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스파이 그들이 온다> 군 참모총장이 스파이라면?
작성자 : 배정석(218.152.xxx.xxx)
입력 2024-07-01 10: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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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군 참모총장이 스파이라면? 

우크라 무기 조달·정치권 동향 등
전 참모총장,러에 자국 기밀 넘겨
대만 육군대령 ‘중에 투항’ 서약도


몰도바 전직 참모총장 이고르 고르간. 필자 제공

지난 6월 5일 러시아의 독립 탐사보도 매체인 더인사이더가 몰도바의 전직 참모총장 이고르 고르간이 러시아의 스파이임을 폭로하면서, 러시아 군정보기관(GRU) 소속 알렉세이 마카로프 대령과 고르간 사이에 오고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자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고르간은 2013년 8월부터 2016년 3월 및 2019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두 번이나 참모총장을 지낸 몰도바 군의 최고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음 날 즉각 고르간을 국가반역죄로 기소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그의 모든 훈장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고르간은 소련 붕괴 전에 소련 군사학교에서 수학했다. 이후 미국 육군참모대학에도 유학한 엘리트 장교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임무에 참여해 보스니아·조지아·이라크 등에서 근무한 덕분에 러시아어·영어·프랑스어·조지아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하다고 한다.

그는 2004년 나토 근무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됐다. 이후 몰도바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GRU 요원들과 접촉하면서 주로 몰도바 군과 주변 동유럽 국가 동향을 보고해 왔다고 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보활동이 활발해졌다. 우크라이나 주변국을 통한 무기 조달 동향 및 몰도바의 우크라이나 무기 수출 상황 등을 러시아에 전달했고, 이와 관련한 몰도바의 정치권 동향도 수집해 보고했다고 한다.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는 2022년 4월 이후 것으로, 한 메시지에서 마카로프가 우크라이나의 무기 구매 동향을 알고 싶다고 하자 고르간은 “우크라이나가 몰도바의 미그29 전투기 6대 구매를 적극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음”이라고 답했다. 다른 메시지에서는 “연료를 실은 화물 열차가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는데 러시아 공습을 피하기 위해 밤에만 이동하고 낮에는 정차한다”며 공격 목표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밖에 “우크라이나 측이 우리 국방부에 3주째 상주하며 포탄 지원을 요청 중”이라는 내용과 “무기들이 루마니아에서 몰도바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유입되고 있으니 루마니아 국경을 빨리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러시아 군대가 몰도바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모든 준비가 완료됐고, 나는 군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으며, 정치인들도 즉각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러시아 군의 몰도바 점령을 열망하며 러시아에 협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옛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몰도바는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친러시아 세력이 강한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은 이미 자치정부를 수립하고 러시아 군 수백 명이 주둔하는 등 사실상 독립국 상태인데, 고르간이 바로 이곳 출신이라고 한다.

몰도바는 2021년 친유럽연합(EU) 정책을 표방한 산두 대통령 취임 이후 반정부 세력을 키워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에 맞서기 위해 최근 미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친러시아계 야당 의원들을 지원하던 러시아 외교관 45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하기도 했다. 한편 몰도바 검찰은 러시아로의 군사기밀 유출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보안정보부(SIS)와 국방부에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몰도바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지, 위기를 극복하고 독립국의 길을 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쟁 나면 항복하겠다” 대만 육군대령

몰도바처럼 주변 강대국의 강력한 영향력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는 또 다른 국가인 대만에서도 최근 군 고위 장교들의 스파이 행위가 잇따라 발각돼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14일 대만 최고 법원은 퇴역 공군대령 류셩슈에게 중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 혐의로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그는 2013년 퇴역 후 중국 관련 사업을 하다가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됐다고 한다. 대만 군내 간첩망을 구축하라는 지시에 따라 후배 현역 장교들을 포섭하고, 군함과 군용기 정보 등을 수집해 중국에 보고해 왔다. 70만 대만달러(약 2900만 원)를 받고 그에게 포섭된 중령, 소령급 장교들도 각각 19년,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에도 육군 대령 샹더언이 중국에 포섭돼 간첩행위를 하다가 7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년 전 중국 공산당에 포섭된 대만 퇴역 장교 샤오웨이창에게 포섭돼 매달 4만 대만달러(175만 원 상당)를 받고 군사정보를 중국에 넘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1월에는 군복을 입은 채 “전쟁이 개시되면 즉각 투항하겠다”는 서약서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약서에는 “양안 간 평화를 원하며 조국에 충성하겠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가 충성을 맹세한 조국은 중국이다. 4년간 받은 돈이 56만 대만달러(약 2440만 원)라고 하는데, 한 나라의 군인이 조국을 배신한 값으로는 너무 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서약한 대만 군인들이 자기 말고도 많이 있다는 그의 증언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군 방첩은 국가안보의 핵심 

인류가 만든 최대의 공동체는 국가이고, 거기에 속한 모든 사람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국가에 의해 유지되는 질서와 보호 속에서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 반면 국가로 구성된 국제사회는 강제력이 없는 협의체만 존재할 뿐 누군가 질서를 지켜주거나 보호해 주지 못한다. 모든 나라가 국민의 생명과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살상용 무기로 무장한 군대를 두고 있는 이유이자 군을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라고 하는 이유다. 따라서 멀쩡한 조국을 두고 또 다른 조국에 충성하겠다는 군인들이 있다는 것은 해당 국가로선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보를 책임지는 군을 상대로 한 적국의 포섭 공작에 대응하기 위한 군 방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력이 상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북한이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대남공작에 우리 군 내부 침투를 위한 스파이 포섭이 핵심적 목표로 설정돼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국군방첩사령부’로 개명하고,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 군 방첩기관이 눈을 부릅떠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장병이 관심을 두고 방첩에 대한 경각심(Awareness)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스파이는 잘 보이지 않지만 늘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눈은 피해 가기 어렵다”는 방첩의 격언을 기억해야 한다. 새삼 죽음을 앞두고도 당당하게 ‘나라를 위한 헌신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글을 남기신 안중근 의사가 생각난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701/1/ATCE_CTGR_0020010020/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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