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대한제국의 군인들> 대한제국군 강제 해산, 분노한 군인 남대문서 시가전…항일무장투쟁 기폭제
대한제국의 군인들 - 39. 대한제국군 강제 해산
고종, 을사늑약 무효 세계에 도움 호소
미·러 등 열강과 언론 접촉 모두 허사로
헤이그 밀사 파견 실패 이후 강제 퇴위
일, 막 즉위한 순종 압박 군대 해산 강요
조선 병탄 전 왕실 근위대 유일한 부대
1931년 4월엔 전 병력 겨우 209명 남아
고종, 을사늑약 무효 세계에 도움 호소
미·러 등 열강과 언론 접촉 모두 허사로
헤이그 밀사 파견 실패 이후 강제 퇴위
일, 막 즉위한 순종 압박 군대 해산 강요
조선 병탄 전 왕실 근위대 유일한 부대
1931년 4월엔 전 병력 겨우 209명 남아
대한제국군 해산 당시 일본군에 의해 무장해제 당하고 있는 군인들. 출처=위키백과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대한제국 주권을 단계적으로 침탈하자 고종은 외교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고종이 가장 믿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1904년 8월, 고종이 미국에 보낼 밀사를 선발했다. 그런데 선발된 밀사가 의외의 인물이었다. 고종 퇴위 운동을 주도하다가 1899년 1월 체포돼 5년 7개월 동안 투옥 중이던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이 영어에 능통하고 미국 물정에 밝았기 때문에 특별사면해 중책을 맡긴 것이다.
1904년 11월, 고종의 밀명을 받은 29세의 청년 이승만이 조선 땅을 떠났다. 이승만의 임무는 대한제국이 독립국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원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워싱턴에 도착한 이승만은 미 정계 인물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오랜 노력 끝에 1905년 8월 4일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면담하고 고종의 요청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루스벨트와 미국 정부는 일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한 달 전인 7월 일본 총리대신 가쓰라 다로와 미국 전쟁성 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일명 가쓰라-태프트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일본이 인정하는 대신 미국도 일본이 대한제국을 보호령으로 하는 것을 승인하는 협정이었다. 결국 고종의 의도는 물거품이 됐다.
을사늑약을 체결해 일본의 보호국이 된 1905년 11월 이후에도 고종은 계속 세계 열강에 도움을 호소했다. 1906년 1월, 고종은 외국 언론의 힘을 빌리려고 시도했다. ‘나는 을사늑약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따라서 그 조약을 근거로 벌이는 일본의 모든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 차라리 5년 동안 열강의 공동 보호 통치를 바란다’는 제안을 외국 신문에 게재하려고 했다. 언론을 통해 보호국 문제를 국제화하려고 한 것이다.
1906년 2월 8일, 영국 신문 트리뷴지의 중국 특파원 더글러스 스토리 기자가 트리뷴지에 첫 번째 기사를 실었다. 이후 이 기사는 세계 몇몇 신문에 보도됐으며, 역으로 국내 신문에까지 보도됐다. 일본은 즉시 고종의 밀서가 가짜라고 반격에 나섰다. 스토리 기자가 다시 반박 기사를 썼지만, 이 사건 또한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일본의 외교력이 열강들을 무마한 것이다.
이처럼 고종은 보호조약을 무효로 돌리거나, 열강에 의한 공동 보호 형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구미 열강이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판단 착오였다. 힘없는 대한제국의 편을 들어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1907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고종은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해 을사늑약이 무효라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릴 기회로 본 것이다.
게다가 회의를 주최하는 의장국이 러시아라는 사실에 고종이 매우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러일전쟁 이후에도 고종은 러시아에 미련을 가졌다. ‘러일전쟁에서 비록 러시아가 패했다고 하나 일시적인 일이다. 일본보다 훨씬 강한 국력을 갖춘 러시아는 머지않아 반드시 일본에 보복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오판이었다. 이 무렵 러시아는 일본과 한창 비밀협상을 하고 있었다. 만주를 남과 북으로 분리해 북만주를 러시아, 남만주를 일본의 세력 범위로 상호 인정한다는 협상이었다.
