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 군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군은 PKO를 상징하는 파란 헬멧을 쓰고 세계 곳곳의 분쟁·갈등 지역에서 평화 유지와 지역 안정 활동을 펼쳐왔다. 실제 작전 수행으로 내실 있는 전력 강화를 이뤘고, 군사외교 분야 전문성과 국제 감각을 갖춘 인력 양성의 기회로도 활용했다.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 및 복구·재건사업 참여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 창출에도 일조했다. 대한민국 국격을 끌어올린 디딤돌이자, 경제·사회·문화 협력 강화를 뒷받침한 PKO 30년을 돌아봤다.
서현우 기자/사진=국방일보DB


인도적 지원·재해 구호작전 수행

유엔 평화유지활동(PKO·Peacekeeping Organization)은 분쟁 중인 국가의 평화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다. 국제 평화와 지역 안정·유지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적대행위를 종식하거나 평화 회복 과정 중인 국가에 정전(停戰) 감시, 무장해제, 분쟁 재발 방지, 치안 유지, 전후 복구 등을 지원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법적·정치적 권한을 받고, 유엔 회원국으로부터는 인적·재정적 공여를 받는다.

 
이에 각국은 PKO에 참여해 국제사회에서 외교 역량을 발휘한다. 파견 국가의 평화·재건 과정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며, 직·간접적 이익도 창출한다.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군사적·외교적 활동이면서 상대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경제적·문화적 활동인 것이다.

 
PKO는 다국적군활동(MNF·Multi-National Force)과 구분된다. PKO는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하는 평화유지군사령관 지휘 아래 평화협정 이행 감시 등 인도적 지원과 재해 구호작전을 수행한다.

 
반면 MNF는 유엔 승인 아래 지역 안보기구 혹은 특정 국가 주도로 분쟁지역의 평화 회복을 위한 군사·민사작전을 전개한다.


1948년부터 이어진 국제 질서 유지

PKO는 2차 세계대전 후 혼란스러운 안보환경 속에서 국제 질서 유지 역할을 했으며, 유엔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지금에 이르렀다.

 
그 시작은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의 분쟁 중재를 위해 1948년 5월 29일 유엔 정전감시단(UNTSO)을 창설하면서부터다. 또 이듬해 1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인도·파키스탄 정전감시단(UNMOGIP)을 편성·조직하며 본격화됐다.

 
PKO 초기 두 임무단의 활동은 미국과 소련이 강대 강 대치를 지속하면서 제한적이었다. 상황을 안정화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지원하는 최소한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유엔 PKO를 통해 분쟁을 중재하고, 위협을 극복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유엔은 첫 유엔 PKO 임무단 창설일인 5월 29일을 ‘유엔 평화유지군의 날’로 제정해 매년 각국 유엔 PKO 요원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있다.

 
이후 1956년부터 적극적인 PKO가 전개됐다. 무장 병력이 파병된 최초의 PKO인 유엔 긴급평화유지군(UNEF-Ⅰ)이 구성됐다.

 
수에즈 운하 지역에서 영국·프랑스·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무력충돌에 따른 대응조치로 만들어진 UNEF-Ⅰ은 유엔 평화유지군(PKF)의 시초가 됐다.

 
당시 규정한 기본 원칙인 ‘분쟁 당사자의 동의 하에 활동할 것’과 ‘중립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것’은 유엔 PKO의 원칙으로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유엔 PKO는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냉전의 후유증으로 남겨진 세계 곳곳의 분쟁·갈등 해결에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시기 20여 개의 새로운 임무단이 창설됐고, 참여 인원도 약 1만1000명에서 7만5000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아울러 2000년대부터는 각 임무단의 능력과 제한사항을 식별해 복잡·다양한 과업을 이행토록 하고, PKO의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유엔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유엔 PKO는 총 71개 임무단에서 125개국 100만 명 이상의 요원이 활동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2개 임무단에서 9만 명 이상의 요원이 활동하고 있다.


1993년 4월 상록수부대 창설

우리나라가 유엔 PKO에 참여한 때는 1993년 7월이다. 앞서 유엔은 1991년 9월 우리나라가 유엔 회원국에 가입하자 PKO 참여 의사를 물었다.

