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정신력 만들어지지 않듯
올바른 기본자세도 끊임없는 훈련을
 
군인들의 차렷·경례자세의 역사적 기원은 무엇일까? 당대 사람들은 어떤 배경에서 그러한 자세들을 형식화했던 걸까? 이번 회에서는 역사 속 기록에서 군인기본자세의 흔적을 확인하고, 충성·명예 같은 군인정신의 유래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처럼 역사적 기원과 유래를 확인하는 작업은 우리가 오늘날 왜 올바른 군인기본자세와 투철한 군인정신을 서로 연결해 강조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군대에는 예로부터 이런 격언이 전해 왔다. ‘외적 군기가 뛰어난 군인은 내적 군기도 뛰어나다’. 다소 투박하지만 군인기본자세와 군인정신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투철한 군인정신에서 올바른 군인기본자세가 표출된다’ 혹은 ‘올바른 군인기본자세는 투철한 군인정신을 반영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군인정신은 어떤 방식으로 군인기본자세와 연관되는 걸까? 또한 우리는 군인의 명예심·충성심이 올바른 차렷자세나 절도 있는 보행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 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오늘날 충성심은 『정신전력 지도지침서』(국방부·1997, 2024)에 따르면 군인정신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 분류된다. 개인의 무력을 조직 목표를 위해 사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제재를 가하는 규칙, 계율이란 뜻이다.

이러한 충성심의 역사적 기원은 중세 서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롤루스 제국(8~9세기)의 제왕과 영주들은 기병집단(후일의 기사단)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무력을 독점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다. 처음엔 봉토를 하사하고 세금 징수권을 주는 등 물질적 혜택을 부여해 기병의 무력을 통제하려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무력을 소지한 자(기병·기사)가 오직 한 명의 주군(제왕·영주)을 위해서만 힘을 쓰기로 약속하고 그 맹세를 지킨다’는 규칙이었다. 이 규칙은 ‘충성서약’을 통해 성립했으며, 이후 충성심은 제왕과 기병 등 귀족이 마음의 중심에 둬야 할 계율로 자리 잡았다.

충성심은 마음의 작용이므로 그것을 확인하거나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충성서약’이나 ‘기사 서임식’과 같은 숭고한 의식에서 기사의 충성심을 표현할 가시적인 상징이 고안됐는데, 그것이 바로 ‘부동자세’였다. 처음에는 정확한 명칭이나 동작 요령이 없었지만 ‘의례 참석자들은 팔과 다리를 모으고 고요히 서 있는다’든가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는 주군 앞에 나아가 오른 무릎을 꿇고 앉는다’든가 하는 관례가 생겨났다. ‘차렷자세’나 ‘무릎앉아’와 같은 부동자세의 기원이다.

명예심도 충성심처럼 군인정신의 기반 요소다. 『정신전력 지도지침서』에 따르면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높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지양해 군인다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규범, 학습된 동기라는 뜻이다. 명예심의 기원도 중세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 서유럽 기사들은 정기적으로 제왕이 지정한 장소에 완전 무장한 채 집결해야 했다. 왕국의 군사 출정태세를 확인하고 동시에 제왕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럴 때 귀족 출신 기사들이 갖고 있는 가문에 대한 명예심은 육체적 고통을 참고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가문의 문장(Coat of Arms)’이 새겨진 깃발은 중세시대 명예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다. 왕실이 승인하는 문장은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혈통과 부를 소유한 귀족 중 제왕에게 충성서약을 하고 전쟁에 군사로 출정해 공을 세운 이들의 가문만이 문장을 가질 수 있었다. 문장 소유 가문의 귀족은 ‘명예로운 신하’로 구별됐다. 귀족과 기사는 어릴 때부터 가문의 문장·상징·명예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가문의 명예를 상징하는 문장 표지·문장기(旗) 앞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예를 표하는 법도 배웠다. 이는 곧 그 가문의 명예와 직결되는 것으로 간주됐다. 이것이 오늘날 거수경례와 집총 시 경례의 먼 기원이기도 하다.

충성심·명예심 등의 군인정신은 조직 목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충성심은 조직 목표를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개인의 욕망을 억제하고 개성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명예심은 내적 동기에 의해 조직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맞는 행동을 적극 구현하는 쪽으로 그 이론과 실제가 만들어지고 발전돼 왔다.

이 점에서 군인정신은 인간이 본래 내면에 갖고 있는 희로애락(喜怒哀樂) 등과 다르다. 환경과 자극에 의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보편적 정신작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충성심·명예심은 학습에 의해 형성되고 반복 강조함으로써 유지된다.

군인기본자세는 ‘어떻게 해야 내면의 군인정신을 형상화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주목하면서 만든 인위적인 동작, 절차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인간이 생활하면서 취하는 보편적 동물 행동, 즉 눕고 앉으며 서고 걷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상당히 다르다. 군인기본자세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물론 군인이 아닌 사회인은 제대로 따라 하기 어렵다. ‘시선을 상방 15도에 고정시키고 턱을 당기며 가슴을 펴고 무릎을 붙인 상태에서 꼿꼿이 서 있는’ 차렷자세 혹은 ‘상박(上膊)은 정면을 향해 60도를 유지하고, 손등과 하박은 일직선이 되게 하며, 오른 손가락은 모두 합쳐 곧게 펴는’ 거수경례를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차렷이나 경례의 동작은 교육과 반복연습 없이 수행할 수 없다.

투철한 군인정신은 올바른 군인기본자세와 조응하며 서로를 고양시킨다. 충성심·명예심이 투철한 군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휘관을 포함한 상급자의 솔선수범, 정성을 다한 교육과 지시 강조, 엄정한 신상필벌, 정직·성실·신뢰를 강조하는 병영 분위기 같은 것들에 의해 서서히 형성된다.

군인기본자세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군인기본자세를 갖춘 군인은 실전과 같은 훈련, 기본에 충실한 부대 운영,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병영 속에서 단계적으로 길러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 명의 군인, 군인의 집단인 군대가 상관을 향한 충성심을 갖고 제대로 된 경례를 하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성 있는 사고와 자유로운 행동을 누리며 살아온 사회인을 입대 후 짧은 시간 내에 온전한 군인으로 육성하는 것은 언제나 군대의 커다란 도전이었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 투철한 군인정신, 올바른 군인기본자세를 갖춘 군대를 만드는 게 장교단과 부사관단을 막론한 전문 직업군인의 변치 않는 책무다.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디자인 : 국방출판지원단

‘군인다운 군인’ 군인기본자세 캠페인은 국방일보 창간 60주년을 맞아 ‘군, 기(紀) 세우기’ 일환으로 군사편찬연구소, 국방부 병영정책과와 함께 진행합니다. 본 캠페인은 각 부대의 군인기본자세 이해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감수
진중근 육군대학 전략학과장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903/18/ATCE_CTGR_0010010000/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