1904년 8월, 고종이 미국에 보낼 밀사를 선발했다. 그런데 선발된 밀사가 의외의 인물이었다. 고종 퇴위 운동을 주도하다가 1899년 1월 체포돼 5년 7개월 동안 투옥 중이던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이 영어에 능통하고 미국 물정에 밝았기 때문에 특별사면해 중책을 맡긴 것이다.
1904년 11월, 고종의 밀명을 받은 29세의 청년 이승만이 조선 땅을 떠났다. 이승만의 임무는 대한제국이 독립국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원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워싱턴에 도착한 이승만은 미 정계 인물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오랜 노력 끝에 1905년 8월 4일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면담하고 고종의 요청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루스벨트와 미국 정부는 일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한 달 전인 7월 일본 총리대신 가쓰라 다로와 미국 전쟁성 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일명 가쓰라-태프트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일본이 인정하는 대신 미국도 일본이 대한제국을 보호령으로 하는 것을 승인하는 협정이었다. 결국 고종의 의도는 물거품이 됐다.
을사늑약을 체결해 일본의 보호국이 된 1905년 11월 이후에도 고종은 계속 세계 열강에 도움을 호소했다. 1906년 1월, 고종은 외국 언론의 힘을 빌리려고 시도했다. ‘나는 을사늑약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따라서 그 조약을 근거로 벌이는 일본의 모든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 차라리 5년 동안 열강의 공동 보호 통치를 바란다’는 제안을 외국 신문에 게재하려고 했다. 언론을 통해 보호국 문제를 국제화하려고 한 것이다.
1906년 2월 8일, 영국 신문 트리뷴지의 중국 특파원 더글러스 스토리 기자가 트리뷴지에 첫 번째 기사를 실었다. 이후 이 기사는 세계 몇몇 신문에 보도됐으며, 역으로 국내 신문에까지 보도됐다. 일본은 즉시 고종의 밀서가 가짜라고 반격에 나섰다. 스토리 기자가 다시 반박 기사를 썼지만, 이 사건 또한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일본의 외교력이 열강들을 무마한 것이다.
이처럼 고종은 보호조약을 무효로 돌리거나, 열강에 의한 공동 보호 형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구미 열강이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판단 착오였다. 힘없는 대한제국의 편을 들어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1907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고종은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해 을사늑약이 무효라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릴 기회로 본 것이다.
게다가 회의를 주최하는 의장국이 러시아라는 사실에 고종이 매우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러일전쟁 이후에도 고종은 러시아에 미련을 가졌다. ‘러일전쟁에서 비록 러시아가 패했다고 하나 일시적인 일이다. 일본보다 훨씬 강한 국력을 갖춘 러시아는 머지않아 반드시 일본에 보복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오판이었다. 이 무렵 러시아는 일본과 한창 비밀협상을 하고 있었다. 만주를 남과 북으로 분리해 북만주를 러시아, 남만주를 일본의 세력 범위로 상호 인정한다는 협상이었다.
프랑스 신문 르 프티 주르날에 실린 남대문 전투 삽화.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군인들의 복장과 무기가 사실과 차이가 많다. 출처=위키백과
아울러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러시아가 승인하는 대신 일본은 외몽골 지방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를 승인하기로 합의하는 중이었다. 일명 제1차 러일협약이었다. 이 협약은 1907년 7월 30일 정식으로 조인된다.
헤이그 파견 밀사는 정사 이상설, 부사 이준, 서장관 이위종 모두 3명이었다. 1907년 6월 15일,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44개국이 참가한 회의는 10월 18일까지 계속됐다. 6월 25일 헤이그에 도착한 밀사 일행은 네덜란드 외무부를 찾아가 회의 참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외교권이 없는 나라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고종이 이 회의에 밀사를 보낸 것은 판단 착오였다. 만국평화회의는 영국·독일 등 세계열강이 군비경쟁을 제한해 전쟁을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개최한 회의였다. 식민지나 약소국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둑들의 만찬’이라고 불린 회의였다.
밀사 파견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종 자신이 퇴위당하는 계기가 됐다.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고종에게 양위를 강요한 것이다. 1907년 7월 20일, 결국 고종은 순종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준다.
