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45세인 소령 정년을 50세로 늘리는 법안이 가결됐다. 법안 의결이 갖는 의미 중 하나는 여야가 이견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출산율 감소로 병역 가용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군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인의 직업적 안정성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공감하고 있음을 뜻한다. 소령 정년연장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과도 연관이 있다. 같은 날 신원식 의원과 국방부가 개최한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서 이현지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직업군인의 직업적 안정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찬환 광주대 교수도 초급간부 지원율이 낮아지는 이유로 장기복무 선발과 소령 진급의 불확실성, 대위·소령 전역 후 재취업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라는 관문이 남은 가운데 소령 정년연장 법안이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고, 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임채무 기자 


기존 발의된 2개 법안 바탕 위원회 안 의결

이번 소령 정년연장 법안은 국방위 법률안심사소위에서 ‘대안반영폐기’ 된 후 상임위인 국방위 전체회의에 위원회 안(案)으로 회부됐다.

그렇다면 기존 소령 정년연장 법안은 누가 발의했을까? 소령 정년연장 법안은 2020년 7월 31일 안규백 의원과 2021년 9월 2일 성일종 의원이 각각 제안·발의했다. 안 의원의 법안은 소령 정년을 50세로 연장하되 법 시행일로부터 2년마다 1년씩 정년이 늘어나도록 했다. 성 의원의 법안은 소령 정년을 53세로 연장하는 것과 더불어 중령 정년도 2년 늘어난 55세로 하는 게 골자다. 소령 정년은 법 시행일로부터 3년마다 1년씩 늘어나도록 했다. 두 법 모두 군의 인력구조와 계급별 인력운용 상황, 재정소요 등을 고려해 경과조치기간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89년 3월 소령, 1993년 12월 대령·중령 등의 정년이 연장될 때도 경과조치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정년이 늘어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소령 정년은 의결 후 2년 뒤인 1991년 1월부터 45세가 적용됐고 대령은 법안 통과 10년 뒤인 2003년 1월부터 56세로, 중령은 13년이 흐른 2006년 1월부터 53세가 됐다.

안 의원과 성 의원의 법안은 연장 연령과 경과조치기간에는 차이가 있으나 군인의 직업적 안정성 강화라는 목적은 동일하다. 각각 법안에 명시된 ‘제안 이유’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두 의원은 제안 이유로 일반 공무원의 경우 2008년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직업군인은 1993년 정년연장 이후 변동이 없어 사회의 정년연장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야 모두 소령 정년연장 동의 전체회의 통과

이번 법안이 국방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최초 소령 정년연장 법안은 2020년 11월 18일 제382회 국방위 법률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인건비, 군인연금 부담 등의 이유로 의결되지 못하고 계류하다가 지난 2월 제403회 국방위 소위에서 대안반영폐기로 의결됐다. 

소위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소령의 정년이 사회 정년연장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짧은 정년을 유지해 오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동의했다. 소위에 참가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정년연장이 가장 시급한 소령 계급의 정년 50세 연장 방안을 우선 추진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5년 주기로 군인 전체 계급에 대한 정년을 검토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인구 감소에 맞춰 국방인력 수급과 구조 재설계 등 적시 대응하자는 취지다.

결국 법안은 국방위 소위에 이어 지난 23일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안을 의결한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소령 정년연장은 2020년 8월에 발의돼 그동안 여러 차례 법률안심사소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처리하는 것”이라며 “현재 다른 계급에 비해 특히 낮은 소령 계급의 정년을 연장함으로써 군의 전문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되면 연장시기·기간 대통령령으로

법안의 주요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이 소령의 정년을 45세에서 50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다만 이전 정년연장 법안과는 다르게 경과조치기간 등은 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안이 의결되기 전 해프닝도 벌어졌다. 경과조치기간은 15년이며, 오는 2039년부터 50세가 적용된다는 내용의 속칭 ‘지라시(가짜문서)’가 돌았던 것. 그러나 위원회 안이 공개되면서 이 문서가 잘못됐다는 게 확인됐다. 위원회 안에는 이전 정년연장 법안과는 달리 경과조치기간 등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원회 안에는 2024년 1월 1일부터 법을 시행한다는 내용과 ‘하위 계급의 진급에 미치는 영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연장시기 및 연장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부칙으로 명시됐다. 대통령령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보충하는 명령으로 법률에서 위임받은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시행령이라고도 한다. 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등을 통과해 법이 공포되면 정부에서 연장시기 등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5년 주기로 군인 전체 계급의 정년을 검토한다는 조항과 함께 정부의 자율권을 부여해 정년연장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연장시기·기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소위에서 10년과 15년을 두고 논의가 있었던 만큼 이 안에서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소령의 복무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대위의 소령 진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전례를 살펴보면 가능성이 있다.

1989년 3월과 1993년 12월 각각 법 개정으로 직업군인의 정년이 연장되면서 특정 계급의 진급이 일정 기간 늦어진 사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국회는 대위 중 부적격자 및 희망 전역자를 제외한 전원을 소령으로 진급시키는 방안과 장기적으로는 중령·대령 계급 정년연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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