 
당시 국방부·외무부 등 관계부처는 우리 군의 PKO 참여를 다각도로 검토했고, 정보·자료를 수집·분석해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이어 관계부처 실무회의, 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 PKO 참여를 정부 방침으로 확정하고, 유엔에 가입한 지 1년 만인 1992년 9월 유엔에 이를 공식 통보했다.

 
유엔은 당시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소말리아에 파병을 요청했다.

 
소말리아에서는 같은 해 4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창설된 유엔 소말리아임무단(UNOSOM)이 약 30개국에서 파병된 병력으로 질서유지와 안정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정부는 안보·경제·사회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갖는 책무와 유엔 회원국으로서 권리를 다하기 위해 요청을 받아들였다. 현지 조사단 파견과 국내외 전문가 검토 등으로 효율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한 결과 건설공병 1개 대대 파병을 결정했다. 소말리아 상록수부대의 탄생이었다.

 
상록수부대는 252명의 병력과 37종 143점의 장비로 1993년 4월 창설됐다. 부대명은 189건설공병대대였다.

 
‘상록수’는 공병을 상징하면서 최초의 유엔 PKO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담긴 별칭이었다. 현지 재건지원을 토대로 한 안정화 작전이 주 임무였다. 본대가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첫발을 내디딘 날은 1993년 7월 31일이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대한민국 위상 제고

1993년 7월 소말리아에 첫 유엔 PKO를 보낸 우리나라는 1994년에는 서부사하라에 국군의료지원단을 파병했다.

 
국군의료지원단은 현지 유엔임무단 요원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작전지역에서 방역·검역 활동을 지원·감독했다.

 
유엔 요원들의 공중보건과 예방접종 활동도 했다. 1994년 9월 1진 본대가 현지로 출발한 때부터 2006년 5월 23진이 귀국할 때까지 약 12년간 높은 의료수준을 선보이며 국제평화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1995년 10월에는 긴 내전으로 황폐화한 앙골라에 공병부대가 파병됐다. 1996년 12월까지 약 1년 3개월간 3진에 걸쳐 진행된 임무 수행에서 우리 공병부대 장병들은 8개의 교량을 건설·개통시켰다. 비행장 복구, 도로 보수, 시설물 정리, 기술지원 등의 임무도 완수했다. 공병부대는 앙골라 재건과 평화 구축에 기여하고, 타국 유엔군의 모범 사례가 됐다.

 
우리 군의 네 번째 PKO 파병부대는 동티모르 상록수부대다.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활동한 상록수부대는 우리나라가 유엔 회원국 가입 이후 파병된 최초의 전투부대다.

 
임무는 동티모르의 평화·안정을 회복하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유엔동티모르파견단을 지원·보호하고, 난민호송 등의 인도적 구호 활동도 병행했다. 상록수부대는 동티모르 정부 수립의 기틀 마련에 큰 도움을 줬다.

 
단비부대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대지진으로 국토가 초토화된 아이티에서 재건 복구 지원 작전을 수행했다.

 
유엔 아이티안정화임무단(UN MINUS -TAH) 소속으로 도로 복구, 지진 잔해 제거, 하천 준설, 시설물 정리, 의료지원 등을 했다. 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동한 최초이자 유일한 우리나라 해외 파병부대였으며, 자연재해 복구 지원을 주 임무로 하는 첫 부대였다.


지금도 500여 명 장병들 활동 중

우리 군은 현재도 유엔 PKO를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소속의 동명부대와 유엔 남수단임무단(UNIMISS) 소속의 한빛부대가 주인공이다. 또 개인 단위로도 유엔 PKO에 참여 중이다.

 
동명부대는 2007년부터 레바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장기 유엔 PKO 임무 수행 중인 부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로 정세가 악화된 레바논 상황에서 도로·시설 보수 등 재건 지원은 물론 완벽한 정찰·감시작전으로 평화 지원에도 힘을 쏟아왔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한빛부대는 남수단 평화·재건 지원작전과 민사작전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종족 간 충돌을 예방하고, 보급로를 확보하는 등 작전지속지원 여건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국방대학교 국제평화활동센터에 따르면 우리 군은 현재 한빛부대와 동명부대에서 부대 단위로 480여 명의 장병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남수단임무단, 레바논 평화유지군, 인도·파키스탄 정전감시단(UNMOGIP), 수단 다푸르 임무단(UNAMID), 서부사하라 선거감시단(MINURSO), 예멘 정치임무단 등에서 20여 명이 개인 단위로 파견돼 국격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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