋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어 김 상사는 “가끔 군복 위 명찰이 삐뚤게 부착된 경우를 본다”며 “군복에 명찰이 올바로 부착됐는지 늘 확인하고 거울을 보며 남들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연습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아미 기자  

미 육군 특급전사 자격인증으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기마부대 전통을 잇는 명예로운 시험으로 개인의 능력과 인내심, 강인한 체력, 연합작전 능력을 입체적으로 측정하는 자격시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