이어 이토 히로부미는 막 즉위한 순종 황제에게 대한제국 군대의 해산을 강요했다. 해산 이유가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용병제로 운용되고 있는 군대가 효율성이 떨어지니 일단 해산한 뒤 훗날 징병제를 도입해 질 좋은 군대를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7월 31일에 군대 해산을 명하는 순종의 조칙이 내려졌다. 8월 1일, 한성 동대문 훈련원에서 시위대를 해산한 것을 시작으로 9월 3일까지 전국적으로 군대가 해산됐다. 해산될 당시 대한제국군 병력은 한성에 시위 보병 2개 연대 3600여 명, 시위 기병·포병·공병 등 400여 명, 지방의 진위대 8개 대대 4800여 명으로 모두 합쳐 8800여 명이었다. 군적에 등록된 병력 수치로, 사실상은 8000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헤이그 파견 밀사는 정사 이상설, 부사 이준, 서장관 이위종 모두 3명이었다. 1907년 6월 15일,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44개국이 참가한 회의는 10월 18일까지 계속됐다. 6월 25일 헤이그에 도착한 밀사 일행은 네덜란드 외무부를 찾아가 회의 참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외교권이 없는 나라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고종이 이 회의에 밀사를 보낸 것은 판단 착오였다. 만국평화회의는 영국·독일 등 세계열강이 군비경쟁을 제한해 전쟁을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개최한 회의였다. 식민지나 약소국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둑들의 만찬’이라고 불린 회의였다.
밀사 파견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종 자신이 퇴위당하는 계기가 됐다.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고종에게 양위를 강요한 것이다. 1907년 7월 20일, 결국 고종은 순종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준다.
이어 이토 히로부미는 막 즉위한 순종 황제에게 대한제국 군대의 해산을 강요했다. 해산 이유가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용병제로 운용되고 있는 군대가 효율성이 떨어지니 일단 해산한 뒤 훗날 징병제를 도입해 질 좋은 군대를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7월 31일에 군대 해산을 명하는 순종의 조칙이 내려졌다. 8월 1일, 한성 동대문 훈련원에서 시위대를 해산한 것을 시작으로 9월 3일까지 전국적으로 군대가 해산됐다. 해산될 당시 대한제국군 병력은 한성에 시위 보병 2개 연대 3600여 명, 시위 기병·포병·공병 등 400여 명, 지방의 진위대 8개 대대 4800여 명으로 모두 합쳐 8800여 명이었다. 군적에 등록된 병력 수치로, 사실상은 8000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노한 군인들이 일본에 저항했다. 8월 1일, 시위대 제1연대 제1대대와 제2연대 제1대대 군인들이 남대문 일대에서 일본군과 시가전을 벌였다. 남대문 전투를 필두로 대한제국 군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본군과 충돌했다. 하지만 결국 해산당하고 만 군인들은 전국에서 의병부대에 합류해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다.
대한제국군이 해산된 후 한반도에 남겨진 유일한 부대는 시위연대 1개 대대로 편성된 근위대(近衛隊)뿐이었다. 이들의 임무는 조선 왕실을 지키는 것이었다. 보병대대 644명과 근위 기병대 92명, 그리고 육군무관학교와 시종 무관부 등 총 837명이었다.
일본이 조선을 병탄한 후에는 조선보병대(朝鮮步兵隊)로 격하됐다. 1913년 기병대가 해산됐으며, 1931년 4월에 보병대마저 완전히 해산된다. 해산 당시 장교 17명을 포함한 총 209명이 전 병력이었다.
군대를 보유하지 못한 나라가 된 대한제국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격이었다.
대한제국군이 해산된 후 한반도에 남겨진 유일한 부대는 시위연대 1개 대대로 편성된 근위대(近衛隊)뿐이었다. 이들의 임무는 조선 왕실을 지키는 것이었다. 보병대대 644명과 근위 기병대 92명, 그리고 육군무관학교와 시종 무관부 등 총 837명이었다.
일본이 조선을 병탄한 후에는 조선보병대(朝鮮步兵隊)로 격하됐다. 1913년 기병대가 해산됐으며, 1931년 4월에 보병대마저 완전히 해산된다. 해산 당시 장교 17명을 포함한 총 209명이 전 병력이었다.
군대를 보유하지 못한 나라가 된 대한제국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격이었다.
필자 김선덕은 32년간 국방일보 기자, 국군영화 감독, 국방TV PD로 봉직한 군사연구가. 현재 공군 역사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록 대한민국 국군 70년』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409/1/ATCE_CTGR_0020010021/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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