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굿바이 F-4 팬텀(Phantom)Ⅱ> 공군3훈비 박종서 소령(진), “창공 비행의 꿈, F-4가 도착점”
작성자 : 김해령(218.152.xxx.xxx)
입력 2024-06-10 1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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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F-4 팬텀(Phantom)Ⅱ - 공군3훈비 박종서 소령(진) 

‘팬텀의 고향’ 청주기지서
F-4E 유압정비사로 11년 근무
그후 장교 임관…조종사의 길로
20대 함께 보내 남다른 애정 
정비 마칠 때 노즈 쓰다듬으며
‘수고해라’ 속삭이던 기억 떠올라
퇴역 소식 아쉽고 섭섭한 마음 
영공 지켜줘 고마웠다 전하고파

55년간 조국 영공방어에 빈틈을 내주지 않은 'F-4 팬텀(Phantom)Ⅱ'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에 팬텀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들을 만나 팬텀을 추억해본다. 이번엔 팬텀 도입 역사를 꿰고 있는 이와 팬텀으로 생긴 꿈을 이룬 이의 추억을 소환해봤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공군3훈련비행단 학술교육대대에서 무인항공기비행교육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박종서 소령(진). 부대 제공

공군3훈비 박종서 소령(진)
사람이라면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다. 특별한 물건, 인물, 또는 일이나 말 같은 무형의 존재는 영감과 도전 의식을 준다. 공군3훈련비행단 박종서 소령(진)에게는 F-4 팬텀Ⅱ가 그랬다. 박 소령(진)은 11년간 F-4 정비사로 근무했다. 그는 팬텀을 만지며 비행의 꿈을 꿨다고 한다.


“굉음을 내며 떠오르는 팬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졌어요. 머릿속엔 끊임없이 ‘나도 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 막 서른 살이 된 박종서 중사는 격언 대로 행동했다. 안정적인 정비사직을 내려놓고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결국 꿈을 이뤘다.


- F-4 정비사에서 조종사가 된 과정이 궁금하다.

“스무 살이 되던 2003년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사관으로 임관했습니다. ‘팬텀의 고향’ 청주기지로 전입, 17전투비행단에서 11년간 F-4E 유압정비사로 근무했습니다. 서른 살이 되던 2013년 학사사관 조종특기 선발 전형에 지원했고, 다음 해 6월 학사사관 132기로 임관했습니다. 이후 입문-기본-고등 비행교육 과정을 모두 수료하며 2016년 8월(고등과정 수료일)부로 조종사가 됐습니다.”


-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정비사로 근무하는 내내 이륙하는 팬텀을 볼 때마다 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생각만 하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동료들이 걱정을 많이 해줬습니다. 이미 정비사를 10년 동안 해왔는데, 부사관에서 장교로 신분 전환을 하려면 부사관직을 포기해야 했고 막상 임관해도 혹독한 비행교육 과정에서 떨어지면 그토록 원하던 비행도 어려워지니까요. 그때 아내가 큰 힘이 돼줬습니다. 아내가 응원해주며 용기를 불어넣어 줬어요. 힘든 비행훈련 과정도 조종사가 되겠다는 불타는 열정과 아내, 아이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 결혼한 박 소령(진)은 다음 해 5월 첫째를 출산했다. 장교 기본군사훈련 입과 2주 전인 2014년 2월 둘째를, 2018년 8월 셋째를 낳아 현재 세 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다.


박 소령(진)이 학생조종사 훈련비행 지도를 마치고 KT-1 기본훈련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대 제공

- 조종사가 된 후엔 어떤 항공기를 탔나.

“학생조종사 시절 입문 과정 때 T-103, 기본과정 때 KT-1, 고등과정 때 T-50을 타고 훈련받았습니다. 이후 8전투비행단에서 KA-1 공중통제공격기 조종사로 5년간 근무하다가 2021년부터 3훈련비행단에서 KT-1 교관으로 3년 근무했습니다. 현재는 학술교육대대 무인항공기비행교육팀 팀장을 맡아 무인항공기 조종사 양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총 비행시간은 1280시간입니다.”


- F-4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20대 전부를 F-4와 보냈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F-4는 묵직하고 웅장한 외관을 가진 매력적인 항공기입니다. 특히 팬텀은 함정에서 운용할 목적으로 개발됐기에 착륙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견고한 랜딩기어를 갖고 있습니다. 커다란 팬텀이 견고한 랜딩기어로 힘차게 착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장관입니다.”


- 정비 측면에서 볼 때 F-4만의 특징이 있다면?

“최근 개발된 항공기들은 조종계통이 전자식 장치로 구성돼 있습니다. 반면 팬텀은 기계식과 전자식이 동시에 적용된 항공기입니다. 예를 들어 팬텀의 비상장치는 기계식과 전자식으로 2중, 3중 설계됐습니다. 오래된 기체임에도 조종사의 안전이 보장되는 든든한 항공기죠.”


- 정비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항공기 정비는 조종사의 안전을 책임지기에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F-4는 커다란 기체만큼 부속품이 매우 많아 정비할 때도 부속품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조그만 부품 하나라도 탈락하면 항공기에 커다란 손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조종사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저도 정비사 시절에 조종면 유압 작동기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안에 너트를 떨어뜨린 적이 있습니다. 눈으로 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항공기 안전을 위해선 반드시 찾아야 했죠. 그래서 항공기 동체에 몸을 구부려 들어가 너트를 찾아냈습니다.”


- F-4가 퇴역을 앞두고 있다. 섭섭하지는 않은가?

“50년 넘게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했던 F-4 팬텀이 퇴역한다는 소식에 긴 시간 팬텀을 정비했던 한 사람으로서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되는 KF-21 보라매가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할 모습을 떠올리면 기대도 됩니다.”


- 떠나는 F-4에게 인사해준다면.

“F-4는 제 찬란한 20대를 함께한 소중한 친구였어요. 그 시절 팬텀 정비를 끝낼 때마다 노즈(Nose·항공기 앞부분)를 쓰다듬으면서 ‘오늘도 수고해라’ 속삭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늘을 떠나는 팬텀 친구에게 대한민국 영공을 든든하게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607/2/ATCE_CTGR_0010050000/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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