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50년 만의 기습 허용…이스라엘은 왜, 하마스 침공 막지 못했나
작성자 : 배정석(218.152.xxx.xxx)
입력 2024-02-19 13: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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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이스라엘은 왜, 하마스 침공 막지 못했나 

하마스 얕잡아보고 초기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고 군사력만 믿고 정보 오판

첨단 정보 수집장비에 최강 군사력 자랑
1년 전 하마스 침공계획 입수했지만
이구동성 ‘실행 불가능’ 판단
역량 낭비라며 ‘비밀 감청’까지 중단
기습 공격 발발하자 속수무책 당해
‘정보력은 국가 존망 결정’ 잊지 말아야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지난해 10월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아이언돔 등으로 철통 보안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방어시스템은 전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쏟아부은 로켓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1300여 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인질로 납치됐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반격으로 가자지구 사망자도 2만7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부상자 수도 수만 명에 이른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이 전쟁을 그토록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정말 몰랐을까? 지난해 11월 30일 자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이미 하마스 침공 1년 전 상세한 작전계획을 입수했으나 정보 판단 실패로 무시했다며 문건 내용과 입수 이후 이스라엘의 대처과정을 문서·이메일·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스라엘에 의해 ‘예리코성(Jericho Wall)’이라는 암호명으로 명명된 40여 쪽의 하마스 작전계획에는 공격 날짜가 명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주요 군사기지를 급습하고, 도시를 점령하는 전체적인 침공계획과 구체적인 방법이 그대로 묘사돼 있었다. 로켓 집중 발사, 드론을 활용한 감시카메라와 자동기관총 무력화, 패러글라이더와 모터사이클을 활용한 장벽 돌파 등 모든 내용이 지난해 10월 7일 공격에 그대로 실현됐다. 이 문건에는 이스라엘군의 위치와 규모, 통신기지 등 민감한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문건은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지휘부에 널리 배포됐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이를 하마스의 희망적인 시나리오일 뿐 그들의 능력을 넘어선 것이어서 실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예리코성’ 문서가 어떻게 입수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년간 입수된 유사 문건 중 하나라고 한다. 2016년에도 이스라엘 국방부는 당시 입수된 또 다른 문건을 바탕으로 ‘하마스의 침공과 인질 납치가 국민들의 사기와 의식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하마스가 드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정밀무기들을 구매했고, 병력을 늘리는 중’이라며 우려했다고 한다. 2022년 ‘예리코성’ 문건을 입수한 직후 초기 정보 평가에서도 ‘하마스가 새로운 기습작전을 계획하고 있고, 이스라엘군을 압도하고자 대규모 기동과 기만작전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침공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에는 이스라엘 신호정보기관인 8200부대의 베테랑 분석관이 ‘하마스가 문건 내용에 따라 집중적인 훈련을 했다’고 경고했으나 동료와 상관들은 이 우려를 일축했다고 한다. 어떤 분석관도 하마스가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나서지 못한다는 기존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암호화된 이메일에 따르면 이 분석관은 ‘하마스의 훈련은 예리코성 문건과 완전히 일치하며, 그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런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태세를 강화했다면 최소한 공격을 막아내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훌륭한 정보 성과로 기록될 뻔했던 기회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정보 실패로 바뀐 것이다.

정보 실패(intelligence failure)는 국가 안보의 중요한 현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함으로써 상당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정보기관의 대표적인 임무가 국가 안보 위협을 미리 알아내 대비토록 하는 조기경보(early warning)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하마스 기습침공은 이스라엘 최악의 정보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정보 실패는 수집, 분석, 전파, 정책 결정 등 정보 순환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정보 수집 실패는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첩보를 입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국내 정보와 방첩을 담당하는 신베트 본부에선 하마스의 한밤중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면서도 그것이 단순 훈련인지, 대규모 침공인지 판단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하마스 병사들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용 무전기의 통신만 듣고 있었어도 쉽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호정보기관인 8200부대는 1년 전부터 역량 낭비라며 감청을 중단했다고 한다.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며 첨단 정보 수집장비를 갖췄고, 하마스 내부에 심어 둔 다수의 스파이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자만심으로 수집활동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실패는 분석 실패다. 대개 분석 실패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판단하는 인지적 오류(cognitive failure)와 집단사고(groupthink)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최대 위협으로 여긴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은 지역세력인 하마스는 감히 이스라엘에 대적하지 못하리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집단사고로 굳어져 이에 반하는 분석 결과가 관철되기 어려웠다. 또한 반복되고 넘치는 정보가 오히려 ‘양치기 소년 효과(crying-wolf effect)’로 작용해 경고에 무감각해진 경우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집트와 시리아의 동시기습으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1973년 욤키푸르전쟁 당시와 놀랍게도 일치한다.

당시에도 전쟁 발발 10일 전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긴급히 이스라엘을 방문해 골다 메이어 총리에게 직접 이집트와 시리아의 공격을 예고했다. 해외정보기관 모사드도 이집트 내부의 고위급 스파이(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의 사위 아슈라프 마르완)로부터 38시간 전 전쟁 개시 첩보를 입수했으나 이스라엘군과 정치권은 이집트가 소련으로부터 추가 무기 지원을 받기 전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확고한 믿음’과 집단사고로 기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이스라엘군이 이집트군 후방 통신망에 비밀 감청장비를 설치하고 있었음에도 전쟁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군의 확신에 따라 전파 노출을 우려해 장비를 꺼 둔 사실도 이번 사례와 판박이 상황이다.

이번 사례에서 정보 실패의 치명적 원인은 하마스가 공격 능력이 없어 감히 전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과 그런 믿음이 너무 강해 반대되는 증거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와는 다르지만 정보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 정보의 정치화다. 정보 사용자인 국가 지도자가 원하는 정보만 보고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 판단으로 전쟁을 일으켰는데, 정보 실패의 원인은 대통령이 전쟁을 개시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려는 정보의 정치화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 사례에서는 경우가 다르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개편 시도로 초래된 국내 정치 혼란이 중요 안보 상황의 적시 보고를 막았다. 정치권의 관심이 안보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던 분위기가 외부 적들을 고무시켰을 가능성도 크다. 정보는 적시적소 전파도 중요하다.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를 막지 못한 것도 정보기관들의 상상력 부족과 정보가 적시에 필요 기관에 전파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요컨대 정보 실패는 국가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일개 무장집단인 하마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로서는 정보력이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보기관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219/1/ATCE_CTGR_0020010020/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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