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연습·훈련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 혹자는 완벽한 훈련을 위한 사전준비를 얘기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보급 등 작전지속지원을 언급할 것이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바로 ‘목표’일 것이다. 목표가 있어야 훈련 준비를 하고, 보급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병법서 스테디셀러이자 군인 필독서로 꼽히는 『손자병법』 모공 편에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이 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목표를 구할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을지자유의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에는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다. UFS 목표·의미가 담긴 ‘연습 로고(Logo)’가 제작·활용되는 것. 알쏭달쏭 군사상식, 오늘은 UFS 연습 로고를 소개한다. 임채무 기자


우리에겐 생소한 로고…타국 군엔 익숙

사실 우리 군에서 로고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일반적으로 훈련을 할 때 명칭이나 슬로건을 정하기는 하지만, 로고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을지프리덤가디언(UFG·Ulchi Freedom Guardian) 같은 한미 연합연습에서는 로고를 만들어 사용한 기록이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드문 일이지만, 미군 등 타국 군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이들에게는 마치 전통처럼 훈련 때 로고를 정하는 일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로고를 활용해 훈련 기념품을 만들고, 비표(秘標)로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다국적 해상기동훈련 ‘2022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그러한 경우다. 훈련을 주관하는 미 해군은 림팩이 열리기 전 로고를 선정한다. 로고에는 보통 훈련 횟수와 시행 연도, 세계 최대 해군 훈련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는 부분을 포함한다. 또 로고를 활용해 군(軍) 마트에 기념품을 판매하는 등 널리 활용한다. 미 해군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한 바로는 최소 2004년부터 매 훈련마다 로고를 제작하고 있다. 보통 군인들이 로고·부대마크 등으로 협동심·소속감을 고취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이유로 만드는 것으로 추측된다.

림팩 로고의 경우 그해 훈련 중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올해 림팩 로고에서는 2020년에 이어 참가 전력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함정만 포함했던 2020년 로고에 비해 항공모함, 함정, 잠수함, 항공기 등을 조화롭게 표현해 다양한 전력이 투입된다는 점과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삼지창(Trident·트라이던트)’을 포함한 점도 눈길을 끈다. 트라이던트는 주로 유럽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에서 이 삼지창은 ‘해군력’을 의미한다. 더불어 2012년부터 쓰인 ‘유능하고 적응력 있는 파트너’ 문구도 올해 다시 한 번 포함됐다. 이처럼 로고에는 통상 다양한 의미가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


다양한 상징·의미 압축…연습 목표·의미 강조

UFS 연습 로고 역시 연습 목표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로고 외형은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국군의 사명과 굳은 의지의 상징으로, 고구려 시대 사용하던 ‘육각 방패’를 형상화했다. 청색 바탕은 민족의 역사와 전통이 흐르는 한강을 표현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투구’는 군인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 장군의 영정을 표본으로 했다. 이는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역사적 인물이다. 투구 안에 을지를 한글과 영어(Ulchi)로 넣은 것도 이러한 장군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이다. 또 한미 양국의 국기를 넣어 변하지 않는 동맹 의지도 나타냈다.

삼정검이 로고 안에 들어간 점도 눈에 띈다. 삼정검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하는 검이다. 육·해·공군 3군이 하나가 돼 호국·통일·번영을 달성하자는 의미에서 로고에 포함됐다. 로고 하단에는 알파벳 대문자로 ‘FREEDOM SHIELD(자유의 방패)’가 적혀 있다. 자유의 방패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연합방위태세를 상징한다.

로고에 담긴 상징과 의미를 압축해보면, 변하지 않는 한미동맹의 가치인 ‘자유’ 수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방어적 성격의 연습을 통해 평화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힌 연습 목표와 부합한다.

합참은 지난 16일 “오는 22일 본격 돌입하는 UFS는 한미 장병들의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야외기동훈련(FTX)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 군은 16일부터 UFS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관리연습에서는 북한 도발 때 초기 대응과 함께 한미가 공동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절차를 숙달한다.

더불어 UFS에서는 2019년 이후 연중 분산 시행해오던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연합연습에 적용하는 ‘작전계획에 기반한 훈련상황’을 상정·시행한다. 이에 대해 합참은 “연습 성과를 극대화하고, 강력한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연습 명칭도 기존의 연합지휘소훈련(CCPT)에서 UFS로 변경·사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합참은 “한미동맹이 추구하는 가치와 연합연습의 시행 목적에 부합하는 명칭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명칭 변경을 통해 한미동맹의 전통을 계승하고, 전구급 연합연습체계 성격을 명확히 정립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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