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스파이, 그들이 온다> 숨겨진 외교, 스파이 전쟁
작성자 : 배정석(218.152.xxx.xxx)
입력 2024-04-01 11: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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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숨겨진 외교, 스파이 전쟁

외교 대화 우위 점하려 스파이 체포
간첩 혐의·중형 선고 협상카드 활용
상대국 여론 자극해 원하는 것 쟁취
겉으론 평화적 대외 정치로 보이지만
정보기관 치열한 물밑 방첩활동 성과
외교력 키우려면 정보전 참전 허용을


스파이 사건을 외교 카드로 활용

지난달 11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국가 기밀을 누설하다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방첩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지난 1월 러시아 극동지방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해 온 한국인 백모 씨를 체포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월 초 방한한 러시아 외무차관에게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대해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의무를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등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다.

러시아가 인질외교 카드로 쓰기 위해 이번 사건을 부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파이 사건은 종종 외교 카드로 활용되기도 한다. 상대국 국민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면 상대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므로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1일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중국은 즉시(9일 후) 캐나다 대북사업가인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리그를 간첩 혐의로 체포해 각각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두 멍 부회장이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재판 기각으로 가택연금에서 해제돼 캐나다를 떠나던 날(2021년 9월 24일) 석방됐다. 이는 대표적 인질외교 사례다. 지난해 10월에는 카타르에서 군사컨설팅업체 소속 인도인 예비역 해군장교 8명이 스파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월 전격적으로 석방됐다. 이들은 앞서 2022년 카타르가 도입하려던 이탈리아제 잠수함 관련 기술을 이스라엘에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 자국민이 외국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건으로 인도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자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나서 해결한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인도가 카타르에 두 가지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던 인도가 돌연 휴전 촉구 유엔 결의안 지지로 돌아서 휴전을 중재하던 카타르 입장을 지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도가 20년간 104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를 카타르로부터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스파이들의 석방시점도 가스 공급계약 체결 직후였다. 방첩기관들은 상대국이 자국 스파이를 체포할 경우 맞대응하는 등 외교 카드로 활용하고자 언제든 체포할 수 있는 스파이 여건들을 비축해 두기도 한다.


외교전문 감청으로 미국 참전 유도한 영국

지난달 1일 러시아 언론들은 독일 공군참모총장 등 군 고위 관리들이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을 논의하는 화상회의 감청자료를 공개했고, 러시아 당국은 독일이 러시아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독일을 분열시키기 위한 러시아의 정보전이라고 반격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의도는 감청정보를 활용해 독일 내 반전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보의 공작 활용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제1차 세계대전에 미국을 참전시키기 위한 영국의 정보공작인 ‘치머만 전보’ 사건이다. 세계사 향배를 바꾼 미국의 참전과 관련, 일반적으로는 중립주의를 고수하던 미국이 중립국 선박까지 공격하는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작전에 분노해 참전하게 됐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론 독일이 멕시코를 끌어들여 미국에 대항하도록 하려는 비밀계획을 영국 정보기관이 알아내 미국의 여론을 바꾼 게 결정적이었다.

1917년 1월 16일 독일의 외무장관이던 아르투어 치머만은 멕시코의 독일대사에게 전문을 보내 미국의 참전이 확정될 경우 멕시코가 동맹에 참가하면 재정적 보상과 함께 멕시코가 미국에 빼앗긴 텍사스·뉴멕시코·애리조나 지역의 회복을 양해할 것이라는 내용을 멕시코 대통령에게 극비리에 전달하도록 했다. 당시 영국 해군이 독일 해저케이블을 절단한 상황이어서 이 전문은 중립국이던 미국의 베를린 대사관을 통해 워싱턴의 독일대사관까지 외교전문으로 전달된 후 워싱턴에서 멕시코의 독일대사관까지는 상용전문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국을 지나는 해저케이블을 감청한 영국 해군 정보국(NID)이 암호화된 전문 내용을 해독하는 데 성공해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영국은 자신들이 미국의 외교전문까지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려고 멕시코에 파견된 영국 정보요원이 현지에서 통신사 직원을 매수해 입수한 것으로 정보 출처를 위장, 전보 내용을 미국에 전달했다. 워싱턴의 미국 통신사(웨스턴 유니언·Western Union)가 멕시코로 발송한 것으로 미국이 정보의 객관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기획한 것이다.

미국은 자국 통신사를 통해 전보의 존재를 확인하고 독일의 음모를 언론에 공개하는 한편 즉각적으로 의회의 참전 승인을 얻어 1917년 4월 6일 참전을 결정하게 된다. 위기의 영국을 살린 엄청난 외교적 성과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의 해저케이블을 절단하고, 통신을 감청하고, 암호를 해독하고, 출처를 위장해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미국의 정책을 바꾼 숨겨진 영국 정보기관의 공작활동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외교력 강화 위해선 정보력 필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대한민국은 이를 지켜 나갈 수 있는 외교력과 정보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우리의 최대 위협인 만큼 가장 중요한 정보 목표가 북한인 것은 당연하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정보활동의 대상과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정치 개입 등 과거의 정보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국가 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역할을 강화해야 하며, 외교전 이면에서 작동하는 정보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치열한 국가 간 정보전에서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과 제도를 개선해 우리 정보기관이 외국과의 정보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합당한 무기를 제공해 줘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홈그라운드인 자국 내에서 외국 스파이들의 휴대전화를 감청하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 형법상 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을 위하여 간첩한 자’로만 한정해 외국을 위한 간첩죄가 없는 이상한(?) 나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401/1/ATCE_CTGR_0020010020/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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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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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s_mania (183.109.xxx.xxx)
    2024-05-07 19:27:07
    좋은글 감사드립니다.정보전에 관심이 많은데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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