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국제 이슈 돋보기> 대만, 급격한 정책 전환보다 ‘현상 유지’ 노선 견지 예상
작성자 : 전재우(203.255.xxx.xxx)
입력 2024-02-05 18:01:39
  • 조회수 746
  • 댓글 0
  • 추천 0 print
국제이슈 돋보기
대만 총통 선거 이후의 양안 관계 전망


라이칭더 총통 당선으로 양안 긴장 고조…역내 국가 미국 중심 결집 전망

친미·친중 이분법적 접근은 한계…지정학적 특성·강대국 전략 파악 우선
미·중 모두 각자 맥락서 대만 독립노선 반대…유연하고 복합적 시각 필요


올 한 해 동안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으로 이들 국가를 합치면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전 세계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한국국방연구원은 ‘국제이슈 돋보기’를 통해 지난 1월의 대만 총통 선거에서 11월의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올해 글로벌 주요 선거를 전후로 분석·평가할 예정이다.

라이칭더(정면 가운데) 대만 총통 당선인 등 민주진보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대만을 방문한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과 회의를 열고 있다. 스티븐 해들리(정면 왼쪽)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은 대만 대선이 끝난 다음 날인 14일 대만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라이칭더(정면 가운데) 대만 총통 당선인 등 민주진보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대만을 방문한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과 회의를 열고 있다. 스티븐 해들리(정면 왼쪽)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은 대만 대선이 끝난 다음 날인 14일 대만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에 진행된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14대 대만 총통에 당선돼 5월 20일부로 취임할 예정이다. 당선 결과가 나오자 중국 정부는 즉각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대만에 대한 군사압박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민진당이 당헌에 독립을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과 라이칭더 당선자의 독립 지향적 성향을 의식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당과 후보의 대만 독립지향 여부와 ‘친중-반중’ 성향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시각이 이번 선거의 역내 안보적 함의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이분법적 시각에 따르면 반중·친미 성향으로 대만 독립을 강력히 지지하는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인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의 긴장 고조는 불가피해진다. 또한, 이러한 긴장 고조는 중국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위협 인식을 증대시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실제 양안 관계의 긴장 고조와 위기 상황은 국민당과 민진당 집권기를 막론하고 발생했다. 예를 들어 민진당 소속으로 현 총통인 차이잉원은 대만과 중국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기로 합의한 내용의 ‘9·2 공식’을 대만 행정부 차원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집권당인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차원의 합의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2019년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과 우려의 확산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연임 이후에는 양안 관계에서의 현상 유지 기조를 최우선시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라이칭더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민진당 집권 1기 때의 표어인 ‘항중보대(抗中保臺·중국에 대항해 대만을 보호한다)’를 ‘화평보대(和平保臺·평화를 수호하고 대만을 지킨다)’로 변경했다. 당선 직후 그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양안의 현상 유지와 중국과의 더 많은 교류와 대화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상황 역시 라이칭더 당선자의 취임 이후 대만이 양안 관계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 결과로 여소야대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대내외 정책에서 현 차이잉원 정권보다 더욱 포용적이고 유연한 태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만 자유시보가 지난달 14일 1면 톱기사로 실은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 총통 당선 소식. 연합뉴스
대만 자유시보가 지난달 14일 1면 톱기사로 실은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 총통 당선 소식. 연합뉴스

따라서 지도자의 성향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대만의 지정학적 특성과 함께 강대국의 대전략 및 지역 전략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만의 정치지형, 정체성, 민주화 등 각종 민감한 역사와 정치적 문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강대국 전략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즉 대만의 지정학적 특성과 이에 주목한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오래전부터 대만의 통치 체제와 국내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예컨대 15세기 베네치아공화국과 오스만튀르크제국 간 전쟁으로 베네치아가 통제하던 무역로가 파괴되자 서구는 실크로드를 대체할 길을 찾아 ‘대항해’에 나섰다. 이 시기 대만은 명·청 본토에 인접하면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항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요충지였다. 화약과 방충제의 핵심 재료인 장뇌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던 지역이기도 했다. 따라서 네덜란드, 스페인, 남명, 청나라는 교역의 거점을 차지하고 장뇌 등 핵심 상품을 전매하기 위해 대만을 점령했다.

일제가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에서 대만을 요구한 것도 동남아 진출 시 항로 통제 및 보급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국제질서가 청나라 중심에서 조약 중심으로 변하던 시기 일본은 지정학적 이해에 따라 ‘무단서 사건’(1871)을 빌미로 류큐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청나라는 일본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만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지만 결국 대만은 일본의 첫 식민지가 됐다.

대만의 현 정치 지형 역시 지정학적 요인과 강대국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그 출발점은 6·25 전쟁이다. 당시 미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대만을 전략적 자산으로 재인식했다. 미국은 소련과 역내 공산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1950~1960년대에 대만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했으며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당시 대만 국민당은 미국의 전략에 편승하면서 각종 부패와 억압적 통치 방식에도 불구하고 집권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수교에 나섰다. 이러한 국제정세에 따라 1971년에 유엔 결의 2758호가 통과되면서 국민당의 대외적 지위를 박탈했을 뿐 아니라 대내 통치력에도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이에 대만에서는 약 40년간 계속된 계엄령 체제에서 억압됐던 각종 사회 문제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국내적 상황에서 진행된 1977년의 선거를 계기로 민진당이 출범했다.

현재 미·중 전략경쟁의 맥락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와 반도체 제조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대만의 관점에서 주권 강화와 중국에 대한 억제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 모두 각자의 맥락에서 대만의 독립노선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어디까지나 대중국 전략의 하위 변수로서 대만을 인식하고, 이는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드러난다. 중국 관점에서 대만은 통치력을 회복해야 할 ‘지방’에 불과하다.

이러한 강대국 전략의 구조적 제약에 따라 민진당은 현상 유지를 최우선시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이번 총통 선거에서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안 간 기능주의적 관계가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 역시 미·중이 허용하는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 범위 내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양당의 정치적 수사와 별개로 양안 관계와 관련한 실제 정책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라이칭더 당선인의 총통 취임 이후에도 대만이 양안 관계에서의 급격한 정책 전환보다는 현상 유지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친미·친중의 이분법적 접근법을 통해 글로벌 정세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성적인 관점을 지양하면서 유연하고 복합적인 시각을 통해 2024년의 글로벌 정세를 전망할 필요가 있다.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205/1/ATCE_CTGR_0020010011/view.do

대표 이미지

2024020501000033500001682.jpg
댓글
0 / 50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